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비밀 하나 정도는 지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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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비밀 하나 정도는 지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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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들과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으며 다랑논을 걸어 내려옵니다.

서로가 상상도 하지 못했던 일이 다랑논을 내려다보는 정상에서 일어났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우리가 예기하지 못했던 일이 어느 날 갑자기 생기게 됩니다.

아마도 전생에 서로의 깊은 연을 맺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그러기에 사는 동안 서로의 인연을 소중하게 여기고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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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오족 여인이 다랑논 가운데 서서 하염없이 아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무슨 생각을 저리 하실까요?

넋이 나간 여인 같습니다.

마치 조각상을 세워 놓은 듯 전혀 미동도 하지 않고 있기에 佳人도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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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서서 생각해 봅니다.

佳人은 저 여인의 생각을 알 것도 같습니다.

저 나이 여인의 마음을....

처녀시절 옆집에 살던 만득이가 대처로 나가 함께 살자고 했을 때 왜 따라나서지 못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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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몰차게 거절하자 그때 만득이는 꺼이꺼이 울면서 결국은 건넛마을에 살던 순이와 혼례를 치렀고

그때 꾸이린에 나가 장사를 해 큰돈을 벌어 지금은 한국산 휴대전화 대리점을 열어 돈을 많이 벌고 해피하다고 하는데...

 

순이는 손에 설거지 물 대신 수영장 물만 묻히고 이년은 매일 손에 호미 자루만 들고 산을 오르내리며 땀을 흘리지만,

순이는 뱃살 뺀다고 헬쓰클럽에 나가 런닝머신 뛴다고 땀 흘리고...

이년은 논에 올라가 잡초만 캐는데 순이는 골프채만 휘두르며 잔디밭만 밟고 살아간다고 하던데...

누구는 호마자루 휘두르다 어깨, 허리, 팔 다리 아프지만, 누구는 스윙하다 뒷땅 찍어 팔꿈치 엘보왔다고...

 

팔자 사나운 이년은 내년에도 꽃피는 봄이 오면 또 매일 이리로 헉헉거리며 오르내리면서 손에 흙이나 묻히고 땀을 흘리고

눈물을 쏟으며 농사지어야 하는 팔자이지만, 만득이 만나 시집간 순이는 꽃 피는 봄에 한국 제주도로 유채꽃 투어 간다고라고?

그런가요? 야오족 아줌마! 오빠 말이 맞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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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여~ 정말 아니랑께~ 작년까지는 그런 생각 했지만, 하늘에 맹세하건대 지금은 절대로 그런 생각 하지 않아~

부모 복 없는 년이 서방 복을 바라겠어? 울 서방 덜수가 알면 난 혼 난당게~"

강한 부정은 긍정이라 했습니까?

"괜찮아요~ 佳人에게 아무 말도 하지 마세요. 佳人 오빠는 중국말을 몰라 덜수씨 만나도 말 못해요."

세상을 돌아다니다 보면 이렇게 혼자만의 생각으로 그녀의 제스처를 보며 상상하고 다닐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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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그렇다고 멀쩡하게 혼자 잘 놀고 있는 말에게 화풀이 하지는 마슈~

왜 가만히 잘 놀고 있는 말 고삐는 잡아 흔들어요~

"아 글씨 이놈의 말이 말을 더럽게 듣지 않아요. 꼭 지 주인 덜수 닮아가지고 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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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예요?

아줌마는 심심하면 여기 올라와 우두커니 아래를 바라보며 옛날 일을 생각하다 갑자기 다가와 짜증부리며 말고삐를 흔들어요~

말도 중국말을 모르잖아요.

말고삐가 무슨 스트레스 푸는 물건인가요? 나 원 참 !!!

오늘도 마미는 우울한가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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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까 올라올 때 마미와 함께 올라온 아이를 또 만납니다.

아해야~

오빠 내려간다.

너도 벌써 이곳을 오르내리며 사람은 다랑논에다 벼를 심고 추수하며 사는 일이 운명이라 생각하려니?

 

그래도 아빠에게 마미가 가끔 이곳에 올라 만득이 아저씨를 그리며 먼 산만 바라보곤 한다고 일러주지는 마라.

너의 아빠 덜수는 작은 일에도 쉽게 또 삐져버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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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야~

마미도 남모르는 비밀 하나 정도는 가슴에 품고 살아갈 작은 행복은 지녀야 하지 않겠니?

그리고 그런 고운 꿈을 지닌 마미를 비난해서도 안 된단다.

세상 누구나 그 정도의 비밀 하나 정도는 모두 지니고 살아간단다.

 

아해야~

숨어 우는 바람이 더 매섭고 그 소리가 멀리까지 들린단다.

더군다나 같은 여자로 네가 마미를 이해하지 못한다면, 마미가 얼마나 마음 아프겠니?

길가에 아무렇게나 핀 들꽃도 말은 하지 않지만, 언제나 하늘을 바라보며 비를 그리는 비밀을 지니고 산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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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해야~

너도 오빠 다시는 찾지 마라.

절대로 오빠 그리워해서도 안 된단다.

오빠는 여기를 다시 찾아올 수 없단다.

 

아해야~

만약 네가 오빠를 그리워한다면, 너도 마미처럼 남모르는 비밀 하나를 가슴에 꼭꼭 숨기고 가끔 이곳에 올라

오빠를 그리며 평생을 살아가야 한단다.

마미와 함께 이곳에 모녀가 올라 옛일을 그리며 먼 산만 바라보면 동네 사람이 뭐라 하겠니?

 

그 집터가 그렇다느니... 모전여전이라고 수군거리지 않겠니?

정상에서 산 아래를 내려다보는 너희 모녀의 모습이 금불정의 전설로 남아서야 하겠니?

틀림없이 다랑논 관리사무소에서 모녀석상을 만들어 이곳에 세우고 "사랑을 그리는 모녀"라고 할 게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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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佳人마저도 말 못할 비밀 하나는 지니고 있다는 말인가요?

아닙니다. 아래를 내려다보지 않고 하늘을 쳐다보잖아요~

佳人은 과거보다 미래를 생각하며 살아간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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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야오족이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바로 머리카락입니다.

태어나 한 번, 시집갈 때 한 번, 그리고 죽을 때 머리카락을 자른다고 합니다.

그러다 보니 평생동안 머리카락을 기르다 보니 이런 기괴한 모습을 하게 되고 요즈음은 이런 모습조차 관광상품이 되었습니다.

위의 사진은 포스터의 사진을 찍은 모습입니다.

헤어 쇼인가요?

달 밝은 밤에 저런다면 식겁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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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이오면 이렇게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여 잔치도 한답니다.

봄을 맞이하는 잔치입니다.

위의 사진도 롱성터미널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식당에 붙어 있는 포스터 사진을 찍자

식당 여주인이 佳人에 보관하고 있던 포스터를 아예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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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제가 얻어온 이 포스터입니다.

20만 위안의 상금이 걸린 촬영대회가 佳人이 갔던 달까지 응모 가능했던 모양입니다.

만약, 佳人이 멋진 사진을 찍어 20만 위안의 상금을 타면 아주머니에게 반을 주겠다고 약속하고 웃었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전혀 도움되지 못해 부도수표를 발행하고 말았습니다.

이곳의 구경을 마치고 다시 롱성 터미널에 들려 밥을 먹으며 비가 오고 안개 때문에 좋은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하니

웃으며 괜찮다고 하더군요.

기대하지도 않았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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佳人이 싫어하는 일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올라가는 일입니다.

그 이유는 다시 내려와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것보다 더 싫어하는 일이 있습니다.

내려가는 일입니다.

그 이유는 다시 올라간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는데 내려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사람이 참 바보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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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분명히 숙소로 다시 내려와야 하는데 산에 올라가야 합니다.

아니라고요?

佳人이 바보라고요?

저요? 늘 이렇게 바보처럼 한세상 살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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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처절하게 아름다운 곳을 찾아왔습니다.

정말 징그럽도록 아름다운 곳입니다.

삶...

그랬습니다.

정말 징그러웠습니다.

이렇게 몇 포기 심지도 못하는 손바닥만한 논을 일구며 살아가는 용척 마을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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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함께 하는 모습도 아름답습니다.

어울려 살아가는 모습은 더욱 아름답습니다.

그러나 그 안에 살아가는 사람의 눈물과 슬픔을 우리는 알 길이 없습니다.

 

구경 오는 우리에게 아마도 속으로

"너희가 우리의 아픔을 아느냐!"라고 외치는 듯합니다.

그래서 佳人도 속으로 소리칩니다.

"그게 왜 당신의 아픔이냐! 당신이 만든 것이 아니고 조상의 은공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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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이렇게 정말 위대합니다.

자연을 극복하고 한 톨의 식량이라도 더 수확하기 위해 산을 깎아 논밭은 만들고

그리고 그 위까지 대나무 수로를 만들어 물을 끌어 올리고...

 

여기에 서면 누구나 아무 할 말이 없습니다.

그냥 우두커니 서서 바라 보는 게 전부입니다.

이 모습은 예술작품이라고 해도 누가 시비 걸 사람이 없습니다.

자연이라는 캔버스 위에 인간이 대대로 조각하고 칠을 하며 만든 예술작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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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

너무 걱정하지 마슈~

佳人이 아이에게 단단히 일러두었수.

덜수에게 일러주지 말라고...

 

그런 비밀 하나는 누구나 안고 살아가는 게 아니겠수?

그런 비밀조차도 없이 살아간다면 그 또한 퍽퍽한 삶이 아니겠수?

그리고 아이도 같은 여자로 엄니의 마음을 이해하지 않겠수?

사람은 누구나 마음속에 촛불 하나 켜 놓고 꺼질세라 보살피고 싶은 마음은 지니고 산다오,

그러니 잊어버리슈~ 순이 자리는 원래 아줌마 자리가 아니었다 생각하슈~

그리고 진정한 행복이란 가족이 알콩달콩 함께 즐겁게 살아가는게 아니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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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함께 내려온 한국 젊은이들과 헤어집니다.

그 일행은 가이드를 동행하고 여행 중이라 아마도 다짜이 마을이 아닌 곳에 숙소를 미리 정하고 움직였던 모양입니다.

서로가 아쉬워 상대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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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바라만 보아도 좋습니다.

논두렁 사이를 걸어도 좋습니다.

잠시 앉아서 바라만 보아도 좋습니다.

밀짚모자를 얼굴에 가리고 누워 있으면 더 좋겠습니다.

이곳에 사는 야오족에는 이곳이 산이 아닙니다.

단지 삶의 터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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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지친 사람에게 시장을 가보라는 말이 있습니다.

그곳은 활력이 넘치고 생기가 살아 있는 곳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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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s
佳人1 2011.07.23 09:15  
글이 중간에 잘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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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nhk2375/7163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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