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3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삼천포와 망구의 묻지마 관광은 인도에서도 계속된다 -3

삼천포 21 7437

6월13일.

본격적인 인도 여행의 첫날이다.

우리가 짊어지고 왔던 부산 어묵과 콩나물 등등이 가득 차려진 아침 밥상을 거하게 받고.

10시에 델리에 데려다 주신다고 해서 시간이 조금 남아서 우리는 마을 산책에 나선다.

우리 숙소가 있는 동네는 아담하고 이쁜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한눈에 보기에도 꽤나 부촌 분위기가 풍긴다.

우리 숙소 마을에서 큰길 하나를 건너면 그냥 평범한 작은 동네가 나온다.

노점상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동네 우물가에는 벌거벗은 아이들이 물장난을 치고 있고 아낙네들은 야채를 다듬고 있다.

동네 총각들은 무리지어 모여 떠들어대고 있고 달구지를 끌고 가시는 할아버지의 걸음은 느릿느릿하다.

아침의 햇살은 그런대로 견딜만하다.

햇살보다 더 따가운 시선들이 전신에 꽂혀온다.

꼬맹이들이 줄지어 우리 뒤를 따라오며 깔깔대고

전신슬림을 더 돋보이게 해주는 일자라인의 잭필드3종 세트 같은 바지를 입은 동네 멋쟁이 총각들이 휘파람을 불어댄다.

다들 어찌나 슬림 작렬들이신지 몸매가 순정 만화의 남자주인공 마냥 입체감이라고는 없다.

약 30분간의 동네 산책은 갓난쟁이건 호호할배건 누구든지간에 몸둘 바를 모를 정도로

퐉퐉 쏴주시는 눈빛들 때문에 부담스럽기도 하고 민망하기도 하다.

천포 : 망구씨~ 살다살다 나 이렇게 뚫어져라 쳐다보는 나라는 첨 봤어. 몸에 빵구 날 거 같어.

망구 : .................

천포 : 또 눈싸움 하냐?

망구 : 어! 이번에도 내가 이겼다! 백전백승! 캬캬캬

울 망구씨, 아침부터 또 눈탱이 뻘겋게 충혈됐다.

천포 : 망구씨, 그 눈빛들 부담스럽지 않어?

망구 : 첨엔 그랬는데 지금은 괞찮아..재밌잖아.....캬캬캬

천포 : 흠.....

망구 : 우리가 언제 또 이런 시선을 받아보겠냐? 전신저질인 주제에 거 참 고마울 따름이지..캬캬캬

천포 : ^ㅡ^;;;;;

"전신저질"

사랑하는 친구 망구씨를 위해 우정과 의리로 똘똘 뭉친 천포가 심혈을 기울여 지어준 사랑스런 별명이다.

4년 전 앙코르 왓 여행 당시 살색에 가까운 살구색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으려고 포즈를 잡고 있던 망구씨.

카메라 렌즈를 들이대던 천포 동생이 화들짝 놀란다.

천포 동생 : 아악! 망구 언냐~ 멀리서 보니까 언냐 원피스 색깔 때매 옷 안입은 사람 같애. 꺄악~!

천포 : 캬캬캬캬..진짜.... 와우~! 그럼 전신누드 촬영이네~유후~!

망구 : 그래? 캬캬캬캬....그럼 얼렁 찍어! 나두 전신 누드집 한 번 내보자!

천포자매 : -_-;;;

그렇게 해서 찍은 사진은 망구씨의 늘씬한 S라인 몸매와 더불어 오묘한 옷 색깔의 조화로 인해

연예인 화보집을 능가하는 예술적인 작품이 탄생하게 되었는데.....

천포동생 : 와우~! 사진 누가 찍었는지 증말 잘 찍었다. 예술이다!

망구 : 와우~! 누구 몸매인지 몸매 증말 죽인다!

이러구 놀고들 있다. -_-;;

사진 찍는 실력은 개발에, 그당시 몸매는 최악의 전신뚱띠였던지라 질투심에 사로잡힌 천포.

천포 : 시끄러! 수전증 주제에 겨우 사진 하나 건진거 가지구 잘난 척은...

천포동생 : -_-;;;

천포 : 쳇~! 전신저질 주제에 겨우 사진 한 장 잘나온 거 가지고 예쁜 척은...

망구 : -_-;;

천포 : 캬하하하하하~ 수전증 찍사와 전신저질 모델 주제에.......

천포동생 + 망구 : 지는 정신저질인 주제에~ 똥 푸는 소리하고 있네~!

천포 : -_-;;

어쨌든, 그리하여 울망구씨는 "전신저질" 이라는 아름다운 별명을 가지게 되었다.

전신 S라인, 전신 황금비율, 전신고질(?)...뭐 이런 비현실적인 표현들에 비해

이 얼마나 인간적이고도 현실적인 별명인가.....

전.신.저.질의 고혹미를 발산하며 울망구씨는 오늘 아침에도 눈싸움과 기싸움을 작렬하니라

눈탱이에 핏발이 잔뜩 서있다.

숙소 차량으로 델리의 빠하르간즈에 내린다.

밤 9시에 데리러 온다고 하신다.

차에서 내리는 순간 후끈 하고 숨이 막혀 온다.

소름이 끼칠만큼 커다란 소리로 경적을 울려대는 차들.

그 사이로 느릿느릿 걸어가면서 가시는 걸음걸음 푸짐하게 응가를 작렬해 주시는 소들.

사방팔방에서 풍겨 오는 찌린내의 악취.

눈을 뜨기가 힘들 정도로 태워 죽일듯이 내리쬐는 태양.

독하디 독한 담배를 억지로 피운 것처럼 목이 컬컬해지는 매연들.

아~!

이제 조금씩 내가 인도에 왔다는 게 실감이 나기 시작한다.

그 중 제일 끔찍한 건 어디에서나 풍겨 오는 코가 썩을 것 같은 찌린내의 진동이다.

"열린 학교" 라는 말은 들어봤어도 "열린 변소" 는 델리에서 첨 본다.

시내 어디에서나 흔히 볼 수 있는 문짝도 없는 "열린 변소"

덕분에, 쉬야 하는 쩍벌남들의 섹쉬하고 늠름한 뒷테는 원없이 감상 할 수 있었다. -_-;;

빠하르간즈 그 정신 없고 뜨거운 길거리에서 처음으로 마셔본 리어카표 과일 주스 한 잔.

바로 뒷편엔 오줌 줄기 자국이 누렇게 떠있는 담벼락이 있고 파리떼가 잡아먹을 듯이 덤벼드는

길거리에서 지나다니는 자동차들의 경적소리에 경기를 일으키며 들이킨 과일 주스 한 잔.

미지근하면서도 달짝지근했던 그 주스는 델리에게 건넨 나의 첫인사였다.

"안녕! 우리 잘 지내보자! "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듯 그렇게 인사를 건네본다.

1186363263_m1.jpg<

빠하르간즈 시장 풍경입니다.

엑스트라로 출연한 삼천포를 찾아라~!

월리를 찾아라에 버금가는 초 고난위도 숨은그림 찾기일까요~??ㅋ 네! 초저난위도 문제입니다.ㅋ

"안녕! 우리 잘 지내보자!" 하고 델리에게 인사를 건냈지만 델리는 조금 건방지다.

한낱 여행자에 불과한 나의 인사 따위는 가볍게 씹어버릴만큼 냉소적이다.

"붉은성" 에 가려고 오토 릭샤를 잡았다. 50루피에.

도로는 정체된 차들이 내뿜는 열기로 후끈 달아올라 있다.

오토릭샤에 탄 우리는 딱 죽을 맛이다.

양쪽에서 내뿜는 열기에 그리고 매연에 숨이 막히고 눈을 뜨기가 힘들다.

기관지가 약한 망구가 연신 기침을 해댄다.

늘상 결막염에 시달리는 삼천포의 눈은 이미 충혈되기 시작해 눈물이 줄줄 흐를 기세다.

그래요, 이건 감동의 눈물이에요~!

내가 그토록 원하던 인도에 와서 자꾸만 눈물이 나요~!!

라고 또다시 나에게 최면을 걸듯 주문을 외워본다.

붉은성은 아름다웠고 또 더웠다

넓디 넓은 그곳을 걸으며 우리 뒤를 졸졸 따라다니는 기름진 머릿결의 인디안들이 히히덕대는 소리를

들으며 또 그들의 타는 듯한 시선을 온몸으로 느끼며 우리는 조금씩 지쳐가기 사작했다.

1186361863_DSCN4076.jpg<

1186361863_DSCN4074.jpg<

1186361863_DSCN4078.JPG<

붉은 성 풍경입니다.^^ 델리에서 "꼬옥" 봐야한다는 그곳..

다시 릭샤를 타고 빠하르간즈로 돌아온다.

돌아오는 길은 스펙터클 그 자체.

아슬아슬한 좁은 골목길을 요리조리 잘도 빠져나가며 작은 접촉 사고 하나 없이 깔끔하고 터프하게

운전하는 베스트 드라이버 덕분에 다시 기분이 좋아진 단순한 우리.

점심을 먹으러 빠하르간즈의 시장을 헤매다 GEM 바 발견.

그곳에서 맛있는 치킨 커리를 먹고.

다시 밖으로 나오니 역시나 덥다. 더워.

델리는 절정의 더위를 발산하고 있다.

사십도가 넘는 더위에 이미 목덜미에 땀띠가 오돌토돌 솟아오르기 시작한다.

델리에서 왜 다들 여행을 포기하고 숙소에만 처박혀 있다 다른곳으로 황급히 떠나는 건지

그 여행자들의 심정이 십분 이해가 간다.

오후의 일정은 "지하철 여행"으로 컨셉을 잡았다.

너무 더워서 너무 지쳐서 땀을 우기에 빗줄기 쏟아지듯 쏟은 우리는 기어가다시피 해서 뉴델리 지하철 역으로 간다.

뉴델리역을 가로질러서 찾아간 지하철 역.

뉴델리역을 가로지르며 다시 한 번 느꼈다.

인도에 진짜 인구가 많구나...새삼 새삼 사람에 치어죽겠구나 싶었다.

에어컨 빵빵시원한 지하철을 탄 순간 우리의 목적지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그냥, 이제 대놓고 묻지마 관광의 시작인거다.

천포 : 어! 이제 내려야 되는데...다음 역이 코넛 플레이스야.

망구 :..............

천포 : 안내려?

망구 : 어~ 잘가!

천포 : -_-;;

천포는, 내심 그렇게 대놓고 배를 째는 망구가 눈물나게 고마웠다.

시원한 지하철 안에서 우리는 그렇게 퍼질러 앉아 있다.

종점에서 다들 내리고 우리도 마지못해 내린다.

다시 건너서 지하철을 또 탄다.

천포 : 앗! 다음역이 델리 대학 있는곳이네. 우리 내려서 델리대학 구경할까?

망구 : ..................

천포 : 델리대학에 캐꽃미남들 널렸다던데?

망구, 벌떡 일어나 이미 출입구 앞에 서 있다.

역시나 울 망구씨의 결단력과 실행력은

60년대 초가지붕을 모조리 파란 기와지붕으로 갈아엎으신 그분과도 맞먹는다.

지하철 역에서 내려 델리 대학까지 쭈욱 걸어간다.

10분 정도 걷다 보니 학교가 보인다.

단정하고 깔끔해보이는 남녀 대학생들의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호기심에 강의실을 기웃거려 보니 다들 열공들 하고 계시다.

빈강의실에선 학생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고 있다.

넓은 잔디밭을 가로질러 걸어가다 잔디밭에 앉아 있던 초미남 한 명 발견.

천포 : 망구야..봤어? 봤어? 완전 캐미남? 매연 때매 썩어들어가던 안구가 정화된다..후후

망구 : 후후...나두 매연 때매 찌든 기관지가 폭포수 아래서 득음하듯 확 트인다....후후후...

뒤를 돌아보니 초미남이 우리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천포 : 아악~ 어뜩해....초미남이 우리 쳐다보고 있어....나 떨려..어뜩해..아악~!!

망구 : ..................

천포 : 망구씨.....설마 또 눈싸움~? -_-;;

망구씨, 이번엔 눈싸움 대신 초미남을 향해 손가락 까딱까딱중~!

그가 망구의 손가락을 따라 쪼르르 달려온다.

조금전까지 어뜩해! 를 연발하며 오도방정을 떨던 삼천포는 쪼르르 냉큼 달려오는 초미남을 보자마자

부끄러워서 망구 뒤로 숨어버린다.

이건 뭔, 1920년 대 우물가에서 빨래하다, 나무하러 가던 삼돌이랑 눈이 마주치자

수줍어서 그만 뽕나무 뒤로 숨어버리는 삼월이 버전~? ㅡ,.ㅡ;;;

가까이서 본 그는 동백 기름을 들이부은 듯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느끼한 머릿결의 포스를 빼고는

어린아이 같은 순수한 얼굴이다.

망구 : 아가~ 몇살?

인도남 : ^__^ 열아홉살!

천포 : 헉~ 열아홉이면 대체 몇년생인거야?

망구 : 아마도 우리가 교복 치마에 옷핀 꽂고 담 넘어서 오락실 가던 그 시절쯤에 태어나지 않았을까?

천포 : 에이~ 오버하시긴~ 우리가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 꽃다발을 한아름 선사하던 시절이겠지..

망구 : 지뢀을 쌈싸드신다! 차라리 아 응애에요~ 시절이라고 개뻥을 까시지?

이러구 우리끼리 또다시 만담의 향연을 펼치고 있는데 그애가 말을 시킨다.

인도남 : 웨어 아 유 프롬?

우리 : 우리 한국인이야.

인도남 : 코리아? 사우스 코리아? 노스 코리아?

우리 : 헐~ -_-;;

우리가 머리에 진달래꽃 꽂고 모나미 만년필 같은 흰저고리에 검정 치마를 입은 북쪽 언니들처럼 보이는건가?

당황스러운 질문이었다.

그런데, 알고보니 인도인들에게 이 질문은 그냥 습관이었던 것 같다.

한국인이라고 하면 100% 다들 북한? 남한? 하고 질문들을 해댔으니까...

왜 그런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들을 해대는지 당췌 알 순 없었지만...

북핵 문제 해결 협상 테이블에라도 앉히려는 것인지,

저기 어디 시장 바닥 한가운데 갖다 놓으면 뒷모습만으로는 여느 아줌마들과 절대 구분할 수 없는

뽀글이 파마 김씨 아저씨에 대한 성토를 하고 싶은 것인지,

남북통일에 대한 100분 토론을 하고 싶은 것인지,

북한? 남한? 하고 물어보고 남한이라고 대답하면 언제나 그걸로 끝이었다.

도대체 왜 물어봤냐구?

열아홉살 먹은 그 델리 대학생, 이름이 아비지트 라고 밝힌 그애는 명문대생 답지 않게 의외로 영어가 서툴렀다.

서로서로 얕은 대화를 주고 받다가 순간 말문이 막혀버린 우리.

어색한 침묵이 흐르고 그 분위기를 반전시키려는 듯 그애는 핸펀으로 듣던 음악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삼천포가 너무나 좋아하는 영화 "플래시 댄스"의 음악인 "매니악"이다.

우리 셋은 그렇게 노을이 저물어가는 학교 잔디밭에서 나란히 앉아 음악에 귀를 기울이며 흥얼거린다.

그 애와 작별을 하고 오토릭샤를 잡아서 다시 빠하르간즈로 돌아가려고 서성대는 우리.

릭샤를 잡으려고 길거리에 서있는데 저어기 멀리서 눈부신 광채를 뿜어내며 누군가가 뛰어오고 있다.

동백 기름을 곱게 바른 듯 단정하게 떡이 진 머릿결을 청순하게 찰랑찰랑 거리며 뛰어오는 그애.

아~! 아~!

또다시 안구가 호강하는 순간이다.

마치 영화속의 한 장면처럼 슬로우 모션으로 우아하게 뛰어 와서 상콤한 숨결을 내뿜으며 말한다.

인도남 : 전화번호 알려줘!

우리 " 헐~ -_-;; 우린 배낭 여행자라규!

아니, 전화기가 있어야 전번을 알려주지?

이것도 아마 습관인 것 같다.

우리처럼 널널한 배낭 여행자들이 로밍해서 올 일이 뭐 그리 많다고 다들 한결같이 전번을 물어보는것인지?

어쨌든, 열아홉 살짜리 캐미남이 전번도 물어보고, 아~아~인생은 아름다워요~!

이제 나이트에서도 뺀찌 맞는 나이인지라, 동네 약수터에서 나무등치기에 열중이신 영감님이

틀니 사이로 헐헐거리는 미소 한방만 날려주셔도 만남 찻집에서 쌍화차 한 잔 정도 같이 마셔줄 용의가 있는데..

아~아~ 날은 저물어 어둑어둑해지고 있었지만 내 마음속에는 회춘의 등불 하나가 환하게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애가 오토릭샤를 잡아주려고 이리뛰고 저리 뛰고 분주하다.

어떻게든 우리를 도와주고 싶어서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귀엽다.

사이클 릭샤는 거리가 너무 멀어서 못가겠다고 하고 결국 우리는 다시 지하철을 타고 가기로 한다.

델리 지하철은 참 깨끗하고 시원하다.

지하철을 타기 전 일일이 소지품 검사를 하는 게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빠하르간즈에 다시 도착하고 보니 6시.

낮에 갔던 GEM 바에 저녁을 먹으러 가려다가 "마데인지나 네비게이션" 스러운 지리감각의 소유자인

삼천포 덕분에 또다시 낯선 미로같은 골목길로 잘못 접어든다.

좁디좁은 골목길은 마치 지뢰밭을 걸어가듯 아슬아슬하다.

한발만 잘못 내디디는 순간, 잠시 한 눈만 팔았다하면 바로 똥 밟는거다!

개나 소나 사람이나 죄다 궁디 까고 사이좋게 볼일들 보는 건지

그 황금색 무더기 천지에서 파리떼들만 좋아서 환장하며 힘찬 날개짓을 해대고 있다.

다닥다닥 붙은 집들도 많고, 아가들도 많고, 똥도 많은 그 좁은 골목길을 빠져나와

좀 많이 돌고돌아서 레스토랑에 도착.

에그 커리와 탄두리 치킨과 로띠와 마데인 인디아표 맥주 "킹피셔"를 마시고.

상콤하고 약간은 달짝지근한 킹피셔를 망구는 너무나 좋아라한다.

여행을 떠나오기 전날, 이장님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인도는 금주 나라임. 누나는 좀 괴롭겠다.ㅋㅋㅋ"

라이센스 있는 식당에서만 술을 팔고, 술값도 비싸고, 술 먹기도 힘들다는 사실을

진작에 알았다면 단언컨데 나는 인도 여행을 급포기 했을거다. 아마도.

삼천포의 인간극장을 방영한다면 아마도 제목은 "술과 함께 외길인생 반평생, 삼천포" 일거다.

서울에서 길을 걷다가 길거리에 철푸덕 주저 앉아 쐬주병을 나발을 불고 계시는 할매를 본 적 있다.

한손엔 담배를 들고 있고, 한손엔 쐬주병을 꼬옥 쥐고 입에다 들이 붓고 계시던 그 포스.

망구 : 헉~! 저 할매 머꼬? 길거리에서.....아무리 노이네지만 진짜 꼴불견이다.

천포 : 아~! 부럽다~! 나도 빨리 늙었으면 좋겠다.....

망구 : -_-;;;

천포 : 나도 빨리 늙어서 아무 눈치 안보고 저렇게 길거리에서 저래봤으면............

망구 : -_-;;

이랬던 천포씨가 인도에서는 여행 내내 거의 금주하다시피 했다.

과연~? 후후~

1186361863_vfde3.jpg

설.정.샷! 이라는 걸 완전 강조합니다!

밥을 먹고 시장에서 치마를 하나씩 샀다.

70 루피라는 가격이 좀 수상하긴 했지만, 마데인 인디아 제품이 뭐 워낙 신뢰성이 없긴 하지만

그래도 입은 지 하루만에 허벅지가 부욱 찢어져서 바람이 슝슝 들어올지는 몰랐다.

조금만 비를 맞아도 노란물이 뚝뚝 떨어질 줄도 몰랐다.

결국은 걸레로, 내지는 발닦이 용으로 쓰게 될줄도 그때는 몰랐다.

1186363263_m2.jpg

어찌나 덥고 뜨거웠던지

여행 초반 이렇게 허여멀금했던 천포가..

1186363263_m3.jpg

이렇게 조금씩 어깨가 벌겋게 타기 시작하더니..

1186363263_m4.jpg

결국은 이렇게 시커멓게 변했답니다.ㅜ.ㅜ

픽업 기사를 만나기로 한 시간. 9시.

하필 만나기로 한 장소가 버스 종점이라 깜깜해진 공터가 더더욱 무섭게 느껴진다.

바로 뒤에는 열린 변소가 떠억 하니 버티고 있어서 코가 썩어들어간다.

시꺼멓고 험악하게 생긴 남자들이 흘낏흘낏 거리며 지나가고 밤공기는 매연과 섞여

온몸에 끈적끈적하게 감겨 온다.

9시 30분이 되었는데도 픽업차는 감감무소식이다.

덜컥 겁이 나기 시작한다.

인도 사기꾼, 성추행범, 강도..이런 단어들이 떠오르며 머리칼이 쭈뼛쭈뼛 서기 시작한다.

온몸은 땀 범벅으로 끈적이고 머리카락은 먼지로 버석거린다.

무서운 와중에도 이리저리 다니며 픽업차를 찾아본다.

껌껌한 곳에서 바지를 반쯤 내리다시피하고 열린변소에서 나오던 남자와 시선이 마주친다.

천포 : ㄲ ㅑ악~~~~~~~~~~~!!!!!!!!!

망구 : 왜? 왜그래? 천포야???

천포 : 히잉~ 나 눈 썩어. 가뜩이나 긴장해서 무서워 죽겠는데 바지 좀 제대로 올리고 나오지.

못볼 걸 봤잖아.......

망구 : 그래? 에이..씨......

천포 : 아..무서워.....실실 웃잖아....바지도 제대로 안 올리고.....ㅠ.ㅠ

망구 : 너무한다. 너 진짜~! 그 좋은 걸 너 혼자만 보냐???

천포 : -_-;;;

그 와중에도 , 긴장되고 무서운 와중에도 개그본능의 끈을 놓지 않는 울 망구씨.

껌껌한 밤거리에서 무서운 와중에도 우리 둘은 마주보고 웃어 버린다.

1186363263_m5.jpg

1186363263_m6.jpg

빠하르간즈의 밤거리 풍경.

사진의 퀄리티는, 가볍게 무시해주시는 쎈쓰~!^^

9시 40분이 넘어가도 차는 보이질 않는다.

아침에 숙소 아주머니가 적어 준 전화번호로 전화를 해보기로 하고 핸드폰 섭외에 나선다.

길을 지나가는 사람에게 전화기를 빌려서 전화를 한다.

그 친절한 행인은 전화도 직접 걸어주고 차가 올때까지 같이 기다려 주겠다고 한다.

어찌나 상냥하고 친절한지 낯선 밤거리에서 눈물이 날 뻔 한다.

버스 종점의 오너(?) 처럼 보이는 아저씨도 우리가 불쌍해 보였는지 직접 전화를 걸어서 알아봐 주신다.

조금 늦는다고 10시에 온다고 한다.

그러나 10시에 온다던 차는 10시가 훌쩍 넘어서도 보이질 않는다.

망구 : 아~놔~ 참..고운 입에서 이십년만에 욕 나오게 하네...

천포 : 나두...청순한 입에서 십장생 타령이 나오려고 하네....

투덜대고 있는데 10시를 훌쩍 넘겨서 도착한 픽업 차.

그렇게 가슴 졸이며 무서움에 떨며 초긴장 상태로 기다렸던 차여서 그런지

차에 타자마자 십장생 타령이고 욕이고 나발이고 안중에도 없이, 마냥 좋아 죽는다. -_-;;

무사히 숙소로 돌아와 샤워를 한다.

델리 투어 하루만에 머리카락에 손가락이 안 들어갈 정도로 푸석푸석해졌다.

코를 푸니 휴지가 새까맣다.

목덜미는 땀띠로 뻘겋게 부풀어 올랐다.

그래, 오늘은 내가 졌소! 델리씨!

내일 다시 만나자구요!

다시금 전의를 불태우며 우리는 피곤에 쩔어 잠이 든다.


* 인도대륙 게시판은 참 널널하네요^^;
천포 혼자 전세 내서 도배 하는 기분이예요^^ㅋ
저의 얼렁뚱땅 여행기를 읽어 주시고 댓글 달아주시는 분들 넘
감사해요^^ 더 열심히 쓸게요^^

21 Comments
요나단 2007.08.06 11:22  
  아아..삼천포님. 너무 재미나요!!직장인데 몰래 읽다가 웃음 참느라 혼났다는..ㅡㅡ 이번에 미얀마 다녀왔는데..인도사람이 반이더라구요. 인도가 어떨지 조금 상상이 되요.ㅎㅎ 미얀마도 엄청난 인구들과 매연..찜질방 더위..ㅡㅡ
날아라키키 2007.08.06 13:05  
  천포언니여행기 끝날때까지 완전 행복할꺼 같아요..
여행다녀온후 한달간은 인도얘기만 하다가
친구들한테 왕따당할뻔했어요..ㅠㅠ
저랑 같이갔던 동생아가는
"언니 인도에는 장동건이 너무 많아요..헤에~"
그럼서 무쟈게 좋아했었던 기억이..ㅋㅋ

땡깡 2007.08.06 13:45  
  ㅋㅋㅋㅋㅋ 인도 에서 나시 T 입고 다니시고...
거기다고 이쁘시고 화장 까지 했으니
안쳐다 보면 남자가 아닐꺼라 생각 듭니당~~~
열린 화장실 에 백만표 !!!!!!
땡깡 2007.08.06 14:01  
  혹시 시간 나시면 미얀마 사진일기
봐주셔요~~~ 저도 올해에 태국 2번 미얀마 2번
갔다 왔어요.. 참고로 저는 미국 L.A. 삽니다....
삼천포 2007.08.06 14:14  
  와우~! 조회수 14에(그 중 두개는 천포가...ㅋ) 리플수 4개! 이런 소수정예, 가족적인 분위기 넘 좋아요~^^
요나단님/ 저는 늘 항상 마음속에 미얀마를 담고 살아요.너무 가보고 싶어서 언제나 꿈을 꾼답니다.^^
키키님/ 이거..참...커밍 아웃을 해야겠군요. 천포의 여행기는 인도 여행기를 빙자한 "티벳 여행기" 라고 고백하심...저 미워하실건가요? ㅜ.ㅜ;; ㅋ
땡깡님/ 저 화장 안했는데... -_-;; 사진 찍을 때만 쫌이라도 이뿌게 나오고 싶어서 립글로스 살짝 발라주는 쎈~쓰! 너무 더워서 땀이 줄줄 나는 관계로다가 화장이고 뭐고 눈썹도 안그리고 다녀요.다들. 글구 인도에서 여행자들 다 나시 입던데...^^;
아! 미얀마 넘 가고파서 님 사진 보러갔는데, 지금 제가 일하는 데가 컴이 오백년 된구린거라 대부분이 다 엑박이네요. 있다 밤에 집에 가서 최신형(!)으로 다시 감상할게요^^
더 워(De War 2007.08.06 15:37  
  또 글 언제 올라 올라나.
5일이나 또 지다려야 한다 말인가.
이 더븐 여름날 글을 기다리는 많은 애독자 발고락 무좀 생기도록 들락날락하게 하지 마시길...
지다림에 지쳐서 울다 지쳐서 ... 천포님께 하소연 또는 압력행사 중^^
밤의 원숭이 2007.08.06 17:22  
  삼천포님 인도두 다녀오셨네요~~ 완전 반가워요~~ㅎㅎ 인도를 가장한 티벳여행기, 더 기대되는데요~ 얼릉얼릉 담편 고고~~~~~
시골길 2007.08.08 19:30  
  앙코르 왓 여행 당시 살색에 가까운 살구색 원피스를 입고 사진을 찍었던 망구씨의 미모에 저는 뻑 갔었는디요..전신저질이라니요?? 별로 이해가 안갑니돠~~!!
오늘도 창자가 히떡 뒤집어 지고 갑니다..ㅎㅎ 너무 재미나서, 중독 되어 간다는...
[[고양땀]]
삼천포 2007.08.09 10:11  
  더워님/ ㅋㅋ 이 더운 여름날 발가락에 무좀 생기시면 안되는데 ㅜ.ㅜ 막중한 책임감을 느끼며,빨리 써야겠군요..아..쓰기 구찮아서 발꼬락만 꼼지락 거리다가 왠지 뜨끔해지는데요^^;
원숭이님/ 닉넴이...참....개성만점이시네요^^ 저두 완전 반가워요~^^
시골길님/ 흐흠...미녀3총사 중 망구씨에게 반하셨군요. 전신저질은 질투심에 사로잡힌 천포가 막 지어준 막별명이에요^^;;
외국인투자자 2007.08.09 18:30  
  에이 요거읽고 4편 올라와있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아직이시네여....천포님 썩4편 티벳여행기 완전 기대됩니다...또 채찍질해야 쓰실래나?? 어여~!!! 써주세여~~!!!
넘넘넘 재밌어여 ㅋㅋ
날아라키키 2007.08.09 23:26  
  안미워해요..ㅠㅠ 티벳여행기도 기대할께요..^____^
쏨땀마니아 2007.08.10 19:52  
  앙~~ 이걸 벌써알아버렸으니 이제 다음여행기 올라올동안 어찌기다린데요 마지막에 딱보고선 쫘라락 읽어야 하는데 ㅋㅋ 저도 11월쯤 인도가는데 과연 잘 다녀올수있을런지 어여어여 담편도 부탁드려요
삼천포 2007.08.10 22:58  
  투자자님/ 너무 반가워요^^ 채찍질 당하기 전에 얼렁얼렁 고고~! ㅋ
키키님/ 네..고마워요^^
쏨땀님/ 우와~ 인도 가시네요...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가시길 바래요^^ 만만치 않거든요..흐흐..
브라보타이 2007.09.05 13:29  
  ㅋㅋ 너무재미있게 보고있습니다. 삼실서 몰래 살금살금보다 키득키득 얼굴빨개져서 보고있습니다 ㅋㅋ
블루13 2007.09.13 13:12  
  삼천포님, 인도에는 장동건이 많다고 그러시는데 소지섭님은 아니 보셨나요^^ 
반갑습니다.
그리고 부럽습니다.
저는 인도에는 못 갈 것 같은데 덕분에 잘 보고 느끼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태극아빠 2007.09.16 17:12  
  한국에서도 그렇게 입고 다니시면 시골에서는 쳐다봅니다..ㅋㅋ
우아한 페가스스 2007.09.18 01:35  
  너무재미있어요
저도 연말에 인도에 갈 예정인데..
도움 많이 됩니다.
우리비 2007.09.20 03:21  
  몸에 빵구 날 거 같어 <--- 정말 이해가 됩니다...ㅋㅋ
코를 풀면 새까많죠..매연이 그토록 많다는게 신기하죠? 삼천포님의 태국-라오스 여행기 읽고 팬이 되버렸어요! 저랑 나이같으신데, 나중에 꼭 여행지에서 뵈요~
카라 2007.09.24 12:46  
  ㅋㅋ~~여행기도 잼나고...댓글도 잼나고~~ㅎㅎㅎ 겜방 요금이 무작정 올라가겠내요~~ㅋㅋㅋ
달봉킴 2008.03.28 13:47  
  ㅎㅎ 진짜 글 너무 재미있게 잘쓰시네요~ 먼가 팍팍 와닿는 표현들!!ㅎㅎㅎ
디아맨 2015.07.02 10:05  
흑흑 너무 오래돼서 사진이 엑박이에요.. 할수없죠 ^^
콩나물무침 .... 왠지 땡기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