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여행일기-향수병 치료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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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여행일기-향수병 치료제

필리핀 4 4020

몇 년 전 싱가폴을 장기간 여행할 때

음식 때문에 고생하는 영국 여성을 만난 적이 있다.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우리 부부와

오다가다 몇 번 눈이 마주친 그 여성은

어느 날, 조심스레 다가오더니

자신과 함께 피자를 먹으러 가지 않겠느냐고 제의했다.


그녀는 1년여 동안 호주를 여행하다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싱가폴에 며칠 머물던 참인데,

그 며칠 동안 싱가폴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거의 식사를 못하고 있던 중이었다.


싱가폴을 여행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현지인이 즐겨 먹는 음식(주로 중국 음식)은

어디서나 쉽게 접할 수 있고

가격도 무척 저렴하지만

서양 음식은 다운타운에 나가야 먹을 수 있고

가격도 제법 쎈 편이다.


아무튼 그녀의 고생담을 목격하고 나자

아무런 음식이나 잘 거두어주는 내 위장이

새삼 기특하게 여겨졌다.


이처럼 여행에서 음식은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이다.

어떤 이는 식도락을 주목적으로 여행을 하기도 하고,

또 어떤 이는 현지 음식이 입에 안 맞아서

햇반에 볶음고추장에 포장 김치를 바라바리

싸들고 다니기도 한다.


장기간 여행을 하다보면 향수병에 걸려서

우울해질 때가 있는데,

이럴 때의 즉효약이

동포를 만나서 모국어로 수다를 떨거나

고국의 음식을 먹는 것이다.

특유의 매콤한 맛을 자랑하는 한국 음식으로

배를 채우고 나면 온몸에 생기가 돌고

다시 여행을 할 힘이 생기는 것이다.


때문에 나는 타국에서 한국식당을 하시는 분들을

아주 고맙게 생각한다.

만약 그분들이 아니라면

여행자의 향수병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으랴.


아래 사진은 방콕 람부뜨리 거리에 있는

한국식당 동대문에서 먹은

오징어볶음소면과 만둣국이다.


오징어볶음소면은 언젠가 동대문 사장님이

특식으로 오징어볶음을 드시는 걸

옆에서 몇 젓가락 거들다가

여기에 국수 비벼 먹으면 좋겠는데요, 라고 한 것이

계기가 되어 정식 메뉴가 된 음식이다.

1인분에 250밧이라는 가격은

가난한 여행자에게는 약간 부담이 될 수 있지만,

2인분으로 3~4명이 만족할 수 있고

건더기를 다 먹고 난 뒤 남은 양념에

공깃밥을 비벼먹는 맛은 그야말로 예술이다.


만둣국은 국물이 칼칼하고 션(‘시원’이 아니라 ‘션’이라고 해야 한다)해서

술을 많이 먹은 다음날 해장으로 좋다.

가격은 150밧.

4 Comments
리진 2008.01.10 18:40  
  아아아...ㅠ ㅠ 츄르릅!!
JASON` 2008.01.11 10:52  
  Slurp!!....
순진무구녀 2008.01.12 19:58  
  으하하~~ 맛있겠따 >ㅁ<
체리팝 2008.03.22 18:24  
  후아.. 맛있겠다... 꿀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