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리랑카] 시기리아, 담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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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리랑카] 시기리아, 담블라

angra 0 3048
9월 22일

아침 6시 반에 일어나서 시기리로 떠날 준비를 했다. 준비라야 마실 물과 가이드 북만 챙기는 게 다이지만... 일단 길을 어제 물어봤었지만 초행길이니 불안한 마음에 버스 정류장에서 젊은 애들한테 시기리 가는 버스를 물었다. 근데 시기리 가는 버스는 없단다. 그래서 어차피 갈아탈 수 있으니 담블라 가는 버스를 물으니 자기들끼리 이야기 하다가 미니버스 타란다. 미니 버스는 지금까지 타본 버스중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담하다. 사람들도 다 자리에 앉아서 가고 에어콘이 나온다. 물론 가격은 거의 3배정도 되는 것 같다.
좀 타고 가는데 차장이 내리란다. 분명 가이드 북에는 한시간 이상을 가야 되는데 탄지 얼마되지 않아서 내리라니 황당했지만 일단 차장이 내리라니 내릴 수 밖에 없었다. 내려서 물어보니 내린 자리에서는 시기리 가는 버스가 없고 좀 걸어서 다른 버스 정류장 가서 타란다. 그래서 결국 다시 걸어서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을려니 옆에 있던 스리랑카 친구가 말을 건다. 버스 기다리는 동안 잠깐 이야기를 했는데 이 친구가 편지 한다고 주소를 갈켜달래서 이멜 주소를 알려줬다.
다시 갈아탄 미니버스는 아까보다 더 좋다. 우리나라 20인승 봉고정도되는 크기지만 일제차다. 옆에 앉은 할아버지가 날 보더니 편지 하고 싶다고 주소 달란다.
시기리에 도착해서 미니버스를 내리는데 일본 여자애들이 아직도 타고 있길래 여기가 시기리라고 이야기해줬더니 황급하게 내린다. 미니버스가 떠나고 티켓 입구로 가서 물어보니 안으로 한참 걸어들어 가란다. 멀리서 보이는 시기리아 유적지의 모습은 대양위에 우뚝 속은 등대와 같다고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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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36.jpg 걸어 올라가는 데 시작부터가 장난아니다. 아침인데도 이미 잘 달구어진 바닥과 좀 그늘진 곳은 이미 끝이 안보이는 계산들이 숨어있다. 그래도 아침이라 그런지 관광객들은 많이 보이지 않는다. 계단을 밟고 올라 설수록 아래로 펼쳐지는 주변 경관들이 하나 둘씩 들어난다.
옛 유적지를 보기 위해서 꼭대기까지 가기전에 벽화들이 유명하다기에 어떤 모습일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하지만 벽화에 다가갈수록 불안함이 엄습한다. 벽화들 주위로 난간을 형성하고 뭔가 열심히 보수중인 것 같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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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43.jpg 하지만 프레스코 벽화를 바로 눈앞에서 보고나니 불안감은 확 사라지고 저 멀리 시원하게 펼쳐진 평원과 함께 아름다운 벽화만이 남는다. 다양한 나라의 부다상이 그려져 있다고 하는데 사실 정확하게 차이점은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 옛날 지금처럼 제대로 된 난간도 없었을 때 이런 벽에 벽화를 그릴 생각을 한 사람들이 존경스럽게 느껴진다.
벽화를 보고 위로 올라가는 난간을 따라 가다보니 관광객들이 점점 늘어난다. 관광객들을 따라서 헉헉거리면 중간 공터까지 올라가니 마지막 오름 길이 눈에 들어오는데 입구가 사자 모양을 하고 있다. 공터에서 바라보는 사자상은 굉장히 웅장하다. 아래 프레스코 벽화와는 또다른 장엄함이 느껴진다.

Img_0345.jpg 하지만 그 사자상을 따라서 올라가는 길은 만만치 않게 보인다. 그래도 날이 더 더워져서 더위를 피할 길도 없는 오르막을 오르는 것보다는 조금이라도 햇빛이 덜할때 오르자는 생각으로 잠시 쉬고 바로 오르기 시작했다.
난간을 따라 오르는 길은 사람 한명 간신히 올라갈수 있는 길이다. 근데 스리랑카 사람하나가 갑자기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묻는다. 한국에서 왔다니까 자기가 가이드 하고 있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이라며 나에게 소개를 한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하고 이것저것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부부는 아들이 스리랑카에서 잠시 애들을 가르치고 있어서 아들 방문차에 왔다며 스리랑카가 너무 좋단다. 나와 같이 캔디에 머물고 있단다.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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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르던 길을 마저 올라 드디어 정상 위에 섰다. 역시 이 험난한 길을 오를만한 가치를 가진 유적지라는 생각이 든다. 그 옛날 이 높은 산 꼭대기에 궁궐을 짓고 호사를 누렸을 왕을 생각하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밟고 올라 섰을까 하는 아픈 마음이 든다.
옛궁터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기리아의 모습은 그 옛날의 흥망성쇠의 시간들을 간직한 고요함 침묵만이 흐른다. 끝이 안보이는 지평선과 바로 발끝에 보이는 조그만한 집들은 어서 내려오라고 나를 유혹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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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적지 위에서는 오래 머물고 싶어도 햇빛을 피할 그늘이 없어서 오래 버틸 수가 없었다.
Img_0348.jpg 시기리아에서 너무 시간을 오래 보낸 것 같아서 담블라로 빨리 가야될 것만 같은 느낌에 서둘러 내려가는 길은 오금이 저리게 한다. 올라올 때는 느끼지 못하던 고소 공포증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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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입구 쪽 버스 타는 곳으로 가기 위해서 한참 걷는 데 마을 사람인 듯한 남자가 자전거를 타고 내 옆을 스쳐가다가 멈추더니 자기 뒤에 타란다. 나는 영문을 몰라서 버스 정류장 간다고 했더니 자기가 태워준단다. 고마운 맘에 얼른 뒤에 올랐다. 그 사람 덕분에 헤매지 않고 버스 정류장까지 잘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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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51.jpg 미니 버스는 농부의 양파를 한참 열심히 싣더니 떠난다. 담블라로 가기 위한 마을로 돌아와서 젤 먼저 보이는 가게로 들어가 급한 화장실 문제를 해결하고 고마운 표시로 사모사와 물 한통을 사 먹었다.
Img_0366.jpg 버스를 타려고 기다리고 있는데, 개 한마리가 내 앞으로 오더니 버스 정류장 앞에 있는 물 웅덩이에 배를 깔고 들어 눕는다.
담블라까지는 거리가 얼마 안되는 듯 하지만 더운 날씨에 걸어다니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일단 아누라푸르다에서 산 티켓이 안통한다는 것도 열받는데 입장료는 무지 비싸다(500루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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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63.jpg 담블라도 역시 등산 코스다. 담블라 올라가는 입구에서 장사하는 애들하고 잡담하다가 장난 좀 치다가 올라가기 시작했다. 담블라 올라가는 길은 시기리아보다 수월했지만 지쳐서 더 힘들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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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52.jpg 담블라의 동굴 속 불상들은 그리 감흥을 주지 못한다. 분명 암벽 사이로 만들어 놓은 건축물들은 아름답지만 이미 시기리아에 마음을 빼앗겨서 그런지 담블라에는 마음이 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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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g_0354.jpg 담블라의 불상들은 각 굴마다 다른 형식을 취하고 있는것 같지만 비전문가인 나의 눈에는 다 같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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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블라 역시 높은 산위에 위치해서 그런지 시원한 전경을 제공한다. 불어오는 뜨거운 바람을 맞으며 잠시 쉬고 내려와 CTB 타고 캔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은 이미 익숙해져서 가는 길만큼 불안하지도 않고 편안하다.
캔디에 도착하자마자 대형슈퍼가서 먹을것을 사고 숙소로 바로 돌아왔다. 돌아오는 길에는 역시나 빗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돌아오는 CTB 안에서 너머 에어콘 바람을 많이 쐬었는지 감기 기운이 느껴진다. 가지고 있는 옷들을 껴입고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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