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일기-볶음밥에 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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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여행일기-볶음밥에 관한 단상

필리핀 4 3694

중국음식점에 갔을 때

그 집 음식솜씨가 어떠한지를 알고 싶으면

짜장면이나 탕수육을 시켜보면 된다.

중국요리의 가장 기본인 이 두 음식으로

그 집의 내공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이치로 태국 음식점에서는

볶음밥을 시켜보면

그 집의 수준을 평가할 수 있다.

태국 음식의 가장 기본인

볶음밥도 제대로 못하는 집이면

다른 음식은 거들떠 볼 필요도 없다.


세계에서 생산되는 쌀은

크게 일본형과 인도형으로 나눌 수 있다.

일본형은 일본, 한국, 중국 중부와 북부,

브라질, 스페인, 미국 캘리포니아 등에서 생산되고,

인도형은 동남아시아, 중국 남부,

인도, 미국 남부 등에서 생산된다.

태국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쌀은 인도형으로

우리가 즐겨먹는 일본형에 비해

쌀알이 길쭉하고 밥을 지었을 때 끈기가 없다.

그러나 이것이 볶음밥으로 변신을 했을 때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찰기가 많아서 밥이 뭉쳐지는 현상이 일어나는

일본형 쌀로 만든 볶음밥에 비해,

인도형 쌀로 만든 볶음밥은

그 맛이 고소하여 훨씬 풍미가 뛰어나다.

고로 제대로 된 볶음밥을 맛볼 수 있는 것이다.


태국 음식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에게

구세주와도 같은 음식이 바로 이 볶음밥이다.

한국에서도 흔히 접할 수 있는 볶음밥은

누구의 입맛에도 부담없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볶음밥은 태국어로 카우 팟인데

‘카우’는 ‘쌀(또는 밥)’,

‘팟’은 ‘볶다’는 뜻이다.

돼지고기 볶음밥은 카우팟 무,

닭고기 볶음밥은 카우팟 까이,

새우볶음밥은 카우팟 꿍이다.

카우팟과 함께 태국의 대표적인 서민음식으로는

팟타이(태국식 볶음국수)가 있다.


그동안 태국을 수십 차례 드나들면서

태국 음식을 즐겨먹었지만

카우팟은 왠지 손길이 잘 가지 않았었다.

그러나 웬만큼 태국 음식을 먹고 나자

요새는 은근히 카우팟이 땡기는 것이었다.

어느 정도의 사이클을 경험하고 나면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는 이치인가?


이번 여행에서는 일부러 카우팟을 찾아먹으려고 애썼다.

그러나 대부분의 카우팟은 실패였다.

그 뜻은 내가 선택한 대부분의 음식점이

요리솜씨가 뛰어나지 않더라는 뜻이다.


그런데 푸켓 빠통 비치에 있는 정실론에서

윈도우 쇼핑을 하다가 나와서 무심코 들어간

댕(Dang) 레스토랑의 볶음밥은 정말 예술이었다.

분명 볶음밥인데 어떻게 볶았는지

밥에 기름기가 하나도 없이 고슬고슬하고

입에 넣는 순간,

눈처럼 스르르 녹아버리는 것이었다.

이처럼 담백한 맛의 볶음밥은 처음이었다.


연이틀 가서 카우팟 까이와

카우팟 무를 먹었는데 둘 다 괜찮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양이 좀 적다는 것.

두 사람이 가서 볶음밥 두 그릇에

얌류 하나 시키면 적당할 듯.


과일 쉐이크류와 얌운센 탈레도 좋았다.

과일 쉐이크는 제대로 갈지 않으면

얼음덩어리가 씹히는데

이 집은 아주 곱게 갈아주었다.

커다란 게다리가 섞여 나온 얌운센도

맛이 깔끔해서 볶음밥과 잘 어울렸다.

볶음밥류와 과일 쉐이크류는 50밧,

얌운센은 150밧.


방라거리에서 파라다이스 콤플렉스쪽으로

약 20미터 정도 가면 왼쪽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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셋팅도 깔끔한 댕 레스토랑의 볶음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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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고쉐이크도 아주 곱게 갈아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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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리, 새우, 생선, 오징어 등이 푸짐했던 얌운센 탈레

4 Comments
이리듐 2008.01.15 10:18  
  맞아요.. 같은 볶음밥인데.. 이상하게 맛 없는 집이.....
그래서 쥐똥고추 잔뜩 넣어서 맵게 만들어 미각을 마비시켜서 먹죠...
나와너 2008.01.15 10:29  
  카우팟꿍 + 양운센 탈레 + 떙모빤 = 환상의 조합....
제가 가장 좋아하는 세트입니다..... 꿀꺽~~~
지니-_-v 2008.01.23 01:19  
  전 배가고파서 언제나 그냥 먹어도 맛있던데요 ^^;

혀가 이상한가;; 헤헤
앨리즈맘 2008.04.01 21:18  
  저걸 바닷가에서 먹으면 천국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