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보니 라오스의 맛을 알게 되고
어쩌다 보니 라오스를 떠돌게 되고
어쩌다 보니 라오스 설날을 10년째 보내게 되고
어쩌다 보니 라오스 폰사완을 수시로 찾게 되고
어쩌다 보니 폰사완에서 몽족 설날만큼 라오스 설날을 쇠게 되고.
매해 네 번째 달의 보름날에 라오스나 태국, 캄보디아에서는 해가 바뀌는데
부처와 조상에 대한 예를 바치고나서 부터
세상은 복을 뿌리듯 물을 뿌리고
복을 맞이하듯 물을 맞는 흥겨움으로 가득하다.
이때만큼은 사람이 가지는 편견은 물에 의해 녹아서 허물어지고
이때만큼은 사람이 가지는 감정은 물에 의해 녹아서 부드러워진다.
그래서 사람 사이의 거리는 사라지고
사람 사이의 유대는 단단해진다. 몇 일 동안이라도.
어쩌다 보니 무거운 사진기를 들고 다니게 되고
어쩌다 보니 즐겁고 아름다운 것을 찍게 되고
어쩌다 보니 몽족 설날 만큼 라오 설날을 찍게 되고
어쩌다 보니 폰사완에서는 단골 사진사가 되고
어쩌다 보니 어린 친구들의 인기를 얻게 된다. 단 몇 동안이라도.
몽족 친구들은 다가가야만 사진을 찍고 친구가 될 수 있지만
라오족 친구들은 다가와서 사진을 부탁하고 친구가 되길 요청한다.
그래서 수년째 두 설날을 쇠며 사귄 친구들이
몽족은 백명이 안되는데에 반해
라오족은 수백명을 거뜬히 넘어 지금도 몰려들고 있다.
비교해서 탓하자는 것은 아니고
비교해서 이해를 하자는 것이고
비교해서 개인적인 바램을 독백하는 것이다.
어쩌다 보니 3일 동안 이천장이 넘는 사진을 찍게 되고
어쩌다 보니 이백명이 넘는 친구들의 독촉을 받게 되고
어쩔 수 없이 육백여장의 사진을 고르고 골라서
어쩔 수 없이 개별적으로 보내진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친구가 된 온라인 사이트에 업로드 해서
어쩔 수 없슴의 이해를 부탁한다.
어쩔 수 없는 관대한 나의 친구들은
거친 나의 사진에도 불평이 없고 사진이 빠져도 탓하지 않는다.
어쩌면 거리에서 가장 많이 불려진 호칭일지도 모르겠지만
불러줘서 아주 행복한 3일 이었다.
이만하면 남쪽으로 내려갈 충분한 힘을 얻었고
이만하면 내년 이맘때를 기다릴 이유를 찾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