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6-3 (쑤완나폼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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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6-3 (쑤완나폼공항)

007테디 4 2257
【(탑승 12시간 전) 6일】
 
 
공항에 앉아서 혼자 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았다.
-숨쉬기
-음악듣기
-사람들 구경하기
-짐 지키기
 
 
나는 아주 오랜 시간동안 사람들을 관찰하면서 싸우는 가족들도 종종 볼 수 있었다.
내가 본 한 가족은 독일인 가족으로 추정되었다.
엄마는 누나인 딸과, 아빠는 동생인 아들과 오고 있었다.
엄마와 아빠는 서로 싸우고 있었다.
큰 소리를 내지는 않았지만 한 대 때려줄 듯이 으르렁거렸다.
그러더니 엄마는 아빠가 분을 삭히며 저쪽을 바라보고있는 사이에 딸을 데리고 출국장을 나가버렸다.
잠깐 분을 삭힌 아빠가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엄마는 딸과 함께 사라진 후 였다.
아빠는 식식거리며 아들을 데리고 출국장으로 들어가버렸다.
 
 
여행을 통해 그 사람의 모습을 알아 볼 수 있다는 말이있다.
가족 모두가 여행을 떠나서 서로에 대해 더 이해하고,
아이들은 부모로부터 평소에 듣지 못했던 삶의 지혜 한 토막을 배우고,
일상을 떠난 곳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며 가족애를 돈독하게 할 수도 있을텐데.
싸우는 가족이나 부부들을 볼 때에 참 안타까웠다.
 
 
나는 먹으면서 잠을 쫓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것은 나만의 생각이었다.
잠을 쫓아내기 위해 간간히 자리를 옮기기도 하였지만,
던킨도넛을 꺼내서 와구와구 씹어보아도,
요구르트를 원샷해도,
나는 어느샌가 꾸벅 졸기 시작했다.
 
 
꾸벅
꾸벅
꾸벅
안녕하세요
꾸벅
 
 
나는 정신없이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정신차려! 졸다가 소매치기 당하고 싶어!'
 
 
또렷이 들리는 한국어 호통소리에 깜짝 놀라서 화들짝 잠이 깨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옆에 아저씨 한 분이 계셨다.
골프여행을 온 일행들 중 한 분 이신것 같았다.
 
 
'짐 잘 챙겨!'
'에이, 괜찮아. 그러지마.'
 
 
흥분해서 핏대를 올리는 아저씨를 옆에계신 아저씨가 말리셨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정신이 확 들면서 정말 감사했다.
내 짐을 확인해 보니 다행히 잠들기 전 그대로의 모습 이었다.
 
 
껌을 씹으면서 잠을 쫓고 음악을 들으며 다시 사람들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시간은 11시가 조금 넘었었다.
 
 
하지만 졸음은 천하장사도 못 이긴다고 했던가.
나는 결국 안전하게 잘 수 있는곳을 찾아 자리를 박차고 떠났다.
 
 
*공항에서 자고있는 한국인을 발견하신다면 큰 소리로 깨워줍니다.
 혹은 막대기를 이용하여 깨워줍니다.
 손으로 흔들어서 깨울경우 오해를 받을 수 있습니다.
 서로서로 도와 범죄의 표적이 되지 않도록 합시다.
4 Comments
lkymm 2013.02.01 21:03  
여행기 잘읽었습니다  글을읽다보면 영화장면 처럼  떠오르네요.저도 이번26일 홀로 방콕행 합니다  많은 도움이 될것같네요
jindalrea 2013.02.01 21:51  
어? 설마..님께 하신 말씀?? 헛..무섭당..

근데..정말 글 잘 쓰세요..부러워질라 하넹..ㅎㅎ
항상고점매수 2013.02.01 23:19  
정말글이 재미있어요^^
날자보더™ 2013.03.29 18:10  
음..막대기로 어떻게 깨울까요..
바닥이나 의자를 막 두들겨서..??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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