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이 끝난 후 고루 앞의 공연장은 갑자기 썰렁해집니다.
출연자도 관객도 갑자기 무슨 할 일이 생각난 듯 뿔뿔이 흩어집니다.
우리 부부도 다시 마을 산책을 나섭니다.
작은 마을에 따로 할 일이 뭐가 있겠습니까?
그렇다고 숙소에 들어갈수야 없지 않겠습니까?
골목길이나 갈림길에는 이렇게 이정표가 있습니다.
우리 같은 여행객에게는 아주 유용한 나침반이 되지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에도 이런 이정표가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알아서는 안 되는 미래를 미리 알려고 하는 우리들...
현명해서일까요? 아니면 우둔해서일까요.
아직 마을은 추수를 끝내지 않았나 봅니다.
공연을 보았던 관객의 대부분은 풍우교를 지나 마을을 떠납니다.
이곳에 숙박하는 관광객은 많지 않습니다.
아마 이 사진에 생소하신 분도 계실 겁니다.
바로 우리가 어렸을 때 배운 문익점 선생이 붓뚜껍에 씨앗을 몰래 숨겨왔다고 하는 목화랍니다.
눈송이보다 탐스럽고 아름답습니다.
이런 사유로 우리 민족에게는 겨울을 따뜻하게 지낼 수 있는 솜이불이 생겼으며 cotton이라고 하는 천연옷감으로 말미암아
겨울에도 삼베옷으로 지내던 우리 선조가 겨울을 행복하게 지날 수 있게 되었답니다.
마안짜이라는 마을의 밭에는 수확하고 남은 목화송이가 아직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마을에는 목화농사를 여태 짓나 봅니다.
아직 추수를 끝내지 않은 논에는 벼가 익어 일렁이고 그 건너로는 조각루라고 하는 3층 형태의 집이 보입니다.
그런데 집의 규모가 상상외로 큽니다.
우리 민족이 살아왔던 좁은 평수와는 다르게 집을 크게 짓습니다.
5개의 보탑이 웅장한 청양 영제교.
동족은 건축술에 대단한 재능이 있는 게 틀림없습니다.
고루와 풍우교를 만드는 것을 보면...
보탑의 모양 중 한가운데 보탑은 나머지 탑과 다른 모습입니다.
그렇습니다.
바로 고루의 모습을 탑의 정상부에다 만들었습니다.
이 다리는 1962년 중국 우표로도 발행되었다고 하네요.
3개의 교각으로 양쪽 끝 부분에 축대를 쌓아 만든 청양 풍우교는 아름다움에서도 최고입니다.
여행을 하는 중이라도 내 마음이 즐거우면 세상이 모두 아름답습니다.
마을 건너 산 정상에는 누각을 만들어 전망대를 꾸며놓았습니다.
저곳을 올라가면, 마안짜이가 한눈에 들어올 겁니다.
감나무의 감이 우리 시골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더 정감이 가고 친근한 느낌을 받나 봅니다.
저녁에 다시 마을로 나와봅니다.
마을은 무척 어둡습니다.
게다가 갑자기 소나기까지 내립니다.
그래도 나온 김에 풍우교까지 와 밤의 풍우교를 바라봅니다.
청양 풍우교는 다른 곳 과는 다르게 조명을 건물에 직접 부착하지 않고 풍우교 밖에서 비추는
간접조명 방식을 택하였습니다.
이게 전기누전이나 다른 화재요인을 줄이는 방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어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만 아름답겠습니까?
밤에 바라보는 청양 영제교도 아름답습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은 환상이 아닙니다.
우리가 떠나는 여행길도 역시 환상이 아닙니다.
즐거움과 힘듦도 행복과 불행도 모두 사는 도중에 느끼듯이
여행길에서도 늘 함께합니다.
누구를 미워한다는 것은 그를 사랑하기 때문이 아닐까요?
여행지가 싫고 힘들다고 하는 것은 내가 그곳을 좋아하기 때문일 겁니다.
그러나 사실 나중에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여행지는 역설적으로
오히려 제일 힘들었던 곳이 대부분이잖아요.
이렇게 여행이란 느낌으로 보상받을 수 있습니다.
마음을 즐겁게 하고 기쁜 마음으로 다니다 보면 좀 더 우리 여행도 즐거워지지 않겠어요?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길에서도 마음 한 번 바꾸면 좀 더 윤택한 삶이 될 것 같습니다.
여행 중에도 맛난 음식만 찾고 편안하고 아름다운 것만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우리가 느끼는 세상의 모든 것은 다 상대적입니다.
그들이 평소 먹는 음식에 잠자리가 오히려 편할 수 있습니다.
털털거리며 달리는 버스를 함께 타고 가다 보면 택시보다 더 가까이 그들에게 다가설 수 있습니다.
그 이유는 꾸미지 않은 그들의 삶 그대로를 함께하며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에 가장 지루한 일이 같은 일이 반복되는 일입니다.
늘 행복만 하다고 행복을 느낄 수 있을까요?
매일 화창한 날만 계속된다면 이 세상은 사막으로 변해있을 겁니다.
여행이란 아름다운 곳도 있고 무미건조한 곳도 있습니다.
여행은 환상으로 떠났지만 결국은 현실로 돌아오더군요.
바로 우리가 늘 느끼는 일상이 우리의 행복이고 즐거움이고 아름다움입니다.
때로는 느리게 조금은 고통스럽게 살아가는 방법을 배워야 하겠습니다.
그래야 일상속에서도 아름답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겠어요.
너무 완벽하게 여행하려고 할 필요도 없습니다.
더러는 적당히 또 얼렁뚱땅 돌아보는 방법도 배워야 하겠어요.
모자라고 부족한 부분은 다시 찾아가기 위해 남겨두어야 합니다.
어떤 경우는 그들과 타협하는 방법도 배워야 합니다.
그 이유는 바로 여행하는 일 자체가 현실이니까요.
아름다운 삶이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찾아야 한다는군요.
아름다운 여행이란
마찬가지로 그곳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 속에서 즐거움과 행복을 느껴야 하지 않을까요?
세상에 물 좋고 정자 좋은 곳은 없나 봅니다.
그 이유는 여행이나 삶은 현실이고
그 여행과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니까요.
이제 우리 부부도 조용하고 산책하기 좋은 마안짜이를 떠나 다랑논으로 이름난 롱성으로 가보렵니다.
하루 더 머무르고 싶지만, 여행 초반에 너무 예정에 없던 곳을 들려 이제 남은 시간이 빠듯해졌습니다.
글쓴이 : 佳人
오늘의 佳人 생각
여행을 준비하며 시간이 있으면, 돈이 없고...
돈이 있으면, 시간이 없고...
시간이 있고 돈이 있으면, 동행이 없고...
동행이 있으면, 서로 시간이 맞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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