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2-2 (방콕,카오산)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취준생의 나를 찾아서...2-2 (방콕,카오산)

007테디 7 3365
【(여전히) 2일】
 
 
타이나라를 찾아서.
7시 30분이 조금 지나 카오산에 도착한 나는, 늦어도 한시간 내로 타이나라를 찾은 후 왕궁으로 내려갈 생각이었다.
 
 
방콕의 거리는 나에게 익숙하지 않았고, 자연히 길을 찾는데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방콕의 거리는 사람+차+사람+차+사람... 으로 가득했다.
카오산로드가 끝나는 지점에서부터 나는 길을 잃었다.
 
 
일단은 지도를 보고 걸어보자는 생각에 쭉쭉 걸어갔다.
걸어가던 도중에 햇볕이 점점 강해지는것을 느끼고 20밧에 부채를 충동구매했다.
그리고 부채질을 하면서 힘차게 걸어갔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때의 나는 길을 잃은게 아니었다.
그때의 나는 타이나라 앞을 2번이나 지나쳤었다ㅋㅋ
 
 
지도를 볼 때에 유의해야 할 점은, 지도에 표시된 장소가, 현실에서도 마치 지도를 보는 것 처럼 내 눈에 확 띄지않을수도 있다는 것이다.
간판이 작을수도, 나무나 기타 장애물들에 의해 가렸을 수도 있다는 것을 염두해야 한다.
 
 
하염없이 정처없이 걷던 나는 어떤 공원에 도착했다.
사원같은것도 하나 있고, 뒤쪽으로는 물길도 보였다.
후에 생각해보니 그곳은 프라쑤멘 요새 근방이 아니었나 싶다.
그런데 그땐 몰랐지.
 
 
공원에서 잠시 쉬면서 썬크림도 덧바르고, 운동화도 벗어놓고, 벤치에 편히 앉았다.
파야타이역에서부터 버스 잠깐 탓을때를 빼고는 계속 걸었더니 어깨도 무거웠다.
기운을 회복하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카오산로드 언저리에서 뱅뱅돌기를 여러번...
그 와중에 기념품을 산다고 100밧에 동전지갑 4개들이도 한봉다리 샀다.
 
 
헤메는 와중에도 나는 왓쏭 솰라솰라 이라는 사원에도 들어가보았다.
입구에서 나는 아침부터 맥주병나발을 불고있는 외국인 커플을 보았다.
취해있던 두 사람은 맥주병을 들고 사원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사원 입구에는 전신마비 남자와 그의 보호자로 보이는 어머니가 구걸을 하고 있었다.
불쌍하면서도 착잡하였다.
 
 
사원 내부는 그리 큰 것 같지 않았다.
이곳이 목적지는 아니었기에 한번 휘 둘러보고 나가려는데
아까전의 술취한 외국인 여자가 그 전신마비 남자 옆에 서있었다.
그 남자의 보호자는 여자에게 뭐라고 자신들의 사연을 이야기하고 있었다.
술취한 여자는
'오, 나는 정말로 내 삶에 감사하며 살아야겠어요.'
그러더니 누워있는 남자에게
'이봐, 그래도 힘내서 살아야지, 예~'
이러고 있었다.
참 보기 안 좋았다.
 
 
불어오는 바람따라 걸음을 옮기던 나는 어찌어찌해서 여행안내소에 들르게 되었다.
여행안내소 직원에게 나는 길을 묻는 대신, 저기 보이는 쇼파에 잠깐 앉아도 되냐고 물었다.
직원은 친절하게도 괜찮다고 하였다.
쇼파에는 직원 몇명이 앉아서 쉬고 있었는데, 너무 힘들었던 나는 그들 옆에 살짝 앉아서 배낭을 내려놓았다.
잠깐 기력을 회복하고 왕궁으로 가는 길을 물어보니, 지도를 보여주었다.
근처에서 수상버스를 타고 가는 방법도 있다고 알려주었다.
 
 
정말로 여행안내소 뒤편에 물길이 보였다.
하지만 나는 걸어가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후회했다.
 
 
아침 10시가 넘기 시작하자, 찌는듯한 더위가 시작했다.
흡사, 2012년도 여름, 무더위가 절정이던 8월의 어느날, 오후1시의 태양열을, 운동장 한가운데에서 온몸으로 받는 그런 느낌이었다.
점점점 발걸음이 질질질 끌리기 시작했다.
결국 왕궁을 코앞에 두고, 왕궁 앞 뜰 이라는 공원에서 쉬었다.
그곳은 마치 시청앞 광장과 같은 개념이었다.
 
 
왕궁으로 가기 전, 어떤 사원을 먼저 들렀다.
그곳은 락 므앙 이라는 곳 이었다.
나는 이 사실을 어떤 60대 현지인 할머니로부터 알아냈는데, 이 때부터 나의 몸짓언어는 만렙이었다.
 
 
 
락 므앙은 규모는 작았지만 그곳에서 나는 꽤 머물면서 사람들을 관찰하였다.
진심, 사람들의 진심이 느껴졌다.
그들이 믿는 존재가 어떤 것이건 간에, 그들은 진심으로 향을 피우고 기도를 올렸다.
그 정성이 참 갸륵하다고 느껴졌다.
 
 
나는 길을 건너서 왕궁으로 들어갔다.
왕궁을 지키는 군인? 경찰? 이 있었다.
참 잘생겼다.
(우왕 미남이시네요)
괜스레 그의 앞에 놓인 표지판을 가리키며 무슨 뜻이냐고 물었다.
그는 싱긋 웃으면서 이곳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뜻 이라고 하며,
여기 말고 저쪽으로 돌아가면 입구가 있으니 그곳으로 들어가라고 일러주었다.
만약 내가 머리를 감았더라면, 나는 그에게 사진을 함께 찍자고 제안했을 텐데.
 
 
왕궁 입장료는 500밧 이었다.
왕궁 입장권에 위만멕궁 이라는 곳의 입장권도 달려있다.
위만멕궁은 카오산로드 위편에 있다는데, 가 보지 못했다.
 
 
왕궁은 화려했다.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건물 하나하나를 살펴보는데 감탄이 절로 나왔다.
가이드도 없고, 설명책자도 없어서, 그저 눈으로 살피는데에 그쳐야 했지만,
그럼에도 왕궁은 참 멋진 곳이었다.
일행이 없던 나는, 셀카를 찰칵찰칵 찍었다.
어떤 중국인 한 분은 내가 셀카를 찍는게 근사해 보였는지,
내가 사진찍는 장소를 따라다니면서, 일행에게 자신의 사진을 찍어달라고 소리쳤다ㅋㅋ
 
 
왕궁을 다 돌았을때 즈음은 한낮이었다.
왕궁의 출구는 왜 이리도 먼 것일까... 출구 표시를 따라 한참 걸었다.
왕궁의 출구는 참 길었다ㅋㅋ
출구 어딘가를 지나고 있는데, Queen 이라고 씌여진 건물이 있었다.
궁금해져서 들어가 보았다.
 
 
그곳은 Queen Sirkit? 의 의상에 관련된 박물관이었다.
1층에 짐을 맡기고 구경을 시작했다.
3층으로 이루어진 곳이었는데, 3층은 출입금지라고 했다.
기념품가게까지 다 구경하고 기념품가게 앞에있는 방명록도 적고 왔다.
한국말로 구구절절씌여있는 글을 본다면 아마 나의 것일 것이다.
 
 
난 사실 이곳에서 착각을 한가지 했는데,
이는 이 박물관의 무엇을도와드릴까요 창구 담당자와의 의사소통의 불완전에서 비롯되었다.
항상 무엇을도와드릴까요가 문제다.
 
 
담당자의 말: 이곳은 여왕의 의상을 전시해 놓은 곳 입니다.
취준생의 이해: 이곳에서 여왕의 복식으로 기념사진을 찍어드립니다.
 
 
정말 이해는 하기 나름이었다.
 
 
왕궁을 나오니, 나는 다리가 후들거리기 시작하였다.
점심을 먹지 않았으니 그럴만도 했다.
아침밥은 아까 새벽 5시 30분에 공항에서 먹은 소세지빵과 유부초밥이 전부였다.
그래서 나는 편의점으로 들어가서 10밧에 요구르트를 하나 사 먹었다.
 
 
태국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정말 저렴하다.
특히 10밧짜리 요구르트는 넉넉한 크기의 용기에 다양한 종류가 있으므로 많이 사 먹어 보면 좋을것 같다.
 
 
요구르트를 먹으면서 카오산으로 돌아갈 길을 찾아 천천히 걷다가, 왕궁 앞 나라야 매장에 들렀다.
나라야 매장은 우리나라에서는 기저귀가방 브랜드로 유명하다고 한다.
나라야 매장에는 천으로 만든 지갑, 가방 등등이 있다.
나는 한바퀴 둘러보고 30밧을 주고 보조가방을 샀다.
이로서 내 짐은 배낭+여권용 크로스가방+나라야 천 보조가방 이 되었다.
이후 보조가방은 물병, 여행책자, 구입한 기념품 등을 넣는데에 유용하게 사용되었다.
 
 
왕궁에서부터 방황겸 구경하던 나는 이내 곧 수상버스를 탈 수 있는 선착장을 발견하였다.
예전에 태국 수상버스에 대한 정보 중, 깃발을 달아놓은 것은 급행이고 깃발을 달지 않은것이 완행 이어서
깃발을 달고있는 버스는 몇몇 정거장들을 건너뛴다는 사실을 본 적이 있었다.
 
 
수상버스를 기다리는데에는 매우 오랜시간이 걸렸다.
15분정도 걸렸던것 같다.
그리고 수상버스를 탓다.
아.
 
 
내가 탄 수상버스는 깃발을 단 버스였다.
나는 어리버리하게 목적지를 지나고, 알수없는 선착장에서 내렸다.
 
 
아까 수상버스를 탈 때부터 어떤 교복입은 남학생 한 명이 나를 힐끔힐끔 바라보았다.
나를 경계하고 있는것 같았다.
공교롭게도 그 학생과 같이 내리게 되었다.
그랬더니 나를 또 힐끔 바라보면서, 내가 저를 따라가는건줄 아나보다.
 
 
아니라고.
 
 
선착장에서 내려오자 바로 앞에 툭툭 기사들이 대기중이었다.
아하.
이거슨 그 전설의 툭툭.
바가지 툭툭.
무조건 깎고 봐야 한다는 툭툭.
 
 
내가 다가가자, 그들은 우르르 몰려들어 나에게 어디로 가냐고 물었다.
'카오산.'
'100밧입니다.'
'비싸군요.'
'80밧입니다.'
'비싸군요. 택시로는 40~50밧이면 갈지도 모르는데.' (사실 이건 멋도모르고 그냥 던져봤다)
'ㅇ.ㅇ!'
'60밧에 갑시다.'
'좋아요, 75밧에 갑시다.'
'아니, 60밧.'
'그러면 70밧.'
'60밧.'
 
 
그들은 수군수군했다.
그러더니 그들 세명 중 가장 나이들어보이는 사람을 등떠밀었다.
떠나기 직전, 그들은 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한국에서 왔다고 했다.
나의 첫 툭툭 탑승이었다.
 
 
카오산에 도착한 후, 나는 너무 흥정한것 같아 마음에 걸려서 70밧을 드렸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다지 마음에 걸려할 필요는 없었다.
 
 
카오산에 도착한 나는 또 헤메기 시작했다.
타이나라 앞을 또 2번정도 지나친 후, 나는 이제 화가나기 시작했다.
나는 왜 길을 못 찾을까?
이 지도는 왜 이렇게 멍청할까?
 
 
수없는 고뇌에 시달린 후, 드디어 타이나라를 발견했다.
타이나라를 발견하는 순간, 주변이 익숙했다.
생각해 보니 이 근방을 5번은 지나간 것 같았다.
 
 
'안녕하세요~'
'어서오세요.'
 
 
사무실이 참 시원했다.
사장님은 친절하게 생기셨다.
그러고 보니, 태국에서 떠날때에는 그냥 떠났는데, 참 감사드린다는 말을 전해드리고 싶다.
 
 
담넉 싸두억 수상시장 상품을 예약하려고 이야기하던 도중,
당일 아침에 여행사 벤이 픽업을 하러 숙소로 가야 하는데 숙소는 정했는지 물어보신다.
아직 하지 않았다고 하니 숙소먼저 잡는것이 좋을것이라고 하셨다.
 
 
나는 한국에서 미리 (마음으로) 점찍어 둔 KC 게스트하우스를 찾아갔다.
방이없다.
여행사로 돌아왔다.
'방이 없대요.'
 
 
길 건너편 두 군데를 들렀다.
한곳은 싱글 에어컨 1일 1000밧
다른곳은 싱글 에어컨 1일 900밧
너무 비쌌다.
나의 하루 숙박 예산은 약 500~700밧이었다.
 
 
이런.
 
 
다른 한 곳도 더 가 보았는데 1000밧이라고 했다.
 
 
빙빙 헤메다가 근처에 있는 KS게스트하우스도 가게 되었다.
싱글 에어컨 무료와이파이 580밧.
방을 먼저 보겠나고 해서 그러겠다고 했다.
방은 3층이었는데, 올라가 보니 참 괜찮아 보였다.
침대도 더블, 화장실도 그런대로 괜찮았다.
우와.
당장 돈을 지불하고 올라왔다.
 
 
짐을 내려놓고, 에어컨을 틀고, 드러 누웠다.
엄마에게 전화를 했다.
종알종알, 어쩌구저쩌구, 웅, 엄마 안뇽.
전화를 끊고 보니
아.
통화시간 20분.
태국에서 한국으로 전화를 걸 경우, 1분에 1500원.
 
 
여행기를 쓰고있는 지금도 나는 두려움에 떨면서 다음달 핸드폰 요금 고지서를 기다리고 있다.
 
 
짐 정리하고, 씻고, 시계를 보니 5시 55분이었다.
생각해 보니 타이나라는 6시까지 운영한다고 했다.
얼른 여행사로 가서 2일 후 수상시장 반일투어를 예약했다.
 
 
저녁거리를 사러 바로 옆에있는 세븐일레븐으로 가서 이것저것 골라담았다.
물건들이 저렴한 편 이었다.
나의 한끼 식사 예산은 100밧이었는데 계산을 해 보니 100밧이 안 되었다.
 
 
밖으로 나오니 날이 어두웠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꼬치를 팔고 있었다.
꼬치 하나에 4밧이라고 했다.
두개를 골라 숙소로 돌아왔다.
 
 
에어컨을 틀고, 편하게 앉아서 꼬치를 먹고, 완전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한참동안 그렇게 놀다가 몸살기운이 있어서 준비해 간 아스피린 한 알을 먹고 일찌감치 잠들었다.
 
 
그러나...
숙소에는 내가 미처 알아차리지 못한 거대한 비밀이 있었다.
 
 
*왕궁 주의사항*
-노출이 심한 옷을 입으면 입장을 거부당할 수 있습니다.
-노출의 정도는 지나치게짧은 핫팬츠, 끈나시 정도 입니다.
-이것을 가리기 위해 스카프를 사용하는 사람도 보았습니다.
-왕궁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 장소도 있습니다. 이때 신발은 밖에 벗어두지 마시고 반드시 손에 들고 입장하시기 바랍니다. 손에 신발을 들고 들어가는 것은 제제하지 않습니다. 신발분실의 위험이 높습니다.
 
 
*카오산에서 왕궁가기*
-수상버스, 버스, 택시, 툭툭, 걷기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택시를 추천합니다. 100밧 이하의 요금이 예상됩니다.
-걷기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왕궁 주변에는 관광객들을 싣고 다니는 대형 버스가 많습니다. 태국의 교통환경은 매우 열악하여 신호등도 제대로 없고, 있어도 지키지 않습니다. 이런 교통상황 속에서 길을 수 없이 건너야 하는데, 이는 굉장히 위험합니다.
 
 
*수상버스 타기*
-처음 수상버스를 타려 한다면 굉장히 정신이 없습니다.
-비용은 저렴합니다. 15밧정도?
-선착장이 매우 지저분합니다.
-짜오프라야강을 따라 수상버스가 운행하는데, 강물이 지저분합니다. 수상버스 난간에 너무 붙어있으면 아마도 x물세례를 받을 수 도 있습니다. 버스가 빨라서 물결이 나름 쎕니다.
7 Comments
항상고점매수 2013.01.25 22:11  
님 여행기 재미있어요^^
말티즈멍멍 2013.01.25 22:21  
여행기 읽으면 저도 첫 여행 처음의 설레임이 떠오르네요 계속 연재?부탁드려요!ㅋ
해피줌마 2013.01.26 07:45  
2월에 쳠 혼자 배낭 여행을 준비하는 저로써는 님에 정보주심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힐링워킹을 하려고 하는데 대략 난감이네요.    많은 것을 보고 오려는게 아니라 어떻게 이용하나,어떻게 출발하나가 이번 여행의 목적이니 목적만 달성하면 되는뎅....
다음에 더 멀리 뛰기 위한 뒷걸음질 이라고나 할까^^~
새삶을꿈꾸는식인귀 2013.01.26 13:11  
007테디님의 너무너무 재미있는 여행기 잘 읽고 있습니다!
제리양 2013.01.27 18:12  
저도 카오산 처음 갔을땐 뱅글뱅글 돌아도 여기가 어딘지 했었는데~^^
누구나 거의 경험하지 않을까 싶네요.

그나저나 왕궁입장료가 어마어마하게 올랐군요...흠...
디아맨 2013.10.20 11:06  
우와,,저도 이제 첨으로 방콕으로 자유 여행 갈려고 하는대...
정말 ,, 와닿는  여행기네요;;;
여기서 정보를 너무 많이 얻어서인지,, 쉽게 생각햇는대..
seyi0823 2014.07.11 16:11  
ㅋㅋㅋ 밑ㅇ ㅔ 주의사항 너무웃기네요
1년이 안된 자료라 참고하기 좋겠어요
특히 카오산에서 왕궁가는거 잘 참고할게요. 감사합니다 :)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