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족 고왕(侗族鼓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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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 고왕(侗族鼓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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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이 사는 마을엔 어김없이 고루가 있습니다.

고루가 동족이고 동족이 고루입니다.

고루란 말 그대로 북을 보관하는 누각을 말합니다.

그런데 위의 사진에 보이는 북은 고루 위에 올라가 있지 않고 마안짜이에서 핑짜이(平寨)로 가는 풍우교 끝에 보관된

동족고왕(侗族鼓王)이라고 이름 지어진 대형 북입니다.

 

아마도 동족이 만든 북 중에 제일 큰 북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어때요? 북에다 두 마리의 용문양을 그려 구름 사이를 날아다니게 했습니다.

저러다 만약, 북이 날아가기라도 하면 어쩌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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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3시 30분에 마을 고루 앞에 있는 마당에서 동족의 공연이 있다 합니다.

숙소에 무거운 배낭을 내려놓고 마을을 산책하다 시간을 맞추어 공연장으로 갑니다.

완장찬 사람이 문표를 보자고 하네요.

마을을 돌아다닐 때 문표는 꼭 지니고 다녀야 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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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동족의 마을에는 고루 옆에 연못을 꼭 만든다고 하네요.

사실 목조건물이라 화재예방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연못이 있어 나무가 건조해져 고루가 틀어지는 것도 예방한다 합니다.

정말 지혜로운 방법입니다.

그런데 마안짜이에는 연못이 없습니다.

워낙 풍우교가 대단하기에 용서하기로 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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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풍습에 결혼해도 아이를 낳기 전에는 함께 살 수 없고 친정집에서 기거하다가

명절이나 기념일에만 남편의 집에 다녀온다고 합니다.

그러다 아이를 생기면 비로소 부부가 한집에 산다네요.

 

정말 왜 이러십니까?

깨가 쏟아지는 꼴을 못 보겠다는 고약한 심산이 아닙니까?

그러다 보니 남자의 힘이 강하고 재산의 상속은 남자에게만 이루어지고 상대적으로 여자의 지위가 낮았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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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루성입니다.

악기 크다고 연주 잘하는 것이 절대 아니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시지앙에서의 루성 독주는 정말 의미를 몰라도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습니다.

그러니 시지앙은 악기 소리였고 이곳은 대나무 소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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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역사는 진(秦)나라로 거슬러 올라가 당시에 백월(百越)이라 불리면서 하나의 민족으로 자리 잡았다고 합니다.

그 후 명, 청시기에는 이들 거주지가 주로 깊은 산 속에 산다고 山+同을 써 동(峒)족이라 했으나

중화인민공화국 때부터 人+同을 쓰는 동(侗)족으로 개칭되었다 하네요.

 

그러나 중국에서 동(侗)의 의미는 '무지하고 미련하다.'라는 의미라는군요.

그래서 동족은 예전 이름인 동(峒)을 그대로 사용하기를 원한다 합니다.

그들 사이에도 아직 마음의 만리장성을 걷어내지 못하고 살아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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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는 삼나무로 아이를 낳으면 집을 지어주기 위해 삼나무를 심는다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딸아이를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어 장롱이라도 해주려는 마음과 일맥상통합니다.

그러니 동족은 "벽오동 심은 뜻은~"이 아니고 "삼나무 심은 뜻은 봉황을 보잤더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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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30분 남짓 계속됩니다.

출연인원도 시지앙처럼 많지 않습니다.

비도 오지 않는데 우산은 왜 들고 나왔는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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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짜이는, 풍우교는 웅장하고 정말 볼만하지만 고루는 풍우교에 비하여 격이 떨어집니다.

물론 고루가 앉아 있는 자리가 언덕 위에 있기에 언덕높이로 말미암아 높을 필요는 없다 하더라도 佳人 눈에도

일하기 싫은 목수에게 고루 하나 만들라고 하니 흉내만 낸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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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안짜이 마을은 낮에 공연합니다.

관광객이 많은 시기에는 야간공연까지 있지만, 우리 부부가 방문한 시기에는 낮 공연만 1회...

 

시지앙의 먀오족 공연을 보았기에 동족의 공연은 어떨까 기대를 많이 했지만, 판단은 여러분 몫입니다.

佳人이 시지앙의 먀오족 공연을 학예회 수준이라고 했지만, 이곳 공연을 보고 난 후에는 먀오족에게 정중히 사과드립니다.

이곳 공연이야말로 그냥 동네 아줌마 아저씨가 출연하여 순수하고 꾸밈없이 즐기는 모습입니다.

그러나 보시는 분에 따라 이게 순수예술이고 그들의 살아있는 동네놀이라 하실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출연자 모두는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마음의 웃음을 띄고 노래하고 춤을 춥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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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루 앞으로는 마당이 있어 마을 공연이 이곳에서 벌어지는 곳이기도 합니다.

공연은 매일 하루 한차례 이상 벌이나 시즌이 아닐 때는 하루에 낮 공연 한 번으로 끝내는가 봅니다.

그렇다고 입장료를 깎아준다거나 하는 일은 결단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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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내용도 먀오족과 대동소이합니다.

루성이라는 악기를 부는데 그리 신통치 않습니다.

술은 중간에 꼭 먹이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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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은 술에 한이 맺힌 민족입니까?

술잔을 들고 추는 춤을 보여주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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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권의 발생지가 동족마을입니까?

이번에는 잔이 모자라 항아리째 들고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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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은 그들이 입는 옷을 리앙부(양포:亮布)라고 부릅니다.

양(亮)이란 말은 빛난다, 또는 밝다라는 의미잖아요.

그런데 옷감을 만드는 것을 자오싱에서 보았듯이 자연에서 채취한 염료성분의 잎을 우려내어 그 안에 옷감을 담가뒀다가

그 옷감을 건조하고 다시 물에다 빨고를 여러 번 반복합니다.

이 과정이 한 달에서 두 달이나 걸립니다.

이렇게 두드리면 반질거려 빛이 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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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과정을 거치면 옷감은 흰색에서 점차 푸른색으로 변하고 마지막으로는 짙은 청색으로 변합니다.

이렇게 만든 옷감을 우리의 다듬잇돌 같은 곳에 올려놓고 나무 방망이로 두드리면 옷감은 부드럽게 변하고 질겨집니다.

술을 잔으로 권하다가 이제는 항아리째 권합니다.

역시 술에 한이 많은 민족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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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풍습 중 비파 송(Pipa song)이라고 하는 행가좌야(行歌坐夜)가 있습니다.

해질 무렵 젊은 처자는 가족이 함께하는 집안에 앉아 연인을 기다립니다.

저녁 식사 후 한 무리의 젊은 남자가 비파라는 악기를 들고 여자의 집을 방문하고 모두 둥그렇게 거실에 둘러앉아 어른들의

감시 아래 사랑의 노래도 부르고 대화도 합니다.

이런 게 동족 특유의 구혼행위입니다.

 

그러니 혹시 자기들끼리 연애질하는 행위는 원천 봉쇄했지만, 사랑이란 게 어찌 어른들 생각대로만 됩니까?

그러면 세상에 춘향전도 없고 로미오와 줄리엣은 물론 중국이 자랑하는 양축이라는 양산백과 축영대의 사랑이야기는

세상에 태어나지 못합니다.

사랑은 부모의 감시아래 시작하는 게 아니고 자가발전이고 셀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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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잔치 모습에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것은 긴 식탁입니다.

이 식탁에서의 잔치 모습을 백가연(百家宴)이라고 부릅니다.

백가의 의미는 마을 사람 모두가 각자의 집에서 음식을 장만하여 모두 한곳에 모여 잔치를 베풀기에

잔치 모습을 백가연이라고 부릅니다.

그러나 이 모습은 동족만의 모습은 아니고

이 부근에 사는 먀오족이나 수이족 등 대부분 소수민족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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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음악 중 동족대가(侗族大歌)라고 부르는 게 있습니다.

Polyphonic song이라고 표현하는데 순수한 음성만으로 노래를 부릅니다.

어떤 악기도 사용하지 않고 순전히 사람의 목소리로만 노래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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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을 하늘의 소리라는 의미로 티엔라이지인(천뢰지음:天籁之音)이라고 한다는군요.

원래 공기 좋은 산골짜기에 살다 보면, 목청이 틔어 무척 맑고 높은음도 잘 내는 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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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막바지에 이르면 관객에게 술을 붓습니다.

오늘 관광객 여러분은 코가 삐뚤어지도록 마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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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이만 마십니까?

나이 든 사람에게도 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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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도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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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에게 동시에 부어주기도 하고...

그냥 부어라~ 마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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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에게도 부어줍니다.

옆에서 여자는 권주가를 부르고 남자는 루성연주를 하며 술을 권하는데 거절할 수 있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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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에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먹입니다.

여기에 출연하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예전에 다른 분의 여행기 속에 나온 사진의 얼굴과 비교해 보면,

거의 변함이 없다는 것을 아실 수 있습니다.

바로 마안짜이의 공연은 마을 사람이 직접 출연하는 순수한 공연이기 때문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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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술을 먹은 사람은 소정의 답례를 하게 됩니다.

마시고 나면 뒤이어 빈 쟁반을 들고 따라오니까요.

그 위에 성의 표시 하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내지 않아도 쫓아내지는 않지만, 그냥 모른 체 하기가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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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술 먹이는 일이 끝나면 마지막으로 관객과 출연자가 함께하는 합동 춤이 남았습니다.

기쁨주고 칭찬받는 일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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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족의 춤은 아주 단순합니다.

손에 손을 잡고 원을 그리고 함께 건들거리며 흔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입니다.

동족야무(侗族耶舞)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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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추수가 끝나고 고루 앞에 있는 마을 큰 마당에서 마을 사람 모두 모여 서로 손을 잡고 건들거리고 추면 됩니다.

이게 진화하여 지금은 마을 입장료를 받고 그것만 받으면 뻘쭘하기에 공연이라는 이름으로

고루 앞에서 건들거리며 춤을 춥니다.

그래도 그냥 돌려보내지 않고 이렇게 성의껏 공연하며 함께 즐기니 얼마나 기특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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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은 촌스러운 머리장식이지만, 나름대로 먀오족처럼 꾸몄습니다.

이곳의 공연은 시지앙의 먀오족 공연처럼 젊고 예쁜 처자가 아니고 동네 아저씨 아주머니 위주로 꾸민 순수한 모습입니다.

윈난의 리지앙의 쓰팡지에에서의 공연은 모두 할머니 위주인데 그래도 많이 젊긴 하잖아요.

어디 환장하게 예뻐야만 예술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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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공연이 끝나면 관객까지 모두 함께합니다.

술도 먹였기에 술김에 모두 나와 함께 합니다.

그런데 한 가운데 그만...

통 큰 닭 한 마리가 갑자기 갈 곳을 잃어버리고 방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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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놀이도 함께하며 즐깁니다.

주로 함께 즐기는 사람은 서양인이고 중국인을 포함한 동양인은 대부분 관객석에서 째려보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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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흥겨운 춤판이 끝나면 모두 돌아갑니다.

갑자기 고루 앞 공연장이 허전해져 버렸습니다.

우리 부부도 방황하게 됩니다.

 

글쓴이: 佳人

 

오늘의 佳人생각

佳人은 시지앙에서 먀오족의 공연을 보고 학예회 수준이라 비하했습니다.

오늘 이곳의 공연을 보고 진정 학예회다운 공연의 종결자가 누군지 알았기에 사과드립니다.

이곳은 정말 순수 아마추어로 동네 남녀가 모여 그냥 한 판 즐기는 수준입니다.

공연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곳에도 루성이라는 악기를 연주하지만, 佳人이 들어도 아마추어라고 느낌이 옵니다.

그러나 꾸밈없고 매일 하는 지루한 공연이지만, 진심으로 마음으로 웃어주며 즐거운 마음으로 연주하고 공연하였습니다.

 
4 Comments
세일러 2011.07.13 17:37  
태국을 거쳐 윈난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윈난성 정보를 찾다가 가인님의 여행기를 읽게 되었습니다.
읽다보니 두분 여행기에 흠뻑 빠지게 되네요.
존경합니다~

멋진 사진과 상세한 정보, 깊이 있는 아름다운 글과, 무엇보다 두분의 용기와 열정과 여유로움에 "존경"이라는 단어가 저절로 나옵니다.
워낙 방대한 여행기라서 윈난성밖에 아직 읽지 못했습니다만, 제가 여행 시작하기 전까지 가인님 여행기 여기 저기를 많이 참고하겠습니다.
저도 집사람과 동행하는데요, 아마도 저희들 체력이 가인님 부부 체력보다 훨씬 저질 체력일 것 같아요~ ㅎㅎ
佳人1 2011.07.14 08:34  
격려의 말씀... 감사합니다.
우리 부부도 체력은 약한편입니다.
걷는 것을 좋아애 많이 걷는 여행을 하는 편입니다.
걸으며 보고 느끼는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글을 남겨주셔서 감사합니다.
놀고먹자 2011.07.14 01:57  
정성이 하늘을 ..덮습니다...기행문 잘 읽고 있습니다.
佳人1 2011.07.14 08:34  
귀한 답글을 남겨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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