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3-2 (아유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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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3-2 (아유타야)

007테디 4 3188
【(여전히 기차 안) 3일】
 
 
한참 가고있는데, 햇빛이 너무 강해서 창문의 블라인드를 조정하고 싶었다.
내가 부시럭거리자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는 얼른와서 도와주었다.
고맙다.
하지만 너와 이야기하고 싶지는 않아.
나는 다시 일지쓰기에 골몰하였다.
 
 
아무리 기다려도 내가 말 할 기미를 보이지 않으니,
이 친구가 내게 뭐라고 한다.
이어폰을 빼고 뭐라고? 하는 표정을 지으니, 자신은 저쪽으로 자리를 옮긴다고 하였다.
나는 고개를 끄덕 해 주었다.
 
 
아까전에 기차안에서 도시락을 파는 아주머니 한분이 지나가셨는데,
이 친구가 건너편에 앉아있는 통에 배고픔을 참고 가만히 있었다.
나는 낯선 남자사람 앞에서 밥먹는게 불편하기 때문이다.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가 사라지자, 나는 공간을 확보하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았다.
 
 
한참이 지나고, 아까전 그 도시락파는 아주머니가 다시 한번 지나가셨다.
나는 아주머니를 불러서 얼마냐고 물었다.
40밧이라고 한다.
아까 전에는 70밧이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가격이 인하되었나보다.
도시락 하나를 사서 정말 밥을 퍼 먹었다ㅋㅋ 너무 배가 고팠었다.
도시락 구성은 생오이 3조각, 엄청 큰 계란부침, 조미된 밥, 매워보이는 소스 한 봉지, 숟가락 이었다.
소스는 넣지않고 먹었는데, 계란부침과 밥에 조미가 되어 있어서 맛있었다.
그리고 이 도시락은 나의 이 날 처음이자 마지막 식사가 되었다.
 
 
내가 허겁지겁 밥을 퍼 먹는 모습을, 옆에서 또 할아버지가 유심히 바라보셨다.
'쟤는 아까 남자애 있을떄에는 가만히 있더니, 없으니까 엄청 잘 먹네ㅎㅎ 배고팠나보다ㅎㅎ'
이런 생각을 하시는것 같았다.
 
 
아유타야역에 도착하고, 어벙하게 서 있으니 툭툭 기사들이 부른다.
툭툭은 타고싶지 않아서 앞을보고 씩씩하게 걸어가는데,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가 자전거를 대여해서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오지마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이~~'
'...'
 
 
나는 목례를 하고 혹시나 중국인으로 추정되는 친구가 따라올까, 얼른 다시 아유타야 역으로 들어갔다ㅋㅋ
 
 
지도같은걸 찾아 보려고 주위를 두리번 거리니, 어떤 아저씨가 저쪽에 지도가 있다고 하셨다.
내가 찾는건 종이지도였고, 아저씨가 말한건 한국 지하철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하지만 누구도 유심히 살펴보지 않는 쇠로 만들어진 커다란 게시판 같은 지도였다.
이건 휴대성이 없잖아.
카메라로 찍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아까 그 아저씨가 오셔서 간단히 설명을 해 주신다.
아유타야에 몇개의 사원이 있는지, 뭐 그런 대략적인 것들을 말씀해 주시는데,
약간 수상했다.
역시, 이 분은 툭툭 기사였다ㅋㅋ
무슨 보험증? 자격증? 같은것도 꺼내서 보여주고, 본인이 검증된 툭툭 기사라는 것을 자꾸 이야기하신다.
 
 
아저씨의 짧지만 긴 이야기가 끝나고, 나는 20밧을 꺼내 드렸다.
아저씨는 거절하셨다.
툭툭 투어를 원한다면 가이드를 해 주겠지만, 이번 설명에 대한 돈은 받지 않는다고 하셨다.
나는 아저씨가 꽤 정직한 사람일것 같다고 생각했지만, 되돌아보면 이런 발상을 한 순간부터 나는 낚인것이 아닌가 싶다.
 
 
툭툭 투어는 3시간에 900밧 이라고 하였다.
나는 사실 방파인궁도 가고 싶었는데, 아저씨는 방파인궁전은 여기서 기차를 타고 가야 할 만큼 멀다고 하셨다.
내가 원한다면 3시간 투어 후, 방파인으로 갈 수 있도록 기차시간에 맞춰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하셨다.
그러나 900밧은 너무 비쌌다.
나는 1시간 투어가 가능한지 물었고, 아저씨는 원한다면 가능하다고 하였다.
콜!
 
 
툭툭 투어로 나는 총 3군데의 사원을 둘러보았다.
-나무사이에 불상 머리가 들어있는 사원
-신발벗고 들어가는 사원
-신발벗고 들어가는 사원의 옆에있는 사원(사실 여기는 입장료가 있어서 담장 밖에서 모가지를 쭉 빼고 들여다 보면서 사진만 찍었다)
 
 
각 사원들은 물론 이름이 있다.
왓~ 라는 명칭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나에게는 위의 묘사와 같은 의미를 줄 뿐이었다.
왜냐하면 나중에 떠올려 보면 사원들 모두가 비슷비슷한것 같았다.
(태국어로 왓 은 사원 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툭툭 투어는 아저씨가 사원 입구에서 사원에 대한 간단한 설명과 특징을 설명해 주고,
사원 앞에서 아저씨가 기다리고 있으면 나는 혼자 들어가서 구경하고 나오는 방식이었다.
 
 
시끌벅적한 방콕시내와 다르게, 아유타야는 참 조용했다.
지금은 폐허로 변하였지만 그 한 가운데에 조용히 서서 귀를 기울이면,
키가 큰 나무들 위에서 간간히 우는 새 소리와,
웅웅웅 하면서 들리는 아주 오래전 이 곳을 지나간 발자국 소리들,
바람에 실려오는 쓰디쓴 아픔과 고통이,
크게 들숨을 쉬면 내 안으로 빨려 들어와서,
나의 몸은 이곳에 있으나 나의 정신은 혼란했던 그 시간으로 되돌아가는 그런 느낌이 들었다.
 
 
아유타야를 간다면 교통편을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지도도 구하고, 역사공부도 좀 해서,
그곳에서의 시간을 여유있게 느끼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조용히 그곳을 거닐다 보면, 바람인지, 나무들인지, 돌덩어리들인지, 나를 가르친다.
그들은 내가 알지 못하고 관심갖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깨닫게 한다.
 
 
나는 이미 1시간 이라는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어차피 많은 사원을 돌아보지는 못 할테고,
사원들은 사실 비슷비슷 할 터이니,
마음을 비우자고 스스로에게 이야기를 했지만,
자꾸만 왠지 모르게 나도 모르게 깊은 생각에 빠져들 수가 없었다.
자꾸만 왠지 모르게 나도 모르게 사원 밖에서 나를 기다리는 툭툭이 나를 부르는 것만 같았다ㅋㅋ
여유있게 즐기고 싶다면 툭툭 투어는 비 추천이다ㅋㅋ
 
 
마지막 사원까지 돌아보고, 나는 아저씨에게 부탁을 드렸다.
아유타야역으로 돌아가지 않고, 근처 코끼리 트래킹 하는 곳으로 가 달라고 했다.
아유타야에는 코끼리를 탈 수 있는곳이 있다.
태국에 왔으니, 코끼리를 타 봐야 하지 않겠는가!
 
 
툭툭 기사 아저씨는 표를 끊는것까지 도와주셨다.
나는 약속한 300밧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20밧을 더 드렸다.
아저씨는 악수를 청했고, 나의 남은 여행에 행운을 빈다고 하셨다.
이 말은 진심이 느껴져서 좋았다.
그리고 아저씨의 진심어린 인사가 나의 무탈했던 여행에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코끼리 트래킹은 15분에 400밧이다.
정찰제라서 흥정은 안 되는것 같다.
 
 
코끼리는 매우 크기 때문에, 올라타려면 구령대 같은 곳을 올라가야 한다.
올라가다 보니, 코끼리를 타고있는 모습을 사진찍어주는 상품도 있었다.
나는 당장 다시 내려가서 이것도 신청하였다.
가격은 300밧 이었다.
 
 
신청할 때에는 솔직히 비싸다는 생각도 했지만, 집에 돌아와 보니 이것은 참 잘한것이었다.
여행의 기억과 감동히 희미해 질 때에도 또렷하게 남아 내게 다시 기쁨을 주는것은 역시 사진이기 때문이다.
 
 
구령대 위에서 표를 보여주고 차례를 기다리니 이내 내 차례가 돌아왔다.
원래 나는 겁이 많지 않은 편이다.
그런데 구령대 위에서 코끼리 등으로 올라 탈 때에는, 두 사람이 나를 붙잡아 주었다ㅋㅋ
코끼리가 출발하자, 나는 양 손으로 의자 손잡이를 꽉 붙잡았다.
땅바닥은 정말 까마득하게 보였다.
 
 
코끼리가 한발, 한발, 내 딛을때마다,
나는 흔들, 출렁, 덜컹거렸다.
출발하고 바로 얼마 안되어, 저 아래에 사진기사가 뭐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코끼리가 속력을 늦추었다.
아하, 사진.
나는 양손브이를 하고 찍었다.
v(^-^)v
나름 상큼했다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사진을 찾을 때 보니 참 복이 많은 사람처럼 나왔다.
역시 사진에는 각도가 중요하고, 아래에서 위로 찍는 각도는 치명적이라고, 다시한번 깨닳았다.
 
 
코끼리 운전수는 맨발로 코끼리 귀 뒤에 발을 놓고 코끼리에게 신호를 보냈다.
조련사에게 물어보니, 내가 탄 코끼리는 내 나이만큼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코끼리는 보통 100년정도 산다고 했다.
이런, 너란동물, 장수동물.
 
 
코끼리 운전수는 간간히 몇가지를 물어보았다.
어디서 왔냐, 몇 살이냐, 등등...
그런데 코끼리 운전수가 질문을 할 때마다 뒤를 돌아보는 바람에,
코끼리 운전수 팔이 다리에 계속 닿았다.
가만히 앞에보고 계셔도 무릎이 등에 닿을만큼 좁은 거리인데,
거 자꾸 뒤돌아보지 맙시다.
(더 이상 질문은 거절한다)
내가 조심스럽게 옆으로 자리를 옮기자, 그 이후로는 더 이상 질문을 하려 뒤돌아 보지 않았다.
 
 
코끼리를 타고가는 도중, 몇번 코끼리가 멈추었다.
사진이 잘 나올만한 장소에 서서 사원들의 사진을 찍으라는 것 이었다.
나는 사원 사진도 찍고, 셀카도 찍으면서 코끼리 트래킹을 즐겁게 마쳤다.
 
 
구령대에 무사히 도착한 후, 나는 코끼리 운전수에게 감사의 인사로 20밧을 드렸다.
구령대에서 내려오자, 나를 태웠던 코끼리가 아직 가지 않고 있는것을 보았다.
나는 코끼리 운전수에게 코끼리를 만져봐도 되냐고 물었다.
코끼리 운전수는 흔쾌히 된다고 하였다.
나는 코끼리 녀석의 코를 쓰다듬어 주었다.
그랬더니 지푸라기를 먹고있던 이 녀석도 나의 인사에 화답해 주었다.
코끼리 가죽은 정말 거칠고 단단했는데, 그것이 왠지 이 녀석의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던 지난 시간을 말해주는 것 같아서 조금 짠했다.
코끼리 녀석은 지푸라기를 먹다 만 코로 내 손에 하이파이브를 해 주었고,
나는 이국땅에서 처음보는 동물과 교감하는 기쁨을 느꼈다.
그러고 있는데, 사진 기사가 다가와서 사진을 내밀었다.
아, 맞다, 사진.
나는 코끼리에게 손을 흔들어 인사해 주었다.
그랬더니 코끼리 운전수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코끼리 운전수에게는 공손하게 인사했다ㅋㅋ
동물에게는 미국식, 사람에게는 한국식.
 
 
사진이 잘 나왔나 살펴보려고 하는데,
내 손이, 아...
지푸라기+코끼리침으로 추정되는 물기+알수없는 검댕+기타등등...
손 뿐만이 아니라 내 여권가방에도, 부직포로 된 보조가방에도...
아.
잠깐만 기다려 달라고 하고 물티슈로 닦아냈다.
사진은 아까 말했듯이 복이 많은 사람처럼 나왔다.
그래도 마음에 들었다.
기분좋게 300밧을 내고, 바로 옆에있는 기념품가게에 가서 구경했다.
 
 
기념품가게에서 나오니, 공터에 어른 코끼리와 어린 코끼리가 있었다.
코끼리와 기념사진을 찍을수 도 있고, 먹이를 줄 수도 있었다.
한참동안 구경만 하다가, 먹이주기 체험을 하기로 했다.
옥수수와 무슨 대를 팔았는데, 난 옥수수 작은 바구니 하나를 샀다.
옥수수 작은 바구니 30밧, 옥수수 큰 바구니 50밧.
 
 
나는 어른 코끼리에게 갔다.
옥수수 먹이주는 동영상도 찍었는데, 바구니 들랴, 먹이주랴, 동영상 찍으랴, 아주 바빳다ㅋㅋ
 
 
먹이를 주고 나서 한참 더 구경하다가, 화장실에 들러서 손도씻고, 짐도 재정비하고 나왔다.
 
 
시간이 아마 오후 1시정도였던것 같다.
이제 시내로 돌아가야 했다.
오후 6시쯤이면 해가 지고 금방 어두워지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나는 아유타야 역으로 돌아가야 했다.
툭툭을 타고 돌아가기로 했다.
툭툭기사와 70밧에 합의를 보고 올라탓다.
어쩌다 보니 외국인 가족과 같이 타게 되었는데, 아빠가 어린 딸 둘을 데리고 왔나보다.
애기들이 참 귀엽게 생겼다.
내가 올라타니, 아빠되는분이 반갑게 인사 해 주셨다.
얼마 안가서 그들은 내리게 되었고, 나는 잠깐 내렸다가 다시 올라탓다.
애기들에게 잘 가라고 인사 했는데 낯선사람에게 낯을 가리는지 빤히 나를 쳐다보았다.
언니되는 아이가 조그마한 소리로 인사 해 주었다.
 
 
얼마간 달려서 툭툭기사는 나에게 도착했다고 말해 주었다.
돈을 주고 툭툭이 떠났다.
10초뒤에 깨닳았다.
여긴 아유타야역이 아니다.
난 지금 툭툭 사기를 당했다.
 
*아유타야 알아두면 좋은점*
-툭툭투어는 3시간에 900밧 입니다.
-여유있게 둘러보고 싶다면 툭툭투어는 비추천 입니다.
-어쩌면 3시간동안 사원만을 둘러보는동안 질려버릴수도 있습니다.
-코끼리를 탈 수 있는데 15분에 400밧 입니다. 사진도 찍어주는데 이것은 300밧입니다.
-코끼리 운전사에게 팁을 꼭 주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코끼리 트래킹하는 곳에서 아유타야 기차역까지 택시비용은 70~80밧정도 라고 합니다. (현지인을 통한 정보)
 
 
*툭툭 유의점*
-목적지를 정확하게 말하고, 툭툭기사에게 정확하게 인식시킵니다.
-가격을 확실하게 흥정하고 정한 뒤 탑승합니다.
-사기를 당할 수 있으니 정신을 똑바로 차립니다.
-지도를 가지고 있다면 지도를 보여주며 말하는 것이 더 확실합니다.
 
 
+방파인궁은 가지 못했습니다.
4 Comments
대쥬신 2013.01.27 23:17  
재밌게 읽었습니다...
님 글 기다리게 만드네요^^;
새삶을꿈꾸는식인귀 2013.01.28 17:13  
역시나
용기있는 자의 우월한 여행  (--)b
어서 다음편 읽으러 고고~
베리베리짱 2013.02.04 12:35  
정말 재미있어요.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네요^^
seyi0823 2014.07.11 16:13  
툭툭 재미로 타보려다가 긴장감에 즐기지도 못하겠어요 ㅜㅜㅋ 걱정.. 타보고싶긴한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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