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6, 67 이젠 안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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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6, 67 이젠 안뇽

이상한 나라 15 2974


무진장 바쁜일이 있었던 관계로 막편을 이제서야 올립니다.
^^ ㅈㅅㅈㅅ
그것은 아마 여행기를 끝내고 싶지 않은 마음의 표현!?

2008년 2월 29일 여행 66일째


휴...
푸후...
피유우...


누군가가 곁에 있다가 없어지는 후유증...
누군가 여행을 인생에 비교 했던가?
고작 두달 좀 넘는 여행기간 동안 내가 인생에서 겪어야할 희노애락을 축약해서 겪었다면, 단일간 겪었던 감정은 내 인생의 기나긴 연예질에 비교할 수 있으리라. 그리하여 연예질이 끝난 후의 후유증을 겪어 있는 듯한 느낌이다.


말했듯이..난 여행을 떠나오기전에 꽤나 길게...아니 놀랄만큼 오래 사귀었던 남친님과 매우 위태로웠고, 급기야 여행 중간에 전화로 정리를 하였었다.
그리하여 가끔씩 외로웠고, 가끔씩 맘이 아팠었었다.
근데 지금의 후유증은 마치 그 때의 헤어짐 이후와 견줄 만큼 허전하구나..고작 이틀이었는데-
뭐랄까, 인생의 축약판이기에, 감정도 엑기스만 추출해 내는 것인지... 아님 여행중이기에 쉽게 마음을 열었기 때문인지...

여하튼, G군이 떠난 후 나는 마치 내가 해야할 일을 까맣게 잊어버린 듯 했다.


솔찍히...내가 해야할 일이 뭐가 있겠는가!?
그냥...막연히 생각했던 일을 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일 뿐이겠지...
아무래도, 이 감정은... 여행중이기에 가능한 "오바스러운" 감상일지도 모르겠다.
혹시 아나? 내가 그를 다시 만났을때, 다시 정신차리고 본 그의 모습에 홀딱 깨버릴지!
여행중엔 그의 모자에 눌린 머리도, 내 이상형이 아니었던 외모도, 그의 패션감각도, 현재 내노라할만한 직업이 없는 것도... 모두 상관이 없었지만- 실지 상황에서는 다르자나?
물론 그도 마찬가지일 테다. 나의 때꾸정낀 발바닥도, 내 몸에 기이하게 튀어나온 뼈다구도, 나의 시커먼걸로 부족해 얼룩덜룩한 피부색도, 역시나 내노라할만한 직업이 없는 것도... 현실로 돌아오면 조금 다를지도 모르는 거다.


그니까.........아가씨...오바 금지 하자구!

그가 방을 나설 때, 나는 잠시 눈을 떴었드랬다.
새벽 6시경 짐을 싸들고 나서는 그를, 새벽 2시 넘어서 잠든...것도 전날 4시간 밖에 자지 않은 내가 오로지 그의 얼굴을 보기 위해 눈을 떴었던 것이다.
아~ 스스로 감동의 물결이다~
시끄럽고 불편한 지하철에서도, 아무리 약장수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도 모가지가 떨어져라 고개 숙이고 잠이드는, 잠에 관한한 놀라운 집중력을 지닌 내가... 단지 살짝 뿌시럭 거리는 소리에 눈을 뜨다니...어찌 감동스럽지 않을 수 있겠는가?

(단지 그 감동은 내 스스로 가질 뿐이라는게 문제지--;)



사실...침대에서 일어나진 못했다. 그냥 문을 열고 나서는 그에게..침대에 누워서 손을 흔들며 다정한 미소 한방 날려줬을 뿐이다. 게다가 나는...눈이 나쁜 탓에...그의 얼굴을 지대로 보지 못했다. 그 와중엔 도저히 안경을 찾을 기운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허여멀건 살덩이로만 보였던 그의 얼굴에서...살짝 아쉬움의 미소를 발견한 것도 같다. 그렇게 추측된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다시 잠들었던 나는 뿌스스 일어났다.
일어났을 때만 해도, 갤러리를 다시 갈까...느낌이 좋았던 지우펀을 다시 갈까...살짝 고민도 했었드랬다.
그러나, 이내 그렇게 바쁘게 움직여야 하는 이유를 찾지 못했고...
오늘 하루는 그냥...요 주변을 내 눈에 꼭꼭 담아두기만 하는 걸로 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늦은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어제 들른 스타벅스로 가면서...
어제 점심을 먹기 위해 1시간여를 헤매던 나와 그의 모습 (더불어 독일 청년 모습까지...) 을 본다.
어제 걸었던 걸음 걸음을 되짚어 보다보니... 눈 깜짝할 새에 스타벅스에 당도하더라.
앉아서 거리에 지나는 사람들을 보며 멍때리기도 하고, 타이페이에 다시 와 살짝 밀렸던 일기도 쓰고...갤러리 티켓이랄지... 그에게서 받은 사진등등을 얌전하게 일기장에 붙여주었다.


starbuks.jpg


근데 뭐랄까...살짝 허전한 마음을 빼면... 그렇게 맘이 아프거나, 뭐 아쉽거나...그렇진 않다.
나의 여행 마무리를 아주 잘한 것 같아...뿌듯하기까지 하다.
이렇게 일기를 쓰면서, 혹은 훗날 나의 이번 여행을 뒤돌아 볼 때... 좌충우돌 내 맘대로 날뛰고 다닌 것과 더불어 살짝 따뜻한 순간의 기운까지 함께 떠올릴 수 있을 것 같아, 오히려 슬며시 미소가 나오기도 한다.
그래...그걸로 충분한 것 같다.



infrontof.jpg (숙소 앞 이방향 저방향으로 한방씩~)




ximen.jpg
(대낮의 시먼띵)


그를 만나기 이전에, 친구님과 동행하기 이전에 내가 늘 그랬듯... 거리를 거닐어 보았다. 방콕도 그러했듯이...지금 잘 눌러 담아둬야...담에 올때까지 약발이 살아 있을 수 있지 않겠는가?

지난 타이페이 방문때 매일매일 들렀던 타이뻬이 기차역 앞도 다시 가 보았다.
지난번엔..아무래도 타이페이 기차역을 이동의 기점으로 삼기가 딱 좋아서...심지어 단 한마디 할 줄 아는 중국말이 "타이페이 기차역" 일 정도로 자주 들락거렸었더랬다.
아...그러고 보니, 중국말이 유창한 그 독일분과 대화할때...어쩐지 화제거리가 없어서... 내가아는 유일한 중국말..."타이페이후어처짠~"을 외치곤...

....칭찬을 받았었더랬다. 물론 흐뭇했지. ㅎㅎ


realwaystation.jpg
(UN for TAIWAN)


atstation.jpg


sabal.jpg
(기차역 건너편...역시 이방향 저방향으로 한방씩! 바람이 많이 불어 상당히 산발이다--;)

정말 하릴 없이 돌아다녔다.
그냥 무작정 걸었기에... 막상 걸은 거리는 지하철 두 정거장 쯤이었지만...시간은 상당히 지나버렸다.
뭐 그래도 괜찮았다. 다른데를 가고 싶지 않다는 의욕상실의 이유는 이미 지나갔고, 걸으면서는... 그냥 이순간의 이 공간의 공기를 피부로 기억하고 싶어졌었다. 그래서 어딘가로 들어가고 싶지가 않았다. 춥더라도...이 바람도 피부 세포 하나하나가 기억해야 했고, 이 흐린 날씨도, 가끔 비추는 햇살도, 내 뇌세포 한 구석에 차곡차곡 담아둬야 했다.

그치만...도저히 고픈배는 참을 수 없었으니...
....
타이페이 기차역으로 오자...자연스럽게 내 두발이 마치 스스로 생각할 줄 아는 자기 분열체가 된 듯... 먹자골목으로 나를 이끌었다.
먹자골목...!! 먹자아!!!


foodstreet.jpg

예전 방문에선...여기서 어렵사리 거대 계란말이를 사서 먹었드랬지.
오늘은 뭘 먹을까 하며 행복한 고민을 다시 하는데- 음...지난번과 마찬가지로 역시 어찌 주문해야 할 지 모르겠다--;
이번 방문에서는 스타벅스 외에는 내가 혼자 음식을 시켜 먹을 일이 없어서 잠시 잊고 있었는데- 여기는 음식 주문이 상당히 힘든 곳이었던 것이다.
가게 앞의 그림과, 사람들이 먹는 음식, 그리고 정말 몇개 알지 못하는 한자어들을 보며 음식의 내용물을 추측해보지만... 아...그래도 여긴 나름 중국계이니... 뭐가 들었을지 모르는 일이야... 라는 의심이 솟구쳐 오른다.
뭐...의심보다는...사실 주문할 용기가 없었다는게 더 맞는 말일지도 모르겠다.
아니면...힘겹게 주문하고 싶지 않았는지도...

그리하여, 편의점 가서...태극마크 그려진 사발면을 사먹었드랬다.
KOREA라고 쓰여져 있었는지는 기억이 안나지만, 난 그져 태극마크와 "chilly" 이 말만 보고 라뽂인가보다~ 하며 좋아라 사먹었던 것이다.
....실수로 국물을 좀 많이 넣었는데, 어따 버려야 할지 몰라서, 말도 안통해서... 걍 후루룩 마셔야했던것 빼곤, 맛은 꽤 먹을만 했었었다!!

라면을 먹고 걸어왔던 길을 다시 되돌아 걸어갔다.
슬슬 어둑어둑해지는 길에 하나 둘 씩 네온싸인이 켜지는 것을 보며... 이제 정말 여행이 끝나감이 실감이 나려한다.
아무래도...번화가의 어스름한 저녁 바람에는... 사람을 센치하게 만드는 화학 성분이 섞여있는 것만 같다.
남은 일정이 하루하루 줄어감에도 그닥 많이 실감하지는 못했던 그 사실을... 이 저녁 바람이 내게 각인시켜 주는 것만 같다.
그래...짐싸러 가야겠다...


nightatximen.jpg

숙소에 돌아와 짐을 싸는데, 룸메이트인 한국인 H군이 저녁을 먹으러 가자 한다.
나는 라면을 먹은 터라...그럼 그냥 같이 가주기만 하기로 하고...근처의 Milk King이라는 대만 패스트푸드점에 갔다.



카운터에 가서 둘이 얼굴을 바닥에 쳐 박고 메뉴판을 열씨미 보고 있는데...
직원 언니들이 뭐라뭐라...계속 뭐라뭐라 한다...
어차피 못알아 듣는 말이거려니...하고는 눈길도 주지 않는데-
순간 "싸왓디 카~"라는 말이 들리는 것이 아닌가.
나는 깜짝 놀래서... 고개를 팍 들어 언니들을 쳐다보니 언니들이..."아항~"하는 표정을 짓는다.
알고보니..언니들은 우리의 국적을 알기 위해.. 자신들이 아는 각국의 인삿말을 계속 건네고 있었던 것이다.
곤니찌와도 지나갔고, 안녕하세요도 지나갔는데...
내가 고개를 든건 싸왓디 카...

이게 아마 여행의 후유증이 아닌가 싶다.
그 나라의 인삿말에도 민감하게 반응하는 내 모습...

물론, 아무래도 오해하는 것 같아..우린 코리안이라고 열씨미 설명도 덧붙여 주었다^^;

숙소에 돌아와...짐을 싸는데...
이젠 오히려 덤덤해 지기 시작했다.
이젠, 한국에 가서...마치 여행하듯 살아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못 살 이유가 뭐있어? 내 긴 여행길에 한국은 내가 조금 오랫동안 머무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못할게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든 시도해 볼 수 있을 것만 같은 용기가 솟아 오르는 것 같다.
그래서 어쩐지..아쉽지만 우울하진 않은 것 같다.


2008년 3월 1일 총 67일의 여행중...67일째


드디어 이 날이 오고야 말았구나.
어제 아무리 아무리 좋게 좋게 덤덤하게 짐을 쌌다 하더라도...
내심은 맞이하고 싶지 않았던 이 순간.
흑. 가야한다.
이제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
여행지에서의 축약된 인생이 아닌 진짜 인생을 살아야 한다.
흑흑흑.
여지없이, 떠나는 날에는 나도 어쩔 수 없구나...



67일이 마치 67분 처럼 순식간에 지나갔지만,
6~7개월을 머문 것처럼 많은 기억을 안고...
나는 이제 돌아갈 준비를 한다.



67th_1.jpg
(숙소 카운터 언니. 언니 카메라로도 찍었는데...아마 지금은 벽면에 붙어있을 것 같다. 담에 가서 찾아봐야지!)





주섬주섬 부엌에서 빵쪼가리와 커피를 먹으며 짧은 감사의 메모를 쓰고 있는 내게, 친절하신 카운터 언니가 공항행 버스를 불러 주신다 하였다.
지금까지 타이페이의 교통 체증을 겪어보지 못했는데... 언니는 매우 두려워하며 조금 많이 이른 시간에 불러주셨다.
뭐, 난 공항에서 죽치는 것도 좋아라 하니까 오히려 괜찮다.



언니와 인사를 하고, 사진도 찍고...룸메이트 일본 아해랑 인사하고...
그리고 방 한 구석의 온기를 내 가슴속에 품은 뒤
집을 나섰다.


거리엔 이른 아침, 출근 하는 사람들이 오토바이 매연을 휘날리며 달려가고 있었다.
다시 느끼지만...여긴 참...오토바이가 많다. 것도 비슷비슷한 모냥의 오토바이..
가끔, 열라 추운날, 미니스카트 입고 오토바이 타며 달리는 언니들을 볼때는...
나도 모르게 안습이...ㅜ.ㅜ


낯선 공간이지만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은 거리를 걸으며...
또 한번 크게 심호흡을 해 본다.




67th_3.jpg
(공항 버스를 기다리는 중. 셀카 찍다가 버스 놓칠뻔했다...--;)


시먼띵 거리의 KFC앞에서 공항버스를 기다리며 정말 마구마구 사진을 찍어재꼈다.
거듭되는 아쉬움이 자꾸만 사진을 찍으라고 재촉을 하는데...어쩌겠는가?




67th_4.jpg
(공항 버스 안에서도 멈추지 않는 셀카 퍼레이드)

시먼띵에서 탄 버스는 어딘가에서 다른 버스로 갈아타야했다.
조금더 넓고 좋은 버스로 갈아타는 순간, 맞은편에 눈에 띄는 건...비천향 육포집
아아아...여기에도 그 유명 육포 가게가 존재하시는구나.
이럴 줄 알았으면...한번 들러서 내 주변 사람들에게 그 쫄깃하고 고소한 육포 맛 좀 보여줄 걸 그랬다.





67th_5.jpg
(터미널을 잘못 온 뻘짓에도 아랑곳 않고..이쪽 저쪽을 향해 사진을 찍는다)

타이페이 국제 공항은 터미널 1, 2로 나누어져 있다.
나는 물론........터미널을 잘못 내렸다.
이상하다...난 여기 방문이 2번째 이구, 지난번에는 늦어서 급하게 가는 와중에도 잘못 내리지 않았는데, 꼭...이런다.
아무래도 내가 조금 긴장을 풀어버린게 아닌가 싶다.




67th_6.jpg
(게이트 들가기 전. 내가 탈 에바에어 라운지 앞 - 마일리지 많이 모아 VIP 고객이 될테야)


그럼 그렇지!
이번에도 나의 좌석표는 예약이 되어 있지 않았다.
이번에도 역시 예약증을 들이밀며 기다렸는데... 어찌된 일인지... 지난번 방콕에서 그랬을때 보다 오래 기다려야 했다.

이번에도 역시나... 안되면 더 있지 뭐~ 라고 여유있기는 했으나,
애써 인사하고, 안아주고, 손흔들고, 메모 남기고, 사진찍고...그렇게 나와놓고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면... 카운터 언니가 어떤 표정을 지을까? ㅎㅎㅎ 생각만해도 기대된다.

....물론 친절하신 에바에어 직원분들 께서는 대략 30분 후에 친히 나의 자리를 마련해 주셨음이다.



67th_7.jpg
(대만 국제 공항 내부)


뱅기가 대략 2시간 정도 연착이 되었단다.
그래서 예정된 시간보다 더 많은 시간을 공항에서 보내야만 했다.
오늘은 뭐 ... 아무것도 예정되로 되지 않는 느낌! 공항 잘못 내려, 뱅기 좌석 없어, 뱅기 연착 돼...
괜찮아 뭐... 공항 안 좀 배회해보지 모.
근데...이런. 뱅기가 연착되는 바람에 꼬 창에서 함께했던 J언니를 언제 만날 수 있을지 감이 안잡힌다.
우리의 약속은...아주 막연하게... 뱅기 시간 1시간전 게이트 앞! 이었던 것이다.
근데...이게 참으로 뭉뚱그려진 시간 관념이었던지... 막상 만날라하니까...
뱅기 출발시간 1시간 전인지, 보딩시간 한시간전인지, 게다가 연착되었으니...원래 시간 1시간 전인지, 바뀐시간 1시간전인지... 도통 감을 잡을 수 없는 것이다.


카트를 달달달 끌고 게이트 앞으로 왔으나, 역시 언니는 없다.
그럼 남은 대만 돈을 다 쓰기 위해...면세점을 구경해야 겠다...싶으나...
당췌 약속시간이 언제인지 몰라서... 쇼핑하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게이트 앞을 한번씩 들러줘야 했던 것이다.


아아~ 언니...자리에 안 있고 어디에 가 있는겨?
살짝 떨어져 있다가...다시 만나면, 것도 타국에서 만난다면 그 얼마나 반가울 것이냐? 하는 기대감으로 가득차 있었건만...




안전부절 하며... 혹시 면세점 쇼핑중이지 않을까 하여 이 가게 저 가게를 기웃기웃 대지만...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연착 덕분에 공항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져... 그 동안 있었던 일을 수다 좀 떨어볼까 했더이만!!!

67th_9.jpg
(카메라를 카트 위에 올려 놓고 목표를 향해 걸어가는 설정 중 - 지나가는 아줌마가 마구 웃더라)

쩌...멀리서 언니가 카트를 끌고 오는 게 보인다.
꺄아아아악!!
이 무슨 주책인지, 남의 나라 공항이 떠나라 가도록 우리는 반가움의 소리를 질렀다.
꺄아아아악!! 언니이이이!!!

언니는 그 동안, 치앙마이 빠이를 돌다가 방콕에 돌아와 며칠 머물었고... 머무는 동안 우연스레 나의 칭구님까지 만났었더랬다. 흐흐...그녀가 칭구님의 엽기 행각을 다 일러바쳐 주셨다.
카오산의 물건 싹쓸이, 씨암까지 마라톤 등등...


나는...대만에서 있었던 나의 애틋한 만남에 대해 마구마구 자랑을 했더랬다.
사진도 보여줘 가며... 어떻게 만났고 무슨 얘기 했고...어찌구 저찌구...
언니가...느무느무 부러워하며...나를 따라댕기지 않은 걸 크게 후회하드라.
언니의 귀에 들린 나의 무용담들은 언제나 다이나믹 예측 불가 였던 것이다.
게다가 막판엔 로맨스라니~ 흐흐...언니가 부러워하자 나의 어깨는 한층 으쓱해졌다.

대략 열흘간 떨어져있던 우린... 그렇게 같은 비행기에 올랐다.
기간이 좀 다르긴 했지만, 방문지들이 다르긴 했지만, 그리고 경험이 좀 다르긴 했지만...
우리는 잠깐의 공유된 기억만으로도 그렇게 친밀할 수가 없었고,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그리고...지금 우린...
여행 끝남의 아쉬움이라는 기억을 또 공유하고 있었다.




67th_8.jpg
(왜...그 맛없던 기내식도... 집에 돌아갈때는 그렇게 맛있는지 모르겠다 --;)

그리고.......한국에 돌아왔다.
2007년도에 떠나 2008년도에... 그렇게 돌아왔다.
많이 지친 기억을 안고, 살짝 아픈 기억을 가지고 떠났지만,
그 기억보다 더 값진 선물을 품안에 안고... 그렇게 돌아왔다.



그리고........다시 나의 여행은 시작된다.

두 달여 동안 한국은 변한게 없지만, 내게는 다른 기운을 뿜고 있었고,
그 동안 나는 달라진게 없지만, 크게 성장해 버린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 여행이 너무도 눈부시도록 아름다운 추억이 되어..
다시 새로운 여행을 시작할 기력과 자신감을 내게 주었던 것이다.


.....그져.....

누구를 향한지도 모르는 고맙다는 말 밖에는...

...할 수가 없는...

마지막 날의 감상이었다.


15 Comments
꽃새우 2008.06.07 20:44  
  드디어 67일간의 대장정이 끝났네요.
아쉬움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다음에 더 멋진 여행기로 돌아오실 것을 기대합니다.
항상배고파 2008.06.07 21:19  
  육포가 땡기네 [[고양땀]]
from호주 2008.06.07 22:22  
  하루에도 몇번째 올라왔나?? 계속 확인해봤어요^^
바쁘셔서 그런가? 아님 호기심 자극?? ㅋㅋ
이런 생각 하면서..수고하셨습니다~
박종호 2008.06.08 00:14  
  정말 잘봤습니다. 여행에서 얻은 많은 경험들이 살아가는데 많은 영감을 줄것입니다.....^^
이상한 나라 2008.06.08 00:18  
  꽃새우님 다음 여행기두 기대해주세요~*^^*
육포는 비천향이 단연 최고!!!!!

증말 바뻤어요. 한참 삐둥삐둥 놀다가 일하려니 ㅜ.ㅜ;

종호님. 이번 여행은 증말 제게 많은 영감을 줄것 같애요. 동.감.
블루파라다이스 2008.06.08 06:57  
  전편에는 즐거움이 마구마구 느껴졌는데..

오늘글에는.. 아쉬움이 가득하네요....

사왓디카에 반응하신 모습..재미있어요...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이상한 나라 2008.06.08 16:39  
  ㅋㅋ 그게...남들만 나를 태국 여인으로 생각한게 아니라 사실 스스로도 인정하고 있었던것 같다는 ㅋㅋ
카라 2008.06.08 19:03  
  참 잘읽었내요....저보담 한참은 어리시지만...읽는  내내이상한 나라님에 동화되어 이런저런 여러생각들을 다시한번 하게 되는 그런 느낌들의 여행기였답니다...특히....여행처럼 현실을 살리라는 이상한 나라님!! 아자아자~~힘내시구요~~♣
숲속 작은나무 2008.06.08 22:15  
  정말 긴~ 여행기 잘읽었어요!
긴 여행을 떠날수 있었던 이상한 나라님 부럽사옵니다!!!
엘마 2008.06.08 23:51  
  소심녀님 왠지 이번편은 너무 슬퍼요...마구 눈물이 나올려구해요...서운하고...

하루하루 여행기기다리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가버리시면 어똑한데요...

아~눈물날라그래...
보슬이... 2008.06.09 12:43  
  저도 9박 10일 방콕 촘폰..꼬따오 여행 마치고 어제 아침에 한국 도착 했는데... 돌아오자마자 못다 읽은 이상한 나라님 여행기 읽고 있네요 ^ ^  마지막 여행기라니....T T
Bohemian 2008.06.09 12:54  
  ㅋ 이번이 마지막이라서 그런지 셀카가 많내염~ ^^ㅋ

당신은 진정 셀카지존! ㅋ
이상한 나라 2008.06.09 21:30  
  카라님// 여행처럼 현실을 사는거, 사는데 큰 원동력이 되기는 하는데,, 살짝 약발이 떨어지는 시점이 되어 다시 떠나게 되네요. ㅎㅎ 아자아자 화이팅!
숲속작은나무님// 제 긴 일기를 읽으심에 역시 독자(?)분들도 수고가 많음을 이해합니다.^^ 긴 여행이든 짧은 여행이든 여행은 기간 대비 많은 것을 주는데, 길다보니 제 젊은 날을 너무나 풍요롭게 해주드라구요. 감사합니다.
엘마님// 저를 붙잡아 주시와요~ ㅜ.ㅜ 이제 지난 여행을 털어내는 것 같아 저두 아쉬움이 가득 ㅜ.ㅜ
보슬이// 꼬따오에서 거북이 봤다는 영국 아줌마랑 얘기한적 있었는데, 아주 어메이징 하다고 감탄이 장난아니셨드랬죠. 담엔 저두 함 가보고싶은 곳이예요.
보헤미안님// 인정합니다 ㅋ
Harriet 2009.08.11 01:39  
여행기 써주셔서 감사해요. ^^ 덕분에 많은 용기를 얻었어요..~ 여자혼자가는 여행 너무 어렵고 무서운거라고 생각했엇거든요..^^ 많은도움이 되었습니다. !
농총각 2009.08.11 01:49  
왠지모를 기운이 내일 아침 사장아저씨에게 사표를 던지게 나를 등 떠밀어 붙이는 느낌이 뒷덜미 사이로 밀려오는 것은...
아 태국을 너무 오래 끊었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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