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다섯째 날(아그라-바라나시)
2008년 1월 1일 다섯째 날
새벽 5시 40분에 깨어 일출을 보기위해 옥상에 올라가니 아직도 어둡다. 몇 시에 일출을 볼 수 있느냐고 물으니 6시 30분이란다. 넘 추워서 다시 방으로 돌아갔다가 6시 11분에 다시 올라갔는데 여전히 어둡다. 음악을 들으며 일출을 기다린다. Cannon의 선율은 이곳에서도 정말 잘 어울린다. 희미하게 보이는 타지마할을 바라보고 있는데 MP4에서 When a man loves woman이 흘러나온다. 아내에 대한 남편의 사랑으로 대변되는 위대한 건축물 또한 나라 재정을 파탄에 이르게 하는 22년간의 무리한 공사와 결국은 그로인해 아들에게 황위를 빼앗기게 되는 샤자한의 슬픈 얘기가 숨어있는 타지마할. 그곳에 내가 있다. 7시가 조금 넘어 날은 밝아오는데 내가 기대했던 일출의 모습은 보이지도 않고, 시려운 발과 살을 파고드는 한기에 방으로 돌아가 몸을 녹이며 쉬다가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8시 숙소를 나선다. 저녁에는 어디로든 이동을 해야 하기에 배낭도 다 꾸려서 나섰다. 우선 Gulshan Lodge의 아침식사 세트가 싸고 맛있다기에 찾아갔는데 Indian Thah(밥과 두 개의 짜빠티 그리고 달과 야채커리가 나온단다)를 25Rs에 주문하니 주인장이 고개를 외로 꼬으며 OK한다. 매형이 말씀하셨을 때는 잘 몰랐는데 이제보니 대부분의 인디안들이 내용이 별로 마음에 들지 않거나 하긴 하는데 마지못해 할 경우에 그러는 것 같았다. 식판에 나온 음식을 먹으며 오늘의 일정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한국분들이 들어오셔서 바라나시에 대해 듣게 되고, 인도에 와서 겐지스강도 보지 않는다는 게 마음에 걸리고 해서 뉴델리에서 예매했던 잔시행표는 버리기로 하고 바라나시행 표를 예매하기로 했다. 여행을 준비할 때는 너무 먼 것 같아서 포기했었는데 말이다. 맛도 없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행사를 찾아가 바라나시행 기차표 예매를 부탁하니 263Rs에 커미션 50Rs를 달란다. 나중에 표를 보니 표 값이 253Rs로 되어있었다. 그럼 결국 커미션으로 60Rs를 챙긴 거다. 또 나쁜 XX. 어쨌든 선불을 지불하고 저녁에 찾기로 했다. 배낭을 매표소 옆 Locker Room에 맡기고 750Rs의 입장료를 내고 타지마할에 들어서니 9시 50분이다. 분수대를 따라 안으로 들어서니 신발을 벗고 올라가란다. 맨발로 구경하자니 발이 시려 죽겠다. 근데 어떤 외국인 부부를 처음으로 곳곳에 신발 커버를 이용해 구경하는 사람들이 보인다. 난 왜 맨발로 다니는 거니! 건물을 카메라에 담으며 그 아름다움에 빠져있는데 아래쪽 강변에 군막사가 보인다. 관광지 어디서나 보이는 중무장한 군인들의 모습은 인도가 안전하지 않다는 반증인 것 같아 안타까웠다. 사진을 찍다가 재채기를 하니까 지나가던 한 외국인 "Bless you!"한다. 그의 작은 호의가 고맙다. 정작 건물 안에 들어가서는 실망했다. 어두워서 잘 보이지도 않고 달랑 석관 2개가 놓여있을 뿐이었다. 그런데 밖으로 나오니 샤자한의 영혼인가 독수리들이 지붕을 빙빙 돌고 있다. 근처의 박물관에 5Rs를 주고 들어가니 샤자한의 초상화와 아그라포트에서의 아들과의 싸움모습 등을 볼 수 있었는데 한 사람이 계속 따라다니며 설명하더니 나갈 때 돈을 달란다. 10Rs를 주며 보니 Taj Museum이다. 우습게도 화장실이 외국인은 무료인데 인디안들은 2Rs란다. 티켓에는 모두 다섯 곳의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내가 아는 곳은 타지마할과 아그라포트 단 두 곳뿐이다. 티켓에도 그곳이 어디고 이름이 뭔지 아무런 설명이 없다. 어떻게 하면 이 모두를 다 볼 수 있을까 궁굼해서 지나가는 한국인에게 물어보았으나 그도 역시 아는 게 없단다. 어떻게든 다섯 곳을 모두 보리라 마음먹고 아그라포트로 향한다. 서문 앞에는 수많은 인디안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고 그들을 뒤로 난 말이 끄는 마차(30Rs-너무도 흔쾌히 OK하는 걸 보니 내가 많이 준 것 같다)를 타고 이동한다. 한 8분 정도를 가는데 경쾌한 말 발굽소리와 흔들림이 좋다. 아그라포트의 Amar Singh Gate에서도 길게 줄을 서서 기다린다. 입장료가 300Rs인데 타지마할에서 산 티켓이 있으면 250Rs란다. 사진을 찍으며 구경하는데 매형께 빌려온 카메라의 밧데리도 다됐다. 염려하던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뭐 사진이야 인터넷에 얼마든지 있을 것이니 걱정할 필요가 있으랴 싶고 오히려 홀가분하게 구경만 할 수 있으니 좋은 것 같다. 이젠 눈으로 마음으로만 기억해야 한다. 화장실에 갔더니 외국인도 돈을 받는다. 2Rs 타지마할에서는 안 받았는데 말이다. 아그라포트에서 군인을 붙잡고 물어보니 세 번째 사진은 에더마도라 네 번째 사진은 시간드라 마지막은 빠떼쁘스그리란다. 오호 아그라포트를 나서며 세 번째 코스인 에더마도라를 50Rs에 오토릭샤와 흥정해서 가는데 중간에 경찰에게 붙잡혀 다리를 건너지도 못하고 길거리에 세우더니 처음에는 오토릭샤는 건너갈 수 없단다. 그래 내가 저기 택시까지 건너가는 게 뻔히 보이는데 뭔 소리냐고 따지니 자신은 건널 수 없다며 약속대로 50Rs를 다 달란다. 누군가 절대 화내지 말고 싸우지 말라고 했는데 오늘 이 인디안이 잘못 걸렸다. 언성을 높여 내가 막 따지니까 근처의 인디안들이 모여든다. 그러더니 자기들끼리 회의도 하고 흥정도 한다. 내가 알바도 아니고 여기서부터 걸어가야 하니 20Rs이상은 절대 줄 수 없다고 버티니 그제서야 포기한다. 걸어서 철교를 건너 에더마도라에 도착 110Rs의 입장료를 역시 먼저 산 표를 보여주고 100Rs에 들어갔다. 그리 크지 않은 건물에 5개의 석관이 중앙의 2개의 석관을 둘러싸고 있다. 원숭이들도 많이 보이고 데이트중인 인디안들도 보이고 철교아래로는 강물에 빨래를 하고 넓게 펼쳐놓은 모습도 보인다. 1시 20분 문을 나서는데 인도아이들이 따라오며 “Chocolate or Money"를 외쳐댄다. 이제 네 번째로 가야하는데 방향도 모르겠고 안에서 물어본 가격과는 달리 부르는 오토릭샤들 때문에 지도에서 확인한 방향으로 무작정 걷기 시작했다. 걸으면서 구경도 하고 지나가는 오토릭샤를 잡을 작정이었는데 그것이 3km 정도를 걷게 했다. 고속도로 같은 것이 보이고 더 이상 걷는 것도 무리인 것 같아 흥정을 하는데 말도 통하지 않는 한 오토릭샤 기사가 계속 따라오며 타라고 조른다. 확인에 확인을 거쳐 40Rs에 가기로 하고 가는데 중간에 영어를 하는 기사를 만나자 그에게 돈을 더 받아 달라고 부탁했는지 그가 내게 다시 얘기한다. 난 처음에 얘기한 돈 이상은 줄 수 없다고 싫으면 말라고 강하게 얘기하자 포기한 듯 다시 떠난다. 2시 25분 드디어 시칸드라에 도착했다. 거기서 보니 어떤 한국분들은 아예 오토릭샤 한 대를 빌려서 이동하시는 것 같던데 난 왜 그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나 싶다. 다섯 곳을 편하게 이동하며 구경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곳에서 우리나라의 얼음 땡과 비슷한 놀이에 열중하고 있는 인도아이들도 보고 티켓에 있는 사진과 실제를 비교해 보기도 하다가 문을 나서니 막막하다. 또 하나 표의 뒷면을 보니 500ml짜리 생수 하나와 타지마할에서는 덧신이 꽁짜라고 되어있다. 이런 표를 샀으면 앞뒤를 찬찬히 살펴보았어야 할 것을 결국은 꽁짜의 세계는 경험도 못하고 사서 고생만 한 셈이다. 마지막 다섯 번째인 빠떼쁘스그리는 거리도 멀고 그래서인지 오토릭샤들도 많은 돈을 요구한다. 적당한 선에서 타협을 봐야하는데 흥정에 영 젠병인 내가 어쩌겠는가 또 걷기 시작한다. 3시 6분에 문을 나섰는데 46분이 되었으니 40분을 걸어왔는가 커다란 사원이 하나 보이고 갈림길이다. 다시한번 흥정을 시작해서 타지간즈까지 100Rs를 주겠다고 했는데 그가 80Rs에 가겠단다. 이상해서 몇 번을 확인했는데 그렇단다. 말이 통하지 않아 종이에 가격을 쓰면서 얘기했는데 아마 거기서 착오가 생긴 듯 하다. 20분만에 도착했는데 내가 원하던 곳이 아니다. 늦기전에 배낭도 찾아야하고 마음은 급한데 어디로 가야할지 모르겠다. 조급하게 헤메다 겨우 찾아서 배낭을 달라니 돈을 달란다. 10Rs를 주고 나온 시각이 4시 30분이다. 먼지에 매연에 힘들게 돌아다녔으니 이제 바라나시갈 원기를 보충하러 가야겠다. 물론 술과 고기로 말이다. 숙소였던 샨티로지 앞에 티베탄치킨이라고 쓰여있는 곳에 올라가서 맥주있냐니깐 없다고 하고 권하는 한국음식들은 모두 40Rs에서 80Rs나 해서 그냥 식사나 할 요량으로 짜빠티에 난에 짜이를 한잔 달라고 하니깐 인상이 확 바뀌면서 나가란다. 그것도 화장실 사용료로 10Rs나 내고 가란다. 기분이 나빠 내가 이가게 인터넷에 올릴테니 어디 잘 살아보라고 악담을 하고 5Rs를 던지듯 주고 나왔다. 한글로 손님을 유혹하고는 비싼 음식만을 팔고자하는 그 주인장의 상술과 수준미달인 서비스가 정말 싫다. 인도인들 대다수가 그렇다. 돈을 받기위해 굽실대다가도 자신의 성에 차지 않으면 바로 안면을 바꾼다. 조금 올라간 곳에 있는 인도인식당 Taj cafe에 들어가서 과일라시(35Rs)에 짜빠티(4Rs)와 난(8Rs)을 시켰다. 아뿔사 난 짜빠티가 난을 찍어먹는 소스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두께만 틀린 뿐 짜빠티나 난이나 다 빵이다. 할 수 없이 치킨커리(60Rs)도 하나 시켜 찍어먹었다. 난은 조금 짜고 짜빠티와 달랑 다리하나 뿐이었지만 치킨커리는 괜찮았다. 인도는 공공장소에서는 술을 마실 수 없다더니 식당에서도 팔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9시까지 무얼한단 말인가. 여행사에 갔더니 아직 표가 오지 않았다며 나중에 오란다. 웬지 불안감이 엄습하지만 어쩔 수 없어 배낭을 메고 근처를 어슬렁거리는데 저기 보이는 식당 이층에서 한국분이 맥주를 드시는 게 아닌가. 바로 올라가서 탄두리치킨(200Rs)과 맥주(80Rs)를 주문 맥주를 마시며 기다리는데 한 병을 다 마실 동안 치킨은 오지 않는다. 역으로 가야할 시간이 다가오기에 포장을 부탁하고 멀리있는 화장실에 들렀다가 여행사에 가서 표를 찾고 오토릭샤를 타고 역으로 가는데 글쎄 아그라켄트역이 아닌 아그라포트역이란다. 내렸다 탓다 쑈를 했는데 결국 아그라포트역이 맞았다. 세 번째 도전과제인 몰래 술먹기에 도전한다. 콜라에 소주를 섞어 역의 후미진 곳에서 탄두리를 안주삼아 마셨다. 바로 앞쪽으로는 갖가지 색상의 옷을 입은 요기들이 누워있고 저쪽으로는 외국인 남녀가 앉아있다. 그들을 보며 낮에 만났던 인도아이들을 떠올려 본다. 할로 할로하며 악수하자고 내민 꺼칠꺼칠한 손을 잡으면 쵸콜릿 머니 머니 쵸콜릿하고 외친다. 또 어떤 아이들은 똘망똘망한 눈으로 어떻게든 말한마디 하고 싶어 바라만 보기도 한다. 그렇지만 이 아이들은 캄보디아 아이들처럼 집요하지는 않다. 뭔가를 얻기전에는 절대 물러서지 않는 근성을 지닌 캄보디아의 아이들보다 2%정도 부족하다. 아마도 그 2%는 신에게 의지하는 그들의 정신세계 탓이리라. 21세기에도 카스트가 존재하는 나라 인구수보다도 많은 신이 존재하는 나라 그래서 인도는 다양하고 그래서 인도는 강하고 그래서 인도는 보수적이다. 역사로 들어서니 나란히 앉아있던 한국인이 인사를 한다. 그들과 일행이 되어 탄두리치킨에 소주를 마셨다. 2시간이나 연착한 열차는 11시 39분 출발한다. 창쪽의 침대에 누웠는데 들어오는 바람이 장난이 아니다. 소주를 마셨는데도 한기에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옷을 꺼내서 양말을 두켤레나 신은 발도 감싸고 온몸을 두르고 누워 어서 도착하기만을 기다린다. 아 춥다.
☛ 티베탄치킨이라고 쓰여있는 곳이 많은데 SAROJ라는 영어간판이 옆에 있고 산티로지호텔 바로 앞에 있는 곳은 절대 가지 맙시다. 서비스가 뭔지도 모르면서 돈만 벌고자하는 괘심한 주인장이 영업중입니다. 평상시 같으면 당시에 화가 많이 났더라도 인터넷에 진짜 올리거나 하지는 않았는데 그 주인장 지금 생각해도 무지 화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