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인도인 그 씁쓸함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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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인도인 그 씁쓸함에 대하여

Soohwan 4 3452
리쉬케쉬에선 오전, 오후 각각 2시간씩 요가 수업을 듣고 낮에는 어슬렁거리며 돌아다녔다.

비틀즈가 머물렀다는 애쉬롬을 한 번 구경하고 싶었는데
사람들말로 멀리 떨어져 있거니와 지금은 거의 폐허 상태라 가지 말라고 한다.

내가 비틀즈와 마하리쉬 요기에 대해서 물어보니까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은 그 때의 일을 잘 기억하는 분도 있다고 한다.
(참고: 당시 인도는 서구사회에 그리 알려지지 않았다.
비틀즈가 처음 그들의 곡 '노르웨이의 숲'에 인도악기인 시타를 사용하면서
관심을 불러일으켰고 그후 비틀즈가 그들의 스승인 마하리쉬 요기를 만나기 위해
그가 설립한 애쉬롬에 오면 리쉬케쉬와 인도는 서구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고 한다.
당시 애쉬롬에는 미국 영화배우 미아패로와 그녀의 여동생 프루던스 그리고
비치보이스의 멤버등이 와 있었던 상태였다)

마하리쉬 요기는 자가헬기를 타고 다닐 정도로-비틀즈 앤솔로지에
나왔던- 돈을 엄청나게 벌었고 무슨 일인지는 모르나 인도 당국으로
부터 입국금지 조치가 내려졌고 이후에 미국에 살고 있다는 얘기를 내가
자주 가던 가게 집 아들이 얘기를 해줬다.

애쉬롬 옆에 있던 작은 가게 였는데 내가 리쉬케쉬를 떠나는날
스파게티와 일부 서양요리를 포함한 메뉴를 가진 식당을 열었는데
전날밤 자기는 호텔에서 일한 경험이 있어 잘 할거라며 자신감에
차 있었던 그의 모습이 떠 오른다.

밤 10시까지(애쉬롬의 통금시간이었다) 밥 말리의 'No Woman No Cry'와
'Three Little Birds'를 계속해서 들었던 그 밤에 말이다.

리쉬케쉬에서 델리로 오는 날은 인도여행에 있어서 최악의
날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버스가 두시간을 달렸을까, 어디가 고장이 났는지 모두 다 내려
다음 버스를 타라고 한다. 돈이 100루피 밖에 안 남아 델리에서
현금서비스를 받아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델리로 가야만
했다. 주위 인도 사람들은 남의 속도 모르고 택시를 타고 가면
아무 문제 없을 것(또,"no problem"!!)이란다. 내가 돈이 없어
택시를 못타고 너희들 버스타는 것 같이 타고 갈 거라니까 고개를 갸우뚱 한다.

문제는 버스가 오면 짐이 좀 많았던 나는 민첩하게 뛰지 못하고
늘 뒤에 졸졸 따라 붙다보면 버스는 이미 꽉 차서 떠나고..그러길
한 한시간 정도. 더위에 배낭에 작은 배낭을 들고 이리저리
뛰어 다녔더니 사람이 지치고 또 지친다.

겨우 마지막 남은 나같이 짐 많은 아줌마 몇 명들하고 차를 탔는데
델리에서 내려주는 곳이 아주 생소하다.

'여기 델리 맞아?'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오토릭쇼 기사가 어디까지
가냔다. 내가 코넛 플래이스에 있는 맥도날드로-정말이지 햄버거가
너무 먹고 싶었고 에어콘 나오는 거기서 좀 쉬고 싶었다-가자고 하니
100루피 달라고 한다. 흥정하기도 귀찮았지만 본능적으로 첨에 튕기니까
80루피로 하자며 타라고 한다.

근데 이 녀석 갑자기 뚱딴지 같은 말을 한다.

"숙소가 어디라고 했죠?"

"일단 너무 피곤하고 배가 고파니까 맥도날드로 먼저 가주세요"

"그래도 먼저 호텔로 가야져..."

"!#$&?!>*#!!!#@"

"아니 맥도날드로 가자니까요"

"호텔로 먼저 가야 됩니다"

"이보세요, 맥도날드 어딨는지 모르세요?"

"난 맥도날드가 어딨지 알고 맥도날드 무엇인도 알아요!

그러나 맥도날드는 '식당'이지 '호텔'이 아니잖아요!"

머..이런게 다 있냐..

"내가 호텔에 가는걸 왜 당신이 신경을 써요..당신문제가

아니니까 그냥 맥도날드로 가주세요"

"일단 호텔로 가서 짐을 풀고 그 다음에 식사를 하세요"

여기서 그간 쌓였던 피로가 욕으로 튀어 나왔다.

소리를 빽 질러 가며- 음..이때 좀 이성을 잃었다- 욕을 해대니까

그녀석 딱 한마디 한다.

"Get down.(내려)"

내려서도 분이 안풀려서 발로 릭쇼를 한 대 찼는대 다행히 그냥 휙 가버린다.

분이 안풀려서 다음에 오는 릭쇼왈라들에게 꺼지라고 일일히 말해주고
물어물어 버스를 타고 결국은..그냥 호텔로 갔다.^^ 너무 피곤했기에.

인도 사람들.
그게 제일 아쉬웠다.

그들은 나를 하나의 인격체로 보는게 아니라 그저 돈으로 보는 것
같아 씁쓸했다. 어느 이스라엘 여행자가 이들 눈에 남자 여행자는
그냥 '달러'일뿐이라고 얘기했던게 생각난다.

여자들은 상당히 다른 시각으로 본다고 한다. 어디서 누구한테
들었는지 기억은 안나는데 일본여자들과 한국여자들이 이들
사이에서 상당히 인기가 좋고 관심을 많이 갖는데 이들 생각에
이런 여자 하나 잘 잡으면 이들의 운명이 바뀐다고 한다.

결혼하면 말 그대로 여기서 떵떵거리며 살 정도의 돈을 여자가
가져올 것이고(아니면 자기가 그 나라 가서 살던지) 그냥 연인이라도
이들의 작은 정성(?)들이 현지인들에게 상당한 경제적 혜택으로

작용한다고 한다. 남자 여행자들은 물론...찬밥이다.T.T

인도를 두 달간 여행 하면서 그나마 나라는 '사람' 그자체에
관심을 가져줬던 이는 두 명정도 였다.

내가 마음을 열지 않았느냐고?

사실 마음을 열고 안열고의 문제가 아니었다.

난 별로 질문할 시간이 없었고(사실 좀 인간적 질문을 해도
건성건성 대답하는 경우가 많았다) 주로 끊임없이 질문하고
얘기하는 쪽은 그들이었기에.

'돈' '돈' '돈' 하는게 싫어 은행을 그만뒀는데
이곳에서도 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걸 보면
인간은 '돈'의 구속속에서 평생을 갇혀 지내야 하나보다.
자의든 타의든 말이다.

델리에서 돈을 찾은 나는 타지마할이 있다는 아그라로 내려갔다.


4 Comments
필리핀 2003.06.19 13:38  
  아무리 가난한 배낭여행자라도 단돈 1루피에도 바들바들 떠는 그들의 눈에는 엄청난 부자지요. <br>
아프리카 사람이나 인도 사람이 배낭여행 하신 거 본 적이 있나요? <br>
그런 나라를 여행할 때는 좀 더 가진 자의 입장에서 그들을 이해해야 합니다...
낭이 2005.03.25 17:14  
  Soohwan님이 어떤 말을 하려는 건지 알 것 같습니다.
봄길 2005.05.13 10:56  
  인도. 짧은 경험으로 말하긴 정말 미안하지만 비인간적이란 기분이 들더군요. 허긴 우파니샤드 철학이나 힌두 정신이 인간을 특별 대우하는 것 같지도 않으니...
어린아이들은 다른거 같더군요.
삘릴리 2010.07.05 10:38  
저도 바라나시에서 왠 어린 남자애가 계속 치근덕대는 데 정말 너무 화가 나서 소리를 질렀던 기억이 납니다 처음엔 좋게 말하다가 나중엔 정말 너무 참을 수가 없더라구요 대낮이었는 데도 주변에 사람들이 없어서 약간 무서웠던 기억이 납니다 혼자 다닐 때는 조심해야 할 듯,,대낮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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