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6-2 (쑤완나폼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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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6-2 (쑤완나폼공항)

007테디 2 2592
【(이른저녁, 쑤완나폼 공항) 6일】
 
 
태국 여행 중 나의 철칙은 해가 진 이후로는 밖에 나가지 않는 것 이었다.
그래서 오후 6시 이전에 숙소를 찾고, 해가 지고나면 숙소 안에서 시간을 보냈다.
익숙하지 않은 곳에 일행 없이 혼자 다니는것도 위험한데,
해마저 지고나면 나쁜 사람도 많아지고 스스로가 위험에 대응하는 정도도 떨어진다고 생각했다.
 
 
이러한 습관 때문에 쑤완나폼 공항에도 해가 지기전에 도착했다.
비행기는 내일아침 8시에 있었으니, 대략 13시간 이상을 공항에서 대기하고 있어야 했다.
 
 
많이 먹으면 졸지 않고 충분히 시간을 보낼 수 있을거라 생각한 나는,
아까 맥도날드에서 배불리 먹었음에도 던킨에 들러서 도넛을 샀다.
계속 먹으면서 졸음을 쫓을 계획이었다.
 
 
일단 2층에 올라와 있었다.
그곳에서 간단히 여행일지를 쓰면서 아까 먹다남은 맥도날드 감자튀김을 먹고 있었다.
나의 건너편에 외국인 가족이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꼬마 형제는 5살남짓 되어보였는데, 엄마아빠와는 달리 아주 쌩쌩해 보였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계속 일지를 쓰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꼬마 형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MacDonald...'
'....want MacDonald...'
 
 
순간 고개를 숙이고 있었지만 나는
저 꼬마 형제가 나의 감자튀김이 담긴 빨간 종이상자에 새겨진 노란색 알파벳 M을 본 것이 분명하다고 확신하였다.
이걸 계속 먹어야 하나, 집어 넣어야 하나 고민했다.
아이들은 이제 칭얼거리기 시작했다.
 
 
나는 본의아니게 멀쩡히 잘 놀던 두 형제를 떼쟁이로 만든 죄인이 되어버렸다.
 
 
잠시후, 아이들의 아빠가 나에게 다가와서 물어보았다.
 
 
'실례합니다, 혹시 그 맥도날드 어디서 샀나요?'
'아, 이거 저도 공항에 오기 전에 산거라서요. 방콕에서 사 왔어요.'
'그렇군요. 혹시 공항 안에 맥도날드가 있나요?'
'잘 모르겠는데요. 아마 지하 1층에 있을지... 확실하지 않네요.'
'알겠습니다. 고마워요.'
 
 
형제의 아빠는 매우 피곤한 미소를 지었다.
나는 두 꼬마 형제에게 시달리는 부모의 피로감을 어렴풋이 느낄 수 있었기에 더 미안해졌다.
가족에게 돌아간 형제의 아빠는 이렇게저렇게 이야기를 하더니,
횽아를 데리고 맥도날드를 찾으러 내려갔다.
꼬마동생은 아빠와 횽을 해맑게 배웅했다.
 
 
아, 제발.
맥도날드가 있어야 하는데.
근데 나 맥도날드 못 본것 같아... 던킨은 있었는데... 맥도날드는 본 기억이 나지 않아...
 
 
아빠와 횽을 기다리는 저 꼬마동생과 마찬가지로 나 또한 그들이 맥도날드를 꼭 찾아서 따뜻한 햄버거세트를 품에안고 돌아오기를 바라고 있었다.
 
 
그러나, 얼마후, 아빠와 횽은 빈손으로 돌아왔다.
고개를 들어서 굳이 확인하지 않아도 울먹이기 시작하는 횽아와 이미 울기 시작하는 꼬마동생의 목소리만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나는 이제 여행일지에 고개를 쳐 박고 조금씩 석화되어가고 있었다.
 
 
얘들아, 너네 떼쓰면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할아버지가 너네집 안 찾아가신대.
 
 
울먹울먹하는 두 꼬마형제에게 아빠는 엄하게 야단을 쳤고, 그 가족은 어딘가로 이동하기로 결정한 것 같았다.
약간 화가 난 아빠가 횽아의 손을 잡고 먼저 출발했고, 엄마는 막 떠나려고 짐을 정리하고 있었다.
순식간에 나는 한 가정에 풍파를 불러 일으켜버렸다.
 
 
본래 책임감이 강한 나는,
어찌되었든 나의 감자튀김이 담긴 빨간 종이상자에 새겨진 노란색 알파벳 M으로 인해 일어난 이번 사건에 일말의 책임감을 느끼고 꼬마형제의 엄마에게 다가갔다.
 
 
'실례합니다.'
'네?'
'괜찮으시다면 제가 이것을 좀 드리고 싶은데요.'
 
 
나는 아까 일본음식문화축제 행사장에서 산 코알라모양 칸쵸과자 두 봉지를 꺼내 주었다.
 
 
'이거, 아이들에게 주세요.'
'세상에! 고마워요!'
'맥도날드 때문에 미안해요.'
'오, 아니에요. 그건 당신탓이 아니에요.'
'알아요(?ㅋㅋ). 그냥 받아주세요.'
'당신은 정말 친절하군요. 너무 고마워요.'
 
 
이렇게 코알라모양 칸쵸과자 두 봉지로 양심의 가책을 덜어내고 4층 출국장으로 올라갔다.
나는 제일 좋은자리를 찾아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
거기에서 빈둥거리며 노래도 듣고, 여기저기 사람들 구경도 하고 있었다.
 
 
그때, 내 왼편 8시방향으로 보이는 저분은...
또 할아버지!
아니 또 할아버지ㅋㅋㅋㅋㅋㅋㅋ 또 만났어요ㅋㅋㅋㅋㅋ
아유타야에서, 짜뚜짝에서, 집에가면서, 참 자주뵙네요.
안녕히 가세요!
 
 
그렇게 나는 공항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한참 시간을 보냈다고 생각하고 시계를 확인 해 보았다.
8시다.
아.
괜찮아.
이제 12시간만 더 기다리면 된다.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에는 주위에 어린이들이 있는지 확인하고 먹는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특히, 맥도날드를 먹을 때 에는 아이들을 조심합시다.
2 Comments
jindalrea 2013.02.01 21:46  
ㅎㅎㅎㅎ 맥도날드~~

근데..공항에서 그 긴~ 긴~ 시간을..
다음 편 보러..후딱~ 뛰어갑니닷~!! 후다다닥~~!
날자보더™ 2013.03.29 18:07  
ㅎㅎㅎㅎ 딱히 떠오르는 말은 없지만
참 즐겁게 읽고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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