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엠립 마무리-3/3
태사랑은 내 동남아배낭여행 길잡이였다.
오랜시간 알고 있었고 최근에 다시 들어오게 된 곳이다.
정보가 필요한 사람들을 눈팅만 했었는데
모르는 곳에 가서 답답할 것 같다는 생각에 댓글을 쓰게 된 것은 최근이겠다.
여행기라니 낯간지럽지만 나중에 내가 다시 이 글을 보게 되면 기억을 더듬을 수 있을 것 같아서 굳이 써 본다.^^
시엠립에서는 3일만 여행을 했다.
이유는???
티켓이 3일이니까~
시엠립에 있는 동안 오토바이가 그렇게 타고 싶었다.
기어가 있는 것도 연습삼아 타봤는데 탈 만했었다.
그런데 내가 덩치에 비해 팔이 약해서 힘이 없으니 오토바이 중심을 잘 못 잡았다.
때문에 기어 오토바이는 포기!
작은 스쿠터를 빌리기로 하고 첫 날 관광하고 시내에 와서 스쿠터를 빌렸다.
귀여운 핑크 봉봉이로~~~~
12월이라도 낮에는 더운 시엠립의 날씨를 환경오염으로 인한 피해라고 한탄하며
둘째 날은 10시에 출발했다.
숙소 근처에 있는 아마존 커피숍에서 맛난 에스프레소 한 잔 거하게 뽑아서
오토바이에 끼우고 달리기 시작했다.
어제 애가 알려준 혹썹 도로로 달려서 한가롭게 달리는데 도로에 움푹한 것이 보였다.
으악~!!!!!!!!!!!!!!!!!!!!!!!!!!!!!!!!!!!!!!!!
이런 ^%&%^*#&
스쿠터에 걸어둔 커피가....밖으로 튕겨서 떨어졌다...
얼른 주웠지만 반은 사망...
더운 시엠립 관광에서 나를 달래줄 커피가 생사를 알 수 없다....
혹시 또 그럴까 싶어서 그냥 다 마셔 버렸다...
아마존 커피를 마셔본 사람은 알겠지만 컵이 무지 크다...
그걸 반이라도 다 마시니 배가 부르다....
다시 심기일전해서 달린다.
아직은 오전이라서 바람이 시원하다.
한국에서 면허증도 안 가져왔고 당연히 국제면허증도 없는데
운전이 되는지 안되는지 찾아보지도 않고 운전~미쳤구나...
그대로 버스도 없고 지하철도 없는 시엠립에서 발이 자유로우니 너무 좋다.
그랜드 투어라는 것을 했다.
앙코르와트를 지나 들어간 쁘라삿 끄라반은 오랜만에 온 느낌을 충분히 가질 수 있었다.
괜히 눈물이 핑 돌 정도로 맑고 조용하고 깨끗했다.
혼자 구석구석을 보며 가이드북을 보고 쉬었다.
다시 달려 간 곳은 스라스랑.
여긴 좀 실망...공사 중이어서 그런 것도 있는데 호객꾼들의 소란이 감상을 방해했다....
바로 앞에 있는 반떼이 끄데이에 주차를 하고 한참을 돌아다녔다.
옛날에 봤던 기억을 더듬으며 앉아서 가이드북을 정독했다.
우연히 거기서 일하고 있는 아는 사람을 봤다.
직업이 압살라 오소리티라고 해서 어떤 직업인지 잘 몰랐다.
사원에서 일한다고는 했었고 다른 사람이 무전기 들고 있는 걸 보고 경찰이라고 해서
내가 비리가 많다고 그러면 안된다고 잔소리를 한 사람이다.ㅎㅎ
나한테 면허증없으면서 오토바이 운전하면 반드시 잡을 거라던 사람이 여기에 있었다.
나 면허증없이 타고 왔는데...
알고 보니 유적지 경찰?감시원? 관리원?
문화재관리위원회 같은 곳의 직원이었다.
반가워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고 한국으로 돌아가게 되었음을 알렸다.
다음에 또 보게 되겠지...
한 곳에서 한 두시간을 보내고 시내에 들어와서 식사를 하니 벌써 문닫을 시간이다...
마칠 때가 되니 조급해진다...
스쿠터를 타고 드라이브를 하려고 유적지내로 들어가니 식당 아줌들께서 막는다.
나가야 된다고 해서 알았다 그러고 유적지를 한바퀴 크게 돌았다.
시간이 지나니 들어가지 못하게 하는 것 뿐만 아니라 지나가지도 못하게 막는 사람들이 있다.
아직 해가 떠 있는데 유적지 안에는 나무들 때문에 많이 어둡긴 하다.
유적지 북쪽으로 들어가니 조용하니 드라이브하기에 좋다.
의외로 시간이 많이 걸리는 드라이브였지만 시원하고 좋았다.
숙소에 들어오니 손이 빨갛고 간지럽다.
계속 달달달달...거리며 잡고 있었더니 손바닥을 박박 긁어도 간지러워서 물에 손을 담그니 좀 낫다.
이제 남은 하루를 쓸 수 있는 티켓을 들고 내일 일정을 짰다.
일정이랄 것도 없고 방향만 잡았다.
앙코르왓과 앙코르톰을 한 번 더 보고 그냥 빙빙 돌기로...
마지막날까지 악착같이 달리고 달렸다.
그동안 못봤던 경치들도 봤고 일년내내 덥던 시엠립에서 쌀쌀한 공기도 느낄 수 있었다.
갑자기 만든 일정이라서 늘 그렇듯이 계획도 없었지만 후회없이 본 것 같다.
다행히 안전운전을 했고 내가 박지도 부딪히지도 않았다.
하루종일 달렸는데도 기름값이 2천원 정도임에 감탄하며 스쿠터의 매력에 빠졌다...
가끔 내가 탔던 스쿠터를 보면 이제 '질주'가 생각난다.
가로등이 없는 혹썹에서 멈춰 라이트를 모두 끄고 하늘을 보면 별이 너무 많아 은하수같이 보인다.
한국에도 별이 있지만 별로 보이진 않는다...
내가 있는 동안 시엠립에는 시내 국도가 더 넓어졌고 큰 가게도 많이 생겼으며 차가 밀리기도 한다.
도시에서 변화야 당연한 거겠지만 시엠립은 그냥 그대로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한국에 왔고 나한테 가이드해 준 애도 한국에 왔다.
그리고 그 시간대에 같이 있었던 애들 몇 명도 지금 한국에 있다.
조만간 시간이 되면 시엠립 동창회를 해야 할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