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후기] 앙코르 와트 국립박물관
입장료: 12$
오디오해설: 5$(한국어 가능)
주의: 가방 보관, 모자 탈모, 사진 촬영 안 됨
누구는 외국에 나가면 미술관이나 박물관을 가지 말라고 한다. 박물관에 있는 문화는 이미 죽은 문화이기 때문에 밖으로 나와 살아 있는 생생한 문화를 즐기라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나는 박물관을 선택했다. 한국 여행사에서 기획하는 여행상품에는 없는 곳들을 나는 이번 기회에 찾아다니기로 했다. 나는 한국에서도 작고 아기자기한 사립박물관을 찾아다니는 재미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크메르 민족들의 다양한 문화를 엿보고 싶었다.
국립박물관에 들어서면 커다란 가방은 입구에 있는 보관함에 넣어야 한다. 힙색이나 손가방, 핸드백 같은 작은 가방은 입장이 가능하지만 큰 가방은 입장 불가다. 물도 가지고 들어갈 수 없다.
티켓을 끊고 들어가면 오디오 해설을 대여할 수 있다. 한국어가 가능하다. 2층 계단으로 올라가 상영관으로 들어가니 영어, 중국어, 일본어, 한국어 자막이 있는 크메르 역사에 대한 영상을 상영한다. 관리자는 관람객이 어느 나라가 많은지 보고는 그 나라 자막을 틀어준다. 내가 국립박물관을 관람하는 동안 한국인은 한 명도 보지 못했다. 반이 서양인이었고, 반이 중국인이었다. 중국인들은 가이드가 인솔하여 단체로 국립박물관을 찾았다.
전시실을 순서대로 관람하면 크메르 제국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다. 게다가 시대별로 건축한 유적지들의 특징들을 유물과 함께 설명을 해 놓았다. 앙코르 와트 유적지를 가기 전에 먼저 이곳을 찾았다면 좀 더 크메르 제국의 찬란한 문화유산을 깊게 들여다 볼 수 있었을 것이다. 왜 한국 여행상품에는 국립박물관 견학이 없을까.
역대 왕들의 업적을 지나 건축 양식의 특징들을 살피고 나면 크메르 불상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실이 나온다. 이곳에는 온통 불상만 있다. 다양한 형태, 다양한 형상,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는 불상들을 만날 수 있다.
마지막으로는 크메르 민족들의 생활상과 크메르 언어의 형성과 변천 과정을 볼 수 있다. 크메르 언어의 변천 과정을 보니 현대로 올수록 문자는 더 복잡해졌다. 초기 문자는 단순했는데 점점 치장을 한 것처럼 문자는 예뻐졌지만 쓰고 읽기에는 불편해보였다. 역시 한글은 위대한 발명품이다. 전 세계가 알파벳 말고 한글을 쓰면 얼마나 좋을까.
국립박물관은 모자를 쓰면 안 된다. 더위에 깜빡하고 모자 벗는 것을 잊었다면 어느 순간 직원이 다가와 모자를 벗어달라고 당부한다.
사진 촬영도 안 된다. 실제 바위나 유물을 전시하고 있기 때문에 만져서도 사진을 찍어서도 안 된다. 실수로 만지거나 사진을 찍게 되면 또 어느새 직원이 슬그머니 나타나 정중히 사진을 찍지 말라고 부탁한다. 곳곳에 감시카메라가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 직원들의 눈이 관람객들을 지켜보고 있다. 워낙 조용히 관람하는 곳이라 그런지 직원들도 제지를 할 때 웬만해서는 말을 하지 않는다. 눈짓과 손짓, 행동으로 말을 한다. 가이드도 자기들끼리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로 설명을 한다. 아마 중국 관광객들이 제일 조용한 곳이 이곳일 것이다. 그래도 그들 곁을 지날 때면 어김없이 속닥거림은 끊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