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7
(우리들의 천국)
미미는 일년짜리 세계 여행을 계획하고 떠나온 여행자였다.
살던 집과 가게도 임대를 주고 모든것을 정리한 뒤
세계 여행의 첫 발을 디딘 곳이 바로 네팔이었다.
이번이 세번째 네팔 여행이라는 미미는 몇년 전 담푸스에서 만났던 선생님을 다시 뵙기 위해
친구와 함께 막 담푸스에 도착한 참이었다.
잔디밭을 가로 질러 우리가 앉아 있는 곳으로 걸어오던 그녀의 모습은
마치 한마리의 네팔 야생 암사자같은 포스를 풍기고 있었다.
새까만 얼굴에 허리까지 내려오는 구불구불한 긴 머리를 휘날리며 당당하게 걸어오던
회색 눈동자의 그녀에게 나는 첫눈에 강한 호기심을 느꼈다.
위풍당당한 포스의 그녀는 첫인사도 터프하고 시크했다.
웃지 않는 얼굴에 차가운 말투였지만, 그게 또 그녀와 잘 어울렸다.
처음 만난 날 나는 그녀와 특별한 말을 주고 받지는 않았다.
다만 여행 고수인 그녀의 여행 이야기를 열심히 들었을 뿐이다.
차갑고 강인해보였던 첫인상과는 별개로 그녀는 무척이나 유머러스하고 코믹한 면도 있었다.
그리고 내가 그녀에게 호기심을 느끼며 매료되었듯이 그녀도 내게 끌림을 느꼈다고 한다.
여행을 하며 만났던 수많은 사람들중에 처음으로 다시 또 만나고 싶은 사람이 생겼다고.
자기만의 세계와 색깔이 강해서 누구에게도 쉽사리 곁을 주지 않는 성격이었는데
나에 대해서 더 알고 싶다고, 더 친해지고 싶다고, 궁금한게 많아졌다고 했다.
나도 그녀와 조금 더 친해지고 싶었다.
나도 그녀에 대해 알고싶은 게 많아졌다.
어쩌면 친구가 될수도 있겠구나 싶은 사람을 오랜만에 만난건지도 몰랐다.
미미의 친구 디디는 내가 네팔에서 만난 가장 아름다운 한국 여자였다.
그녀는 터프하고 시크한 미미와는 반대로 여성스럽고 조곤조곤한 말투의 소녀같은 여자였다.
하는 행동이나 표정도 어찌나 천상 여자 그 자체던지..
아름다운 그녀는 여성스럽고 조신한 태도로 늘 우아하게 맥주 병나발을 불었다.
세상에서 젤 아까운게 맥주를 마시다 남기는 거라고 했다.
그래서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마시다 남긴 맥주병을 들어 모닝 병나발을 분다고 했다.
세상에서 젤 맛있는 맥주는 아침 공복에 마시는 김 빠진 맥주라고 했다.
그말을 하면서 그녀는 조신하게 입을 가리고 홍홍홍 웃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미미는 이목구비 때문인지 까무잡잡한 피부 때문인지
한국에서나 네팔에서나 네팔 여자로 오해를 받는다고 했다.
하도 오해를 많이 받아서 해명하기도 귀찮아서 그냥 네팔 사람인 척 한 적도 많다고.ㅋㅋ
그러다 재미삼아
나는 네팔 여자입니다. 한쿡 남편 나빠요.라고 하면
동네 할머니들이 등을 쓸어주시며 에이구. 육시랄 놈. 새댁이 고생이 많네. 하시며
(있지도 않은) 한국 남편 욕을 바가지로 하셨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 에피소드들을 풀어놓으며 미미가 나는 네팔 여자입니다. 라고 하면
동동이가 옆에서
나는 네팔리 포터입니다. 나는 한쿡 친구 좋아요. 라고 받아치고.ㅋㅋㅋ
그러면 지나가던 동네 네팔리는 두사람을 번갈아 쳐다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어리둥절잼ㅋㅋㅋ
미미는 터프하고 남자다운 사람이 좋다고 했다.
그런 남자 있으면 소개시켜달라고 하길래
농담삼아 동동이 어때? 했다가 미미랑 동동이한테 동시에 맞아죽을 뻔ㅋㅋㅋㅋㅋ엉엉.
미미는 한쿡 남자 나빠요, 얼굴이 나빠요. 하면서 동동이를 갈구고,
동동이는 동동이대로 세상 모든 여자가 다 내여자 같아서 소개팅이나 결혼한다 그러면
막 서운하고 내여자 뺏긴것처럼 질투나고 그런데
미미씨만 유일하게 서운하긴 커녕 속이 다 시원해서 묵은 체증이 쑥 내려간다고ㅋㅋㅋㅋ
그렇게 둘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좁은 택시안에서 다들 깔깔깔 웃다가
산길에서 택시 뒤집어질 뻔ㅋㅋㅋㅋㅋ
두사람의 디스전에 나랑 디디는 웃다가 택시안에서 천장에 머리 콩콩 박고,
미미는 동동이의 머리를 쥐어 박고,
동동이는 머리를 쥐어박히면서도 주둥이를 나불대다가 또 미미한테 혼나고ㅋㅋㅋㅋ
저는 발찍사인 관계로 사진 제공은 지금 네팔 현지에 계신 동동님께서 현지 제공해주시고 계십니다.ㅎㅎ
미미의 말을 듣다가 문득 떠오른 남자 한 명.
잡았다, 요놈!!! 터프하고 남자다운 양군이다.
양군을 처음 만난 건 소비따네에서였다.
그때 나는 동네 골목길을 산책중이었는데,
담장 너머로 핀 장미꽃이 예쁜 집을 넋놓고 구경하다가
또 길을 잃었다. 히히^^;; 길알못의 대모험.ㅋㅋㅋㅋㅋ
그래서 길도 잃은 김에 지나가던 동네 강아지한테
이보시오, 여기 하얼빈 역이 어디오. 하면서 혼자서 상황극을 하다가
한오라기의 관심도 보여주질 않는 강아지의 차가운 눈길을피해
다음 골목으로 들어서다가 어슬렁 어슬렁 걸어오던 동동이와 딱 마주쳤다.
그때가 두번째로 봤을 때 였으니 친분이나 친근감은 1g도 없던 시절.
우리는 어색함과 반가움이 섞인 기분으로 소비따네에 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만나 함께 밥을 먹은 동생이 양군이다.
소도둑놈(미안^^;;)같은 덩치에 우락부락한 인상이지만,
자세히 보면 남자답게 생기고 성격도 나름 기요미스러운 양군은
동동이처럼 장기 체류자였고 10개월 째 세계를 떠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날밤 우리셋은 여행을 주제로 참 많이도 떠들고 웃었다.
낯선 사람들 셋이 모여서 그렇게 즐겁게 웃으며 오랫동안 대화할 수 있는 주제는
역시 "여행"이 최고다.
그리고 그날밤, 술이 많이 취한 양군과 동동이는 나를 숙소까지 모셔다 드리겠다며
됐다고 사양하는데도 갈지자 걸음으로 비틀거리며 양쪽에서 나를 호위(?)했다
는 개뻥,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혼자 가운데서 술취한 두 거구의 남자들을 부축하느라 낑낑대다가
셋이 한꺼번에 넘어져서 버둥버둥,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깔려죽을 뻔.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혼자 갈 수 있다고 극구 사양하는데도 연약한 여성분을 어떻게 밤길에 혼자 보내냐고-_-''
뿌득뿌득 우기며 쫓아오던 그들, 그 짐덩어리들.ㅋㅋㅋㅋㅋㅋㅋ
됐다구요, 빼애액!!!!!! 하고 막 도망치는데도 끝까지 쫓아오며
누나, 제가 모셔다드릴게요오오오오오오오~~~하면서 소리치던 양군은
누나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악~~~이라는 비명을 남기고 어둠속으로 사라졌다.
다음날 동동이에게 들어보니 오줌이 너무 마려워서 급히 사라졌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양군과 나는 같은 숙소에서 묵었었고 그래서 더 자주 마주쳤다.
한번은 한국에서 가져온 렌즈 보존액이 다 떨어져서 사려고 포카라 시내를 돌아다녔으나 없다.
양군에게 하소연했더니 자기가 도와주겠다고 함께 찾으러 가자고 한다.
렌즈 보존액이 영어로 뭐였더라?
생각이 안나서 무슨 솔루션이었는데....막 기억을 더듬어보다가
그냥 렌즈 솔루션 있어요? 아님 렌즈 클리너???? 등등
그냥 생각나는대로 막 물어봤지만 다 없다고 한다.
내가 너무 상심해있자 양군이 자기가 찾아봐주겠다고 걱정 말라고 큰소리 뻥뻥 친다.
그리고는 다른 마트에 들어가더니 큰소리로 여기 아이즈 워시 있어요?. 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앙대요, 나보고 지금 눈알을 씻으라는 건가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런데, 주인 아줌마가 그말을 듣자마자 렌즈 보존액을 꺼내더니 양군에게 건네준다.
우왕,
어쨌든 무사히 찾았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무슨무슨 솔루션이고 나발이고
아이즈 워시가 최고여.ㅋㅋㅋㅋㅋㅋㅋㅋ
한번은 스테이크를 잘하는 레스토랑을 찾아다니다가
불빛이 야리꾸리한 가게로 들어가게 됐다.
들어가고보니
으헤헤헤헤헤헤헤헤헤헤^^;;;
헐벗은 언니들이 봉을 잡고 춤을 추고 있는 곳.
죄다 남자 손님들만 득시글거리는곳에 잘못 들어간 나는 뻘쭘 뻘쭘.
은 커녕 히히히히히히. 하며 예쁜 언니들을 구경하고 있었다.
양군이 오히려 더 얼굴이 벌개져서 민망해하며 나를 질질 끌고 나올때까지.ㅋㅋㅋㅋㅋㅋ
나오면서 양군은 내등을 퍽퍽 쳤다.
주책주책. 누나 으이그.
나 그날 등뼈 사망.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소도둑놈의 솥뚜껑같은 손에 맞은 내 3번 4번 척추뼈 깨꼬닥. ㅠ.ㅠ
그런 양군과 미미를 연결시켜 주려했던 나의 원대한 계획은
양군의 갑작스런 한국행으로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고,
아, 아까비.
연결됐으면 세기의 짐승 커플이 탄생했을텐데.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리고 며칠후, 미미의 친구 디디도 한국으로 떠났고
디디를 바래다주러 카트만두로 함께 떠났던 미미가 다시 돌아왔다.
다시 돌아온 미미는 마치 오랜 친구를 다시 만난 것 처럼 반갑게 느껴졌고
미미도 언니가 있는 포카라에 다시 돌아오기를 잘했다고 말했다.
그렇게 우리는 조금씩 조금씩 더 친해졌다.
G군이 포카라에 처음 도착한 날.
뭐가 뭔지 어디가 어딘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처음 만난 사람이 하필이면 동동이였다.
(G군 애도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무것도 모르고 무작정 도착한 포카라에서 어리둥절해 있는 G군에게 접근한 동동이는
겉모습부터 일단 가뜩이나 수상한 냄새가 폴폴 나는 사람인데,
그 수상한 사람이 막걸리나 마시러 가자고 꼬셨다고 한다.
어리버리한 G군은 쫄래쫄래 따라가면서도 혹시나 싶어 소중한 카메라 가방을 꼭 움켜 쥐고 걸었다고 한다.
혹시라도 사기꾼이나 도둑놈이면 냅다 튈려고 만반의 준비를 하면서 따라와보니
그곳은 바로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식당 "소비따네" ㅋㅋㅋㅋㅋㅋ
너무 허름하고 초라해 들어가기 싫어서 주저주저 하던 차도남 G군이
마지못해 동동이를 따라 들어가보니
정말 뜬금없이 분위기에 안어울리는 샤방샤방한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산적 여두목같은 포스의 여자가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서 막걸리를 벌컥벌컥 마시고 있다가
문득 고개를 들어 자기를 바라보는데
그게 마치 "어이, 호구 왔는가, 드루와~드루와~" 하면서 손짓하는 것처럼 느껴졌다고 ㅋㅋ
그 수상한 여자가 바로 나.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서와, 이런 참신한 지옥은 처음이지? ㅋㅋㅋ
그리고 주저주저하던 G군이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그산적 여두목 같은 여자가 동동이에게
"이분은 누구신지?" 하고 묻는데
G군의 귀에는 그말이 마치 "자기야.호갱님 모셔오느라 수고했어요, 아잉~"으로 들렸다고 ㅋㅋㅋ
게다가 계속되는 동동이의 건배질로 주량이 약한 G군은 그날 막걸리 세 잔에 만취해서
멘탈이 나간 와중에도 속으로
"아하, 이게 그 말로만 듣던 부부 사기단이구나, 둘이서 짜고 치는 고스톱이구나"
라고 생각하며 따라온 자신을 후회했다고.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 뜯길 돈도 없는데, 저 사기꾼 커플이 다 털어가면 어떡하지..하면서 전전긍긍했었다고.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산적 여두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이 상황은 순전히 G군의 시각에서 풀어낸 이야기이고, 나의 기억은 또 다르다.
나는 그때 호랑이 가죽 위에 앉아 날고기를 흉폭하게 뜯어먹으며
입가에 피를 질질 흘리던 포스 쩌는 산적 여두목이 아니라,
그냥 삶은 감자에 창을 곁들인 소박한 밥상 앞에 앉아있던 평범한 여행자일 뿐이었고ㅋㅋㅋ
그리고 동동이가 데려온 어리벙벙해뵈는 바보는 딱 보기에도 주량이 약해 보여서
술을 권하지도 않았을뿐더러(나는 나혼자 마시기에도 술이 아까운 사람이라
건배 따위는 권하지도 않는 차술녀다),
지가 혼자 막 마신 거임ㅋㅋㅋ혼자 막 들떠서 술을 들이붓더니
저 이런 후리한 분위기 처음이예요, 너무 좋아요. 하면서 동영상 촬영까지 하느라 난리법석을 떨면서
술에 취해 비틀비틀 대길래 그 비싼 카메라 떨어트릴까봐 걱정 돼서
10kg나 나가는 무거운 카메라 가방을 대신 들어준 것 뿐이 없는데ㅠ.ㅠ
게다가 동동이는 술에 취한 G군을 들쳐업다시피해서 숙소까지 바래다주느라
우리 둘다 쎄가 빠지게 개고생했는데ㅋㅋㅋ
왜 G군의 첫기억에 우리는 부부 사기단으로 각인되었는지ㅋㅋㅋㅋㅋ
G군은 성실한 직장인이었고 그전까지 해외 여행의 경험이라고는
가족과 함께한 3박4일 정도의 리조트 여행이 전부였다.
그래서 잠시 미쳐서 무작정 떠나온 포카라에 대한 사전 지식도 없었고,
오로지 주워 들은 정보라고는 한국인 사기꾼 조심, 해외에서 친한 척 접근하는 한국인을 주의하라,
친한 척 접근해서 술에다 약을 탄 다음 다 털어간다더라. 등등 뭐 이런 정보뿐이 없었다고 ㅋㅋㅋㅋㅋ
그날 이후로 G군과 난 절친이 되었는데,
절친이라기보다는 큰누나와 막내 동생같은 사이였다고나 할까.
아무튼 우리 잉여 멤버들중에서도 우리 둘은 특히 친했다.
내가 룸비니로 떠났을 때 배신자라고 유독 흥분하며 멘붕 상태로 정신이 나갔을 정도였으니ㅋㅋㅋ
보고싶다.G군아, 이눔 시키야. 연락 좀 해라.
ㅋㅋㅋㅋㅋ
어쨌든 이렇게 우리 잉여팀의 정예 멤버들이 구성되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이건 뭐 육룡이 나르샤도 아니고,ㅋㅋㅋ
육갑이 나르샤???? ㅋㅋㅋㅋㅋㅋㅋㅋ
담푸스 멤버들^^, 나 사진 왜이럼? 나님은 무슨 진격의 거인이세요?ㅋㅋㅋ
쓸데없이 크게 나왔네.ㅋㅋㅋㅋㅋㅋㅋ
털부츠가 굽이 4센치라서 그만ㅋㅋㅋ후리한 여행자들을 보시라, 누구는 맨발에 쪼리를 신었고 누구는 레깅스에 털부츠를 신었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