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리 - 카오스 2
네팔을 거쳐 인도로 다시 들어왔다.
벌써 계절을 두번이나 겪었고............알아들을 수 없는 인도 방송에선 벌써
몬순이야기를 하는 듯한 화면이 자주 등장한다.
뉴델리 역전앞 허름한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는 거의 1주일 동안을
무기력 + 몸살 + 향수병에 지독히 시달렸다. 처음 사흘 동안 먹은 거라고는
겨우 햄버거 2개와 물 그리고 홍차 몇잔이 전부였다.
'나는 왜 이 먼 곳까지 와서 털어내지 못한 미련을 끌어안고 힘들어 하나.........'
무수히 많은 생각들이 비온 뒤 버섯처럼 자라다 사라지는 시간들을 겪었다.
창밖에선 여전히 시끄러운 인도 음악이 귀를 괴롭히고 그저 반뼘이나 될까
얇디 얇은 벽너머의 소음에 신경이 쓰이기만 한다.
설산을 보고 설산의 품에 안겼다 돌아온지도 벌써 보름이 지났건만 이제서야
생생하게 그때의 전율과 감정이 전해오는 건 또 무슨 연유인지.
"하이"
"하이"
"재패니스 ???"
"예스..........아 유 코리안 ???"
"예스 !!!!"
이름도 모른채 게스트 하우스 옥상 테라스에서 같이 양파가 잔뜩 든 햄버거를
먹게 된 일본 아가씨는 6개월째 델리에 있는 중이란다.
물이 흐르듯 숨을 쉬듯 걸릴게 없이 그저 자연스러운 행동에 익숙해있는 그녀를 보면서 조금은 힘이 나기 시작했다.
사람도 자연의 일부이거늘..........정말 찾아야 할 것은 잃어버린 본능이
아닐까 싶었다.
사흘 뒤, 나는 다시 올드델리에 있는 버스 스탠드에 서 있었다.
갑자기 꿀루 계곡이 보고 싶어서 였다. 그곳에 간다고 뭐 새삼 달라질 건 없겠지만
언제나 그렇듯 길을 걷고 있을 때가 가장 나 답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그곳에서 니콜라스 뢰로이의 그림을 볼 생각을 하니 갑자기 가슴이 마구 뛰기 시작했다.
* 여행중에 묻어온 각종 티켓과 명함중 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