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각채... 오르지 못하고 돌아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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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채... 오르지 못하고 돌아서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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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8일 여행 29일째

 

우리 부부가 쯔위엔에 온 것은 빠지아오짜이(팔각채:八角寨)라는 곳을 가기 위해서입니다.

빠지아오짜이로 가기 위해서는 무조건 쯔위엔이라는 곳을 거처야 한다고 하기에 롱성에서 5시간 30분간 달려왔습니다.

쯔위엔까지 왔으면 거의 다 온 것입니다.

벌써 쯔위엔에 있는 삔관 대부분이 위의 사진처럼 대형 사진으로 로비를 도배해 놓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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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계속 내리고 있습니다.

밤에는 제법 빗소리도 요란스러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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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로 내려가 삔관주인에게 오늘 날씨를 물어봅니다.

계속 비가 내린다고 하네요.

어찌해야 좋을까요?

내일은?

역시 계속 비가 온다고 예보한다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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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각채라는 빠지아오짜이는 칼날 능선같은 바위를 타고 올라가야 한다는데 비가 계속 내리니 미끄러울 것 같습니다.

일단 숙소 주인에게 빠지아오짜이를 가는 방법을 알아봅니다.

숙소 건너편에서 1번 버스를 1원/1인 내고 타고 종점까지 가면 그곳에서 다시 5원을 내고 30km 정도 떨어진

메이씨(매계:梅溪)라는 곳으로 시외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 정도 더 이동하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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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씨(매계:梅溪)에서 내려 9km 떨어진 팔각채를 가는 오토바이나 삼륜 오토바이 택시를 타면 된다고 합니다.

그곳에서 팔각채까지 보통 왕복 20원/1인 정도를 부른다네요.

꼭 계약을 왕복으로 하고 팔각채를 둘러보고 나중에 다시 메이씨로 돌아와야 편하다고 합니다.

아직 공공 교통편이 메이씨에서 팔각채까지는 없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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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팔각채를 가는 정보를 모두 얻었습니다.

그러면 그대로 움직이기만 하면 됩니다.

배낭 두 개를 삔관 카운터에 맡기고 길을 나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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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리는 비를 맞으며 일단 시내버스 1번을 타고 종점까지 갑니다.

그런데 쯔위엔의 시내버스는 1번 말고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 이 버스 노선 하나만 있나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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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 버스종점에는 공터가 있었고 미니버스가 몇 대 대기하고 있습니다.

버스 유리창에 메이씨(매계:梅溪) 간다고 붙여놓았군요.

지금까지는 제대로 왔습니다.

여행이 공부보다 더 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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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시내에서는 몰랐지만, 이곳에서 보니까 비만 내리는 게 아니고 안개마저 자욱하여 근처에 있는 산조차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메이씨로 가는 버스의 기사와 안내양에게 물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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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팔각채 입장료를 물어봅니다.

熟人 50원, 朋友 50원, 外地人 80원이라는군요.

이게 도대체 무슨 말인지 모르겠습니다.

역시 중국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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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아는 사람이나 친구와 함께 들어가면 50원이고 우리처럼 외지에서 온 사람은 80원이라고요?

그런데 熟人은 무엇이며 朋友는 또 왜 구분을 하나요?

메이씨로 가는 버스 기사가 우리에게 써준 팔각채 입장료입니다.

중국은 입장료가 고무줄입니까?

이런 것도 이곳에 익숙하지 못한 여행자를 환장하게 만드는 일 중의 하나입니다.

여행이 공부보다 쉽다는 말을 당장 취소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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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때문에 한참을 서서 고민합니다.

오늘처럼 날씨가 나쁘고 게다가 안개마저 잔뜩 낀 날에 높은 곳에 올라가면 무엇을 볼 수 있을 것인가?

마음의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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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같은 날씨에 팔각채에 올라가면 보이기나 하느냐고요.

그래서 기사에게 두 눈을 가르키며 "빠지오짜이 칸칸?"하고 물어 봅니다.

그랬더니 메이씨 간다는 버스기사가 자기 두 눈을 손으로 가리며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니 가지 말라고 합니다.

푸 하하하~ 이번에는 여행이 공부보다 더 쉬워지는 순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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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다랑논을 보기 위해 갔던 핑안춴이나 다짜이 마을에서 안개 때문에 오전에는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잖아요.

그냥 걷던 길만 보고 걸었잖아요.

이제 최종적으로 결정해야 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오늘 날씨가 또 우리 부부를 배반하려나 봅니다.

 

여보!

세상을 살다 보니 정말 우리 힘으로 되지 않는 일도 참 많다. 그치?

이럴 때는 과감히 잊어버리자.

올라가지 말라는 하늘의 뜻일 게야.

비도 내려 미끄러운 바위산의 위험한 길을 욕심부려 사고라도 난다면, 그것은 도전이 아니고 무모한 바보짓이지?

이제 돌아서자.

그리고 웃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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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팔각채를 오르지 못하고 돌아서지만, 삔관 로비를 도배한 팔각채의 대형 사진 앞에 서서 사진을 찍어봅니다.

이러면 조금은 위안을 받을 수 있을까요?

어때요?

팔각채를 오른 것이나 다름없죠? 그쵸?

아래 사진은 그곳에 있는 사진을 찍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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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오르지는 못했지만, 이곳에 대한 정보는 알아봅니다.

팔각채는 쯔위웬(자원현:資源縣)에서 북동쪽으로 약 45km 떨어져 있으며 해발 높이가 814m 정도로 아담한 산입니다.
바위 색깔이 붉은색을 띠고 산 모양이 달팽이 모양을 한 기이한 모습의 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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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모양의 산은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모습인데 이런 봉우리가 수십 개나 솟아있다고 하네요.

빠지아오짜이(팔각채:八角寨)는 꾸이린에서 가깝고 한 번쯤 찾아볼 만한 명승지라고 하네요.

한국인은 꾸이린에 오면 주로 리지앙이라는 강에서 배를 타거나 강에서 벌이는 야간 쇼를 주로 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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桂林山水甲天下라는 꾸이린의 오만한 생각을 보여주는 곳으로 적당한 트레킹 코스까지 갖추고 있어 좋다고 하네요. 

가벼운 산행과 멋진 풍광을 자랑하는 곳입니다.
팔각채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아직 케이블카나 다른 이동수단이 없어 직접 두 발로 걸어 오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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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을 찾아오는 방법은 꾸이린(계림:桂林)에서 쯔위엔(자원:)행 버스를 타고 오거나

우리처럼 북에서 내려올 때는 롱성에서 하루 두 번 쯔위엔으로 오는 버스를 타야 합니다.  

꾸이린에서 이곳까지는 120km 조금 안 되는 거리이며 도로상태도 무척 좋은 곳입니다.

롱성에서는 110km이지만 도로사정이 나빠 5시간 30분이 걸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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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꾸이린에서 가까우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아 주로 산악회를 통한 단체여행이 대부분인 듯합니다.

주변 천문산과 함께 이곳을 찾는 산악회가 대부분이라는군요.

천애절벽에 길을 내고 칼날 등선에 계단을 만들고

중국사람만이 생각하고 만들 수 있는 곳입니다.

서도조로(鼠道鳥路)라는 말이 있지만, 이곳은 다람쥐도 무서워 마음대로 마실다니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곳을 걸어 오르다 보면 마치 청룡열차라도 탄 느낌일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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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라서 단체여행은 주로 전세 버스를 타고 이곳을 오다 보니까 우리처럼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여

이곳을 찾아가는 방법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정산부분이 팔각형이라서 팔각채는 높이 814m 정도의 낮은 산으로 신선이 살았다고 하는 곳입니다.

신선이 무척 낮은 곳에 살았다고 하니 아마도 초보신선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비록 올라가지는 못했지만, 그곳 삔관에 있던 사진이나 찍어 보는 것으로 만족하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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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팔각채는 우리 부부가 오르고 싶었습니다.

여행계획을 하다 보면 모든 곳에 같은 비중을 두는 것은 아니잖아요.

그중에 꼭 가고 싶은 곳을 계획하는데 팔각채가 그 중 한 곳이었습니다.

그러기에 롱성에서 편한 길을 따라 계림으로 내려가기를 포기하고 위험하고 교통편마저 하루 두 편밖에 다니지 않는

차를 타고 쯔위엔으로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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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하늘은 우리 부부를 올라가지 말았으면 하네요.

세상을 살다 보면 우리가 고생하며 노력해도 되지 않는 일이 있게 마련이잖아요.

그래서 우리도 삔관에 붙어 있는 팔각채의 사진이나 찍고 돌아서렵니다.

쯔위엔의 모든 삔관에는 이런 팔각채의 대형사진이 약속이나 한 듯 벽면을 모두 채워놓았습니다.

팔각채가 쯔위엔의 삔관을 먹여 살리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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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의 등을 닮았다는 용척...

어제도 그제도 용이었습니다.

중국을 다니다 보니 맨날 용의 등어리만 타고 노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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