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다시 델리로(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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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다시 델리로(3)

Soohwan 4 2665
숙소에 돌아오니 한 5시경.

베네딕트는 어디 갔었냐며 한참 기다리다가 결국 혼자 구경을 했다고

한다. 내가 자초지종을 얘기하자 감동적이라고 하면서 왜 자기한테

말하지 않았으냐고 한다. 내가 부담주기 싫어서 그랬다고 하니까

전혀 아니었을거라고 한다.

프랑스 사람들은 다 개인주의적인 줄 알았는데 확실히 사람은 예외도

많나보다. 개고기에 대해서도 "우리가 달팽이 먹는거랑 똑같은 것"이라고

하며 단 자기는 팽이가 너무 질겨서 싫어한다고 하는거며 식당에서 밥을

먹을때 늘 인도 음식을 고집하는 걸 보면 서구인들의 문화적 편견이

느껴지질 않아 좋았었다.

몇달전 왔었던 이메일에서도 인도가 너무 그립다고. 자기가 인도에서

제일 좋아한 것은 그 북적거리는 시장과 사람들이 좋았다고 한다.

그러면서 자기가 살고 있는 그레노블은 너무 조용하고 외롭다고.

사람들이 서로 관계하지 않는 곳이라 삭막하다고 말했던게 기억난다.

마지막날.

그녀는 머리가 아프다며 1시간정도 있다 깨워달라고 했고 난 파하르간지

에 부탁받은 씨디를 사러 갔다. 그리고 오는 길에 올드 바자에서 벤이

사고 싶어 했던  '옴'모양의 펜던트를 카드로 사고 숙소로 돌아와서

편지를 썼다.

한 9시경 벤을 깨우고 벤은 한시간 정도쯤 공항으로 떠날 예정이라

가방 싸는데 여념이 없다. 짐이 너무나도 많아서 무슨 짐이 그렇게도

많냐고 하니까 여기 호텔-원래는 하루에 1000루피 하는 호텔이다-의 주

인과 자기 어머니와 친구여서 받은 선물이 많고 자기 이복 형제들도

대여섯명이 되서 부피가 너무 커서 추가요금을 낼지 걱정을 한다.

그리곤 나보고 한번들어보라며 몇킬로 나갈거 갔냐고 연신 묻는다.

내가 가방을 싸는게 꼭 군인처럼 각이 지게 잘쌌다고 하니까

"내가 어렸을적 부모님이 이혼하셔서 몇달은 어머니 집에 몇달은

아버지 집에 있느라 내가 짐싸는데는 선수야. 우리 아버진 4번을

결혼해서 부인이 4명이거든" 하면서 웃는다.

내가 선물하고 편지를 주자 뭐냐고 묻는다.

그래서 러브레터하고 작별 선물이라고 하자 조심스럽게 봉투를 뜯다가

펜던트를 보더니,

"어, 이건..내가 어제 사고 싶어 했던거 아냐."

그러면서 감격을 했는지 운다. 자기는 아무것도 준비를 못했는데

어떻하냐며 미안해 하길래 내가 이미 나한테 많은 것을 줬다고,

예전엔 난 프랑스하고 프랑스인들을 미워했는데-좀 개인적인 이유가

있다-너로 인해 많이 바뀌었다고 하자 그거면 충분하냐면서 씨익

웃는다.

사실 벤은 내가 델리 오기전에 떠날 예정이었는데 당시 스위스 항공이

부도가 나서 이틀 더 머물게 되서 다시 만날 수 있었는데 인연이 아닐까

싶었다.

델리는 그리고 인도는 그 도시 자체 나라 자체보다 만난 사람들로

인해 그리움이 묻어난다. 한비야씨는 여행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난

다는데 나는 사람들한테 진절머리가 났던 터라 여행하며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는것을 꺼려 왔는데 벤하고 몇명은 예외였다.

아마 그래서 더 그들이 그립고 소중하게 생각되나 보다.


여기까지가 제 여행기 마지막입니다.

미처 못다한 얘기가 떠 오르기도 하지만 그저 덮어두며 묻어두기로 했습니다.

훗날 잊지 않고 가끔 기억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4 Comments
자나깨나 2003.06.16 13:01  
  따뜻한 추억있는 여행기(그야말로!) <br>
마음속 갑자기 뭉클해지는... <br>
뒤늦게 첨 쓰신 글부터 읽었는데요... <br>
참으로 유익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br>
더불어 조금더 다른 방식으로 살아야겠다는 <br>
생각이 드는 이유는 뭘까요?*^^*
김미연 2004.10.19 21:18  
  언제가는 인도에 꼭 가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을 읽으니 너무 가고 싶어지네여...
SunnySunny 2010.06.04 18:27  
저도 동감입니다. 정말 잘 읽었습니다.
orbitz 2015.06.22 13:39  
너무 너무 재밌게 감동하면서 여러대목에서 고개 끄떡이면서 정주행했네요.
그레노블이라...내년 가을에 한학기 교환예정인데 그렇게 조용 삭막한 곳인가요 아~
프렌치분이 미인이었나 봐요. 펜던트 선물주고 받는 부분에서 제가 다 설레더라고요. 하하
글을 수필처럼 쓰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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