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
어느 봄날.
몇년동안 하던 일을 갑작스레 중단하게 되었다.
강제 백수가 된지 반나절도 안지났는데 정말 예정에도 없던 네팔행 항공권을 덜컥 끊어버렸다.
어제 이맘때만해도 내일 점심은 뭘 먹을까로 고민했었는데,
오늘은 당장 침낭을 사야하나로 고민중이니 내인생인데도 정말 한치앞을 모르겠다.
나의 마지막 여행은 2008년 인도 배낭여행이다.
세번에 걸친 길고도 사연 많았던 인도 여행을 마지막으로 나는 여행에 대한 염증을 느꼈다.
질릴만큼 싸돌아다니며 놀아봤으니 이제 일이나 열심히 하자 결심했는데
갑작스럽게 아프게 되어 1년을 넘게 고생하다가 다시 일을 시작하고 그냥저냥 평범하게 살았다.
2013년에 일주일간 짧게 홍콩/태국을 다녀오긴 했지만 단순히 쉬다가 온거라 여행같지도 않았다.
그렇게 여행에 대한 열망이 사그라든줄 알았었는데 네팔행 티켓을 끊고 나니
2007년 인도 배낭여행을 준비하던 시절의 나로 돌아간 듯 활력과 정력이 마구마구 넘쳐났다ㅋㅋㅋ
나 회춘했음ㅋㅋ배낭을 꾸리면서 점점 젊어지는 나ㅋㅋ(벤자민 버튼 돋네ㅋㅋ)
내친구 망구는 네팔에 세번이나 다녀왔다.
포카라가 너무 좋다고 천국같은 곳이라고 하루종일 행복해지는 곳이라고 늘 말했었다.
나는 몇년간 믿었던 사람에게 뒤통수 맞고 갑자기 일을 그만두게 되었던 월요일밤에
너무너무 화가 나고 속이 상해서 동네 뒷산에 올라가 미친듯이 소리를 지르고 내려왔다.ㅋㅋㅋ
아파트에서 소리지르면 민폐니까ㅋㅋ그래도 속이 풀리지 않아서 밤새도록 울분에 차서 씩씩거렸다.
다음날 눈을 뜨자마자 포카라가 문득 떠올랐다. 망구가 말했던 포카라는 어떤곳일까...
하루종일 행복하게 해준다는 그곳에 가면 더이상 뒷산에 올라가
소리지르는 일은 없지 않을까...생각하니 당장이라도 그곳으로 떠나고 싶어서 마음이 급해졌다.
티켓을 찾아보니 예상보다 훨씬 비싸서 제일 저렴한게 백만원에 육박했다.
가을에 망구&내동생이랑 오랜만에 유럽여행 가려고 찜해논 것보다 더 비싸.ㅜㅜ
유럽 여행에 대비하려면 최대한 경비를 아껴야 하는데 맘이 급해서 당장 떠나고 싶어서
안달복달하며 결제를 하려다가 혹시나 해서 여행사에 근무하는 막냉이에게 도움을 청했더니
잠시만 기다리라고 하더니 남방항공 53만원짜리 티켓을 찾아줬다ㅋㅋㅋㅋ
역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길 잘했어 ㅋㅋㅋ마지막 하나 남은 자리라고 나보고 운도 좋다고 ㅋㅋㅋ
예상치 못한 행운에 돈 굳었으니 공돈이 생긴것처럼 든든따리 든든따 ㅋㅋㅋ
공돈=술 사먹는 돈이니까 그 돈으로 술이나 실컷 사먹어야겠다ㅋㅋㅋ
오랜만에 내안에 숨어있던 아저씨가 깨어난다. 술주정뱅이 아저씨~안뇽^^;;
중국 쿤밍 경유에 비록 13시간 대기인ㅋㅋㅋ티켓이지만
인도 여행으로 강하게 단련된 나름 숙련된 여행자인 나에게 그깟 13시간쯤은 껌이다ㅋㅋㅋ
월요일 저녁에 일을 그만둔 사람이 화요일 낮에 항공권을 구매하고 일요일에 떠난다.ㅋㅋㅋ
완전 급조된 여행ㅋㅋㅋ
배낭은 가볍게 꾸릴수록 여행 고수라지만 나는 여행 고수가 아니라서 무겁게 꾸린다ㅋㅋ
이동 일정이 많지않고 포카라에서 장기 체류할 예정에다
옷욕심도 많은지라 옷만 20벌이 넘게 바리바리ㅋㅋㅋ
겉옷만 잔뜩 싸다보니 공간이 모자라서 잠옷은 안가져감ㅋㅋ그래서 맨날 팬티만 입고 처잤음ㅋㅋ
겉옷 하나 빼고 잠옷을 가져갔어야지ㅋㅋ나중엔 엄청 후회했다 ㅋㅋㅋ짐 쌀때마다 욕 나와 ㅋㅋ
한 번도 안입고 도로 가져온 옷도 수두룩 ㅋㅋㅋ발리에서나 입을법한 비치 드레스는
왜 가져간건지 ㅋㅋㅋㅋ
히말라야 트래킹때 입으려고 했나 ㅋㅋㅋ개미친 ㅋㅋ누구나 가슴속에 미친년 하나쯤은 있자나요, 후훗ㅋㅋ
여행준비는 가이드북과 인터넷으로 열심히.
도서관에서 네팔 여행책도 빌려서 다 읽고 현지정보는 망구씨의 도움을 받고 침낭은 동생에게 빌렸다.
늙은 딸 또 바람 났다고 구박하실 줄 알고 쫄아서 떠나기 이틀전에 말씀드렸는데,
부모님은 의외로 쿨하게 잘 다녀오라고 하셨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시는 부친께서는 죽기전에 꼭 가봐야할 여행지라고 잘 선택했다고 하시며 격려해주셨다.
울아빠 연세 일흔에 홀로 중남미 배낭여행 다녀오신 여행고수다 ㅋㅋㅋ
나는 아빠딸! 그니까 나도 여행자의 피가 흐르고 있나보다.ㅋㅋㅋ
비록 우리 부녀가 맘이의 눈치를 보며 약간의 구박과 잔소리를 들으며 떠날지언정ㅋㅋㅋ
항공권을 끓은 날부터 떠나는 날까지 나는 매일밤 악몽에 시달린다.
여권을 잃어버리는 꿈부터,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고, 공항에서 비행기를 놓치는 꿈까지..
여행지에서 일어날수 있는 다양한 형태의 사건사고가 매일밤 꿈에서 나를 괴롭힌다.
머리털 나고 생전 처음으로 떠나보는 나홀로 여행에 대한 두려움과 긴장감이 만들어내는 악몽에
나는 매일밤 시달려서 살이 쪽 빠짐ㅋㅋㅋ주둥이로는 맨날천날 다이어트 중이라고 떠들어대면서도
와구와구 처먹기만 하던 아가리 다이어터였던 내가
뜻밖의 강제 다이어트로 날씬해짐ㅋㅋㅋ어쨌든 개이득 ㅋㅋ
떠나는날 아침 밥을 먹으려고 주방에 가니 냉장고에 포스트잇이 붙어있길래
머지 하고 보니 네팔이라고 써있다. 맘이님 이거 왜 붙여놨어요? 하고 여쭤보니
다 늙은 딸이지만 누가 업어갈까봐 걱정돼서 ㅋㅋ어디에 있는지는 알아야겠는데
나이 먹다보니 자꾸 나라 이름을 까먹게 된다고, 그래서 까먹지 않게 포스트잇에 써서 붙여놓으셨다고ㅜㅜ
그것도 모르고 난 오늘도 맘이가 니 어데 간다했제? 인도 옆에 머라캤노..무슨 나라지?
태국이라 캤나? 하시길래 짜증스럽게 네팔이라고..쫌...이라고 싸가지 없게 대꾸했었는데ㅜㅜ
죄송해요, 맘이님
사...사...사랑합니다♡
그치만 다 늙은딸 누가 업어갈까봐 걱정할게 아니라
아무도 안업어갈까봐 걱정해야 되는거 아닌가요ㅋㅋㅋㅋㅋ
공항버스 안에서 나는 망구와 쉴새 없이 톡을 주고 받는다.
망구도 지난밤에 내걱정으로 잠을 설쳤다고ㅋㅋㅋ
독립적이고, 적극적이고, 강하고, 대범한 망구는 홀로여행의 경험도 많다.
그런 망구에 비해 나는 의존적이고, 소심하고, 겁 많은 쭈구리라서 쭈굴쭈굴 잘 쭈그러드는 성격이다.
여행자의 치명적인 단점인 길치이기도 하고,
또 스트레스를 받거나 당황하면 대책없이 눈물부터 터지는 찌질이기도 하니ㅋㅋㅋ
정말 준비된 최악의 여행자의 조건을 다 갖추고 있는 셈이다.ㅋㅋㅋ아, 정말
내가 쓰면서도 내가 싫어진다는 ㅋㅋ
그치만, 나니까 ㅋㅋ나를 너로 바꿀 순 없으니까ㅋㅋ사...사...아니 좋아합니다, 천포씨♡
그리고 나는 우리 애기 다 컸네 우쭈쭈~해주는 망구의 격려와 응원을 받으며 씩씩하게 떠난다.
비행기 내 옆자리는 쿤밍으로 친구들 다섯분이 함께 패키지 가신다는 멋쟁이 신사 영감님 ㅋ
내 항공권 가격을 들으시더니 깜놀ㅋㅋㅋ왜 자기보다 더 싸냐고 하시면서ㅋㅋ
혼자 여행 간다고 하니 또 깜놀 ㅋㅋ쿤밍 공항에서13시간동안 밤새야 한다고 하니 또 깜놀 ㅋㅋ
숙소 예약도 안하고 왔다고 하니 어마어마하게 깜놀 ㅋㅋ
여행자 거리에 가면 널린게 숙소라 걱정 안하셔도 된다고 하니 그래도 깜놀ㅋㅋ
한참을 생각에 잠기시더니 나보고 대단하다고! 본인은 패키지 여행에만 익숙해서
배낭여행은 상상조차 해본적도 없는데
여자 혼자서 용감하다고 계속 감탄ㅋㅋ요즘은 스무살꽃띠들도 혼자 여행 다니는 세상이라고
저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말씀드려도 계속 감탄ㅋㅋ정말 몸둘바를 모르게 계속 감탄만 하시다가
잠시 친구분들이 계신 자리로 갔다오시더니 친구분들을 우르르 모시고 오셨다.ㅋㅋ
이 여자분이 혼자 배낭여행 간다고 좀보라고ㅋㅋㅋ친구분들이 나를 보시면서 또 단체로 감탄중ㅋㅋㅋ
이야, 대단하네 하심서 엄지척!ㅋㅋ
아니, 세상에 흔해 빠진게 배낭여행인데 뭔 감탄과 경악들을 그리도 해대시던지ㅋㅋㅋ
그와중에도 내 옆자리 신사분은 친구분들 중 최고의 미인옆에 앉았다고 행운아라고 좋아하신다ㅋㅋㅋ
최고의 미인=나 ㅋㅋㅋ^^;;;;;;
왜냐면 친구분들 옆자리에는 주로 할머니들이 앉아있었으니까ㅋㅋ
나 여행첫날 최고의 미인 자리 무혈입성!! ㅋㅋㅋㅋㅋ
트래킹 중 500원짜리 짜이를 마셨던 카페의 백만불짜리 풍경.
쿤밍 공항에서 무려 15시간을 대기했다.ㅡ, .ㅡ
혼자 하는 첫 여행이자 여행의 첫날인지라 초긴장 상태였던 나는 15시간 동안 한숨도 못잤다.
쿤밍 공항은 깔끔하고 예뻤지만 너무 아담해서 한바퀴 둘러보는데 10분이면 충분.
공항안에서 몰래 아니 대놓고 담배를 피워대는 중국인들 때문에
카트만두행 비행기를 타자마자 기절하듯 잠들었으나 10분만에 깸. 첫여행 흥분 상태라
카트만두 공항은 소박함이 지나쳐 허름한 수준ㅋ줄 서서 비자 만들고
공항 앞에서 대기중인 택시 흥정해서 타고 여행자 거리인 타멜 거리로 옴(택시비는500루피 정도가
우와~~카트만두 공기 쩔어~쩔어~매연에 쩔어~
악명은 익히 들어서 예상하고 있었지만 이건 뭐 헬수준. 여기에 비하면
택시 탄지 5분만에 켁켁거리게 된다. 시커먼 매연과 비포장도로에서 폴폴 올라오는 흙먼지들
그런데 전날까지만 해도 화려하고 깨끗한 도시에서 살다온 도시녀인 나는, 왜때문에
그저 마냥 신나서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즐겁게 매연을 흡입ㅋㅋ하며 도착한 타멜 거리.
날은 이미 져서 어둑어둑하다.
타멜 거리 초입의 게스트하우스로 간다.
첫날이라 지리도 잘 모르니 일단 한인 숙소로.
건물 자체가 엄청 낡아서 왠지 무서웠지만, 빨리 쉬고싶어서 안내해주는 2층 싱글룸으로 갔다.
방은 생각보다 더 낡고 초라했지만 그럭저럭 견딜만했는데, 문제는 공동욕실.
공항에서 밤을 꼬박 새느라 제대로 씻지도 못해 꼬질꼬질하고 찝찝해서 빨리 씻고 싶은데
지린내를 억지로 참으며 손을 더듬어 일단 세면대를 찾다가 무언가 물컹하고 잡혀
난 씻는걸 포기하고 그냥 밖으로 나왔다.
저녁이나 배터지게 먹고 자야겠다 싶어서.
꼬박 24시간을 굶다시피 했더니 눈이 핑핑 돈다.
적당한 식당을 찾다가 길에서 한국분들을 만나 함께 저녁을 먹었다.
숙소로 다시 돌아와 방문을 열려고 키를 꺼내고 방문손잡이를 잡는데
문을 잠궈논 의미도 없고, 쓸모도 없고, 내방 손잡이는 마치 장식용처럼 허술하게 붙어있으니
나오고보니 밤 11시. 가게들은 전부 문을 닫았고 거리는 어둡고 음산하다.
그 낯설고 고요한 밤거리에서 너무 무서워서 몸이 떨려 휘청거리다 큰 배낭 무게를 주체하지 못해
코딱지만한 욕실에서 깨끗이 씻고 침대에 누우니 조금전의 공포감은 이미 사라지고
그리고는 피곤에 지쳐 완전히 골아떨어진다.
(여행 둘째날 이야기)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숙소부터 옮겨야한다.
지난밤에 급한 김에 묵긴 했지만 허접한 룸에 비해 15$이나 하는 방값은 터무니 없이 비싸다.
일단 세수는 미뤄두고ㅋ 썬글 장착 후 방 구하러 출발.여기저기 다니다 맘에 드는 방 발견.
후딱 이사를 하고, 이제서야 맘 놓고 내방다운 방에 벌렁 누워본다.
그리고 뽀독뽀독하게 씻고 첫외출을 하러 나와보니 타멜거리는 가게를 오픈하느라 분주한 상인들과 어디론가로 바삐 움직이는 여행자들로 가득하다.
델리의 빠하르간즈와 비슷하게 정신 없고 복잡하고 시끄러운 듯 보이지만
타멜 거리를 지나서 쭈욱 걸어서 오늘의 첫 목적지인"보더나트" 에 도착.
보더나트는 내가 제일 좋아한 유적지이다. 타멜 거리에서 가까워 걸어가기도 편해서
보더나트는 시장인지, 유적지인지,아이들 놀이터인지 모를 정도로 정신 없고 어수선했는데
때때로 지나치게 많은 비둘기 떼들이 한꺼번에 날아올라 소스라치게 놀라기도 했지만,
나는 내츄럴본길치다.
그런 내가 지도만 보고 보더나트를 찾아왔으니 꽤 성공적이다.
중간에 살짝 길을 잃어서 복잡한 미로같은 시장 골목으로 빠졌는데
시장은 여태 내가 가본 시장중 가장 정신 없고 복잡하고 좁고 길고 지저분하고 소란스러웠다.
시장 덕후인 나조차도 정신이 약간 혼미해질 지경;;;
어쨌든 난 일석이조의 볼거리를 무사히 찾아냈으니
어쩌면 난 길치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안고 두번째 목적지인 "스와얌부나트" 로 향해본다.
걸어서 가볼까 했는데, 길을 물어보니 네팔 소녀들이 택시를 타고 가라며 택시를 잡아줬다.
그리고는 내게 택시비 200 루피 이상 내지 말라고 하면서,그래도 걱정됐는지
택시에 타자 네팔 소녀들, 뭐가 그리 신기하고 재밌는지 연신 까르륵 웃어대며 나에게
택시를 타고나니 금방 도착.
스와얌부나트의 높은 계단을 힘들게 올라가보니 카트만두 시내의 전경이 한눈에 보인다.
매연과 흙먼지 때문에 목이 아팠는데 이곳의 공기는 제법 맑고 청량하다.
더워서 난간에 걸터 앉아 조각으로 파는 수박을 사먹었다.원숭이 사원이라는 이름답게
장사가 되나 싶을 정도로 작고 초라한 가게였는데 가게 안에 앉아 물을 마시는 동안
지나가다 카센터 아저씨께 여쭤보니 쭉 가라고 하셔서 한참을 걷고 있는데,
참 감사하기도 하지.
네팔인들은 정말 깨알같이 친절하고 상냥하다.^^
이렇게 매일매일 친절한 네팔인들을 만나다보면 나도 매일매일 조금씩 더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
다시 보더나트로 돌아와 유적들을 감상하고 시장을 가로 질러 타멜 거리로 돌아온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오늘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이지만, 나는 친구도 동행도 없는 여행자니까
내일 오전에 갈 예정이던 "파슈파미나트" 로 출발.
택시로 40분쯤 걸렸다. 택시는 오전에 내가 지나왔던 좁은 시장길로 달렸는데
파슈파미나트는 화장터다.
입장료가 무려 1000루피.
현지인들은 무료.
내가 갔을때 화장의식이 한창이었다.
꽃에 쌓여 물에 띄워진 시신들이 보였고 유적들은 흰옷을 입고 울고 있었다.
숭고한 삶과 죽음의 현장을 보겠다는 다소 거창한 일념으로 간 그곳은
게다가 네팔인들에게 이곳은 소풍(???)까진 아니어도나름의 나들이 장소인지 데이트 하러온 커플도 많았고 아이들 손을 잡고 구경 나온 가족들도 많이 보였다.
엄숙하고 숙연한 분위기의 삶과 죽음의 현장은 아니었지만, 지금 이순간 물 위에 떠있는 죽음과
파슈파미나트를 나오니 떠돌이 개들이 많이 보인다.
그중 너무 앙상하게 마르고 피부병으로 온몸이 벗겨진 개가 지나가길래 가엾어서
길에서 떠도는 개들은 언제나 마음이 아프지만,
나의 개, 나의 첫 강아지 봉봉이가 생긴 이후로 나는
불쌍한 개야, 넌 어째서 이런 곳에서 떠돌고 있니...
타멜거리까지 다시 걸어서 가보기로 했다.
택시로 40 분 정도가 걸렸는데 걸어가니 생각보다 빨리 도착해서 두시간이 채 안걸렸다.
걷다가 걷다가 현지인들 사는 모습도 많이 구경하고 중간에 짜이도 한 잔 마시고 카트만두 시내의
집에 도착해 먼지를 뒤집어써서 허옇게 된 머리를 감고 잠시 누워서 쉬었다.
문득 생각해보니 나는 오늘 오전에 초콜렛을 먹은 이후로 아무것도 안먹었다.
이렇게 좋아죽겠는데...
이렇게 신나죽겠는데...
왜 그동안 나는 여행을 잊고 살았을까...
아니면, 잊은 척 하고 살았던 것일까...
저녁겸 유일한 식사는 재즈음악이 흘러나오는 뉴올리언즈 카페에서 했다.
카페는 낭만적인 분위기였고, 웨이터들은 친절했다.
모닥불까지 피워 적당히 따뜻한 야외 테이블에서 고개를 들면
나는 치킨을 먹고 에베레스트 비어를 마셨다.
혼자 분위기에 취해 막 들떠서 누군가에게 저 혼자 여행왔어요 하고 막 자랑하고 싶어졌다.
그러고보니 난 하루종일 누군가와 대화다운 대화를 해본적이 없네.
그래도 뭐 좋다.
난 여행자니까.
치킨에 맥주 두병을 마시니 1700루피가 나왔다.
방값이 하루 600루피인데 한끼 밥값이 방값의 거의 3배가 나왔으니 좀 거하게 나왔네 ㅋㅋ
네팔은 물가는 어마무시하게 싼데 유일하게 맥주값만 비싸다. ㅜ,.ㅜ
하필 내가 좋아하는 맥주만(부들부들)
마트에서 사면 200루피 정도고 레스토랑이나 술집에선 300~400 루피 정도니
그렇다면 여행 경비를 아껴야하니 맥주를 끊자 라는 결심은 개뿔!!? 개가 똥을 끊지 ㅋㅋㅋㅋㅋ
술이 없는 여행이 여행이야? 에이, 아니지 라고 나 혼자 묻고 나혼자 대답하며ㅋㅋㅋ
나는 혼자서도 잘 먹고 잘 마셔요,
나는 혼자서도 잘 웃고 잘 떠들어요,
아마도 이러다가 결혼도 혼자서 할 듯 싶어요....
저는 뭐든지 혼자서 잘하니까요.^^;;;;;
포카라 페와 호수 옆 카페에서 낮술.ㅋㅋ 맨 왼쪽이 명랑 할매 삼천포.
아래 사진은 내가 젤 좋아하는 내사진.
포카라에서 오천원+오천원 주고 산 투피스가 마치 한 벌 같아서 엄청 즐겨 입었음.뽕을 뽑았음.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