남자 둘의 앙코르4(앙코르톰)
어색한 남자 둘 앙코르 돌아다니기(1월 7일, 앙코르톰)
앙코르톰, 네악뽀안, 쁘레아칸, 따솜, 이스트 메본, 쁘레룹
모노리치호텔에서 아침 조식을 먹고 7시 30분에 앙코르톰을 향해 출발했다. 남문 위로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이제 본격적으로 앙코르 유적지 돌아다니기의 시작이다. 바이욘은 참으로 멋있고 대단하다. 유적지를 둘러보고 Thy가 어땠냐고 물으면 나는 “로오이 쁘람부언(대단하다)”이라고 대답했었다. 여행오기 전 네이버 블로그 ‘까로나의 손짓발짓 캄보디아어’를 통해 간단한 몇 가지 캄보디아어를 메모해 두어 여행에서 사용해 보았다. 까로나라는 분이 간단한 캄보디아어를 동영상으로 제작한 것이 참 쉽고도 재미있었다. 내가 간단한 캄보디아어를 사용하면 캄보디아 사람들은 캄보디아에 사냐고 묻곤 했다.
바이욘에는 둘레 벽면에 크메르인의 생활상과 참파족과의 전쟁 모습이 부조되어 있다고 하여 꼼꼼히 보려고 했으나 못 들어가게 막아놓아 일부 밖에 볼 수 있었다. 각기 다른 사면상들을 감상하고 사진도 찍었다. 바이욘에는 참으로 사람이 많았다. 유럽인들, 한국인들, 중국인들, 일본인들이 많은 것 같다. 유독 중국인들이 더 많은 느낌이다. 목소리가 크고 무리를 지어 다니기 때문인 것 같다. 사면상과 입맞춤하는 사진은 포기하고 코를 맞대는 사진에 도전해 보았다. 사면상과 아들의 사진을 찍어주려는데 그것이 만만치가 않았다. 스마일 오브 앙코르 앞에 중국인들이 사진을 찍고 있었다. 이 사람들 옆에서 기다리다가는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서로 떠들며 자리를 차지하고 계속 사진을 찍어 댄다. 그냥 자리가 비면 빨리 찍고 볼 일이다. 그 때 마침 나는 Dslr을 들고 있는 중국인 아저씨에게 부탁하여 사진을 찍어 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아들과 함께 다정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날도 덥고 우리는 그늘에 앉아 쉬기로 했다. 한 15분쯤 쉬었을까? 문득 여기에 이렇게 오래 있어도 되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바푸온도 가야하고 쁘레아빨릴라이, 파미엔나카스 등을 가야하는데 시간을 너무 소비한 것 같았다. 서둘러 나왔다.
3박 5일의 자유여행 일정도 거의 수학여행 수준이다. 패키지 여행보다 아주 조금 자유로울 뿐이다. 서둘러 바푸온으로 향했다. 빈 페트병을 모으는 소년의 미소를 사진으로 찍을 수가 있었는데 바로 그 미소가 앙코르의 미소였다. 그 소년은 항상 미소를 띤 얼굴이었다. 돈이 없어도, 빈 페트병을 주워도, 잘 씻지 못해도 행복할 수가 있는 것이다.
“아들아, 덥지.” “네” “물 마실래.” “네” 대답은 항상 단답이다. 나도 내 아버지와는 긴 대화를 잘 하지 않았다. 나도 그랬던 것 같다. 아버지의 물음에 짧게 대답했었다. 하물며 지금까지도. 어머니는 편하고 따뜻한데 아버지는 어딘가 불편하다. 내 아들도 나에게 그렇게 느끼고 있겠지. 서로 이해하고 공감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쁘레아빨릴라이는 생략하고 파미엔나카스, 코끼리 테라스, 문둥왕 테라스를 본 후 툭툭기사 Thy를 만나기로 한 장소로 향했다. 주차장은 꽤 넓고 많은 툭툭이 주차되어 있었다. Thy가 전화를 하라고 했는데 전화가 불통이다. 조금 더 안으로 들어갔더니 Thy가 손짓을 한다. 어떻게 Thy를 찾아야 하나라고 걱정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만일에 내가 그를 못 찾았으면 아무 툭툭 기사에게 전화 좀 빌려달라고 부탁하려고 했었다.
점심은 시내의 리리레스토랑으로 갔다. 블로그에서 저렴하고 맛있는 식당으로 많이 추천하는 곳이다. 파인애플 볶음밥과 화이트 볶음 누들, 과일믹스쥬스, 앙코르비어를 시켰다. 아들은 파인애플에 담겨 나오는 볶음밥을 보고 재미있어 했다. 화이트 프라이드 누들은 별로였다. 마지막 날 또 이 곳에서 옐로우 씨푸드 프라이드 누들(3$)을 먹게 되었는데 그것은 정말 맛있었다. 점심을 먹은 후 바로 옆에 있는 럭키슈퍼로 갔다. 럭키슈퍼(럭키몰)에서 건망고, 건바나나, 건잭프룻, 팜슈가, 흰후추, 로레알샴푸 등을 샀다. 건과일류는 그냥 럭키슈퍼에서 사 버렸다. 호텔의 샴푸 냄새가 영 별로라서 샴푸도 하나 사서 남은 기간 동안 잘 썼다.
프레아칸은 돌들이 바닥에 그대로 쌓여 있는 곳이 많아 오래된 유적을 탐험하는 기분이 들었다. 오래된 세상으로 들어간 느낌이다. 오래된 느낌이 참 좋다. 정해진 시간 때문에 이 곳에서 오래 머무를 수 없는 것이 아쉽다. 스투파가 있는 곳에서 유적지의 안내인이 사진을 찍어 준다고 하였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으면 캔들처럼 나온다고 하였다. 사진을 찍고는 내게 팁을 달라고 했다. 1불을 주었다. 참 돈을 쉽게 번다. 건물을 감싼 코끼리코처럼 생긴 나무, 그리스 신전 같은 건물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었다. 나오는 길에 코코넛 나무로 만든 새 공예품을 5불에 샀다. 8불을 불렀는데 더 깎아야 했었나. 최소한 반은 깎으라고 했는데 말이다. 돌아올 때 캐리어 넣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윗부분의 나무가 부러져 있었다.
오늘은 캄보디아의 공휴일이다. 많은 캄보디아인들을 앙코르 유적지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네악뽀안에서 젊은 캄보디아인들이 서로 사진 찍기에 바빴다. 소풍을 나온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따솜을 거쳐 이스트 메본에 올랐다. 이스트 메본에서 여자 아이들 대여섯명이 놀고 있다. 이 곳은 유적지가 아이들의 놀이터다.
일몰을 보려고 프레룹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이 일몰을 기다리고 잇었다. 구름이 낀 날이었고 기대했던 일몰은 없었다. 허탕이다. 일몰을 기다리며 마시려고 밑에서 사가지고 간 앙코르비어 한 캔 먹고 내려왔다. Thy에게 노 선셋, 노 굿이라고 말했다.
내일은 앙코르와트 일출을 볼 예정이었으나, 일기 예보상 구름이 많은 관계로 일출을 마지막 날로 바꿨다. 그래서 내일은 Thy를 아침 9시에 호텔에서 만나기로 하였다. 럭키슈퍼에서 산 물건들을 호텔 프론트에 맡겨 놀 수 있냐고 Thy에게 부탁했더니 그렇게 해준다고 했다.
저녁은 럭키슈퍼머켓 3층의 수키집이다. 1인 7.5불에 무제한이다. 돈까스, 볶음국수, 탄산음료, 김치 등은 따로 마련된 곳에서 가져와 먹을 수 있다. 벨트를 타고 도는 접시를 가져와 육수에 넣어 계속 먹으면 된다. 아들은 나보다도 잘 먹는다. 이 집이 아들 스타일인가 보다. 현지인들도 많이 보인다. 나는 어묵, 두부, 국수, 곱창을 주로 먹었다. 간처럼 생긴 것을 먹었는데 완전 별로였다. 입 버릴 뻔 했다.
럭키슈퍼를 나와 반대편에 있는 푸라 비다 스파 마사지를 가기 위해 찾아보았으나, 잘 보이지가 않았다. 조금 내려가니 나마스떼 마사지가 나타났다. 블로그에서 저렴한 편에 속하는 집으로 알고 있었다. 우리는 들어가서 타이 마사지(7$)를 해 달라고 하였다. 팁은 1불. 뭐 그런대로 시원하다. 자식이 부모님의 팔다리 주무르는 수준이라고 할까? 아들은 마사지가 별로였다고 했다. 다음날, 그 다음날에는 크메르 마사지를 받았는데 타이마사지라고 하여 특별한 것이 없었다. 도찐게찐이었다. 굳이 2불 더 비싼 타이마사지를 선택할 이유가 없는 것 같다. 지긋이 눌러주는 타이마사지는 역시 태국이 최고다.
밖으로 나와 맞은편에 있는 앙코르마켓으로 갔다. 앙코르비어(럭키슈퍼에 없었다) 및 각종 맥주, 양주, 손질된 잭프룻, 스트렙실(싸다고 하여 샀음)을 샀다. 담배도 싸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와 맥주와 건바나나, 생잭프룻을 안주 삼아 아들과 함께 한 잔을 했다. 생잭프룻은 약간 고약한 냄새가 나는 했으나 먹을 만 했다. 아들은 먹을 만하며 시리얼(그래놀라)에 들어 있는 맛이라고 하며 부담없이 먹었다. 항상 먹어 본 것이 익숙하고 처음 먹는 것은 익숙해지는데 시간이 필요한 것 같다. 잭프룻이 몸에 좋다고 하여 남기지 않고 다 먹었다. 유적지 근처에서는 주로 망고를 사먹었다. 망고 1개에 1불이라고 하는데 망고 2개에 1.5불에 사서 아들과 1개씩 먹었다. 내 입맛에는 망고가 제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