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이's 사랑보다 아름다운 유혹 - 여행자의 사명감.
어제 밤새 숙소 앞 해변에서
밤새 쿵쾅거리던 음악소리에도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사실은 그러려고 무지 노력했다. ㅡㅡ;)
밤10시부터 잠을 청한 효과가 있었는지
아침에 일어나보니 7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
이건 무슨 패키지 여행 온 것도 아니고
10시에 자서 7시에 일어나는 건 또 뭐람.
모처럼 푹 쉬고 잠도 자고 싶었는데 결국 오늘도구나.... 아....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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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다면 잠을 억지로라도 더 청해야 정상인데
어쩐지 눈은 말똥말똥~ @..@
(그래, 초큼 피곤해도 난 여행자이니
여기저기 구경해야 한다는 사명감을 잊지말자.)
게다가 오늘은 타운을 잠시나마 떠나기로 한 날 아닌가.
어제 쓸쓸한 저녁식사 후에 ㅠ.ㅠ (괜히 음식 두 개나 시켜서 다 남기고...)
소화도 시킬 겸, 길도 다 외워버릴 겸 피피타운 길 정복까지 마치니
철저하게 다른 곳으로 이동하고 싶어졌었다.
그리하여 오늘은 11시에는 체크아웃을 해야한다는 말씀!!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주어진 시간이 꽤 있네?
그럼 지대로 패키지 여행처럼 움직여 볼까??
나름 이른 아침인데 거리에 사람이 꽤 많다.(대부분 현지인들)
아직 식당들은 거의 오픈도 하지 않은 상태고
뷰포인트로 가는 길은 어제 분명 봐뒀는데
여기가 거긴지 거기가 여긴지 또 헷갈리기 시작한다.
아.... 피피, 쬐끄만 게 겁나 복잡하네......
조금 걷다보니 작은 식당들이 몇 개 오픈해 있다.
일단 아침식사와 커피가 필요하니 breakfast 세트가 100B인 곳으로 들어간다.
(진짜 비싸다.... ㅠ.ㅠ 100B이면 우리돈으로 4000천원이 넘네.
이렇게 물가를 또 한 번 실감하는구나.)
갑자기 서글퍼진다.
아무 생각없이 맛있는 거 사먹던 예전이 그리워진다.
이젠 100B가 무섭다.
그래도 시켰으니까 돈 생각해서라도 더 맛있게 먹자.
한국에서 참 먹기 힘든 미국식 아침식사.
달걀이며 빵, 베이컨이며 소세지며 다 챙겨먹기 귀찮아
이 아침메뉴는 늘 여행시에만 시켜먹는 메뉴이다.
오늘은 내 사랑 베이컨이 빠졌지만 ㅜ.ㅜ
아시는 분들은 다 아시겠지만 피피는 무슬림이 많아
돼지고기 보기가 힘들답니다.
그래도 맛있게 먹는 별이. ㅎㅎ(먹을 건 다 좋아...)
자, 이제 배도 채웠고 운동삼아 뷰 포인트에 오를 차례이다.
그런데... 이건.........
너무 높고 계단이 완전 많잖아.....?
(지금 보는 사진보다 실제로 보면 계단이 훨씬 많고 가파르게 보임)
하하... 진짜 패키지 여행하게 생겼다.....
슬리퍼 찍찍 끌고 왔는데 괜찮겠지? 음악 들으면서 신나게 가지 뭐.
그래서 제일 신나는 음악을 틀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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헥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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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5곡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20여분 정도 걸린 것이다.
언젠가 태국 가이드북에서 20분 걸린다고 본 것 같은데 정말 정확하다.
전망대에 다 도착하니 온 몸에 땀이 흐르기 시작한다.
나름 운동 지대론대??
피피 사는 사람들 아침마다 매일 오르면 운동 되겠다 싶을 정도니.
자, 그럼 그 아름답다는 경치 좀 볼까나~
?
??
???
뭥미? 사람들이 여기저기 자주 사진 올리던 그 간지가 아닌데??
하나도 안예쁘잖아....
바닷물도 로달람 비치쪽은 다 빠졌고
물색깔도 에메랄드빛 아니고
시야까지 흐리니...
아.... 오늘이 어쩌면 뷰포인트에 처음이자 마지막일지도 모르는데
날씨가 너무 흐려 멋진 전경을 볼 수 없다니 진짜 아쉽다...
그래도 좋게 생각하자면 탁 트인 게 시원하긴 한 것 같다. ^^;;
아침부터 투어를 위한 진짜 패키지 여행객들의 배도 보이고.
이렇게 연인끼리 다정하게 피피섬을 내려다 보는 모습도 보이고.
(그들은 한참을 말없이 저렇게 같은 자세로 서서 피피를 조망하고 있었다.)
저들은 탁 트인 하늘과 바다와 피피를 보며
무슨 생각을 나누고 있을까.
이런 멋진 곳에 서로와 함께여서 기쁘고 행복하겠지.
흐린 날씨 때문에 평소보다 예쁘지 않은 조망도
그저 상관없이 멋지게만 느껴질지 몰라.
난 혼자라 그런지 그저 이렇게 실망만 잔뜩 하고 있는데.
그래서 이런 순간에는
사랑하는 사람과 꼭 함께 여행해야 되는 거구나...
만약 나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였더라면
이런 날의 경치도 아름답게 느껴졌겠지.
20여분을 그저 손잡고 함께 오른 그것만으로도 충분했을거야.
저들을 보고 있으니 어쩐지 빨리 내려가고 싶어졌다...
내가 전망대에 도착하기도 전에 저들은 이미 올라와 있었지만
내려갈 때는 내가 그들보다 먼저 내려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