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이 그리워 눈물짓는 병사도 있었습니다.
왜? 누구를 위해 이곳에 주둔해야 하는지 알 수도 없었습니다.
덜수는 명이 무서워 도망하지도 못하고 고향에 두고 온 엄니가 그리워 밤마다 흘린 눈물이 얼마인지 모릅니다.
성벽 위를 거닐며 보초라도 서는 날은 고향이 더 그립습니다.
눈발이 날리는 야밤에 하늘을 바라보면, 엄니생각에 눈물이 흐릅니다.
환장하겠습니다. 왜 중국의 황제는 권력만 잡으면 성만 쌓으라 합니까?
성하고 무슨 철천지원수가 졌기에 그 자리에만 오르면 그러는지 심보를 알지도 못하겠습니다.
어느 날은 잠자리가 뒤숭숭하다고 더 높이 쌓으라고 합니다.
기원전부터 만리장성도 쌓았습니다.
남방장성도 쌓았습니다.
여기 둔보에 롱리꾸청도 쌓으랍니다.
젠장! 중국에 태어난다는 것은 성을 쌓기 위해 태어나는 일입니까?
이번에는 미치겠습니다.
다 쌓은 줄 알았더니 먼저 쌓은 곳이 허물어졌다고 보수하라고 합니다.
세상의 민초가 모두 입을 모아 황제를 향해 '천세 천세 천천세~'를 축원해도 부가세인 백세도 살지 못하고 가는 주제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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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니가 보고 싶어 북쪽 하늘을 쳐다보며 훌쩍이기도 한 날이 몇 날 며칠인지 모릅니다.
왜 그런날은 꿈에서조차 엄니가 보입니까?
하늘의 별만 바라보아도 눈물이 저절로 흐릅니다.
아지랑이 피어 오르는 계절에는 저 멀리 엄니가 손을 흔드는 것처럼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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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계급장 떼고 따지고 싶지만,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따지지도 못했습니다.
사오정이 따지다가 불만만 쌓인 녀석이라고 왕따시키랍니다.
그놈의 계급이 먼지 목을 옥죄어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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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지려고 다가 갔다가 얼굴만 보면 그냥 침만 꿀꺽 삼키고 돌아온지 몇 번이나 되는 지 알지도 못합니다.
감기 몸살이라도 들면 왜 그리 서글픈지 모릅니다.
엄니손이 약손이라고 한 번만 이마를 만저주면 벌떡 일어날 것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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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어느 날 돼지고기 몇 점에 탁배기라도 특식으로 나오는 날은 그나마 해피했습니다.
황제가 후궁이라도 맞이했다고 특식이라도 나오면, 목구멍에 때가 벗겨지도록 꾸역꾸역 밀어 넣었습니다.
황제가 감당도 하지 못할 후궁이지만, 매일 하나씩 들여앉혀 놓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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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장... 왜 이런 만난 음식 먹을 때 엄니가 더 보고 싶은지 모르겠습니다.
보름 전, 술김에 소대장에게 엉겨붙었다가 그 다음 날 우물 파느라 죽는 줄 알았습니다.
물이 나오지 않는다고 묻어버리고 그 옆을 다시 파라 합니다.
젠장 폼은 황제만 잡으면 됐지 소대장은 왜 자기까지 거들먹거리나 모르겠습니다.
열린 공간인 화장실에서 서로 마주보고 응아할 때... 소대장이 나 보다도 못한데... 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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먀오족은 문명인이 아니고 苗蠻이며 짐승처럼 더럽게 살아간다고 교육받았지만,
가끔 먼 발치에서 바라보이는 먀오족 여인의 모습은 선녀의 모습이었습니다.
한 마리 나비인냥 나풀거리며 걷는 모습을 바라보면 숨이 금방 막혀 죽을 것같습니다.
그러다가 그녀를 우두커니 바라보는 일이 유일한 낙이되어 버렸습니다.
그냥 보쌈이라도 하여 곧게 뻗은 신작로라도 내달려 깊은 산속으로 숨어들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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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들이 부르는 노랫소리는 하늘에서나 들리는 천상의 노랫소리였고,
수양버들처럼 낭창한 그녀의 모습은 봄바람에 하늘거리는 한 마리 나비입니다.
그냥 달려가 그 허리를 안아주어야 될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교육받은 게 모두 거짓이라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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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끔 멀리 보이는 먀오족 여인을 바라보는 일을 낙으로 삼고 살았습니다.
그 순간만큼은 근심, 걱정 없었고 행복한 상상의 시간이었습니다.
저푸른 초원위에 그림같은 집을 짓고 그 안방에 침실을 만들어 먀오족 여인과 천 년 만 년 둘이서만 살고 싶습니다.
예쁜 꽃신을 신겨보면 정말 선녀처럼 보일 것도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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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다가가 말이라도 몇 마디 주고받으면 목소리는 또 얼마나 고운지 은쟁반에 옥구슬 굴리듯 고왔습니다.
그래서 아들, 딸 구분않고 열 명이라도 낳고 알콩달콩 살아가고 싶습니다.
덜수는 오늘도 눈만 껌뻑거리고 상상의 나래만 펼쳤다 접었다를 반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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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개한 야만인이라고 교육받았던 말은 춘삼월 봄눈 녹듯 사라지고 숨이 막히고 가슴은 방망이질치곤 했지요.
그녀와 깊은 산 속에라도 숨어들어 천 년 만 년 살고 싶었습니다.
이런 돌다리를 건너 아주 멀리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들고 싶습니다.
이러면 탈영이지요? 그쵸?
탈영이면 어떻습니까?
그녀와 함께라면 죽어도 좋다는 마음입니다.
3년 전 슬그머니 사라진 먹쇠란 놈은 먀오족 처자와 혼인하고 벌써 아들 쌍둥이를 낳았다는 이야기도 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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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령을 내린 자도...
명령을 받은 자도 지금은 모두 바람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지금 이들은 바람 따라 흘러와 바람처럼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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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이란 바람인가 봅니다.
정말 우리의 삶은 바람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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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문도 모르고 많은 사람이 이리로 흘러와 뿌리를 내리고 살아갑니다.
아무리 타향도 정이 들면 고향이라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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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이들은 중원이 편해지기 위한 방패였으며 소모품에 불과했습니다.
황제의 곤룡포를 더럽히지 않고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가 이렇게 타향에서 고생해야 합니까?
곤룡포를 입어보면 마음이 변하는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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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해 무엇 때문에 이곳까지 흘러왔을까요?
이게 사람이 살아가는 방법인가요?
골목마다 집집마다 물어보면 모두 사연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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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
버려야 합니다. 모두 버려야 합니다. 아주 작은 티끌마저도 버려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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움켜쥐려고 한 들 쥘 수 있는 게 무엇입니까? 세상을 품으려고 한 들 무엇을 품었고 또 무엇이 남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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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더운 여름철
느티나무 아래로
잠시 스쳐 지나가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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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무더운 장마철
구름이 잔뜩 낀 하늘에
먹구름 사이로 언뜻 비치는 파아란 조각 하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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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짧은 시간 속에
품은 것은 무엇이고
얻은 것은 또 무엇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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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밥그릇 하나에 모두 담아서 아무곳에서나 앉아 먹으면 또 한 끼 식사가 해결되잖아요.
늘 긴장속에서 생활했던 둔보라 지금도 식생활은 그대로인가요?
그래
내가 얻은 것은 얼마나 되며
쌓아놓은 것은 또 얼마나 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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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올 때
빈 주먹 하나 쥐고
오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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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몸에
걸친 것 하나 없이
태어나지 않았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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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라고 곤룡포 걸치고 태어났겠습니까?
카다피라고 권총차고 용병 이끌고 태어났겠습니까...
그래 이제 돌아갈 때
작은 주먹에
얼마나 움켜쥐고 가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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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머니
하나 없는 수의에
무엇을 넣고 갈 수 있겠습니까?
곤룡포 입고 권총차고 무덤속에 들어가 무엇을 하시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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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모두 버려야 합니다.
하나씩 제자리에 돌려놓아야 합니다.
![13025E3B4D6A645A1598D0](http://cfile229.uf.daum.net/image/13025E3B4D6A645A1598D0)
모두 버릴 때
비로소 세상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오고
세상을 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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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자연 속에서, 이런 환경 속에서
佳人이 무엇을 품었고
또 무엇을 품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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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佳人 마음속의 바램은 모두가 탐욕이었습니다.
내 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라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내 것도 아닌 것을 내 것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습니다.
![19672E594D3AD4C6078734](http://cfile221.uf.daum.net/image/19672E594D3AD4C6078734)
한 자밖에 되지 않는 가슴에 무엇을 품을 수 있습니까?
한 줌밖에 되지 않은 손으로는 무엇을 움켜잡을 수 있습니까?
잡으면 구속이요. 버리면 자유라 했습니까?
움켜쥐면 지옥이요, 내려 놓으면 극락입니까?
여러분은 무엇을 품고 무엇을 잡으시겠습니까?
佳人은 손으로는 마눌님 손을 잡고 가슴으로는 마눌님을 품었습니다.
그랬더니 자유와 사랑이 저절로 따라오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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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우 보리쌀 한 움큼 움켜쥔 손으로는 쌀가마니를 준다해도 잡을 수 없고
곳간을 지은 사람은 곳간 보다 더 큰 물건이 생긴다해도 그 물건을 넣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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