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안의 칠성반월(七星伴月), 땀이 만든 황금의 다랑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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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의 칠성반월(七星伴月), 땀이 만든 황금의 다랑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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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글이 아마도 이번 여행에 99번째 이야기일 듯합니다.

무슨 대하소설도 아니고, 전문 여행작가도 아니고 내용도 없는 이야기를 너무 오래 썼나 봅니다.

그러나 아직도 남은 이야기가 조금 있습니다.

 

재미도 없고 실증이 나시겠지만, 이제 우리 부부의 여행도 거의 막바지를 향해 가는 듯합니다.

여기까지 달려온 힘의 바탕은 글을 읽어주시는 여러분의 격려입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여행길에도 함께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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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춴은 마을에서 숙소를 구하거나 아니면 바로 올라가도 됩니다.

많은 사람이 핑안춴을 구경 와 칠성반월이라는 관경대를 올라 바라보고 인증사진 한 장 찍고 내려갑니다. 

우리 부부는 우선 숙소를 정하고 마을 뒤로 난 외길을 따라 올라가면 그곳이 2호 뷰 포인트인 칠성반월(七星伴月)입니다.

 

그곳으로 올라가는 길목에 많은 관경대가 있습니다.

모두 자기가 잘났다고 최고라 하지만, 끝까지 올라가면 더 잘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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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올라갈까요?

모든 길은 돌로 포장한 석판로이기 때문에 기분 좋게 걷기만 하면 됩니다.

그냥 콧노래라도 부르며 올라가면 더 기분이 납니다.  

 

마을 위로 난 길을 올려다보면 바로 나무로 만든 데크가 보입니다.

그곳은 모두 자기가 핑안춴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이라 자랑하는 곳입니다.

그러나 제일 위를 보신면, 깃대가 보이는 그곳이 관경대로는 가장 높은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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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그림이 나오지요?

참 묘하게도 생겼습니다.

현재 이 핑안춴은 쫭족의 마을입니다.

190여가구에 800여 명의 주민이 살고 있답니다.

 

다랑논의 해발고도가 최저점이 380m에서 최고점 1180m이며 그 수직낙차가 800m 라고 하네요.

논의 모양은 체인처럼도 생겼고 벨트모양도 하고 있습니다.

봉우리 정상부근에는 달팽이처럼 생기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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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촌의 논은 모두 엄청나게 많은 15.862개로 이루어졌으나 모두 크기도 다르고 모양도 다릅니다.

가장 큰 논은 0.62 제곱 미터이고 가장 작은 논은 겨우 3포기의 벼만 심을 수 있는 크기라 하네요.

이제 경치를 감상하는 데크에 가까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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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안촌에 관광객이 많이 모이는 이유는 자동차로 산을 올라와 잠시 걸어 오르면,

바로 칠성반월이라는 문표에 인쇄된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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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아래에 있는 관경대에서 내려다본 모습입니다.

세상은 불공평합니다.

많은 사람이 땀을 흘리고 고생하며 수백 년 동안 쌓아 올린 이런 모습을 바라보고 아름답다고 하잖아요.

세계적으로 아름답다고 하는 유적을 보면, 그런 유적을 만들기 위해 적어도 수백 년을 피를 흘리고 땀을 흘리고

마지막에는 목숨마저 바쳐가며 만든 유적일수록 더 아름답습니다.

세계적으로 이름난 불가사의라고 한 유적을 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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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올라가겠습니다.

조상의 땀으로 먹고사는 우리들...

꼭대기에 올라와 보니 아주 게으른 후손입니다.

아직도 개간할 땅이 남아 있음에도 후손은 더는 개간하지 않고 조상의 은덕으로 만들어진 논에서만 농사짓습니다.

게다가 다랑논을 만든 조상은 덕도 보지 못한 입장료까지 후손이 챙기니...

아닌가요? 관리들이 챙기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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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잘 보입니다.

인간과 자연의 동거

누가 누구를 데리고 삽니까?

바로 이런 곳에 논을 만들어 함께 동거하는 일입니다.

자연에 도전도 아니고 투쟁도 아닌 달래가며 살아가는 동거입니다.

하늘 위를 걸어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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쫭족의 묘지가 보이고 누가 향을 피워놓았습니다.

아닌가요? 누가 군불이라도 때나요?

혹시 할머니의 남편이 생전에 추위를 많이 타시기라도 했나요?

이곳은 산 자와 죽은 자도 동거하는 곳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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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일 아름다운 관경대라고 자랑하는군요.

보는 사람에게는 아름다운 곳입니다.

평온한 바다는 결코 유능한 뱃사람을 만들지 못한다 했습니다.

이런 곳에 논을 만든 사람이야말로 진정 농사를 사랑하는 타고난 농사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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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지표 저 아래에서 끓어오른 용암이 자신의 한을 미처 다 풀지 못하고

마지막 한을 이곳에다 쏟아버린 듯합니다.

세상의 모습은 정말 다양합니다.

이러한 한이 여기에다가 아름다운 모습을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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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습은 부지런함과 고난의 상징입니다.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모습을 그대로 살려가며 함께 하는 모습입니다.

이곳은 자연을 사랑하지 못하면 이런 논을 만들지 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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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요?

능선 아래에 꿈틀거리는 용의 용틀임이 느껴지시나요?

용을 토닥거리고 용의 허리에 벼를 심었습니다.

그 벼는 농사꾼의 발자국소리를 듣고 자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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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그리운 것이 사랑뿐이겠습니까?

사람은 사람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사랑하며 살아갑니다.

자연과 하나가 되는 삶...

그런 삶을 존경받고 축복받아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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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는 일이 힘이 드세요?

우선은 새벽시장을 찾아가세요.

사람 냄새 물씬 나며 의욕 또한 솟구칠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곳에 와 보세요. 

 이곳은 자연을 오랜 세월 달래가며 때로는 도전하며 

살아온 소수민족의 땀방울이 떨어져 알알이 골짜기마다 박혀 있는 삶의 현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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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호 관경점에서 내려다 보이는 모습이 칠성반월(七星伴月:Seven stars with moon)이라고 부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소라처럼 생긴 일곱 개의 동그란 봉우리 주변을 둘러싸고 있는 아랫부분이 물을 대는 시기에 물이 반사되어 

그 위에 마치 소라처럼 생긴 7개의 봉우리가 별처럼 빛나기 때문에 붙인 이름입니다.

논에 물을 댄 시기에 바라보면 환상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라네요.

정말 이름 하나는 기가 막히게 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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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계절을 선택하지 못했지만, 그곳 사진 포스터에 있던 사진을 찍어 아쉬움을 달래보렵니다.

어때요?

달을 짝사랑한 별처럼 보이시나요?

 

달을 사랑했던 별이 하늘을 오르려다 여기에 잠들었습니다.

별을 기다리던 달이 기다리다 지쳐 이곳으로 내려 앉았습니다.

달과 별이 서로를 흠모하여 이렇게 부둥켜 안고 이곳에 숨어지냅니다. 

이곳 쫭족의 사람은 달과 별을 이렇게 다랑논에다 가두어 두었습니다.

그 이름이 칠성반월(七星伴月)이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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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철에 용은 黃龍으로 옷을 갈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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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안개라도 자욱해지면, 마치 동화속의 풍경으로 변신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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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오면 이곳도 하얀 눈이 내립니다.

그러면 용도 하얀 오리털 이불을 덮고 동면에 들어갑니다.(이때 용도 솜털과 깃털의 배합비율을 꼭 확인합니다.)

감기조심하며 봄을 기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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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수 아찌~ 어딜 가셔~

다랑논 확인하러 가셔?

그런데 이렇게 많은 논 중에 자기 논을 정확히 기억할까요?

당연히 하겠지요.

 

혹시 덜수아찌처럼 논을 갈고 물을 대고 모내기를 하고 여름 내내 오르내리며 김을 매고 추수할 때쯤 되어 

문득 덜수 아찌가 "그게 우리 논이 아닌가벼~"라며 만득이네 논이라고...

설마 그런 덜수같은 아찌는 없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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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오늘처럼 물이 없는 시기에는 하늘에서 다람쥐가 먹다버린 도토리 껍질처럼 보입니다.

2호 관경점을 보고 뒤로 난 산길을 따라 1호 관경점으로 갑니다.

길은 좁은 오솔길이라 무척 기분 좋게 걸을 수 있습니다.

오솔길은 거의 평지를 걷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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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겠습니까?

힘들이지 않고 떠나는 배낭여행이 어디 또 있겠습니까?

별이 반짝이는 것은 어두운 밤이 있기 때문에 반짝이는 것이고

여행이 아름다운 것은 힘든 여정을 직접 걸어가며 그들과 함께 호흡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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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살아가며 힘든 세월을 겪지 않고 편안하게 살아가는 방법이 어디 있겠습니까?

이 골짜기를 수를 놓듯 한 땀 한 땀 정성 들여 짜내려 간 모습이 바로 박해받고 쫒겨 다니다 이곳 골짜기로 숨어든

소수민족의 다랑논이 아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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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랑논의 모습이 오랫동안 입은 여인네 낡은 메리야스 앞가슴처럼 축 늘어진 모습입니다.

그 서방의 어깨처럼 축 처져버렸습니다.

겨우 한 줄밖에는 모를 심을 수밖에 없지만,

가족을 생각하며 아픈 허리 간간이 펴며 하늘 한 번 쳐다보고 땀 한 번 훔치며 모를 내고 추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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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배기 한 잔에 절로 신바람이 나고,

자식놈 배불리 먹일 생각에 절로 흥이 나 콧노래도 흥얼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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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거북이 등짝처럼 주름진 마누라 얼굴에 찍어 바를 동동구루무 한 통 사서

넌지시 건넬 생각에 미소마저 감돕니다.

지금까지 내게 시집와 변변히 해준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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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곱던 얼굴에 이제 주름마저 생기기 시작한 마누라의 얼굴을 보면 정말 가슴이 미어집니다.

지난밤 호롱불 앞에 함께 저녁을 먹으며 힐끗 건너다본 마누라의 얼굴이 눈앞에 아른거립니다.

오늘 밤에는 동동구루무를 건네며 손이라도 잡아보고 안아주며 등이라도 토닥거려야 겠습니다.

 

덜수는 이런 생각에 가슴마저 두근거립니다.

동동구루무는 부부간의 사랑입니다.

시린 가슴을 따뜻하게 덮혀주는 사랑의 묘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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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에는 큰 딸년 시집 보낼 때, 

솥단지 하나 더 해 보낼 생각에 입가에 잔잔한 미소가 피어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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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수는 그런 마음에 힘든 일도 마다치 않고,

일 년 내내 산을 오르내리며 다랑논을 일궜고 그곳에 씨를 뿌려 농사지었습니다.

 

그놈의 산다는 게 뭔지...

왜 살아야 하는지 알 필요조차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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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살아가는 겁니다.

누구에게 물어볼 곳도 없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모두 그렇게 살아가니까요.

아니... 세상이 모두 그렇게 살아가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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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가야 할 구룡오호라는 1호 뷰 포인트가 저기 건너편 언덕 위에 조그마하게 보이네요.

이 길을 걸어가는 우리 부부도 그냥 걸어가는 겁니다.

누구에게 물어볼 필요도 없습니다.

이 마을에서는 누구나 걸어 다니니까요.

 

힘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은 사랑의 힘입니다.

이런 다랑논을 부부가 동행하는 힘도 사랑의 힘입니다.

세상은 사랑으로 가득합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혹시 이 꼭대기까지 길을 만들어 관람차를 운행하겠다는 계획을 하지는 않겠지요?

아니면 애드벌룬을 띄워 구경시킨다든가...

중국이라는 나라는 알 수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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