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opped moment - Epilogu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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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opped moment - Epilogue

Leona 69 5301


바스에게 공짜 헤나를 받고 있는데 주위에 사람들이 몰려든다.
이거 얼마냐, 하는데 얼마나 걸리냐, 레게머리는 얼마냐...등등을 물어보면서...

놀러 나온 나와는 달리 어쨌든 이 친구들은 생업에 종사하고 있으므로
잠깐 자리를 피해줬다.

마지막 날이니 기념품도 살 겸 해서 카오산 거리를 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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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다가 이런 것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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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사람도 보고...ㅎㅎ
(이 남자, 보기엔 저래도 진짜 중독성 있다. 한 번 시선을 두면 기본 10분은 계속 보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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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잭스패로우도 만났다!! 꺄악꺄악-!!
(머리는 방콕 오기 이틀전에 잦은 해수욕으로 인해 너무 무거워져서 잘라냈다.
게다가 여행 마지막이라 대략 폐인모드;;)


정말...카오산에는 없는 게 없다.
그 냄새, 그 공기, 그 소리...다 너무 그립다...

슬슬 작별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미우 일행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미우는 손가락 지문이 닳도록 다른 사람 머리를 땋고 있다.
리와 보이, 그리고 봄 역시 악세사리, 가방 등을 손님들에게 설명하는데 여념이 없다.

-미우...나 갈께.

-왜, 벌써?

-내일 아침 비행기라...일찍 자야지...

-잠깐만.

미우가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내게 왔다.
그 큰 눈에 눈물이 고였다.

-또 올거지...?

-응...당연하지.

-언제 올건데...?

-가능한 빨리.

-그러니까 그게 언젠데?

-최대한...빨리.

-내가 메일주소 적어준 거 있지?

-응...가서 메일 보낼께.

-응, 메일 꼭 보내.

-응. 약속할께.


그 동안 고마웠다거나 잘 지내라거나 하는 인사는 하지 않았다.
그냥...내일 또 만날 것처럼 그렇게 헤어지고 싶었다.
미우와 포옹을 하고 돌아서는데 바스가 따라왔다.
택시 타는 데까지 데려다 준다며...

바스가 뚝뚝 기사에게 가서 뭐라고 얘길 하더니 타란다.
아마도 바가지 안 쓰게 가격 딜을 한 것 같다.

-바스...미우랑 다른 애들한테 대신 안부 전해줘. 그동안 고마웠다고.
나중에 꼭 다시 오겠다고.

바스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난기가 발동해서 다시 한 번 바스의 볼에 키스를 했다.
바스는 또 얼굴이 새빨개져선 손바닥으로 내 등을 가볍게 쳤다. ㅎㅎ
역시...귀여운 녀석.

떠나는 내 등뒤로 바스가 소리쳤다.

-헤나 안 지워지게 조심해서 자.

오오...녀석, 프로다. ㅋㅋ

-응, 걱정마.

나는 손을 흔들었고 그와 동시에 뚝뚝이 출발했다.


시원한 밤 바람을 맞으며 방콕의 밤 거리를 달리고 있는데
뚝뚝 기사아저씨가 말을 걸었다.

-어디서 왔어?

-한국.

-그래? 난 캄보디아에서 왔어. 돈 벌러.

-방콕에서 뚝뚝 기사 할 만해?

-그럭저럭. 가족들한테 돈 부쳐주고 나 먹고살고 그래. 너 남친 있어?

-아니. 없어.

-아...나 여자친구가 있는데...일본사람인데....

이 얘길 하고싶어서 말을 꺼냈나보다.
그가 계속 말을 이었다.

-일본사람인데...정말 예쁘고 착하거든...
그런데 그 친구가 지금 한국에 있는데...전화번호가 있는데...
너 영어를 참 잘 하는구나...?

-??

뚝뚝 기사는 아는 영어단어를 총동원해서 떠듬떠듬 말을 이어갔다.

-너 영어를 잘해서 그러는데...부탁이 있는데...여자친구한테 전화를 했는데...
내가 영어를 잘 못해서...여자친구는 영어를 잘하는데....
전화기에서 어떤 여자가 뭐라고 하는데...무슨 말인지 몰라서...

-??

-여자친구한테 전화해서 나 잘 있다고...내 걱정 하지 말라고...
돈 벌어서 곧 일본에 가겠다고...그렇게 좀 말해줄래...?

아아...그런 얘기였구나.

-물론, 기꺼이. 전화번호 있어? 지금 전화하자.

-응...잠깐만.

잠시 신호대기중 일때 그가 부스럭부스럭 주머니를 뒤지더니
꼬깃꼬깃한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거기 적혀있는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없는 번호란다.

잘 못 눌렀나 싶어서 다시 번호를 확인하고 전화를 했다.
....여전히 없는 번호.

속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어쩐지 직감이 왔다.
하지만 그에게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었다.

-저기...여자친구 한국에 있는거 맞아?

-응. 왜?

-아...아니. 그냥. 내 전화기가 지금 상태가 안 좋은가봐. 연결이 안되네.
나중에 너가 다시 해봐. 내가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 적어줄께. 오케?

-응. 고마워.

어느덧 뚝뚝은 수쿰윗 쏘이25로 들어섰고 나는 골목 초입에 세워달라고 했다.
그러나 기사는 굳이 호스텔 앞까지 가준다며 차를 몰고갔다.
호스텔 앞에 잠시 멈춰서서 그에게 받은 쪽지에 그가 하고싶어하는 말을 적어서
다시 내밀었다.
그는 쪽지를 받아들고 한참을 중얼거리며 읽었다.

-음...얼마야?

내가 계산을 하려고 묻자 기사는 됐다고 안 받는단다.
그럴 순 없다고 100밧을 내밀었다. 그리고 곧장 뛰어서 호스텔로 들어갔다.

사람 마음이...주는만큼 받을 수 있는 공평한 것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나도 한 때는 간절히 바라면 바람이 내 마음을 실어다가
상대방에게 전해줄 줄 알았던 순진한 시절이 있었다.
사랑, 그게 뭐라고. 정말.

방 문을 열었다.
아직 10시 밖에 안 됐는데 다들 불 끄고 누워있다. 새나라의 어린이들이냐;;
괜히 자는애들 깨울까봐 휴대폰 액정을 후레시 삼아 더듬더듬 내 자리를 찾아 누웠다.


*
다음날 아침.
알람소리에 놀라 눈을 떠보니 6시 30분.
애들은 아직 자고있다.

역시나 애들 깨울까봐 대충 짐가방을 끌고나와 밖에서 본격적으로 짐정리를 하고 있는데
베티가 눈을 비비며 밖으로 나왔다.

-레오나, 굿모닝.

-응, 굿모닝. 나땜에 시끄러워서 깬거야?

-아니야. 그냥 어제 늦게까지 술마셨더니 잠이 일찍 깼어.
나 너 나가는지도 몰랐어. 불도 꺼져있던데?

-애들 자는데 깨울까봐 그냥 조용히 나왔어. 나도 자는데 방해받는거 싫으니까...

-야. 그게 무슨소리야. 레오나, 잘 들어. 너 오늘 아침 비행기로 가야되지?

-응...;

-그럼 불켜고 짐 다 챙겨서 나왔어야지.
만약 니가 뭔가를 해야 한다면 남들 눈치 볼 거 없이 당당하게 해. Who cares?!
-하하...그러게...충고 고마워.

-뭘. 아침 먹고 갈거지? 같이 먹자. 식당 저기 있어.


베티와 아침을 먹으며 생각했다.
그래...어쩌면 베티 말이 맞는지도 몰라.
아니, 베티 말도 맞고 내 생각도 맞는 것 같다.

최근 ebs에서 동서양의 철학이나 심리, 가치관에 대해 다룬 다큐멘터리를 봤다.
내용인 즉슨, 서양인은 세계의 중심이 '나'라고 생각하는 반면
동양인은 세계의 중심이 '우리'라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언어체계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다는 그런 얘기였다.

한국에서 난 상당히 배려심 없고 개인주의적이란 얘길 많이 들었다.
한국 정서론 나의 자유분방함을 포용할 수 없다는 얘기도 자주 들었다.

하지만 이런 면에서 보면 난 영락없는 한국사람이다.
그리고 난 이런 한국적인 내 모습을 사랑한다. 2MB는 여전히 창피스럽지만.

식사를 마치고 택시를 탔다.

-수완나품 공항이요.

-공항까지 500밧...

-미터기 켜요!

-하하...U r funny....;

-I'm not funny. Would you please just do it...?

- .....

공항까지 미터 요금으로 200밧 나왔다.

8시에 공항 도착.
비행기는 9시 30분 출발.

뭐, 한시간 반 전에 도착했으니 여유만만. 어차피 돈 없어서 면세점 갈 일도 없으니까.

그런데.....
티켓팅 하는데 30분, 출국심사대 통과하는데 무려 40분이 소요됐다.
(과정은 구구절절 쓰지 않겠다. 나는 급하다고 어필할 수 있는만큼 했다.
빌어먹을 태국공항)

출국 도장을 받고 시계를 보니 9시 25분. 보딩시간은 이미 지났다.
비행기 출발 5분전.

미친듯이 뛰었다.
정말 내 평생 그리 빨리 달린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왜 하필 내 비행기 게이트는 제일 끝에 있는건지. 왜 수완나품 공항은 쓸데없이 큰지.
왜 나는 지금 인라인 스케이트가 아닌 슬리퍼를 신고 있는지.
온갖것에 저주를 퍼부으며. 달리고 또 달렸다.

드디어 게이트에 도착했다. 다행히 창밖으로 비행기가 보인다.
시계를 보니 9시 30분.

헉헉대며 표를 내밀었다.

그러나 돌아오는 대답은....
지금은 비행기를 탈 수 없습니다. 였다.

그 얘길 듣자마자 나는 대략 패닉상태에 빠져 횡설수설했다.
나 저거 타야된다고...문 열어달라고...ㅠ_ㅜ

그런 내게 타이항공의 아줌마 승무원이 말했다.

-그러게...빨리 오셨어야죠.

빠직- (이성 잃는 소리)

-What did you say....?

나는 소리 지르는 걸 멈추고 착 가라앉은 소리로 물었다.
아줌마 승무원은 눈치없이 다시 그 태국 특유의 땍땍거리는 영어발음으로 말했다.

-보딩시간이 몇시고 출발 시간이 몇시인데...빨리 왔어야죠.
지금은 비행기 못타요...다 손님 잘못이에요. 어쩌고 저쩌고 블라블라...

-Oh, u r so smart, huh? Thank! You!
You know what? I know. I know that. Oh, shuit! damm it!

-그러니까 미스가 일찍 왔으면...$%!*&*%$

그녀는 그런 내게 계속 쉬지 않고 땍땍거리는 목소리로 잔소리를 해댔다.
(지금 생각해도 그여자가 대체 왜 그랬는지 이해를 못하겠다.
타이항공은 비행기 놓쳐서 흥분하는 손님에게
안됐지만 다른 방법을 안내하겠다는 말 대신 잔소리를 하라고 교육을 시키는건지,
아님 그녀가 생리중이었는지, 그것도 아님 전날 부부싸움을 한건지
정말 너무 궁금하다)


참다못한 내가 소리를 꽥 질렀다.

-Hey, I don't need your judgment! I just wanna know how can I fix it!

-그러니까 내가 미스를 가르치려는게 아니라 내 말은 미스가 빨리 왔으면....

우와...정말 미칠노릇.
생각같아선 shut the fuck up 하라고 하고싶었지만 이를 악물고 참았다.

도저히 결론이 안 날 것 같은 우리의 싸움을 지켜보던 젊은 승무원이 조심스럽게 끼어들었다.

-Miss....you can change your ticket. You don't have to pay for it.


뚝.
잠깐의 정적이 감돌고...

-Is it free....?

내가 물었다.

-Yes. It's free.

젊은 승무원이 대답했다.

좀 빨리 얘기 해주지 그랬니....ㅠ_ㅜ

에스코트 해 줄 사람을 기다리며 벤치에 앉아서...곰곰히 생각했다.

그래...내가 바보다. 그리 여유부리다가 한 번 크게 당할 줄 알았다.
다....내 잘못이다...ㅠ_ㅜ

곧이어 남자 직원이 왔고 그의 에스코트를 받으며 밤 11시로 비행기 표를 변경하고
오전 9시30분에 떠난 비행기가 토해놓은 내 짐을 다시 찾았다.

짐을 공항 보관소에 맏겨놓고 나니 스트레스 때문에 뒷목이 뻐근하다.
공항에서 시간을 보낼 순 없으니 다시 나가야 할텐데...맛사지나 받을까...
우선 택시를 탔다.

그러나 뭘 해도 기분이 풀릴 것 같지 않아서 다시 카오산으로 갔다.

-미우~!!

-너...아침 비행기라고 하지 않았어?

-응...나 비행기 놓쳤다...? 하하...

애들이 이.뭐.병...이런 눈빛으로 일제히 나를 봤다...ㅠ_ㅜ

-에이~내가 가능한 빨리 다시 온다 그랬잖아. 점심 먹었어? 밥 먹으러 갈래?

난 거의 득행한 것처럼 실실 웃으며 그 화제를 딴데로 돌려버렸다...ㅠ

그렇게 다시 친구들이랑 놀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이번엔 3시간 전에 공항으로 가서 무사히...ㅠ_ㅜ 한국행 비행기를 탔다.

또 내 옆자리만 빈 상태.
아싸. 피곤한데 발 뻗고 자야겠다. 룰루랄라 하고 있는데...
출발시간 20분이 지났는데 비행기가 움직이지 않는다.
사람들이 웅성거리고...곧이어 안내방송이 나왔다.
'기체 점검으로 잠시 출발이 늦어지는 점 양해해 주시고...'

사람들은 대체 무슨 기체점검이냐며 궁시렁대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어떤 여자아이가 헉헉대며 기내로 뛰어들어와 내 옆자리에 앉았다.
보아하니 이 아이 기다려주느라 늦게 출발하는거 같다.

왜 난 아까...왜 난 아까...왜 난 아까....ㅠ_ㅜ
으하하....태국아. 날 그렇게 보내기 싫었던거냐...


그렇게 5시간을 날아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시간 오전 6시.

카오산표 옷에 카오산표 슬리퍼에(게다가 맨발)
가방에서 파카만 대충 찾아 걸치고 공항버스를 탔다.

라디오에서 아침뉴스가 흘러나왔다.

-어제 내린 폭설로 인해 인천공항이 마비되고 비행기가 연착되고....


푸하하하하.....
앵커가 말하는 시간은 만약 내가 아침 비행기를 탔다면 도착했을 시간이었다.

나는 조용히 창문에 비친 나를 보며 말했다.

-Welcome back, Leon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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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태원 커피빈

-Hey, you looks like....

-I know. looks like thai girl, huh?

-푸하하...그래. 완전 까매졌는데? 거기서 정말 재밌었나봐?

-응. 환상적이었지. 들어봐. 있잖아 내가 피피에서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오호, 니가 먼저 데시했단 말이지....?

-그래...그리고 있잖아......


한국 도착 3일 후.
에릭을 다시 만났다.

만나면 무슨 말을 할까...그가 내게 하고싶다던 얘기는 무엇이었을까...
이런저런 잡생각들이 여전히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었는데
다시 만난 우리는 마치 지난 주말에 보고 또 보는 듯 너무 아무렇지 않았다.

한참 여행에 관해 수다를 떨다가 물었다.

-전에 하고싶다던 얘기가 뭐였어?

-음...그냥 이렇게 널 다시 봤으니까 됐어. 말 안할래.

-흐응...그게 뭐야?

-됐어. 나중에...나중에 얘기할께. 이번 주말에 뭐해? 저녁이나 먹을래?

-그래...그러지 뭐.

그렇게 다시 만난 우리는 굳이 이러자 저러자 결론지어 말하지 않고
그냥 자연스럽게 친구가 됐다. 그리고 지금까지 잘 지내고 있다.

이것이 내 연애이야기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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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여행기에 등장하는 인물과 상황, 대화는 하나도 빠짐없이 다 리얼입니다.
영어 대화를 한국어로 옮기는 과정에서도 실제로 사용했던 단어와
당시의 분위기를 그대로 표현하고자 신경썼습니다.

(아...영어에 대해 덧붙이자면 저는 어학연수는 커녕
평생 토익시험 한 번 본 적 없습니다.
그냥 고등학교때 배운 것+팝송/외화 시리즈...이런 것들로 습득한
기본적인 수준으로도 충분히 누구하고나 대화할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자신감인 것 같습니다.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할 필요는 없지만 하고싶은 말을 표현할 수 있다면
여행에서 얻는 것이 더 많아진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chk.jpg

정확한 정보를 위해 여행 도중 틈틈이 정리해둔 일기와 금전출납부를 참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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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동안 제 여행기를 읽어주신 분들, 모두 너무 감사합니다.
옆에서 잘한다, 잘한다 추임새를 넣어주셔서 더 신나게 썼던 것 같습니다.

거의 하루 단위로 여행기를 쓰면서 다시 5개월 전, 태국으로 돌아가
실시간으로 여행하고 있는 것 같아 너무 행복했습니다.

아홉수를 따뜻한 곳에서, 더군다나 태국에서 맞이하겠다며 훌쩍 떠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습니다.

그 곳에서 저는 제가 가진 게 무엇인지, 뭘 잘 할 수 있는지, 앞으로 뭘 해야 할지...등등
너무 많은 것을 깨닫고 돌아왔습니다.


부끄러운 고백을 하자면...
사실 저는 태국에 가기 전엔 편협한 선입견이 있었습니다.

바퀴벌레 수십마리가 날아다니고 사람들은 가난에 찌들어있고
문란한 성문화에 사기와 바가지도 심하고 그냥 경치만 좋은 동네다 라는.
태국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이제 저 역시...태국의 매력에 푹 빠져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네요.

가끔 일상에 지쳐 무기력해질 때면...태국을 떠올립니다.

오늘 퇴근길에 운전을 하면서...
골목길 사거리에서 잠시 직진할까, 우회전 할까를 고민하느라 2초간 망설였습니다.
그러자 맞은편 운전자(할아버지)가 제 옆으로 와서 한마디 하더군요.

-빨리빨리 안가고 뭐해? 멍청하긴!

정말 2초였습니다. 길어봤자 3초.

그 순간, 울컥. 태국으로 가고싶어졌습니다.

다소 느리고 답답해 보일지라도 불평불만, 피해의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천사같은 미소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 위로받고 싶었습니다.

그럴때면...바탕화면을 봅니다.


gg.jpg


클릭만 하면...태국으로 바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


여행을 앞두신 분들, 여행을 다녀오신 분들, 태국에서 생활하시는 분들...
모두의 앞날에 즐거운 일이 가득하길 바랄께요.

그동안 응원해 주신 모든 분들,
떠올리기만 해도 즐거워지는 이 사이트를 만들어 주신 분들,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끝


69 Comments
일곱빛깔무지개 2008.06.02 14:19  
  어우., 마무리도 베리굿굿!! :D 시즌2 목이 빠져라 기다릴거에요!!♡
버지니아 2008.06.03 00:29  
  ㅋㅋ 이제서야 봤다는..
와우~ 대단하십니다^^
날잡아서 정독 들어감돠~~ㅎㅎ
심플라이프9 2008.06.30 20:44  
  정말 잘 읽었습니다 특히 carpe diem은 저의 좌우명이라서 특히 와 닿더군요 그동안 수고하셨구요 앞으로 행복하세요
빙빙이 2008.07.06 03:12  
  늦은 새벽에 레오나 님께서 쓴 여행기 읽고 혼자 완전 설레서 난리 났어요.... 태국이 너무 너무 그립기도 하구요~^^* 한 편의 소설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이렇게 좋은 여행기 읽게 해 주셔서 너무 너무 고맙습니다 :) 정말 멋진 분인 것 같은 레오나님~ 행복하세요~~ㅋㅋㅋ 시즌 2 기대 할게요!!ㅋㅋ
개똥이는 내꼬봉 2008.07.10 04:11  
  이시간에 레오나님 글 다 읽고 일부러 로긴까지 해서 댓글 남겨요. 글 너무 잘 보았습니다. 잠깐 중학생때 처음 첫사랑했던 설레이는 기분이였어요.. 아이고야 내나이도 이제 곧 서른..ㅠㅠ
초이[C] 2008.07.15 18:13  
  레오나님! 이제야 다 읽었네요.
이글을 읽으며 왜 내가 안타깝고 설래며 행복했는지...
감사히 잘 읽었어요. ^^
람람 2008.08.01 05:50  
  넘 넘 재밌게봤어요 ^^
mybee 2008.08.24 00:14  
  태국 바로 가기...우와~ 아이콘 완전 멋져요...글 솜씨가 정말 대단해요...너무나도 멋져요...영화 시나리오 작가세요? 멋진분이세요~!
나무 2008.09.14 17:34  
  결국 훈남 님글 님 글 다 읽었네요 ㅎㅎ 에휴 추석에 다 보다니 , 넘 생동적이고 좋았내요
나무 2008.10.11 11:31  
  여행기르 다시 정독해보니 새록새록 다른 맛이 나네요 . 안보여졌던 레오나님 얼굴 사진도 다시 보이고
성굴이 2008.11.12 15:47  
지금까지 리플 한번 안달고 무작정 쭈~~~~~~~~~~욱 여행기 읽었는데...
레오나 님과 함께 여행을 한 기분이 드네요...^^
감질맛 나는 글과, 멋진 사진까지...흑...
태국으로 바로 날아가고픈 맘이 드네요....

빨리 이어서 위 여행이 읽어야 겠슴다....^^
레오나님 멋져부러~
스티뷰 2008.12.18 17:10  
마지막에 써놓은 글이 마음을 찡하게 하네요
저도 하나 만들어 놨습니다
지난 2007년 다녀온 사진들 링크해서 ~
자니썬 2009.02.24 22:04  
다시보니 감회가 새롭네요.... 레오나님
      여기서 에릭 이야기가 나오는구나....

이젠부터 생각좀 하고 처음 부터 다시 봐야겠네요....
달봉킴 2009.03.24 18:17  
와 잘봤어요 일도 못하구 이거만 봤네요...ㅎㅎ 멋져요 레오나!> _<
시리우스70 2009.03.28 22:16  
세상은 늘 시작이 있다면 끝이 있지요.
그 어느 것도 예외는 없는 것 같습니다.
레오나님의 여행기 첫 부분 읽을 때는
한 없이 한 없이 이어져만 갈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결국 에필로그에 도달하게 되고....
즐겁고 재미있었던 만큼 왠지 모를 허탈함도 밀려옵니다.

마치 2002년도에 월드컵에 열광을 하다가
막상 월드컵이 끝나버리고 났을 때의 그 공허함과 같은 그런 허탈함을요.....

그러나 전 다행히 레오나님의 여행기를 2009년 3월에 보고 있습니다.
또 다른 프롤로그가 준비되어 있지요....

그런데 왠지 그 프롤로그를 클릭하기가 겁이 납니다.
프롤로그는 필연적으로 에필로그를 잉태하고 있으니까요....

에필로그가 없는 그런 프롤로그는 과연 없는 것인지.....
제가 부자라면 레오나님에게 돈을 잔뜩 쥐어 드리고
평생 여행 다니면서 여행기 올려달라고 부탁을 하고 싶네요..
에필로그가 없는 그런 여행기를요..

인생 40년을 살면서
기쁘고 설레는 만남이 있을 때마다
이 만남은 진짜일 것이라고 기대와 흥분을 감추지 못했지만..
세상에 그런 만남은 없더군요.

결국은 죽음이 갈라 놓아도 갈라놓을 테니까요.
어느 때는 인간으로 태어나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저주스럽기까지 합니다.

레오나님 앞 날에 아름답고 행복한 피피섬 같은 나날이 계속되길 기원합니다.

저는 이번 5월에 태국으로 떠난답니다.
영원히요.
다시는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생각입니다.
10년 만기 여권 갱신하는 일 외에는요.

그 마저도 현지 대사관에서 처리가 가능하다면 굳이 안 올겁니다.

저는 치앙마이로 갑니다.

언젠가 레오나님 또 태국에 오신다면
그 때 가볍게 뵙고 맥주 한 잔 나눠 마셨으면 합니다.
건강하세요....
절대미인 2009.04.16 23:39  
와...진짜 재밌다.
쪼그리고 방에서 레오나님 여행기를 검색헤서 첨부터 봤는데
소설한편 읽은것 같아요..글솜씨 쫌..짱인듯..ㅎㅎ
잘읽었습니다.
☆고하쿠 2009.06.11 17:59  

정말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작가나 글쓰는 일을 하고 계시나봐요??
정말 글이 눈에 쏙쏙 들어와요~
덕분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정말 함께 여행을 하고 돌아온 기분입니다~
시즌 2도 기대하고 있을게요~^^

엘지아롱 2010.05.20 14:29  
삶에 지칠때마다 레오나님 글 검색해서 읽고 있어여 벌써 몇번째 읽는지 모르겟네여

아직도 바이킹에 계시는지 레오나님의 새로운글에 목말라있습니다.

ㅠ ㅠ
진여사 2010.08.17 20:21  
저도 시간가는 줄 모르고 읽었네요 태국에 가게 되면 피피섬 바이킹리조트도 꼭 들러보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