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여행 30일 째
오늘은 양수오(양삭:陽朔)에서 씽핑(흥평:興坪) 이라는 곳으로 갑니다.
아마도 한국인에게 해외여행으로 가장 많이 알려진 곳 중에 으뜸이 꾸이린이 아닐까요?
더군다나 자식이 보내주는 효도여행의 으뜸이 이곳일 겁니다.
씽핑이란 바로 꾸이린 여행 중 배를 타고 즐기기에는 그만인 곳이죠.
사실 양수오에서 배를 탈 수도 있지만, 워낙 씽핑이 많이 알려졌기에 그곳으로 갑니다.
만약, 이곳에 여행 와 배를 타지 않고 간다는 것은 슬픈 일입니다.
어제 이 길을 가득 메우고 다녔던 사람은 모두 어디로 갔습니까?
아침에 바라보니 길바닥에 물청소까지 하여 말끔하게 정리하였군요.
꾸이린 여행 중에서도 백미가 바로 리지앙(이강:漓江)이라는 강에서 배를 타고 유람하는 일일 겁니다.
오늘 한 번 그 일을 경험해 보렵니다.
양수오에서는 자전거를 빌려 위에량샨(월량산:月亮山)을 많이 다녀오시죠.
그래서 내일은 자전거를 빌려볼까 생각하고 가격을 알아봅니다.
자전거 상태에 따라 10원-30원 정도 부르는군요.
큰길보다는 뒷길에서 빌리는 게 10원이라도 싸게 듭니다.
그러나 10원이면 얼마든지 빌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리 부부는 시지에 입구에 있는 식당 앞에 임시로 아침 식사를 파는 곳에서 아침을 먹습니다.
주로 국수와 만두와 죽을 팔고 있습니다.
아침이라 가격도 미펀이 4원 죽운 1.5원으로 저렴합니다.
벌써 깃발을 앞세운 중국 관광객이 밀어닥치기 시작합니다.
오늘 이곳을 떠나는 사람과 교대하여 저들이 또 밤낮으로 시지에를 헤매고 다니겠지요.
정말 중국은 저런 형태의 관광객을 어디를 가나 만나게 되더군요.
그런데 관강객의 옷차림이 마치 출장 온 사람처럼 보입니다.
양복차림의 남자가 많이 보입니다.
버스는 어제 꾸이린에서 올 때 내렸던 그 터미널에서 씽핑가는 버스를 탈 수 있습니다.
버스 요금은 7원/1인입니다.
양수오에서 씽핑까지는 40분 정도 걸리는군요.
닭발이 삐죽이 세상 구경하자고 합니다.
혹시 뱃놀이 가는 닭인가요?
씽핑에 도착하면 위의 사진처럼 버스 종점이 보입니다.
여인네들이 버스에서 내리는 관광객에게 미소를 보입니다.
참 예의바른 마을이군요(?)
우리가 배를 타기 위해 가야 할 곳은 사진에 보이는 아기를 안은 여인 뒤의 왼편 골목으로 들어갑니다.
골목 안으로 들어가면 이런 모습입니다.
버스 정류장에서 따라붙은 사람은 서로 약속이나 한 듯 묵계적으로 한 팀에 하나씩 따라붙습니다.
이때까지는 이들의 정체를 몰랐지만, 배를 타려는 사람을 뱃사공에게 연결시켜주는 사람입니다.
공연히 말을 받아주고 친절하게 대했다가는 이 여인에게 소개료를 더 얹어주고 배를 타야 합니다.
뱃사공도 모두 이런 여자의 존재를 인정하기 때문입니다.
이 골목길에는 무척 오래된 건물이 많습니다.
바로 이곳이 씽핑 꾸전이라는 옛 마을입니다.
위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그런데 그 골목길로 한참 들어가다 보면 왼편에 한국찬청이라고 쓴 집이 보입니다.
그곳에 서서 우리 부부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바라보니 주인어른이 한국인이냐고 묻습니다.
우리나라 분이 기념품 가게도 하시고 식당도 하시는 분입니다.
이곳 양수오에도 한국분이 계십니다.
처음에는 기념품만 파는 가게로 알았지만, 식당은 나중에 나올 때 알았기에 한국 음식을 먹지는 못했습니다.
혹시 한국 음식이 드시고 싶으신 분은 이곳을 들리시면 되겠네요.
그곳을 지나 조금 더 가면 막다른 T자형 길이고 우측으로 돌아보면 위의 사진처럼 대문형태의 문을 보실 수 있습니다.
이문을 그냥 통과하면 됩니다.
문을 나오면 바로 이런 다리가 보입니다.
이제부터는 다리를 건너 그냥 외길을 따라 앞으로 나아가기만 하면 됩니다.
버스 정류장에서부터 계속하여 한 여인이 웃음을 띠고 우리 부부 뒤를 따라옵니다.
못 본체 하며 우리가 알아서 가겠다고 해도 계속 웃기만 합니다.
일부러 그림 그리는 분에게 다가가 되지도 않는 말을 건네며 시간도 보내보지만, 그 여인은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군요.
작은 다리 위에서 사진도 찍어봅니다.
천천히 길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갑니다.
정말 집요하게 따라붙는군요.
나중에 알았지만, 이 여인들은 무조건 관광객을 따라오며 배 타는 곳으로 인도하고 뱃사공에 소개해주는 일을 합니다.
당연히 뱃삯은 이 여인의 소개비를 얹어서 받겠지요.
보통 소개 없이 구마화산까지 왕복하는 데 40원이면 충분하지만, 이 여인이 있으면 뱃사공은 여인에게 상의하라 하더군요.
산은 고요한 맑은 물에 빠져버렸습니다.
그러나 이상한 일이 이곳에서는 벌어지고 있군요.
우리 부부는 바로 배를 타지 않고 그림 그리시는 분에게 다가가 구경도 하고 어슬렁거렸지만, 절대로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렇게 집요하게 따라붙을 때는 차라리 강어귀에 보이는 라오짜이샨(노채산:老寨山)을 알려달라고 하고
그 산으로 오르는 것처럼 하면 어떨까 생각합니다.
다리를 건너가면 학교 교문이 보입니다.
사진에서 왼편으로 계속 갑니다.
이런 짧은 길에도 중국인들은 셔틀버스나 삼륜 버스를 타고 이동하더군요.
어디서 많이 본 풍경이 아닙니까?
네...
맞습니다.
바로 이곳이 중국돈 런민비 20원짜리에 나오는 모습이라고 여러 곳에 데크를 만들어 사진 찍으라 합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바로 배를 타는 곳입니다.
이렇게 많은 배가 관광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아래로 내려가면 배가 있고 배마다 뱃사공이 있어 협상하고 타면 됩니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생겼습니다.
지금까지 조용히 미소만 띠고 따라온 여인이 우리가 상대하는 뱃사공에게 뭐라고 하니 뱃사공은 우리 부부를 포기합니다.
그러니 자기가 찍은 고객이라 자기가 가격을 정해 넘겨준다는 의미인가 봅니다.
이게 무슨 해괴한 짓입니까?
우리와 뱃사공과의 협상을 방해하겠다는 의미이기에 부아가 치밉니다.
아무리 이런 방법이 이곳의 관례일지라도 내 마음이 허락지 않으면 배를 타지 않던가 부숴버려야 합니다.
이곳의 뱃사공은 이미 이런 방법에 묵계적으로 이해하고 서로 상부상조한다는 의미입니다.
상부상조... 정말 좋은 말입니다.
젠장, 그러니 씽핑에서는 상부상조란 의미가 인신매매법과도 같은 일입니다.
우리 부부는 그야말로 그 여인에게 찍힌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결단코 이런 일에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럼 우리가 순순히 당할 한국인입니까?
지금까지 무슨 일을 했다고 우리 부부가 그 여인의 상품이 된다는 말입니까?
얼마 되는 돈은 아니겠지만, 나쁜 관례를 남기고 싶지 않습니다.
황당하고 기분도 나쁘고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고....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만약 우리 부부가 그들의 의도대로 넘어간다면, 다음에 우리 같은 한국인은 봉이 된다는 의미가 아닙니까?
이 여인을 따돌리지 않으면 계속 피곤하겠습니다.
그래! 결심했어~
그래서 부부가 힘을 모아 물리치기로 합니다.
끄~ 하하하~ 이름 하여 1차 한중 씽핑대전..
우선 한쪽 구석으로 걸어갑니다.
당연히 그 여인은 적극적으로 따라오지요.
여기에 올 때까지는 적어도 우리 뒤에 열 발자국 뒤에서 따라 왔지만, 이곳에서는 딱 한 옆에 붙어 다닙니다.
진드기 작전으로 진을 빼겠다는 게 아닙니까?
이곳에서 우리 부부의 작전은 한국말로 해도 충분합니다.
"여보! 우리는 오늘 여포도 사용하지 못하고 미수에 그친 기각지계야~ 한 방에 보내버립시다. "
그다음 佳人이 그 여인과 말을 합니다. "도대체 왜그래요?"
"배 안 타세요?"
"타야지요, 찌어우마화샨(구마화산:九馬畵山)까지 얼마입니까?"
처음에 100원을 이야기합니다.
"무슨 말도 되지 않는 말을 하세요? 당신 나 웃기려고 그라지요?"
고개를 가로 흔들자 80원까지 내려옵니다.
그녀는 자기와 협상하지 않으면, 이곳에서는 배를 탈 수 없다는 듯 얼굴에 마소까지 띠는군요.
그 여인은 영어도 조금 하는 편이라 말을 하기 쉽습니다.
그 사이 울 마눌님이 반대편 끝에 있는 뱃사공에 달려가 협상을 합니다.
佳人이 여인을 붙잡고 말을 하는 사이 울 마눌님이 반대편을 치는 겁니다.
이게 바로 기각지계의 전법입니다. 아닌가요? 성동격서(聲東擊西)인가요?
아무려면 어떻습니까?
한중간의 씽핑대전을 승리로 이끄는 게 중요한 일이지요.
조금 전 그 여인이 우리 부부를 따라다닌 것을 보았던 사람은 모두 고개를 흔들었다는군요.
그러나 젊은 친구 하나가 가겠답니다.
가격을 40원에 하기로 하고 구마화산까지 왕복하기로 했다고 손을 흔듭니다.
그제야 佳人도 그 여인을 버리고 마눌님 곁으로 달려갑니다.
이런 경우를 순수한 우리말로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본다."라고 하지요.
옴마나~ 그러면 우리가 닭이고 그 여인이 개가 되는 겁니까?
이것으로 씽핑대전은 우리 부부의 싱거운 완승으로 끝나버렸습니다.
그러나 2차 씽핑대전이 아직 남았네요.
이렇게 아름다운 씽핑에서 우리가 당한 일은 전혀 아름답지 못했습니다.
자 출발합니다.
씽핑에서의 한중 1차전은 한국의 완승으로 끝을 냈습니다.
한 방에 훅~하고 보냈습니다.
물론 적은 돈이지만, 잘못된 관행은 따라서는 안 됩니다.
나중에 오시는 한국분을 위해서라도 자꾸 그 관행을 깨버려야 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우리가 잘못된 관행이라고 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 스스로 만들어 준 것입니다.
더군다나 외국에서의 관행은 언어와 물정이 어두운 우리에게 그들이 유도했지만, 우리가 따랐기에 만들어진 것입니다.
누구는 적은 돈이기에 쫀쫀하게 따지느냐고 합니다.
그러나 그런 것을 우리가 무시하고 따라준다면, 그들도 영원히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 모습이 그곳의 나쁜 기억으로 남는다면, 자꾸 변화시켜야 합니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 그곳의 이미지를 나쁘게 하는 일이기도 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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