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친구만들기.
나는 일단 방으로 곧장 들어갔다.
나에게 고민할 시간이 좀 필요했기에.
오늘의 하루를 아까의 안좋은 기억으로 마무리 할 것이냐,
아니면 재미있는 추억으로 마무리 할 것이냐 하는 고민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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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결정했다.
이 먼 타지까지 여행 온 이상
내 마음속에 Ao Toh Ko Resort를
행복했던 추억의 장소로 만들고 떠나고 싶어졌다.
그러므로 아까 줄리아와의 그 말도 안되는 사건으로
이렇게 허무하게 이곳의 마지막 날을 마무리 지을 수 없다는 결론이다.
그래, 지금 이 순간 나에게 필요한 건 아까 그 문제의 발단(?)이자
내 비장의 무기 1번인 보드게임 루미큐브 이다.
But, 여기서 잠깐!!
루미큐브가 뭔지 모르실 분들을 위해 작은 사진이지만~
그리고 간단한 게임 설명도~
이 게임은 이스라엘에서 전해오는 게임으로
1~13까지의 4가지 색의 칩들을 2~4명의 플레이어들이 나눠 갖고
바닥에 숫자를 배열해 가장 먼저 칩을 다 털어내는 사람이 이기는 게임으로
상당히 머리를 써야하고 집중해야 하는 게임이기에
여자들보다 작은 일에도 지고는 못사는
경쟁심이 치열한 남자들이 더욱 열광하는 게임이다.
나는 가방 옆주머니에서 자신의 몫을 다해낼 순간(?)을 기다리고 있을
루미큐브를 조심스레 꺼냈다.
(오늘 너의 능력을 드디어 확인할 시간이 왔다.
부디 너의 몫을 다해주길 바란다. 쪼옥~ )
그리고 다시 레스토랑으로 돌아갔다.
그 세 명의 이탈리안 아해들은
아까부터 앉아있던 그 자리에 앉아 여전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는 몇 번의 망설임 끝에 용기를 내 그들에게 다가갔다.
[안녕~ 우리 아까 낮에 잠깐 인사했었지? 난 Evie라고 해.]
그들은 내가 다가가서 말을 걸자 조금은 놀란 듯,
그러나 서양인 특유의 환한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어, 안녕~ ^^]
[나 사실은 혼자서 좀 심심해서 보드게임 하나 가져왔는데
너희들이 괜찮다면 같이 할래?
내가 보장하는데 너희들 이 게임해보면 빠져들거야, 진짜 재밌는 게임이거든.
게다가 4명이 게임하면 가장 좋은데 우린 딱 4명이네.
어때? 같이 게임할래?]
그들은 자기들끼리의 시간이 조금 지루했었던지
아주 흥쾌히 자리를 내주었다.
그 세 명의 남자들은 베이징의 한 대학에 교환학생으로 가게 되어
약 6개월 째 공부를 하고 있다가
함께 태국으로 여행을 오게 된 친한 친구사이라고 했다.
그리고 여기가 너무 좋아 이곳에 3일째 머무르고 있다고 했다.
우리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자연스레 술도 시키고
(게임 있는곳에 술 빠지면 안되징~ ㅎㅎ)
내가 간단한 게임 설명을 하려하자
한 아해가 전에 이 게임을 해본적 있다며 기뻐했다.
그리고 다른 두 친구들에게 자기네 말로 설명도 해주고
(고맙게도 내가 게임 룰을 영어로 설명해야 되는 큰 수고를 덜어줬다.ㅋ)
이 게임이 얼마나 재미있는가 하는 감탄의 말도 잊지 않았다. ^^
(아.... 기쁘다.
역시 내 루미큐브, 이번 여행에서 한 몫 단단히 할 줄 알았다규~)
그리고 게임을 시작했다.
한 번, 두 번...
하면 할 수록 게임이 재미있다며 이탈리안 아해들의 눈빛은 반짝였고
또한 나의 예상대로 서로 경쟁심에 불타 이기기위해 아웅거렸다.
그건 그런데...
나 사실... 이 게임 꽤나 자신있거든?
그런데 총 4번의 게임 중 왜 한 번도 이기지 못한걸까...
심지어 두 명은 이 게임을 한 번도 해본 적 없다길래
속으로 은근 안심하고 있었는데. ㅡㅡ;;
그렇게 나는 걔네들이 한 번이 골고루 이기고 난 후인 4번째 게임 때
마지막 남은 자존심을 세우려고(적어도 난 이 게임의 주인이라규 ㅜ.ㅜ)
필사적으로 게임에 임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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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졌다..... ㅠ.ㅠ
그러자 갑자기 이 게임이 급 재미없어졌다.
(아놔~ 재미로 하는 게임이라도 이겨야 재밌지, 이거 원...)
그렇게 루미큐브에 흥미가 떨어지고
그 즈음 주위를 둘러보니
그 레스토랑에 남아있는 사람은 우리 4명과
바로 옆 테이블에서 젠가 게임을 하고 있는 2명의 금발 여자아해들 뿐이었다.
문득 저 애들도 함께 놀면 더 재미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세 명의 남자를 독점하고 있는 것도 그리 나쁘진 않았지만 ㅋㅋ
자고로 놀 땐 여럿이 놀아야 더 재밌는 법이 아닌가. ^^
But, 여기서 또 잠깐!!
젠가가 뭔지 모르실 분들을 위해 이번엔 좀 큰 사진~ (헥헥 힘들다... )
그리고 역시 간단한 게임 설명도~
1970년대 초 영국에서 개발된 보드게임의 일종으로
젠가는 '쌓다, 짓다, 건설하다' 등을 뜻하는 스와힐리어라고 한다.
그래서 게임 방법 역시 가로 세로로 세 개씩 포개져있는 블럭을
미리 높게 쌓아 놓고 아래쪽에 있는 블럭을 하나씩 조심스레 빼
제일 위에 올려 다시 쌓는 게임이다.
만약 이 블럭탑을 무너뜨리면 패하게 되는 게임으로
대체적으로 남자들보다 손길이 섬세한 여자들이 잘하는 게임이다.
그렇기에 사실은...
은근히 루미큐브에서 져 자존심 상했기에
더 자신있는 젠가가 눈에 들어와 그녀들과 함께 놀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녀들과의 합석도 흥쾌히 이루어졌고
우리는 어느덧 6명이 되었다.
그리고 다시 시작한 자기소개.
그녀들은 노르웨이 출신으로 서로가 best friend이라고 했다.
그녀 중 한 아해의 대학졸업을 기념으로 둘이 함께 놀러왔다고 했다.
뭐, 어쨌든 그녀들도 이미 살짝 취해있었고
우리들도 살짝 취해있었기에 허물없이 쉽게 친해질 수 있었다.
유난히 나를 그윽(?)하게 바라봐 눈 마주칠 때마다 민망하게 만든 저 아해.
(혹시 나 도끼병?? 하하... 뭐 어쨌든... ^^;;)
하지만 그 와중에서도 이기기위한 나의 처절한 정신력 싸움.
그래서 결국 5번의 게임 중 두 번을 내가 이겼다.
(여기서 젠가를 이겼다는 것은 무너뜨리는 사람
바로 전 사람이 이기는 룰로 했음.)
그리고 두 여자아해들은 각각 1번씩 이겼고
나머지 한 번은 위 사진에 없는 남자아해가 이겼다.
(그나저나 이름들이 다 어려워 일일히 기억못함. 아해들아 미안.... ㅡㅡ;;)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젠가는 여자들이 강하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 하하~
그렇게 즐거운 젠가 게임이 끝나고(역시 이기니까 즐겁네~ ㅎㅎ)
우리는 곧 레스토랑 문을 닫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이 곳에 하나뿐인 bar에 가보기로 했다.
어라?
그런데 bar에 불이 다 꺼져있네... 여기 장사 안하나??
나중에 알고보니 그 bar는 여기 리조트 손님이 전부라
손님이 없는 날은 일찍부터 문을 그냥 닫아버린다고 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냥 돌아가기가 아쉬워 큰 소리로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를 바텐더를 찾았다.
그러자 bar 안 계단 2층에서 눈비비며 내려오는 태국아찌.
낮에 본 주인 아주머니 남편의 형님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비록 자다 일어났지만 장사한다며 주문하라고 했다.
그렇게 우린 각각 맥주를 시키고 모여앉아 여행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파도소리가 들리는 야외 작은 Ao Toh Ko bar.
비록 우린 모두 제 3국의 언어인 영어로
그리 쉽지 않게 대화를 이어나갔지만
다 같은 여행자라는 공통점으로,
또 술에 거나하게 취해있다는 공통점으로
크게 웃고 떠들며 신나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리고 확인한 시간은 새벽 4시.
4시간 후에 배를 타고 바이킹 리조트로 가야 했다.
내가 오전 배 시간 때문에 방으로 돌아가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모두들 함께 일어나자고 했다.
그리고 우리는 bar에서 나와 불빛하나 없는 해변으로 걸어갔다.
모두들 해변에 서서 잠시 말없이
하늘을 가득 메운 별들과 달을 바라봤다.
그 후 헤어짐의 인사를 나눴다.
[난 내일 친구가 일하고 있는 Viking Resort라는 곳에 갈거야.
너희들 만나서 좋은 시간 보냈어.
부디 좋은 여행하고 돌아가길 바래.
난 이따 아침 8시 배로 나가니까 여기서 작별인사를 해야겠다.
Good night, guys.]
인사를 나눈 뒤 조용히 내 작은 방갈로로 돌아왔다.
(이곳에서의 하루 정말 재미있었네... ^^
잠시 후에 만날 바이킹 리조트는 또 어떤 곳일까.
부디 레오나라는 사람이 좋은 사람이길... 그녀 글 속의 레오나처럼.)
그리고 나는 곧장 화장실로 달려갔다.
속이 울렁거리는데 아까부터 계속 참고 있었던게지.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