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완에서 만난 사람들 1: 프롤로그
* 이 글은 이곳 태사랑과 투어아시아란 사이트에 동시에 게재하고 있음을 밝힙니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면서도 의외로 잘 모르고 있는 나라 중의 하나가 아마도 타이완(Taiwan)이 아닐까 싶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부분은 타이완 사람들에 대해서 그저 막연히 중국인과 비슷할 것이라는 편견이나 선입견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타이완이 언어적으로나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중국과 거의 같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은 얼핏 당연하게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타이완을 방문하거나 타이완 사람들을 접해본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그런 생각은 마치 우리나라를 잘 모르는 외국인들이 우리 국민들과 북한 주민들을 동일시하는 것만큼이나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금방 깨닫게 될 것이다.
솔직하게 말해서, 우리 국민들 중에 중국을 우리보다 경제적으로 한수 아래라고 은근히 깔보는 듯한 생각을 갖고 있고 중국인에 대해서도 더럽고 교양없고 인색하다는 등의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타이완 사람들과 중국인을 동일시하기 때문에 타이완 사람들에 대해서도 그와 비슷한 부정적인 편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실상은 나도 타이완을 방문하기 전까지는 그런 선입견을 부지불식간에 갖고 있었던 사람 중의 한 명이었음을 자인한다. 그러나 타이완 사람들을 직접 만나보고 난 후 우리의 이러한 선입견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되었고, 그것이 바로 이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동기이다.
내가 타이완을 방문한 것은 2010년 10월 말경, 태국과 라오스 여행을 하기 위해서 방콕으로 가던 중 스톱오버(stop-over)로 타이페이에서 2박 3일 동안 체재한 것이 전부이다. 비록 짧은 체재 기간이었지만, 여행 중 쉴새 없이 현지인들과 교류하는 나의 여행 스타일로 인해서 나는 비교적 많은 타이완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우리가 타이완이나 타이완 사람들에 대해서 갖고 있는 편견이 얼마나 잘못된 것을 깨닫는 데에는 그리 긴 시간이 필요하지도 않았다.
사실 타이완의 관문인 타오위안(Taoyuan) 국제공항에 도착했을 때 내가 받은 첫 인상은 타이완에 대해서 내가 갖고 있었던 근거없는 우월의식을 재확인해주는 것처럼 보였다. 타오위안 국제공항은 타이페이 시내에 있는 구공항이 좁고 낡아서 타이페이 외곽의 위성도시에 새로 세운 신공항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세계 제일의 공항으로 4년 연속 선정된 인천국제공항과 비교하면 규모나 시설 면에서 너무나도 초라했기 때문이었다.
내가 타이완에 대해서 갖고 있었던 은근한 우월의식은 타오위안 국제공항에서 타이페이 시내로 들어오는 동안 내내 계속되었다. 우리나라의 넓고 시원하게 뚫린 도로와는 달리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오는 도로는 매우 좁았고, 버스 차창으로 스쳐지나가는 도로 주변의 건물들도 낡고 초라한 건물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나를 태운 버스가 종점인 타이페이 본역(Taipei main station) 앞에 도착했을 때도 그런 우월의식은 바뀔 것 같은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었다. 그곳은 타이페이 시내에서 가장 중요한 거리 중의 한 곳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같았으면 진작에 철거되었을 법한 아주 낡은 고층 건물 한 채가 마치 도심 속의 흉물처럼 우뚝 서서 나를 맞이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타이완에 대해 갖고 있었던 나의 부정적인 편견과 은근한 우월의식은 타이페이 시내를 돌아다니고 타이완 사람들을 만나면서 금방 무너졌다. 그들을 만나면서 나는 학창 시절에 배웠던 'Don't judge a book by its cover.'(표지만 보고 책을 판단하지 말아라), 또는 'Don't judge a man by his appearance.'(외모만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말아라)라는 영어 속담을 떠올리면서 이 속담이 가르치고 있는 교훈을 새삼 곱씹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우선 내가 보고 느낀 타이완은 경제적으로도 낙후된 나라가 아니어서 사람들의 생활도 윤택하고 풍요로와 보였으며, 지하철이나 버스 등의 대중교통을 비롯한 도시 인프라도 우리나라에 절대 뒤지지 않을만큼 잘 갖춰진 나라였다. 한마디로 우리나라 사람들이 은근히 깔봐도 될만한 그런 허접한 나라가 결코 아니었다. 여기서 내가 갖고 있었던 은근한 우월의식은 꼬리를 내리며 슬그머니 사라졌다.
그러나 우리나라도 이제는 전세계적으로 경제적으로 발전된 나라에 속하기 때문에 타이완의 이런 경제적 풍요로움이 크게 부러울 정도는 물론 아니었다. 그보다 내가 타이완 사람들에게서 진짜로 부러웠던 점은 그들의 정직성과 친절이었다. 타이완을 내게 한 마디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나는 주저없이 이렇게 표현하고 싶다: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
불과 2박 3일간의 짧은 체재 기간이었지만, 타이완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서 그들의 특성을 정직과 친절이라고 일반화해도 그다지 틀리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물론, 어느 나라나 좋은 사람도 있고 나쁜 사람도 있게 마련이고, 우리나라에도 정직하고 친절한 사람들이 무수히 많다는걸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일반적으로 평가한다면 타이완 사람들의 정직성과 친철함이 우리 국민들보다도 훨씬 우위에 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제 앞으로 쓸 몇 편의 글을 통해서 나로 하여금 그런 결론을 내리지 않을 수 없게 만든, 내가 타이페이에서 만났던 정직하고 친절한 타이완 사람들을 한명씩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