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cky의 인도로 가는 길-26 핑크시티 자이푸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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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cky의 인도로 가는 길-26 핑크시티 자이푸르

Lucky 0 3463

이번 여름 인도를 다녀왔습니다. 이제는 막내도 중 2가 되었습니다. 기행문을 올립니다. 그러나 여행정보보다 관심사와 감상을 많이 적은 개인적인 기행문입니다. 여행의 목적과 관심사가 나와 다른 분들은 재미가 없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기에는 내가 직접 체험하고 확인한 것만 썼습니다. 일정은 3주간 뭄바이 - 아우랑가바드 - 카주라호 - 바라나시 - 자이푸르 - 아그라 - 푸쉬가르 - 델리입니다.



2005년 7월 31일(일요일)

핑크시티 자이푸르


오늘 아그라를 떠나기로 했다. 아그라는 더 이상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무굴제국의 4대 황제 ‘자항기르(Jahangir)’의 부인 누르 마하이(Noor Mahai)가 정권을 주무르면서 자기의 아버지를 위해 지은 묘당(墓堂)인 ‘이티마드 웃 다울라(Itmad ud Daulah)’라는 타지마할과 닮았다는 볼거리가 있지만 비싼 입장료와 타지마할의 모조품 수준이라는 평가에 방문하기를 포기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은 델리에서 약 200km 정도 밖에 안 되는 가까운 거리고, 기차 연결이나 도로가 잘 되어있어 당일관광으로 끝낸다고 한다. 사실 아침에 아그라에 도착해서 관광을 하고, 밤기차로 다음 목적지로 떠나는 것도 그렇게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되지 않는다.


새벽에 호텔옥상에 올라가 해뜰녘의 타지마할을 구경했다. 호스트호텔(Hotel Host)의 옥상에서는 아그라 시(市)가 대부분 보이고, 바로 앞에 나무숲에 가린 타지마할의 둥근 지붕이 보인다. 타지마할의 중앙 돔은 여인네의 풍만한 젖가슴과 같이 어둠속에서 조금씩 조금씩 흰 살결을 보인다. 주변으로 비둘기와 까마귀가 떼를 지어 날고, 붉은 아침놀은 흰 중앙돔의 색깔을 살아있게 만든다. 정적(靜寂)속에서 우리만 아니라, 원숭이도 지붕위의 염소도 안개 속에 잠긴 도시 위로 떠오르는 태양을 맞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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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뜰녘의 타지마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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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 숲 너머로 보이은 흰색 돔의 타지마할




이날의 일출(日出)은 그렇게 훌륭한 편이 못되었다. 그래서 ‘뜨거운 가슴에 와 닫는 감동’ 그런 것은 없었지만 그럭저럭 타지마할과 이별(離別)을 이야기 할 만은 하였다.


체크아웃 하고 옥상에 올라가 아침을 먹었다. 어제 저녁을 부실하게 먹었는데도 식사를 반이나 남겼다. 점점 식사량이 떨어진다. 지배인에게 자이푸르행 버스를 물어보니 ‘이드가 버스스탠드’ 옆에 있는 ‘투어리스트 버스’를 타라고 한다. 지도를 보니 버스스탠드 옆 ‘사쿠라호텔’앞에 ‘투어리스트 버스’가 있다. 오토릭샤를 타고 사쿠라호텔 갔다.


잘 달리던 릭샤왈라가 도로 한편에 차를 세운다. 아주 친절하게 ‘자이푸르행 딜럭스버스는 버스스탠드에 서지 않는다. 내가 그곳을 알고 있으니 그리로 데려다 주겠다.’고 한다. 아! ‘인도에서는 친절한 사람을 조심하라!’는 여행 선배들의 금언(金言), ‘잔말말고 사쿠라호텔로 가자, 그곳에 가지 않으면 돈도 없다!’ 딱 잘라 말하니 ‘이드가버스스탠드’를 200m 지나 사쿠라호텔 앞에 내려 주면서 돈을 더 달란다. 정말 더 싫어지는 인도사람들!


투어리스트버스는 사쿠라호텔 앞에 있고, 호텔입구는 주차장 뒤쪽에 있다. 길가 커다란 가로수 아래 창문하나 크기의 티켓 판매소와 매점이 있다. 그 사이에 웬 남자가 나타나 아는 척 하며 사쿠라호텔을 가리키며 ‘카운터에 가서 표를 사라’고 한다. 무슨 해괴망측한 짓인지! 그냥 무시하고 창구에 가서 버스표를 달라고 하니, 노인네 둘이 앉아 있다가 ‘10시 30분 버스는 캔슬되고 11시 30분 버스가 있다.’고 한다. 에어콘 버스는 없느냐고 하니 그 버스는 아침 6시30분 한번밖에 없다고 한다. 이 땡볕에 1시간 30분을 기다린 다는 것이 무척 고역이다.


버스시간표를 보니 계절에 따라 아침 6시 혹은 6시 30분부터 밤 10시까지 약 1시간 간격으로 자주 있다. 자이프르까지는 5시간 내지 6시간 정도 걸리는데, 아마도 밤 버스는 새벽에 도착할 것 같았다. 버스비는 일반 버스보다 좀 비싼 것 같고, 버스 뒤 짐칸에 짐을 실을 때, 한 개당 2Rs의 짐 값을 따로 받았다. 자리는 2×2에 쿠션도 있고, 등받이는 기울어지지 않지만 그 정도면 인도에서는 참을 만 했다. 단지 에어콘이 있었던 흔적은 있으나, 에어콘 칸에 짐을 싣는 것으로 보아 없어진지 오래된 것 같다. 시간이 되어 출발하는데 승객들도 웬만큼 경제적 여유가 있는 사람들 같았다. 버스 시간을 잘 보고 계획을 세운다면, 꼭 기차가 아니라도 야간버스로 이용할 만 했다.


이리저리 아그라의 골목길을 돌아다니더니 엉성한 시골길을 달리기 시작한다. 그래도 포장은 2차선 넓이로 깨끗하게 잘 되어있다. 그러더니 탁트인 사막이 나타나며 길은 곧게 뻗어있다. 차가 달려도 시원한 것을 느낄 수 없을 만큼 공기가 뜨거웠다. 어느 곳에선가 길가에 소 한마리가 죽어있는데, 개와 까마귀가 달려들어 뜯어 먹고 있다. 한번 약 20분간의 휴식을 포함하여 5시간가량 땀을 흘린 끝에 도시지역에 도착했다. 자이프르다. 자이프르는 꽤 큰 도시 같았다. 버스는 외곽에서 부터 사람들을 조금씩 내려주며 시내 중심부로 들어간다. 어느 곳에선가 버스안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리고 있어 이곳이 어딘가 궁금했다. 따라 내려가니 줄지어있던 릴샤왈라들이 모여든다. ‘너 에버그린 게스트하우스 아냐?’하니 한 사람이 자기가 안다고 30Rs로 흥정을 한다. 짐을 찾아 릭샤을 타니 막상 아까 흥정한 왈라가 아닌 딴 사람이다. 소위 ‘왈라 삐끼’였다. 화를 내며 다시 버스를 탔다. 왈라는 졸졸 쫓아오며 자기가 데려다 준다고 사정하나 그냥 무시해버렸다. 버스스탠드까지 가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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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도시를 뒤덥고 있는 핑크의 물결 핑크시티 자이푸르




삐끼들의 밥이 되지 않는 방법이 있을까? 이번에는 버스 스탠드 의자에 앉아 여유 부리기 작전을 시도해 보았다. 마치 다른 곳으로 가기 위해 버스를 기다리는 것처럼 나는 담배를 꺼내 물고, 종민이는 과일을 한 접시 사서 먹으며 시간을 죽였다. 과연! 작전성공! 잠시 후 한 인도인이 ‘어디서 왔니?’하는 등 시시콜콜한 인도인식 잡담을 늘어놓기 시작했다. 한참 시간을 보냈으니 이제 게스트하우스로 가도 되겠지하고 배낭을 메고 일어서니 이사람 계속 말을 붙이며 따라오는데 아! 이럴수가! 이가 바로 릭샤왈라였던 것이다.


릭샤왈라의 예리한 눈을 도저히 피할 수는 없었다. 우리는 그의 먹이 사냥에 걸린 것이고, 그는 끈질기게 먹이가 움직이기를 기다린 것이다. 하기야 ‘시간은 돈이다!(Time is Gold)'라는 말이 있지만 인도인에겐 ’시간은 그저 시간일 뿐이다!(Time is Time)' 인도인은 시간을 값어치 있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다음 행동을 하기위해 있는 것뿐이다. 인도에서 기차가 연착(延着)되어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또는 잘 가던 버스 운전수가 갑자기 한 시간 동안 사라져 버려도 아무 말 없이 기다린다. 우리가 왜 그런가 따져 물으면 기껏 한다는 대답은 ‘이것이 인도야!(This is Indea!)’


30Rs, ‘에버그린 G H’로 가자는 말에 릭샤왈라는 자신 있게 출발을 한다. 요리조리 골목길을 돌아 ‘에버그린 G H’ 카운터 앞까지 데려다 준다. 인터넷에 ‘핑크 선’이 친절하고 마음 편하다고 추천이 되어 있어 ‘에버그린 G H’와 같은 골목에 있다는 ‘핑크 선 G H’ 갈 예정이었다. 종민이 보고 짐을 보고 있으라고 하고, 혼자서 지도를 보며 ‘핑크 선 G H’를 찾아갔다. 길을 잘못 들어 한참 돌아 찾아가보니 상가건물들 사이 2층에 ‘핑크 선 G H’이 있다. 올라가보니 ‘사람이 없다. 한참을 ‘헬로’ ‘여보세요’ 나중에는 ‘일용아! 까지 부르면서 찾았지만 아무도 고개를 내미는 사람이 없다. 마치 어떤 대 재앙(災殃)에 의해 직원과 손님 모두가 일시에 없어진 것 같이 괴괴(怪怪)한 적막만 흘렀다. 할 수 없이 종민이한테 돌아오는데 옆에 ’코쿤 G H'가 보인다. 그러나 그냥 ‘에버그린 G H’으로 갔다.


에어콘이 있는 적당하게 넓은 방을 550Rs에 잡았다. 아래로는 시원한 정원이 내려다보이고, 한쪽으로 레스토랑이 있어 식사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다. 건물의 옥상에는 수영장이 있다고 안내되어 있는데, 대중사우나 냉탕정도의 크기에 수영하는 사람은 한사람도 없다. ‘에버그린 G H’은 한국인을 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는 정보가 있었으나 굳이 그런 모습을 찾아볼 수는 없었다. 종민이가 ‘피자’를 먹겠다고 하여 전화번호를 찾으니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며 주문하는 것도 도와주었다.


피자헛 미디움 사이즈, ‘페페로니 피자에는 돼지고기가 들어있다’는 ‘100배’의 정보에 따라 주문하였는데 300Rs 정도의 가격이다. 그러나 돼지고기는 들어있지 않고, 돼지고기로 만든 햄이 들어있을 뿐이다. 우린 맛있는 베이콘이 토핑 되어 있는 야무진 희망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래도 피자헛이 국제적인 맛이라 그런지 우리나라에서 먹던 맛과 큰 차이가 없다. 종민이가 입맛을 찾아 거의 2/3나 먹었다. 오랜만에 잘 먹어서 마음이 놓였다.


저녁때 레스토랑에 나가보니 한국인이 꽤 있었다. 그동안의 정보를 교환하는데 한 학생이 ‘관절용 파스’를 사용하라고 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카주라호에서부터 불편했던 발목에다 엊그제는 무릎까지 아파오기 시작했는데 마치 산삼(山蔘)을 얻은 것 같았다. 빨래를 해서 베란다 빨래줄에 널었다.




* 다음은 천문대 잔타르 만타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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