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랑소녀 삼천포의 나홀로 네팔 여행ㅡ10
(내겐 너무 고마운 사람들)
포카라에서 만나 매일같이 붙어 지내다가 카트만두에서 다시 만나게 된 G군이
한국으로 떠나기 전날 밤 마지막으로 함께 저녁을 먹는데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비자 얘기가 나왔다.
G군이 자기는 불법 체류자라며, 보름짜리 비자를 받아왔는데 내일 출국하는 날이 16일째라고 한다.
깜짝 놀란 내가 잡혀가면 어쩌냐고 걱정을 하니 하루 이틀 정도는 괜찮다고
그정도는 그냥 봐준다고 하며 웃는다.
시베리아 벌판에서 예라이 쌍화차를 끓이고 십장생 타령이나 하는 날라리 할미넴인 나는
한편으론 의외로 꽤나 고지식한 원리원칙주의자라,
손에 든 과자 봉지 하나를 마땅히 버리지 못해
세시간이나 들고 다니다가(그것도 쓰레기 천지인 인도 길거리에서ㅋㅋ)
보다 못한 망구가 뺏어서 대신 버려준 적도 있을 정도로 좀 꽉 막힌 부분이 있다.(내이름은 곽막희씨?)
나는 그렇게 태연자약한 G군을 불체자라고 범법자라고 놀려대며 업신업신 거렸는데,
G군이 떠나고나서 무심코 내 여권을 보다보니
내 비자의 유효 기간이 이미 한 달 전에 끝나있다.ㅋㅋㅋㅋㅋ
나는 그때 거의 두달 째 체류중이었고, 입국할때 공항에서 비자를 만들때도
넉넉하게 두달이요~ 하고 외쳤었는데,
무슨 착오가 있었던건지 내 비자는 이미 만료된지 한참이나 지나 있다.
G군을 불체자라고 놀려대던 내가 알고보니 이미 오래전부터 불체자였네ㅋㅋㅋㅋㅋ
겁쟁이 랭킹 세계 1위인 나는 이제 꼼짝없이 네팔 깜방에 갖히는건가 싶어 사색이 되어
단골집인 한국 레스토랑으로 달려갔다.
머리를 감은 후 말리다 말고 뛰어가느라 돼지털인 긴머리를 풀어헤친체로
하얀 원피스(=하얀 소복)를 입고 엉엉 울면서ㅋㅋㅋ
한밤중에 컴컴한 골목에서 마주친 양인이 식겁하면서 왓더헬ㅡ,.ㅡ""" ㅋㅋㅋ암 쏴리~^^;;
레스토랑 사장님은 한국에서 10년 넘게 일하다 오신 네팔분인데
한국 여행자들의 이런저런 편의를 봐주시는 친절하고 좋은 분으로 유명했다.
사장님께 말씀드리니 사장님이 걱정 말라시며 감옥 가는 일은 없다고 하시며 막 웃는다.ㅋㅋ헤헤.
비자 관리 사무소에 가서 벌금 내고 다시 갱신하면 된다고 내일 함께 가서 도와주겠다고 하신다.
그래도 그나마 빨리(?) 발견해서 다행이라고, 만약 이대로 모른체 출국하다
공항에서 걸렸으면 어마어마한 벌금을 물었을거라고 하신다. 휴우~~^^;;
하마터면 거지가 더 상거지 될 뻔 했네, 헤헤헤.
그 말을 듣고 안심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걱정이 되어 밤새 잠을 설치다
눈을 뜨자마자 레스토랑으로 달려가 아직 출근도 안하신 사장님을 기다리며 삼굡을 구워 먹었다.ㅋㅋㅋ
잠을 설쳐 입안이 까칠한데도 맛이쪄 ㅋㅋㅋ시련과 고뇌에도 굴하지 않는 개돼지같은 나의 식탐ㅋㅋㅋ
상추에 깻잎을 두겹 세겹으로 깔아 노릇노릇 잘 익은 삼굡 세 점 올리고
(한 점은 먹은것 같지도 않음ㅋㅋ씹을게 없엉) 통마늘 넣고 쌈장 듬뿍 찍어 볼이 미어터지게 쑤셔넣고
우적우적 씹고 있는데 마침 사장님이 출근하신다.
터질듯한 내 볼의 씰룩거림을 보시던 사장님이 막 웃으시며 아침부터 삼겹살이에요? 하신다.
지난밤에 그렇게 걱정되고 무섭다며 귀신같은 꼬라지를 하고 와서 안달복달 했던것도 좀 창피하고,
걱정거리는 그새 까먹고 태연하게 모닝 삼굡을 즐기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은 왠지 더 창피해서ㅋㅋㅋ
나도 모르게 그만 내주먹만한 왕쌈을 급하게 꿀꺽 삼키려다
목에 걸려 켁켁대다 저승사자랑 하이파이브ㄷㄷㄷㄷㄷ
어쨌든, 먹어야 살고, 먹기 위해 사는 인생이니까 된장찌개도 시켜 밥이랑 비벼 먹고,
사장님도 나와 함께 아침을 드시는데 다이어트 중이라며 된장찌개랑 나물 반찬만 드신다.
함께 온 사장님의 아들은 저스틴 비버 스타일ㅋㅋㅋ
스냅백을 쓰고 힙합 바지가 엉덩이에 아슬아슬하게 걸쳐 있음ㅋㅋ
햄버거만 먹는 아들이 걱정이라고 이 좋은 건강식을 왜 안먹는건지 모르겠다며 푸념이시다.ㅋㅋㅋ
네팔리 아들한테 된장찌개랑 나물 무침 안먹는다고 잔소리하시는 네팔리 아버님ㅋㅋㅋ
그러다 갑자기 감정이 격해지셨는지 느닷없이 다리를 번쩍 들어 신고 있던 운동화를 보여주시며
나는 이런 싸구려 나이스 운동화만 신어도 저놈은 내가 정품 나이키 운동화로 십만원이나 주고 사줬는데
말도 참 드럽게 안들어 에휴~ 하시며 나에게 하소연을 하신다ㅋㅋㅋ
나도 부모님 말씀 드럽게 안듣는 뺀질이라 뜨끔해서 닥치고 듣고만 있었음ㅋㅋㅋㅡ.ㅡ"
그렇게 우리는 함께 아침을 먹고 사장님의 오토바이를 타고 꽤 먼 거리를 달려 비자 사무소로 갔는데
일찍 갔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많은 여행자들이 길게 줄을 서 있다.
절차며 규정이 어찌나 복잡하고 정신이 없던지,
게다가 서류를 눈앞에 두고도 자기네들끼리 커피 마시고 수다 떠느라
기다리는 사람 속 터지게 만드는 공무원들은 또 어찌나 천하태평이던지,
애가 타는 여행자들만 이리 갔다 저리 갔다 무지하게 바쁘다.
나는 다행히도 사장님이 적극 도와주셔서 복잡한 서류도 순조롭게 작성해 접수하고,
또 사장님이 담당자분께 네팔어로 적당히(?) 독촉도 하셔서 무사히 비자 갱신 완료.
벌금은 100달러 정도 냈음. 히힛.
끼얏호~!! 에베레스트 비어 스물다섯병이 허공으로 날아가버렸네 ㅠ.ㅠㅋㅋㅋ
이얏호~!!! 어쨌든 난 이제 더이상 불법체류자가 아니오!!!
다시 사장님의 오토바이를 타고 레스토랑으로 돌아와 은혜를 갚으려 맛있는 걸 사드리겠다고 하니
괜찮다고 하며 극구 사양하신다.
그래도 신세진 건 갚아야하니 그럼 이 식당에서 제일 비싼걸 드시라고 했더니
사장님이 웃으시며 제일 비싼 메뉴는 삼굡이라고 하신다.ㅋㅋㅋㅋㅋ
(나 진짜 뻥 아니고 한국에선 삼굡 일년에 한두 번 먹을까 말까한데,
네팔에선 두달동안 셀 수도 없을만큼 자주 먹었음,
널린게 한국 식당이고 만만한게 삼굡이라 체력 보강을 핑계로 엄청 자주 맛있게 먹었음,
야크 치즈 올려서 지글지글 구워 먹던 삼겹살 ㅠ.ㅠ츄릅 츄릅~ 엉엉, 그리워라~~)
나는 어쩔 수 없이(?) 사장님께 신세를 갚으려고 아침에 이어 점심에도 또 삼굡을 시켰는데
사장님은 계속 괜찮다고,
도와드린것도 없는데 라고 하시며 너무나 겸손하시다. 우왕~넘넘 인간적인 싸장님^^
그래서 결국 또 나혼자 삼굡 2인분에 에베레스트 비어 일병 마셨음.
읭?? 은혜 갚은 제비가 되려했는데 은혜 갚아야 할 돼지가 되어버렸네ㅋㅋㅋ
그렇게 삼시두끼를 삼굡으로 먹은 나는 그 참을 수 없는 기름진 포만감에 꾸웨엑 꾸웨엑 울면서
숙소로 돌아가 뻗었음ㅋㅋㅋ내가 삼굡인지 삼굡이 나인지ㅋㅋ물아일체의 경지에 이르른 나ㅋㅋ
옴마니반매홈.
숙소로 돌아와 침대에 누워 뽈록하게 솟아오른 배를 만지며 흡족해하다
G군에게 카톡으로 비자 문제 잘 해결됐다고 알렸다.
G군은 걱정했다고 다행이라고 하면서 이젠 삼겹살 좀 그만 먹고 밥도 한공기만 먹으라고 했다.
포토샵으로 내사진의 뱃살 깎아내느라 힘들어 죽겠다고 ㅋㅋㅋㅋㅋㅋ 쳇ㅡ,.ㅡ""
포카라에서 처음 만났을 때 G군은 숙소에서 와이파이가 안된다고 옮기고 싶다고 했다.
그래서 내가 예전에 묵었던 숙소를 소개해줬는데
나와 친하게 지냈던 주인이 다른 투숙객에 비해 훨씬 싼 금액으로 묵게 해줬다.
그래서 G군은 내게 엄청 고마워했었는데,
어느날 내가 주인장 되게 친절하지? 하고 물어보니 G군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누나랑 함께 있을때만 친절하고 살갑지, 누나 없고 나혼자만 있을때는 아는척도 안해요.
인사도 안하고.라고 한다.ㅋㅋ어익후~남녀 차별 쩌네 ㅋㅋㅋ
하긴 내가 자주 가던 로컬 식당 아줌마도 남자 손님들한텐 눈웃음 살살 치며 살갑게 굴다가도
나한테는 완전 사무적인 태도ㅋㅋ사무직인줄ㅋㅋ헤헤, 대빵 썰렁하죠?ㅋㅋ죄송^^;;
그렇게 남녀 차별 쩔어도 깔끔하고 저렴한 숙소에서 잘 지내던 G군이 어느날
날 보자마자 막 흥분하며 누나, 나 오늘 추격전 찍었어요. 라고 한다.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포카라에 사는 친구에게 주려고 한국에서 바리바리 싸온
커다란 박스(라면, 소주 등등)두개를 양손에 들고 택시를 탔는데,
한참을 가다보니 뒤에서 맹렬한 기세로 흙먼지를 일으키며 승합차 한대가 추격해 오더란다.
그리고는 마구 추월해 택시 앞을 가로막고 서더니 승합차 문이 열리며 운전자가 내리는데 보니
숙소 주인과 종업원이었다고.ㅋㅋG군이 영문을 몰라 어버버버 하면서 바라만 보고 있었더니
숙소 주인이 어딜 도망가냐고, 방값도 안내고 지금 야반도주 하는거냐고 마구 화를 내더란다.ㅋㅋㅋ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커다란 배낭까지 매고 택시를 숙소 앞까지 불러서 탔으니
그런 오해를 할 수 밖에ㅠ.ㅠ
그래서 G군이 아니라고, 이건 친구에게 가져다줄 짐이라고 했더니
오해해서 미안하다고 백배사죄 하면서 다시 돌아갔다고 ㅋㅋㅋㅋㅋ 그 얘기 듣고 한참을 웃었네ㅋㅋ
그 사건이 있은 이후로도 G군은 결코 다른 숙소로 옮기지 않고
포카라를 떠날때까지 그곳에서 잘 먹고 잘 살았다는 이야기 끄읏 ㅋㅋㅋ
G군은 나에게 정말 살가운 동생이었다.
우리는 개그 코드가 잘 맞아서 별 거 아닌 얘기에도 배꼽 빠지게 웃었다.ㅋㅋㅋ
G군 덕분에 나는 즐거웠던 포카라 생활이 더 즐거워졌다.
게다가 G군은 내 사진도 많이 찍어줬다.
고맙게도.ㅋㅋㅋㅋㅋㅋ
나 인도 여행 2년동안 하면서 찍은 사진이 50장도 안되는데(귀찮아서^^;;)
네팔 여행에선 G군 덕분에 예술적인 나의 독사진도 생겨쯤 ㅋㅋㅋㅋㅋ
G군,쌩유~~^^
(픽업의 추억)
비자 사건을 함께 해결한 이후로도 사장님은 항상 친절하고 살갑게 대해주셨다.
깨끗하고 조용한 숙소도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예약해주시고, 언제나
늘 아무런 대가도 바라지 않으시며 한국 여행자들을 도와주셨다.
얘기도 어찌나 재밌게 잘 하시는지 유창한 한국어로 막 얘기하실때마다 모인 손님들이 다들 깔깔깔.ㅋㅋㅋ
그래서 사장님의 가게는 늘 한국 여행자들로 가득했다.
나는 그런 사장님이 편하고 좋아서 아침, 점심, 저녁으로 찾아가서
커피도 마시고 밥도 먹고 술도 마시고 놀았다. 하도 자주 놀러갔더니
나중엔 종업원들이 인사도 안해 ㅋㅋㅋㅋ
오든지 말든지 ㅋㅋ나도 나중엔 내가 알아서 맥주 꺼내 먹고ㅋㅋ
치소 빠니(차가운 물)도 내가 떠다 먹고ㅋㅋㅋ
사장님은 아주 가끔 손님들이 마시다 남기고 간 소주도 내게 주셨다.ㅋㅋㅋ
나는 잔반 아니 잔술 처리반?ㅋㅋ한국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여기에선 소주가 워낙 귀하니까, 없어서 못팔 정도로 귀하니까 나는 감사히 넙죽 받아마셨다ㅋㅋㅋ
한국에서 마시던 3,000원짜리 소주는 그냥 인생의 쓴맛이었는데,
네팔에서 마시는 20,000원짜리 소주는 영롱하게 아롱진 이슬맛이었다는ㅋㅋㅋ
돈의 위력ㄷㄷㄷ나 맥덕인데, 네팔에서는 비굴하게 소주느님께 굽신굽신^^;;
어느날은 공항에 한국 여행자 픽업 간다며 나에게 같이 갈래요? 하고 물어보셨다.
심심하고 따분했던 나는 사장님의 보조가 되어 함께 공항으로 갔다.
물론 겸사겸사 사장님의 일을 도와드리고 싶기도 했고.
사장님은 내게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여주시며 요렇게 생긴 여자를 찾으면 된다고 하셨다.
사진을 보니 매우 아리따운 여성분이 방긋 웃고 있다.
공항에 도착해 기다리는데 도착 시간이 한참을 지나도 보이지 않는 그녀.
바글바글한 사람들 틈에서 혹여 놓칠까봐 애가 타는데 사장님은 여유만만이시다.
나혼자 요기조기 왔다갔다 정신 없이 둘러봐도 사진속의 그녀는 보이질 않는데,
갑자기 사장님이 찾았다.하고 말씀하신다.
반가운 마음에 나도 막 손을 흔들고, 기다리던 그녀가 나왔는데, 읭?
사진속의 아름답던 그녀와 너무나 다른 모습의 그녀다.ㅋㅋㅋ
완전 다른 사람 같아서 나 진짜 깜놀해서 잘못 찾은 줄 알고 어벙벙해 하고 있었는데 사장님은 태연자약ㅋㅋ
사장님께 어떻게 알아봤냐고 여쭤보니 픽업을 자주 나오다보니 이정도 찾는 건 일도 아니라고ㅋㅋ
헐~ 다시 보자 화장발!!!다시 보자 셀카발!!!ㅋㅋㅋ(뜨끔^^;;)
인도에 두 번째로 가던 날.
도착 시간은 밤 12시.
그시간에 여자 혼자서 택시를 타고 악명 높은 여행자 거리 빠하르간즈로 간다는 건
거의 자살행위나 마찬가지ㄷㄷㄷㄷㄷ
몇달 전에 이미 먼저 인도에 와있었던 망구도 혼자라 위험해서 픽업을 나올 수 없는 상황이라
나는 어쩔 수 없이 공항에서 아침이 될 때까지 노숙을 하기로 했다.
입국 심사를 마치고 나와 잘만한 곳을 찾느라 공항 안을 돌아다니는데,
한참 멀리 보이는 공항 밖에 모여 있는 새까만 사람들 무리 사이로 몹시도 튀는 허연 사람 하나가
분주하게 손을 마구 흔들고 있는게 희미하게 보인다.
델리 공항은 항공 탑승자들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라 배웅하는 사람이나 마중 나온 사람들은
공항 안으로 들어올 수가 없었다.
나는 혹시나 해서 공항 출구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는데 몇발자국도 안가서
내이름을 부르는 소리를 들었다. 천포야~삼천포야!!!!!!! 하고
내이름을 애타게 부르며 손을 흔들고 있는 사람은 우리 망구씨.
어찌나 큰 목소리로 내 이름을 부르던지ㅋㅋㅋ델리 공항 안이 쩌렁쩌렁 울릴 정도ㅋㅋㅋ
락밴드 리드 보컬 출신인 망구씨는 성량이 쩔어 완전ㅋㅋ폭포수 아래에서 득음한 줄ㅋㅋ
추운 날씨라 후드 점퍼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채 쩌렁쩌렁한 목청으로 내 이름을 불러대는 망구를 보고
복면가왕인 줄 ㅋㅋㅋ화생방실 클레오파트라 돋네ㅋㅋㅋ
나는 뜻밖의 마중에 너무너무 반가워서 그 사람 많은 공항에서 망구랑 둘이 부둥켜 안고 방방 뛰다가
꺅꺅대며 강강수월래를 했다는ㅋㅋㅋ
망구는 자기가 부르는 소리를 못 듣고 내가 공항 밖으로 안나올까봐 너무 애가 타서
소리소리 지르다 목이 다 쉬었다고 ㅋㅋ
혼자라 무서워서 픽업 못나온다고 생각했는데 다행히 롭(티벳탄 친구)을 만나 함께 왔다고 했다.
그러고보니 오랜만에 보는 우리의 롭 티처도 함께 있다.
롭은 공항안의 모든 이목을 집중 시킨 우리의 떠들썩한 재회가 창피했는지
고개를 푹 숙인 채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ㅋㅋㅋ헤헤, 롭 선생님, 안냐쎄염^^;;
그렇게 요란스럽고 반가운 재회를 한 우리는 택시를 타고 무사히 빠하르간즈 숙소로 왔다.
우리는 예상도 못했고 기대도 안했던 뜻밖의 재회의 기쁨과 흥분을 주체하지 못해 택시에서 내려
숙소까지 가는 길에도 방방 떠서 강강수월래 두어바퀴 더 돌고 ㅋㅋㅋ
아침에 일어났더니 어깨죽지가 아포, 어깨 뽀사질 뻔ㅠ.ㅠㅋㅋㅋ
20키로짜리 배낭을 매고 그렇게 강강수월래를 돌았으니ㅋㅋㅋ
그렇게 인도에서 나의 요란한 두번째 여행이 시작되었다.
인도에서 석달 째 머무르고 있을 때 서울에 있는 내 여동생이 전화를 했다.
언니가 그렇게 좋아하는 인도랑 맥간이 너무 궁금해서 못참겠다고,
직접 가서 그 매력이 뭔지 확인해 봐야겠다고 하면서
며칠후에 델리에 도착하니 공항으로 마중을 나오라고 했다. 헐~
그때 결혼한 지 1년 조금 지난 새댁이었던 내동생은 결혼전에 나와 함께 여행을 많이 다녔었다.
망구 이전의 내 여행의 파트너였고, 여행지에서도 늘 드레스와 원피스를 입고 다니는 공주님이었다ㅋㅋㅋ
베트남 구찌 투어를 갈때도 지하 땅굴을 기어가는 투어인지도 모르고,
구찌 사러 백화점 가는 줄 알았는지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서다가 나한테 혼나고ㅋㅋㅋ
츄리닝으로 갈아입고 간 여행의 일자무식 공주님,
그러나 엄청나게 예쁜 외모로 어디를 가든지 인기폭발인 그런 동생이었다.
그런 공주님이 인도에 온다고 하니 걱정이 앞선다.
이 더럽고 지저분한 곳에서, 이 흉흉한 곳에서 과연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여기에서는 드레스 입을 곳도 마땅치 않은데ㅋㅋㅋㅋㅋ드레스 입고 다니다 개똥 밟으면 어쩔ㅠ.ㅠ
그러다 혹시 충격받아 우는 건 아닌지ㅋㅋㅋㅋ
망구와 내가 그런 걱정으로 한숨을 쉬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걸려왔다.
혼자 인도에 갈 생각을 하니 너무너무 무서워서 요새 잠을 통 못자겠다고,
그러니까 1분도 늦지 말고 공항으로 픽업 나오라고 신신당부를 하는 공주님. 뉘예 뉘예ㅡ,.ㅡ;;;
드디어 공주님의 도착날이 되어, 나는 택시를 타고 델리 공항으로 달려갔다.
도착 시간에 여유있게 맞춰서 출발했는데 길이 꽉꽉 막혀 조금 늦게 도착했다.
공주님이 날 기다리며 무서워서 울고 있을까봐 마음이 급해졌다.
그때는 인도 여행 갈 때 나이키를 신고 가면 잠깐 잠든 사이 발목째로 잘라간다는
흉흉한 괴담이 돌던 때라 나도 좀 무서웠던 그런 때였다.
택시에서 내려 기다려달라고 한 뒤 공항으로 급하게 뛰어가보니
언제나처럼 셀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로 바글바글. 정신없이 분주하고 시끄럽다.
그 인파를 헤치고 입구쪽으로 가다보니ㅋㅋㅋㅋㅋ보인다.찾았다!ㅋㅋㅋ
왠 공작새 한마리가 쭈굴쭈굴한 포즈로 잔뜩 기가 죽어 계단에 앉아 있고,
그 주변으로 눈만 땡글땡글한 시커먼 사람들이 우글우글 ㅋㅋㅋ
공주야. 하고 불렀더니 그 소리에 고개를 든 공작새가 나를 발견하고는 엉엉 울면서 달려온다.
행님아~ 왜 이제 왔어? 무서워 죽는줄 알았다. 하면서
나를 끌어안고 우리는 또 너무너무 반가워서 강강수월래ㅋㅋㅋㅋㅋ
공주는 결혼 후에는 공주 스타일을 버리고 조신한 새댁답게 귀부인 스타일로 변신했는데 ㅋㅋㅋ
인도에 오면서도 그 스타일을 고수하느라
공작새 깃털같은 화려한 색색깔의 털로 만든 모피 코트를 입고 왔음 ㅋㅋㅋ
그와중에도 배낭 여행자답고 싶어서 모피코트 아래로는 청바지에 나이키 운동화를 신고 있다ㅋㅋㅋ
가죽 롱부츠를 신고 인도 여행을 와서 비웃음을 당했던 나는
그런 과거는 잊고 공작새를 놀려대느라 바쁘다ㅋㅋㅋ
미친거 아니냐고, 인도에 누가 모피 코트를 입고 오냐고 깔깔깔 웃었더니
공작부인은 심드렁하게 무슨 상관? 내맘이지. 라고 한다. 오올~~ 역시 내동생답군 ㅋㅋㅋㅋㅋ
결과적으로 그 모피 코트는 대성공적인 아이템이었다.
어디를 가든 인도 아줌마들 사이에서 인기퍽ㅋ발ㅋ 그 옷이 신기하고 예뻤던지
식당에서도 시장에서도 다들 몰려들어 만져보고, 한 번씩 입어보고, 사진도 찍고 ㅋㅋㅋ
한 번은 내가 길을 걷고 있는데 어떤 인도 아줌마가 내게
니 친구 공작 부인 저기 카페에 있더라고 친절하게 알려준다.ㅋㅋㅋㅋㅋ
그렇게 공작부인은 도착하자마자 유명인으로 등극.ㅋㅋㅋ
방콕에서 공작부인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