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태국에서 눌러앉고 싶어요. - 마지막 밤은 Party Night.
푸켓으로 떠나는 날.
하루 더 피피에 있을 수 있는 일정이었지만
너무나 큰 내 큰 트렁크와 알게모르게 늘어난 짐들을 보니 홀로 푸켓가는 배를 탈 자신이 없다.
그래서 켄지오빠와 왕비호오빠를 따라 오늘 푸켓으로 넘어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로인해 나에겐 푸켓에서 하루라는 예정에 없던 시간을 보낼 수 있게 되었고
오빠들은 일정의 압박이 비교적 적었기에 몇 일 더 푸켓에 머물겠다 했다.
그렇게 아침에 눈을 뜨니 비로소 실감이 난다.
올 1월에 이 피피의 진가를 알게되고 4월이 되어 다시 찾은 피피.
물론 아직 태국의 구석구석 숨겨진 보석같은 곳을 많이 알지 못하기에
어느순간 내게 피피는 환상의 섬, 마음속의 로망 그 자체가 되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렇게 좋은 곳도 계속 접하고 마주하다 보면
너무나 익숙해져 버리고 식상해져 버린다는 누군가의 말처럼
각종 사건들로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정말 흥미진진했던 이번 여행인데도
이상하게 떠나는 날이 되니 아쉬움보다 시원함이 더 크게 느껴진다.
어쨌든 우리 모두 이렇게 아무 탈없이 멀쩡하게
피피로 가는 배를 기다리고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다.
그렇게 배 시간이 다가오자 레스토랑으로 각자의 짐을 들고 모인 우리들,
각자의 표정속에 만감이 교차함을 읽을 수 있다.
먼저 타투 악령의 저주를 무사히 이겨내고
이번 여행에서 생전 처음 만난 내 술주정에 두 손으로 가지런히 오바이트를 받아주고
내가 일으킨 비공식 사건(?)으로 태국인들에게 집단 살인을 당하지 않을까
걱정하며 잠 못 이루면서도 오히려 아무 일 없을거라 나를 위로해주던 왕비호 오빠.
(애써 아무렇지도 않아하며 날 위로했지만 그러며 연신 피워댄 줄담배와 그 깊은 한숨은
아직도 내 뇌리에서 잊혀지지 않는다...ㅋㅋ)
어쨌든 이번 여행을 수많은 공포속에서 보낸 왕비호 오빠의 표정에선
두 깜찍이 아냐, 아가와의 헤어짐은 너무나 아쉬워보였지만
빨리 이 악마의 섬을 떠나버리고 싶다는 표정이 역력했다.
그리고 켄지오빠.
자기 인생 최고의 베스트프렌드라는 왕비호 오빠를
하마터면 이 머나먼 타국에서 잃을뻔 한 그 큰 사건을 겪고 조금 성숙해진 느낌이다.
전갈사건 이후로 왕비호 오빠를 더더욱 챙기는 느낌이며 그간 마음고생으로 주름이 좀 늘은 듯.
하지만 한 가지 여전히 당당한 건,
영어공부하라는 내 구박에 꼼짝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빠역시 아냐, 아가와의 이별에
"Good bye"라는 말 이외엔 나눌 수 없어 그렇게 답답해 하면서도
자기는 마음으로, 몸으로 이야기하면 된다며 영어는 죽어도 안배울거라며 똥배짱이다.
(뭐 그렇다면 그러시든지요...... ㅡㅡ;;)
마지막으로 레오나.
그동안 바이킹 리조트에 장기로 머물며 이미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에 익숙해진 그녀,
켄지오빠와 무슨 일이 있는지 떠나는 오늘 사이가 그리 좋아보이지 않는다.
어쨌거나 그렇게 모두들 만감이 교차하는 표정으로 배가 오길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피피에서의 마지막 스텝을
푸켓으로 가는 커다란 배로 옮기고
새로운 멤버-나, 켄지오빠, 왕비호오빠-는 푸켓으로 향하게 된다.
그리고는 실내를 싫어하는 나, 오빠들에게 갑판에 앉자고 제안한다.
오빠들도 흥쾌히 승낙하고 우리는 나란히 배 꼭대기 야외 좌석에 앉는다.
햇빛이 쨍쨍하긴 하지만 워낙 썬탠을 좋아하는 나, 완전 신났다.
그렇게 배는 피피에서 점차 멀어지고 갑판 의자에 도란도란 모여앉은 우리,
신나게 이야기를 나누며 앉아 있는데,
한 이십여분 쯤 달렸을까.....
저 멀리 앞에 먹구름이 가득 보인다.
하지만 우리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
그런데 어라???
비가 한 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때까지도 뭐 그냥저냥 신경쓰지 않는 우리.
오히려 빗방울이 떨어지고 날이 흐려지니 따끈한 라면이 생각난다.
[오빠들, 라면 먹을래요? 날도 꾸물거리는데~~ 제가 사올게요~~]
[아, 좋지!!!! ^^]
그래서 매점으로 향한 나.
(어? 신라면이다!!!!)
매점에서 신라면을 팔고 있는 게 아닌가?
신나서 신라면 세 개를 주문한 나.
[얼마에요?] 라고 묻자
[300바트] 라고 돌아오는 대답.
[What??? 300바트????]
정말 어이가 없다.......
아무리 외국이라지만, 아무리 배 안이라지만
작은 컵라면 한 개가 우리돈으로 4000원??
갑자기 내 인생에 가장 비싼 사발면을 먹었던 악몽의 작년 겨울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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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작년 겨울,
1박2일 일정으로 눈덮힌 태백산 등반을 간 적이 있었다.
꼭대기에 거의 올랐을 즈음 조그마한 매점을 발견하고는
추위와 허기짐에 따끈한 육개장 사발면 두 개를 주문하고 5천원을 내밀었다.
그런데 아무리 기다려도 거스름돈을 주지 않는 게 아닌가.
난 그제야 라면이 얼마냐고 물었고 한 개에 25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대답을 듣고 나서 놀라 까무라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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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여기는 태국이 아닌가.
사발면 한 개에 100바트라니. 태백산의 악몽보다 더하다.
솔직히 가격을 듣고 깜짝 놀랐지만 이곳에서 신라면은 수입품이니 내심 그러려니 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척하며 라면 세 개를 들고 갑판으로 올라갔다.
내 손에 들린 라면들을 보고 흥분한 오빠들,
[와, 신라면이다!!!]
를 연신 외쳐대며 기쁨의 환호성을 질러댔다.
태국음식은 카오팟(볶음밥) 이외에 입도 못대는 오빠들임을 알기에
그순간 나는 구원의 천사라도 된 느낌이었다. ㅋㅋ
그리고 라면이 다 익기도 전에 허겁지겁 먹어대는 오빠들.
그렇게 한국 음식이 먹고싶었쎄요??
(국물까지 싹 비우는 오빠들)
나역시 피피에서는 보기 힘든 한국 라면을 들고 행복에 빠져있다. ^^
그렇게 맛있게 라면을 싹 비우고 갑판에 앉아있는데 날씨가 점점 더 흐려진다.
우기가 시작하긴 했나보다. ㅜ.ㅜ
그리고 얼마 후 미친듯이 쏟아지는 빗줄기.
사람들은 전부 아래층으로 대피 작전을 시작하고.
우리는 왠 깡인지, 아니면 한국인의 아집인지
그냥 비맞고 버티기로 한다.
그런데 뭥미??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고 이윽고 폭풍우가 몰아친다.
갑판 위 플라스틱 의자들이 바람에 나뒹굴고~~
우리는 결국 머쓱하게 ㅡㅡ;;
비에 젖은 짐들을 들고 실내로 내려갔다.
하지만 이미 옷은 비에 젖어 만신창이.
덜덜떨며 푸켓에 도착할 시간만 손꼽아 기다린다.
그렇게 그지같은 몰골로 도착한 푸켓.
서둘러 미니버스를 타고 빠통비치로 향한다.
미리 정해놓은 숙소가 없어 정실론 쇼핑센터 앞에 무작정 내려
눈앞에 보이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저렴한 숙소들이 쭈~욱 늘어서 있다.
그래서 구한 호텔시설의 1000바트짜리 내 방.
마지막 남은 하루를 편하게 지내고 싶어 구한 방이었다.
오빠들은 내 숙소 맞은 편에 있는 게스트하우스에 방을 잡고
각자 샤워 후 식사하기 위해 만났다.
오늘의 저녁식사는 패키지 관광객들의 필수코스로 유명한 수언미 수끼.
한국 입맛이라 오빠들도 잘 먹는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beer Chang. ㅎㅎ
간단히 大자 세 병 마셔주시고~~~
유흥의 집결지, 방라로드를 걷는다.
그런데 나, 갑자기 호기심이 왕 발동한다.
[저..... 오빠들........ 저 꼭 가보고 싶은데가 있는데.........]
[어? 어딘데요? 그럼 가요~~~]
[그럼..... 제가 쏠게 갈래요?
그동안 신세진 것도 너무 많고 해서 1차는 제가 쏠게여.]
라고 해서 어떤 삐끼를 따라들어간 bar.
(흠...... '아고고바'라고 하나요??)
여하튼 옷 거의 안걸치신 여자들 나오고, 엽기 show 하는 유흥업소에 갔다.
오빠들은 역시 화끈한 은별이라며 날 있는대로 띄워주며
기다렸다는 듯 설레임 가득한 눈빛으로 삐끼를 따라갔다.
여하튼 남자들이란..... ㅡㅡ;;
어쨌든 입장료 500바트씩 내고 들어간 유흥업소에선
그닥 할 이야기가 없다.
중간중간 그 엽기쇼에 놀라 입을 막고 지르던 괴성과
오빠들의 동그란 두 눈들만이 기억에 남을 뿐.
참, 한 가지 더.
한참을 show에 집중하고 있을 때 쯤 bar 안으로 걸어들어오던 두 여아해들이 있었다.
그리고는 우리 옆자리에 자리하고 앉아
나와 함께 입을 막고 괴성을 지르던 그 여아해들.
말레이지아에서 여행 온 아해들이었다.
여자들끼리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들어와 쇼를 보기에
우리와 이야기도 나누고 조금 친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역시 여자들에게는 조금 무리인 쇼라 그런지 우리보다 먼저 나가버린 그녀들.
그런후 우리들도 잠시 후 밖으로 나갔다.
왠지 기분이 좀 씁쓸함을 감출 수 없었다...
그리고는 이제는 그런 bar에 다신 호기심도 없으리라.
여하튼 오늘은 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밤이니 기분전환도 할 겸 나이트클럽으로 향한다.
길거리에 서있는 수많은 삐끼들에게 여기서 가장 좋은 클럽을 물색한 결과
바나나뭐시기(?)라고 하는 나이트 클럽을 추천해 준다.
그런데 시간이 너무 일렀는지 아직 오픈 전이다.
그런데 클럽 앞에 우리처럼 헛걸음 한 두 여자가 보인다.
어? 그 말레이시안 걸들이다.
[헤이~~!!!!! ]
우린 이 작은 우연에 너무나 기뻐하며 호들갑을 떤다.
그리고 자연스레 동행하게 되었다.
역시 여행자들끼리는 국적도, 나이도 상관없다.
그저 같은 여행자라는 공통점만 있으면 거리낌없이 어울릴 수 있게 되는게
여행의 참 묘미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셋에서 다섯이 된 우리,
문을 연 다른 클럽을 물색해 들어갔다.
아직 조금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우린 그닥 신경쓰지 않고
맥주 원샷을 시작한다.
니가 사고 내가 사고 누가 돈을 내는지도 모르게
술병이 비워지면 다른 맥주병이 놓이고 그냥 술마시고 노는 타임이다. ^^
점점 클럽은 사람들의 열기로 가득해지고
우리도 취기가 적당히 올라 분위기는 최고조가 된다. ㅎㅎ
참 웃긴다.
여행오면 특별히 무언가를 하지 않고 그냥 이렇게 술마시고 노는건데도
왠지 서울에서보다 더 즐겁다.
아무래도 우리나라가 아니라는 게 내 긴장의 끈을 놓아버리나 보다.
한국에선 남의 눈도 신경쓰이고, 집에 돌아가야 할 것도 신경쓰이고
이것저것 신경쓰느라 제대로 놀지 못한적이 많았던 나,
하지만 여긴 외국이고 숙소도 코앞인데다
날 지켜줄 두 든든한 보디가드까지 있으며
앞으로 내 인생에서 절대 만날 일 없을지도 모르는
활발하고 호탕한 두 말레이시안 친구들까지 있으니 정말 아무 걱정없이 신나게 놀았다.
내일 현실로 돌아간다는 사실을 잊고 싶어서였을까.
여행의 마지막 밤은 늘 그랬듯이 좋은 사람들과 술, 그리고 음악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그리고 언제쯤
이런 아쉬움이 없는 여행의 마무리를 할 수 있는 날이 올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니, 그런데 그런 날은 영원히 없을 것 같다.
내 자리로 다시 돌아가야 하기에
여행의 마지막 날은 늘 아쉬움으로 가득할 것이다.
다만, 아쉬움의 크기의 차이는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후일담으로
제가 떠난 이 다음 날 오빠들은 이 아해들과 또 만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역시 영어에 능숙한 여아해들과의 의사소통 문제로 ㅡㅡ;
결국 오빠들의 그림실력만 늘고
(의사소통을 그림을 그려가며 했다고 하더군여. ㅎㅎ)
그녀들과의 로맨스도 결국 아냐와 아가처럼 무산되어
연락처도 모른채 방콕으로 돌아갔다고 하더군여...
참 웃기지만 슬픈 이야기였습니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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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이번 여행의 여행기가 끝났습니다.
너무 오래끌어 죄송한 마음이...... ㅠ.ㅠ
다음 이야기는 아마도 7월 방콕여행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싶네요.
다음 이야기는 저와 제 베프 Elly양의 방콕이야기가 펼쳐지겠군여.
역시나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기다리고 있을 듯 싶습니다.
전 태국만 가면 왜이리 파란만장한 스토리가 펼쳐지는지 모르겠군요. ㅡㅡ;;
어쨌든 기대하셔도 좋을듯~~~ ㅎ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