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일곱번째 날(바라나시-델리)
2008년 1월 3일 일곱째 날
아침에 강가를 구경하려고 했는데 피곤해서 계속 누워만 있다가 8시 반에 일어나 씻고 다른 이들도 깨웠다. 짐을 숙소에 맡기고 바라나시가 다 보인다는 주인장의 말에 옥상에 올라가니 안개인지 매연인지 모르는 것에 둘러싸여 뿌옇게 보인다. 한국인이 한다는 라가카페에 가니 한국인들이 많다. 거기서 델리에서 만났던 4명의 한국인들도 보았는데 그들은 티벳으로 간다며 함께 가자고 조른다. 나도 마음은 가고 싶지 하나 시간이 없는 걸. 정말 아쉽다. 이곳에서 들어가는 루트가 자세하게 카페 벽을 도배하고 있는데 갈 수 없다니 말이다. 이틀간의 동행이었던 남매의 누나가 고맙다며 비싼 밥값(김치볶음밥 130Rs)을 내주고 함께 영화를 보기위해 스파이스케이시엠시네마로 향한다. 오늘 밤에 또 기차를 타면 추위에 고생할 것 같아 침낭을 하나 사려고 두리번 거리며 극장에 도착하니 바로 시작한단다. 위치에 따라 가격이 다른데 세 가지 종류가 있다. 우린 중간인 실버좌석을 70Rs에 끊고 들어가는데 와우 삼엄하게 몸수색을 한다. 12시에 시작한 영화는 2시 50분에 끝났는데 졸다 깨어보니 불이 환하기에 벌써 끝났나하고 이상하다 했는데 휴식시간이었다. 힌두어라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화면자체만으로도 이해가 되고 재밌었다. 3Rs에 볼펜은 샀는데 침낭은 결국 사지 못하고 짐을 찾을 겸 다시 화장터로 향했다. 화장터에서 이틀간의 동행이었던 남매와 헤어지고 민우와 한참을 화장터의 불꽃에 사라지는 시신을 쳐다봤다. 뭐 인생무상 무념무상 그렇다. 영혼이 카메라에 빨려 들어간다고 믿는 인도인들이라 화장터에서의 사진 촬영은 금기란다. 두 명의 용감한 한국남자들이 옷을 벗고 강물에 들어가 잠수까지 한다. 손조차 담그기 싫은 그 물에서 말이다. 시체를 떠메고 와서는 강물에 담갔다가 빼내는데 아마도 마지막 의식인가 보다. 그 다음에는 불이 붙은 장작더미에 얹혀 지는데 천이 타고 나면 시체가 드러나고 그 다음에는 살이 타 들어간다. 웬지 그 모습에서 눈이 떨어지지 않는다. 한 참을 멍하니 바라보다 여행사에서 표 값으로 313Rs에 커미션 80Rs를 주고 표를 찾아 함께 가겠다는 민우와 함께 힌두대학으로 향했다. 정보대로 30Rs에 사이클릭샤를 탔는데 이 아저씨가 너무도 힘에 겨워하며 가니까 민우가 내렸다가 탓다가를 반복한다. 정말 미안하기도 하고 힘겨워 보이는 사이클릭샤는 타지 말아야 하는데 고들리아 안까지 갈 수 있는 건 사이클릭샤 뿐이라니 어쩌랴. 두 번째 타지 말아야할 이유는 이 속도에 있다. 거의 50분이 되어서 도착했는데 박물관이 문을 닫았다. 사이클릭샤의 할아버지는 보스, 보스를 연발하며 거의 구걸 수준으로 돈을 달란다. 참 안되어 보인다. 연세도 많아 보이는데 말이다. 걸어서 사원으로 향하니 벌써 날이 어두워 지려한다. 기차 시간에 늦지 않으려고 신을 벗으라는 사원에는 들어가지도 않고 어제 먹었던 마살라로사라는 것을 15Rs씩에 3개를 사서 역으로 가려고 오토릭샤를 찾으니 역까지 가려면 정문에서 갈아타라고 한 인디안 학생이 충고한다. 그 말대로 합승 오토릭샤를 저렴하게 이용해서(정문까지 5Rs, 역까지 15Rs) 역에 도착 시간을 확인해 보니 제 시간에 갈 것 같다. 다시 밖으로 나와 길을 건너서 소주에 탈 콜라를 20Rs에 세 개를 사서 한 개는 민우주고 물도 10Rs에 하나 샀다. 갑자기 바뀐 플랫홈으로 가니 명단에 내 이름이 보이지 않는다. 뭐 표가 있는데 별일 있겠어 하며 기차에 오르니 그 때까지 민우가 가지 않고 있다. 앞으로 남은 여행 잘 하라고 손을 흔들어 주고 7시 5분 난 델리로 향한다. 창문을 열고 있는데도 열차 안이 덥다. 나만 그런가 다른 인디안들은 잠바차림 그대로다. 옷을 벗고 몰래 소주를 마시는데 옆의 침대에 있던 남녀 인디안이 술 냄새가 난다고 그만 마시란다. 약간 기분이 상하지만 하지말라는 짓을 한 처지기에 조용히 바로 누워 잠을 청한다. 변명같지만 이렇게라도 한 잔하지 않으면 그 먼거리를 어찌 견디며 간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