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 만난 사람들 6: 길 안내를 해준 친절한 아가씨
타이완 여행기를 읽다 보면 많은 사람들이 타이완 사람들의 친절함에 대해 증언하고 있음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나도 비록 짧은 여행 일정이었지만 많은 친절한 타이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아가씨가 한 명 있다.
2박3일간의 타이완 일정을 마치고 태국으로 떠나는 날이었다. 나는 타오위안 국제공항으로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서 타이페이 본역 앞으로 나갔다. 공항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올 때 정차했던 곳이 그곳이었기 때문에, 그 버스정류장 맞은 편에 있는 버스정류장에 가면 공항으로 가는 버스가 당연히 있을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버스정류장에 가서 주위에 있던 몇몇 사람들에게 그곳에서 공항가는 버스를 탈 수 있냐고 물어봤더니 뜻밖에도 정확히 아는 분들이 없었다. 두세번 헛탕을 친 다음, 때마침 영어로 의사소통이 가능해 보이는 젊은 아가씨가 그곳을 지나가고 있길래, 그녀에게 공항가는 버스 타는 곳을 아냐고 물어보았다. 그 아가씨는 잠시 생각하더니 공항가는 버스 타는 곳을 알기는 하는데 그곳에서 좀 멀다고 하더니 자기가 직접 그곳까지 안내해 주겠다고 한다. 나는 그 근처 어디에선가 공항가는 버스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은 했지만. 시간 여유도 많고 해서, 그녀에게 그래주면 고맙겠다고 말했다.
그냥 어디에서 버스를 탈 수 있는지 가르쳐주기만 해도 될 터인데, 그녀는 외국인인 내가 혼자서 그곳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지 영 안심이 안되었던 모양이었다. 고맙다는 내 말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그녀는 내 여행 가방의 손잡이를 덥석 잡더니, 내 여행 가방을 자신이 직접 끌면서 앞장서서 성큼성큼 걷기 시작했다. 아마도 내 여행 가방이 커서 무거워 보였던지, 그 가방을 끄는 걸 도와줘야 하는 건 당연한 그녀의 몫인 듯 행동하는 그녀의 기세에 나는 미처 사양을 할 틈도 없었다.
그녀와 이런저런 얘기들을 주고 받으면서 한참을 걸었다. 한 15분 이상은 족히 걸었을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하고 IT업체에서 근무하고 있다는 그녀가 나를 데리고 간 곳은 타이페이 본역 근처에 있는 버스터미날이었다. 그곳은 위치상 타이페이 본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었지만, 둘 다 워낙 큰 건물이어서 막상 걸어보니 꽤 시간이 걸렸고, 초행길의 외국인이 그곳을 물어물어 가려면 찾기 쉽지 않다고 그녀는 생각했던 것 같다.
버스터미날에는 잘 알려진 國光버스 이외에도 공항으로 가는 다른 회사 버스도 있었다. 요금도 그 버스가 國光버스보다 다소 쌌던 걸로 기억된다. 그녀는 내가 버스표 사는 것을 도와준 후 버스타는 곳까지 안내해 준 다음에야 마음이 놓였는지 환한 미소를 지으면서 내게 작별인사를 했다.
왕복 30여분의 시간 소비와 무거운 여행 가방을 대신 끌어주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고 처음 보는 이방인에게 아무런 댓가도 바라지 않는 순수한 친절을 베풀어준 그 타이완 아가씨를 생각하면서, 많은 타이완 여행자들이 증언하고 있는 타이완 사람들의 친절함에 나 자신도 깊이 공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