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후기] 캄보디아 민속촌
입장료: 15$
예전에 같이 여행을 온 사람이 민속촌에는 볼 것이 별로 없다며 가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사람마다 보는 눈과 감동은 서로 다르다. 나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고 느끼기로 했다.
민속촌을 물어보니 안이 엄청 넓다고 했다. 둘러보는데 적어도 1시간 이상은 걸린다고 했다. 나는 매표소에서 티켓을 구입했다.
민속촌은 공항에서 시내로 가는 6번 도로변에 있다. 매표소에서 티켓과 함께 공연 일정이 적힌 종이를 받고 안으로 들어갔다. 민속촌 안은 한산했다.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이 없고, 직원들만 한가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민속촌 초입에 있는 밀랍 전시실에 들어갔다. 유물과 생활도구가 유리관에 소규모로 전시되어 있고, 자야바르만 7세가 참족과 치른 전투 그림이 한쪽 벽면을 가득 메우고 있었다. 이어지는 전시실에는 역사 속 중요인물들이 밀랍으로 만들어져 있었다. 자야바르만 7세부터 현대 영화배우까지 실물 크기로 제작되어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길이 미로처럼 엮어 있었다. 티켓 뒷면에 있는 지도를 보면서 발걸음을 옮겼다. 상점은 아직 문을 열지 않았고, 식당 역시 준비중이었다. 관광객은 나 혼자였다. 비가 올 것처럼 하늘이 흐려서 걷기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건기보다는 오히려 우기에 오는 것도 괜찮다는 생각을 잠시 했다.
민속촌은 한가롭게 산책하기에 좋았다. 사람들이 붐비지 않아서 그런 것도 있지만 곳곳에 앙코르 유적지의 작은 모형들이 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걷기에 좋았다. 한쪽으로 가보니 동물원이 나왔다. 원숭이 우리에 원숭이 한 마리가 신나게 줄을 타고 다니고, 닭들이 떼 지어 돌아다녔다. 말 여러 마리가 여기저기 흩어져 풀을 뜯고 있었다. 소는 한 마리 발견했다. 이게 끝이다. 동물원이라고 하기에 뭔가 부족한 것이 많았다.
동물원을 나오니 활 쏘는 궁터가 있고, 매점이 나왔다. 매점 옆에는 대극장이 있고, 그 옆에 소극장, 그리고 또 그 옆에는 공연장이 있었다.
이제야 알았다. 이곳은 공연 시간에 맞춰 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저 넓은 곳을 산책하는 것이 끝이다. 가끔 이곳을 지나칠 때면 관광버스가 서 있었는데 대부분 저녁 무렵이었다. 하루 종일 간격을 두고 공연이 이루어진다. 그 중에 최고는 대극장에서 공연하는 <위대한 왕 자야바르만 7세>다. 아마 관광버스는 그 공연을 보러 왔을 것이다.
아침부터 이곳을 찾았다면 오전에 공연하는 것을 보고, 민속촌 안에 있는 식당에서 점심을 해결한 후, 오후 공연을 찾아보다가 저녁까지 먹고, <위대한 왕 자야바르만 7세> 공연을 보면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 종일 이곳에 갇혀 있기에는 시간이 조금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행이 나는 크메르 전통혼례식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신부측 부모와 하객, 신랑측 부모와 하객이 양쪽으로 앉아 있고, 사회자가 나와 진행을 했다. 사회자의 진행에 맞춰 음식도 나오고, 악단이 음악도 연주했다. 신기한 것은 양쪽 부모님이 신랑과 신부의 머리칼을 가위를 자르는 예식이 있었다. 나중에 물어보니 행운과 복을 기원하는 행위란다. 기본 의식을 마치고 신랑 신부는 바닥에 앉아 술을 나눠마셨다. 그리고 식이 끝나면 모두 나와 원을 그리며 전통춤을 추었다.
결혼식은 세계 어디를 가나 축복을 해주는 축제의 날이다. 신이 나고, 흥겹다. 넘치는 음식과 흥겨운 노랫가락. 예식 끝부분에 노래를 부르며 마치 노를 젓는 모양의 춤을 춘다. 아마도 앞으로 신혼부부가 살다가 어렵고 힘든 일이 생기면 힘을 모아 헤쳐 나가라는 의미로 생각했다. 나중에 물어봤더니 이때 부르는 노래가 복을 기원하는 노래란다.
결혼 예식이 끝나고 어느 공연이나 마찬가지로 객석의 관객까지 어울러져 춤판이 벌어졌다. 춤 동작은 어렵지 않았다. 리듬에 맞춰 왼쪽으로 한번, 오른쪽으로 한번씩 몸을 돌리면 훌륭한 춤이 되었다. 불필요한 동작 없이 물 흐르듯이 추는 춤. 크메르 민족의 흥이었다.
아쉽게도 저녁까지 기다리지 못하고 민속촌을 나왔다. <위대한 왕 자야바르만 7세> 공연이 하이라이트인 것 같은데 아쉬움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다. 진작 알았으면 한낮의 무더위가 어느 정도 수그러드는 시간에 맞춰 왔을 텐데. 아쉬움이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