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의 인도여행 그 두번째 날
2007년 12월 29일 둘째 날
매형이 출근하셨다가 함께 쉬러가자고 하셨는데 일 때문에 못 나오신단다. TV를 트니 인도영화와 인도뮤직비디오를 보여주는 채널이 많다. 길거리에는 순 사리를 입은 여자들하며 맨발로 다니는 아이들 천지인데 화면속의 사람들은 하얀 피부에 차림새도 세련됐다. 그들 특유의 음악과 춤이 느껴질듯 말듯 하는데 매형이 보낸 기사가 왔다. 함께 벵갈만의 아이들 리조트(Ideal Resort)로 향했다. 투숙객인양 리조트를 가로질러 바다로 나섰다. 바다를 바라보며 들어갈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가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싶어 옷을 갈아입고 바다에 들어갔다. 속이 투명하게 보이지 않고 해변 곳곳에 검은 타르 같은 것이 섞여있다. 죽은 물고기가 떠 내려와 있고 낚시질을 하며 손을 흔드는 아이들도 보인다. 모두가 평화로워 보인다. 썬탠을 즐기는 외국인이 몇 명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다. 기념품을 파는 여자아이는 계속 따라오며 사라고 서툰 영어로 졸라댄다. 그들을 뒤로 하고 리조트안의 수영장에서 망중한을 즐긴다. 혼자하는 수영은 별로 재미가 없어 잠시 눈을 부치다 기사를 찾으러 나섰다. 주차장에 있을 줄 알았던 기사가 없어 리조트 안을 구경하며 보니 시설이 무지 좋다. 생각한 대로 가격 역시 비싸다. 싱글이 3,200Rs에서 12,000Rs까지 있단다. 밥을 먹고 왔다는 기사에게 마하바리푸람사원(Mahabalipuram)에 가자고 했다. 도로에서 통행료인 듯 20Rs를 내고 도착한 곳은 해변사원이라고 알고 있는 마하바리푸람이 아니다. 바위산 인 듯 한데 곳곳에 조각이 되어있고 바위산 자체를 깎아 놓은 곳도 있다. 그중에서 마치 배모양으로 생긴 조각을 보고는 힌두의 나라에서 기독교의 노아의 방주를 떠올렸다. 모든 길이 로마로 통하듯 모든 종교도 통하는 것이 있는 건 아닐까? 길거리 곳곳에서 볼일을 보는 남자들을 보며 여자들은 어쩌지 했는데 바위산 한 쪽에 여자들이 모여 있고, 한 명씩 안쪽으로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 화장실인가 보다. 그야말로 노천 화장실인 것이다. 이동 중에 보니 원숭이들도 무지 많다. 무리를 이루어 이동하고 쫒아 다니고 오르락내리락 난리다. 토요일이라서인지 가족단위로 놀러온 인디안들이 가득하다. 여자들은 거의 모두 사리를 입었고 이마 가운데는 붉은색으로 장식을 했는데 빈디라고 부른단다. 마찬가지로 이마 가운데 점을 찍거나 그림을 그린 인도 남자들도 많았지만 그들의 복장은 다양했다. 미니스커트를 입은 인디안을 딱 두명 봤을 정도로 그들의 옷차림은 전통적이다. 그러고 보니 아까 마주친 미니스커트의 아가씨들은 그야말로 대단한 용기의 소유자가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에서 미니스커트를 처음 입었다는 윤복희씨가 미쳤다는 소리를 들었다니 이곳에서의 미니스커트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그곳을 벗어나 이동하며 처음으로 기사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눴다. 이름은 니르막 나이는 서른둘 애가 둘이란다. 처음에 난 나보다 나이가 많은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검은 피부와 수염 때문에 보기보다 나이가 많이 들어 보이나 보다. 얘기를 하며 보니 영어와 태국어를 섞어 쓰고 있다. 이런 둘 다 제대로 하지도 못하면서 선무당이 사람 잡는 꼴이다. 팬스가 쳐진 자그마한 사원(Five Rathas)같은 곳에 갔는데 입장료가 250Rs이라 들어갈까 말까 하다가 니르막에게 물어보니 사원이 크단다. 그래서 아 보이지 않는 곳에 또 뭐가 있겠구나 싶어 표를 끊고 들어갔는데 아뿔사 그냥 밖에서 보던 게 다다. 아마도 니르막은 마하바리푸람 전체가 크다는 얘기였나 보다. 그래도 다행이었던 것은 그 곳에서 산 표로 바다에 인접해 있는 또 다른 사원(Shore Temple) 입장도 가능했다는 거다. 진입로를 직선으로 만들지 않고 둘러가게 만든 것은 아마도 걸으면서 사원의 모습을 감상하도록 한 배려가 아닐까. 아니면 너무 급하게 오지 말고 천천히 마음을 가다듬으며 경건하게 다가오라는 암시인지도 모르겠다. 근처의 해변에는 놀러 나온 인디안들이 넘쳐나고 그들을 상대로 한 미니상점들과 탈거리 먹거리로 가득하다. 구경을 마치고 매형에게 가는 길에 니르막이 “Chennai number two is the Maria church"라며 어제 갔던 산 토메 성당은 세 번째란다. 물어물어 찾아간 성당에서 길게 줄을 서서 마리아상에 손을 대고 기도를 하는 인디안들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으려다가 몽둥이를 든 경비에게 제지를 당했다. 사진을 못 찍는 건 이해가 가지만 성당경비가 몽둥이를 들고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이해하기가 싶지 않다. 용도가 뭘까? 이어폰도 살 겸 니르막에게 Department store에 가자고 했더니 자꾸 길거리의 미니상점에서 차를 세운다. 내가 다시 “Big! Big! store!”라고 얘기를 해도 마찬가지다. 100m에 하나씩 24시간 편의점이 있는 방콕과는 달리 이곳은 길거리에 늘어서 있는 작은 상점들이 다다. 그나마 슈퍼다운 곳도 찾아가야 한다. 성당근처의 슈퍼다운 곳에서 물(8Rs), 콜라(26Rs) 그리고 칫솔(49Rs)을 사고 공장으로 향했다. 매형과 또 다른 한국식당에서 식사와 함께 소주도 한 잔하고 숙소로 돌아와 짐을 꾸렸다. 내일은 오전 6시 45분에 떠나는 비행기를 타야하기 때문이다. 아침에 꼭 밥을 드셔야 했던 매형은 샌드위치라도 생존을 위해선 먹어야 한다고 말씀하시고, 소주도 한 병 이상 드시려 하지 않으신다. 아마도 가족과 떨어져 지내야하는 타국살이가 가져온 변화이리라. 그러고 보니 나도 많은 것이 변해서 살고 있다. 이제 내일부터는 운전기사도 없고 모든 것을 혼자 해결해야한다. 특히 이동하는데 많은 시간과 신경이 쓰이리라. 디카 충전기를 가져오지 않아 매형 디카를 빌렸는데 매형이 충전기를 안주신다. 웬지 불안하다. 불안한 인도의 두 번째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