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0일, 다시피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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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차원 소심녀 ☆ 67일 혼자 여행하기 - 60일, 다시피피

이상한 나라 10 3096

피피는 중복 방문이므로 바다 사진은 생략합니다~
(실은 메모리 카드가 안읽혀요~)


2008년 2월 23일 여행 60일째

후훗. 예상 적중에 흐뭇해 할 것도 없다. 당연한 결과니까.
어쩐지 꼬 끄라단 이나 꼬 아이라는 이름이 비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이 가슴에 팍 와닿지 않더라니...
우리가 갈 수 있을리가 만무했던 것이다.
상당히 아침형 인간이라고 자부하는 나로서도 새벽까지의 수다는 배겨낼 수 없는데,
도마뱀 잡겠다고 날뛰던 저녁형 인간은 어떠하겠는가?
아침 8시 반에 살라단에 있는 선착장에서 배가 뜨는데...
나는 8시에 눈을 떴고, 이내 친구님 깨우기를 포기하고 만다.
아~ 몰라몰라몰라

그리곤 다시 잠들어, 슬금슬금슬금 꽤나 느긋하게 일어났다.
이제 고민하자...어디가지?
이 곳을 나간다고 맘 먹고 대충 만족할 만큼 섬 구경도 다 마쳤는데...
어딘가 가긴 가야 하는데 말이야...
이 시간에 나갈 수 있고, 여기보다 잼있으며, 칭구님도 대략 흡족한...아니 흡족한 척이라도 해 주실 것만 같은...
그런 곳 어디 없나!?


그리하야 이리저리 대굴대굴 구르다가 떠올린 곳이 바로...피피섬!
칭구님아...거기 딥다 유명한 곳이야!! 물두 맑구 좋아!!
라고...설득할 필요는 사실 없었다.
피피든, 어디든, 저기든...칭구님에게는 모르는 곳이긴 마찬가지였으니까...
이번엔 친구님께서 살짝 미안해 하신다.. 본인때매 갔던데 또 간다고...
흠... 갔던데 또 가는건 뭐...유적지가 아닌 이상 전혀 상관 없다만-
다만 제발 여기서는 심심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같이 있는데..심심해 하는거... 그거그거 심하게 부담된다구!


1시배를 타고 나가기로 했다.
선착장까지의 교통편이 마땅치 않으므로... 몇 밧 더 비싼거 알면서도 리조트에서 표를 끊었다.
그리고...성태우를 타고...선착장 가서...피피가는 배를 기다리고....

.....그말은.... 여지껏 암것도 먹지 못했다는 뜻이다--;
한국에서나 외국에서나 인나면 항상 주린 배를 부여잡고 냉장고를 열거나 식당으로 달려가는 내가...아직껏 암것도 먹지 못했다니!!
쓰러질 것 같다. 어제 수다떨며 먹다 남은 리치 한조각을 주섬주섬 줏어서 까먹어 보지만...
괜히 위장만 더 자극시켰다. ㅜ.ㅜ
이미 1시가 살짝 넘었기에..행여나 배가 출발할까 걱정되어 근처 가게 찾으러 가지도 못하고.....결국 배에 올라버렸다.
1시간 반만 참자...ㅜ.ㅜ



피피가는 배안...여느때 처럼 따뜻한 햇살 상쾌한 바다 내음새에 신이 났다
...이 밖에도 각종 포즈의 사진이 아주 다양하게 있다.
나의 칭구님은 한번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같은 자리에서 20장은 넘겨야 하는 특징이 있으시기에...
(그렇다고 여기저기서 찍는 것도 아니다...)
후훗, 혼자가 아니니까 이런게 좋구나~에헤~


60toPhiphi06.jpg


60toPhiphi07.jpg


60toPhiphi03.jpg



60toPhiphi12.jpg
(피피 섬이 보이자...만세! 드디어 밥 먹을수 있다! 하며 기쁨을 토하는 설정인데...
쩌 뒤에 외국인 아저씨, 썬그라스를 끼셨음에도 한심해 하는 기운이 물씬 풍겨온다-_-;)


망망대해를 거져...2시 반 쯤 피피섬에 도착!
해가 머리 꼭대기에 떠 있는 시간이 낮 2시쯤 이라고 지구과학시간에 배웠드랬지...
진짜 무진장 뜨겁다. 살이 익어버릴 것만 같다.
이렇게 뜨거운 햇살은 여행 두달만에 처음 느낀 것만 같다.

한번 와본 가닥이 있어...당당하게 성큼성큼 방을 구하러 댕기기 시작했다.
어느정도 성수기가 지났기에..지난번의 방보다는 가격면에서 조금 나은 곳을 찾으려 하는데... 당췌 마땅치가 않다. 이 방은 비싸고, 저 방은 음침하고, 쩌쪽 방은 언니가 아예 보여주지도 않고...

...슬슬 갈등의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무더위에 지쳐가는 칭구님께서 짜증을 내기 시작하신 것이다.

"아 증말...여긴 왜 또 퇴짠데?"
"비싼걸..."
"그냥 좀 묵자!"



.......
금전적인 갈등은 물론이요, 여행 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이 슬금 슬금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한달여전 예전 H언니와 피피에 왔을때는...이보다 더 방을 못구해서 피피섬을 이 잡듯이 뒤지고, 심지어 짐 풀다말고 나오고, 길가는 사람한테 묻고...그랬어도 전혀 갈등이 없었던 것은, 이것이 방식의 다름이리라...


아무리 그래도, 이 시기에 이 정도 방을 2천밧 넘게 주고 묵고 싶지는 않았기에...
인상 찌푸린 친구님을 끌고 예전에 묵었던 곳으로 갔다.
그래도 거긴 어느 정도의 보장된 시설과, 가격대의 예상이 가능하니까...
다행히 그 곳이 성수기가 지나 살짝 가격인하를 했더라.
그리고 더욱 다행히...친구님이 방을 싫어라 하지 않았다.
배수 시설에 문제가 좀 있긴 했지만...흠흠.

절정의 시기가 지나서 살짝 소강 상태를 보이던 나의 위장 걸신님의 노여움이... 짐을 풀자 다시금 내게 밥 달라고 호통을 치신다.
시장쪽 샛길로 나가다가 므흣한 생선 구이 냄새에 유혹 받아 한접시 주문하고... 우리는 재빠르게 옆집 뒷집으로 흩어져 또 다른 먹거리를 사서 헤쳐 모이기를 했다. 생선 한접시에, 옆집에서 닭다리 사고, 각종 꼬치 사고, 찰밥 사고...
.......쫌만 늦었으면 아사했을지도 모르겠다.
밥먹으며 목 맥히니 음료 사온다고 나가신 나의 칭구님, 오렌지 쥬스라며 내게 내민 음료가... 오렌지맛 맥주였다.
아무래도...술로 맺어진 인연에서...내가 요즘 하도 술을 안마시니까 꼼수를 쓴 것 같다.
그러나 일단 손에 들어온 건 거절하지 않는 바, 대낮부터 오렌지맛 맥주를 들고 댕기며 홀짝홀짝 마셔주는데-
끄억...취할라그런다...


그 까짓게 무슨 술이냐고...할지 모르나...
평소에도 탄산을 잘 마시지 못하는 나는 이상하게 맥주만 마시면 취하기 일쑤였고,
하여...음료도 언제나 쥬스를, 술도 언제나 쏘주를 먹어 왔던 것이다.
말하자면- 술 잘마실때, 쏘주 한병 이상을 먹어도 멀쩡하게 구구단외기도 할 수 있는 내가 (안 멀쩡한가-_-?) 맥주는 생맥주로 500cc만 먹어도 혀가 꼬이는 것이다.....
흠....미스테리야.


좌우당간, 그리하여 얼굴 살짝 발그레해져서...
그 와중에도 바다 들가자고 수영복 입고 신나게 팔랑팔랑 뛰어 나갔드랬다.


근데 또 이건 머야...
아...내참...
내가 순간 예전의 기억을 까먹었던겐지...아니면 이번엔 다를꺼야 하며 애써 부정하고 싶었던 건지...
오후 4시쯤의 피피 바다는...
물이 없는 갯뻘이 된다는 사실을 살짝 잊고 있었던 것이다.
여지 없이...또...땅짚고 헤엄쳐야 하는 상황. 그나마 그렇게 짚고라고 헤엄치려면 200미터 이상을 열씨미 걸어가야 한다...

..........

모르는 척 했다...아니 몰랐던 척 했다...
이전엔 안그랬었는데...하며 시치미를 뗏다.
..........
알면서도 말 안했다고... 디지게 욕먹을 것만 같았다....


그래도 피피는 다시 오고 싶을 만큼 좋은 곳이었다.
그 얕은 물에서도 행여나 내가 고기를 밟는 건 아닐까 싶을 만큼 무리지어 다니는 물고기들과, 그들이 훤히 내려다 보이는 맑은 물, 병풍같은 양쪽 산으로 둘러싸인 인공적이리만치 아름다운 지형, 그리고 그 풍경을 더욱 눈부시게 빛내주는 젊은 훈남 훈녀들...
땅짚고 헤엄쳐도 좋은 곳이었다. 해수탕 반신욕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울 수 있었다.
특히 어제의 란따가 너무 중년 분위기가 났던 바람에- 그 대비가 더욱 심했다.



이런 감상을 하고 있을때... 나의 칭구님은...
지퍼백을 열어...물고기를 잡느라 여념이 없었다 --;
어부로 거듭나려 하는 것인지.. 너무 열씨미 집중하고 계신 모습을 보면서..나는 비아냥을 섞어 한마디 한다.

"이들이 그깟 지퍼백에 잡히면... 얘들은 참 물고기로서 존재 가치 없는 애들이야~"

헉, 순간 한마리가 잡혀버렸다...

.....아무래도 너... 다른 동물로 다시 태어나야겠다.
너무 만족스럽게 키득키득 웃으며 물고기를 놓아주는 칭구님...
여기가 살짝 맘에 드는 모냥이다.


슬슬 추워서...반신욕을 그만하려 모랫가로 나오는데...
저 멀리서 유유히 카약을 타고 오는 여행자들이 보인다.
아아아~ 일행도 있는데 우리도 카약탈껄 그랬다아!!!
카약타구 마야비치두 가구~ 섬두 한바퀴 돌구~ ㅜ.ㅜ
나도, 칭구님도...그 유유한 모습을 보며...진심으로 아쉬워했다.

칭구님을 돌아보며...이내 물었다.

"칭구님아! 여기 맘에 들지? 그치? 우리 낼 하루 더 있을까???"

"맘에 들긴 하는데- 뭐...하루 더 있고 싶지는 않고!"

ㅜ.ㅜ




씻고 나오니...아직 해가 지지 않았다.
나름 번화한 골목 골목을 구경다니며 걷다보니....우리도 모르게 뷰포인트라는 화살표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러고보니...어제도 뷰포인트 (레스토랑)에 갔었지.
이번에도 레스토랑이기만 해. 깽판 놀꺼야--;

계단이 많이 보인다.
산행도 싫어라하고, 계단오르기도 싫어라하는 게으름 만땅쟁이 로서는...정말 오르기 싫었는데-
뭣모르고 반쯤 오르고 나니까..오기가 생기더라.
그래, 니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보자........(여기서 "너"는...계단입니다 ㅡ.ㅡ;되도않는 오기를...)





계단을 오르는 와중에도 계속계속 숙소들이 있더라.
여기서 바다 한번 나갔다 올라믄 완전 대장정이겠다...그치만 여기는 싸겠지?? 라고 생각하는 찰나...
살짝 띄워진 방갈로형 집에서 뭔가가 쫄쫄쫄 흘러 나온다.

..........설마.......오줌???


헉. 그렇다.
화장실의 구조가 갑자기 안봐도 비디오처럼 훤해진다.
이 순간, 여기에 나는 절대 안 묵겠다는 결심을 한거는 둘째치고...
제발 지금 저 방에서 누가 나오는 걸 보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히 든다. 으윽.




View Point 1 에 도착했다.
.........전망 좋네~
우리...1로 만족하기로 하자...

칭구님 왈,
"대써~ 바다도 갔다왔고, 번화가도 봤고, 전망대도 왔으니... 이제 피피에서 할꺼 다 했어!"



ㅜ.ㅜ
.......역시나 낼 또....이동해야 하는 구나....헤휴~


60PhiPhi01.jpg
(이쪽으로 찍고~)


60PhiPhi02.jpg
(저쪽으로 찍고~


60PhiPhi03.jpg
(원숭이 근처에서도 찍고~)


60PhiPhi04.jpg
(윗 사진 얼굴 확대 : 겁먹어서 빨리 찍으라고 눈으로 압력주고 있음)


여긴 참...못된 원숭이들이 많다.
남의 과자를 뺏어가는 걸로도 부족해 으르렁대고, 위협하고, 협박하고, 짜증내고, 공격하는...
아주 폭력적인 원숭이들!!!
비폭력 평화주의자인 나는 그들을 용서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매점아저씨한테 쟤들좀 쫓아달라고 말하는 서양 언니만...따라다녔다.

"너도 무섭니?"
끄덕끄덕...


해가 뉘엿뉘엿 지려하고,
다시금 거리로 내려왔다.
다시 느끼지만, 아름다운 바다와 번화가가 한 곳에 공존하는건 꽤 편리하고 즐겁다.
낮에도 밤에도 눈요기는 끊이지 않고, 어딜가도 심심한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래서...아마 피피가 유명한 곳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이보다 더 깨끗한 곳도, 더 번화한 곳도 있지만... 두가지를 다 얻으려는 주제에 모두다 최상급으로 원하는 건 아니겠지?


.....아...근데 또 칭구님께서 씨푸드에 꽂혀버리셨다.
이넘의 바닷가는 크다란 생선을 거리에 전시해놓고 유혹하는게 문제다 문제야.
게다가...이 곳 레스토랑은 이미 한번 겪어본 바, 최저의 맛과 최악의 서비스를 제공한단 말이다..
아무리 내가 여기 와봤었다 하여도 소용이 없다.
여지없이 우리는 들어가 한자리 차지하였고...


......
그리고 주문하기까지 30분 기다려야했다.
바닷가에서 뛰노는 고양이들을 하릴없이 쳐다보며...--;
여기는... 대놓고 불친절 하면 차라리 욕쟁이 할머니 집에 간 것처럼 중독성이라도 있겠다.
이건 그냥...사람의 존재를 아예 무시해 주시는데- 뭐랄까... 순간 이 곳에 있는 나 자신에 대한 회의감이 솟아 오르면서, 이것조차 기다리지 못하는 얕은 인내심을 한탄하게 된다.



60PhiPhi06.jpg




어쨌든...그렇게 주문하여...먹은 씨푸드와 샐러드....
그들은 여지 없이 요리를 참으로 못했고, 나는 아무래도 걱정스러 ATM을 들러야 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 황새 따라가기 힘들다~



너무 오랜만에 산행(?)을 한 것 같다.
게다가 하루만에 계속해서 옮기는 건 정신적으로도 육체적으로도 내겐 쉽지 않은 것이었다...
밥을 먹고 숙소로 돌아온 나는, 이내 침대가 나를 끌어당김을 느낀다.
지치지도 않는 체력의 소유자 나의 칭구님이...아무리 피자 먹으러 가자고 쫄라도...
나의 정신은 점점 침대 안의 블랙홀 속으로 빠져들고 있었던 것이다.


...
낼은 어디로 움직여야 할까...꿈 속에서 고민 중이다.



10 Comments
닥터조 2008.05.26 17:46  
  ㅋㅋ 체력좀 기러셔야 겠어요.....이제는 깡마르신 현지여성으로 오해받으실듯....^^
이상한 나라 2008.05.26 17:55  
  후훗. 근데 날이갈수록 살빠져 보이는건 아무래도 음영의 효과가 아닐까요?? 몸무게는 그대로였는데...까매지다보니 아무래도 더 말라보이는거 같애요.
글구...현지여성으로 오해받은지 꽤 오래랍니다 ㅎㅎㅎ
항상배고파 2008.05.26 19:18  
  예전에 보았던 영화에 한장면....

보석...들.힘만.있으면 댄다는 ........... 기억이 문득...[[고양땀]]
수시아60 2008.05.26 23:49  
  ㅋㅋㅋ뷰포인트1 공감백배.ㅋㅋㅋ
보슬이... 2008.05.27 05:29  
  또 다음편이 너무 궁금해지네요..
천사미소 2008.05.27 08:01  
  dd
may22nd 2008.05.27 14:16  
  재밌네요..오늘도 다음편 기다리고 있을께요...ㅎㅎ
이상한 나라 2008.05.27 16:58  
  아...설마 수시아님께서 뷰포인트 오를때도...물줄기를 보셨단 말이십니까!?
블루파라다이스 2008.05.28 05:59  
  친구분과 여행..나름 즐거우셨겠어요~!!^^
엘마 2008.05.30 22:55  
  음 셀카만 볼때는 잘몰랐는데...이번사진보니까

까칠녀님 미인이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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