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준생의 나를 찾아서...2 (방콕,카오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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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의 나를 찾아서...2 (방콕,카오산)

007테디 6 3945
【2일】
 
 
밤비행기를 탄 나는 아까 비도맞고, 잘 시간도 넘었기에 너무 피곤했다.
하지만 눈을 감을 수 없었다.
이대로 잠들어버리면 나를 깨우지 않은채 기내식 밥차가 지나가버릴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두눈을 부릅뜨니 밤 12시였다.
 
 
중화항공 기내식은 2가지 중에서 선택할 수 있었는데, 이번 기내식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첫번째 메뉴 이름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이다.
두번째 메뉴 이름은 솰라솰라 파스타 였는데, 나는 그 파스타를 달라고 했다.
파스타는 맛있었다.
 
 
 
창가자리였던 내 옆에는 두 자리가 있었는데, 비어있었다.
내 뒤를보니, 내 뒤에는 아예 좌석 자체가 없었다.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ㅇ
나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   ㅇㅇㅇ   ㅇㅇㅇ
   ㅇㅇ   ㅇㅇㅇ   ㅇㅇㅇ
 
 
이런구조였다.
옆, 뒤, 방해받을 일 없이 편하게 쉴 수 있게 된 나는 감사하는 마음으로 좌석등받이를 뒤로 쫘악 밀고
정말로 편안한 자세로 누웠다.
 
 
비행기 안은 내가 마음놓고 잘 수 있는 안전한 장소였기에, 기내식을 해결한 나는 서둘러 잠들었다.
새벽에 방콕 쑤완나폼 공항에 도착하게 되면 눈을뜬 채로 아침을 맞아야 할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중간에 문득 실눈을 뜨고 주위를 살펴보니 모두 잠이들어있었고, 기내에도 불이 꺼져있었다.
주변사람들이 잠든것을 확인한 나는 안심하고 또 잠이 들었다.
 
 
쑤완나폼 공항에 도착해서 입국심사를 마치고, 그 시간이 돌아왔다.
하염없이 기다리기.
하지만 예전에 태사랑에서 본 글에서는 여행객들이 의자에 누워서 잠을 자기도 한다고 했다.
나도 잘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터덜터덜 1층으로 내려오니 엄청나게 많은 의자들이 있고, 그 위에 길게 늘어진 사람들이 보였다.
저거다!!
나도 저 틈에서 잘 수 있겠구나!!
 
 
최대한 사람들 틈이면서도 상대와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최적의 의자를 매의 눈으로 살핀 후
의자 하나를 골라서 자리를 잡고 누웠다.
한국에서 출발할 때, 쑤완나폼공항이 추우니 담요를 챙기는 것도 좋은 방법일거라는 글을 읽은 나는
준비해온 얇은 담요를 꺼내어 베낭을 머리에 고이고 잠이 들었다.
 
 
참고로 쑤완나폼공항은 정말 춥다.
반팔셔츠위에 긴 후드티에 긴 츄리닝바지를 입고 운동화도 신었지만, 정말 추워서 잠이 깰 정도였다.
가능한 한 긴팔셔츠를 입고 그 위에 긴 겉옷을 덧입는것이 좋다.
새벽에 공항에 도착하여 새우잠을 자야 한다면, 담요는 필수인것 같다.
추위도 막아주고, 잠든 나의 얼굴도 가리고, 여권가방도 가리고...
나의 경우에는 작고 얇은 담요였기때문에 간신히 다리만 덮고, 얼굴은 한국에서 가져간 밀짚모자로ㅋㅋ덮었다.
 
 
얼마나 잠들었을까?
잠에서 깬 나는 나도모르게 발치를 내려다 보았다.
유리창문 너머로 외국인 남자 둘이 나를 쳐다보며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들의 인상은 왠지모르게 정말 나빳다.
 
 
참고로 새우잠을 잘 만한 곳은 2층인데, 이것은 나중에 설명하겠다.
내가 잠들었던 1층은 정말로 위험한 곳 이었다.
의자가 많고, 누워서 자는 사람들도 많이 있지만, 그곳은 택시승강장이기 때문에 나쁜사람들의 이동이 용이해보였다.
게다가 전면 유리로 되어있어서, 바깥에서 유리를 통하여 타겟을 정하고, 대상이 잠들어있는 틈을 타서 끌고나와, 차에 태워서 도주해버리면 그냥 순식간에 사람 한 명이 사라질 수도 있어 보였다.
물론 공항측에서도 경비를 잘 하겠지만, 새벽시간에 내가 1층에서 본 사람들은 간혹 지나가는 일반직원들이나, 청소부 아줌마, 잠자는 여행자들이였다.
이러한 납치의 위험뿐만 아니라, 1층은 정말 추웠다.
추워서 잠도 잘 안왔다.
 
 
나는 주섬주섬 자리를 챙기고 일어나 3층으로 갔다.
스타벅스에서 아메리카노를 사서 덜덜덜 떨면서 의자에 앉았다.
대만에서 비를맞은 까닭에 몸살이 찾아올것만 같았다.
여행일지를 보니 이때 시간이 새벽 4시 20분 이었다.
 
 
간신히 새벽 5시 40분쯤까지 기다린 후, 나는 화장실에가서 방콕에서의 새로운 하루를 활기차게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세수를하고 양치를했다.
이러한 노숙 생활이 내인생에서 지속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나는 그냥 여행자이고 이 어려움들은 곧 끝날것이라는 사실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졌다.
 
 
떡진 앞머리를 휙 넘기고, 썬크림을 발라 허옇게 변한 거울속 내 얼굴을 바라보며 싱긋 웃고,
방콕시내로 들어가는 시티라인을 타러 지하1층으로 내려갔다.
 
 
시티라인, 이건 공항철도 같은건데, 공항에서 방콕시내로 들어가고 종착역은 파야타이 역 이다.
파야타이까지는 45밧 이었다.
 
 
6시 20분쯤에 시티라인을 타고 방콕시내로 들어가는 중에, 이른 시간인데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이 몇몇 보였다.
듣기로는 방콕의 대학생들은 교복을 입는다고 하던데, 대학교에 교복도 있으니까 등교시간도 정해져있는건가? 아니면 중,고등학생들이 부지런한건가?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면서 파야타이역으로 향했다.
 
 
참고로 내가 만난 방콕의 학생들은 영어를 못했다.
교복입은 학생 중에도, 직진, 우회전, 좌회전 이라는 단어를 모르는 학생들도 몇몇 있었다.
 
 
파야타이역에서 버스를 타고 카오산로드로 가려고 했다.
계획은 그랬다.
하지만 문제는 버스를 어디서 타는지 몰랐다.
아.
 
 
파야타이역에서부터
초등학생학부형, 초등학생학부형친구1, 초등학생학부형친구2, 상점주인아주머니, 행인1, 행인2, 행인3...
물어물어 20여분을 걸어서 드디어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7kg 내 배낭이 조금씩 무겁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는것은 정말 지루했다.
조금씩 더워지기 시작했다.
그도 그럴것이, 아직도 후드집업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아무래도 몸살기운이 있는 것 같아서 섣불리 벗지않았다.
 
 
아까 공항에서 아침밥으로 한국에서 가져온 소세지빵 하나와 엄마가 싸주신 유부초밥을 먹었다.
덕분에 힘은 들었어도 배는 고프지 않았다.
 
 
버스정류장에는 여행자는 나 한명 뿐이었다.
이곳은 아마도 현지인들의 삶속 깊은곳 인가보다.
덕분에 사람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가는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버스가 오자, 어떤 아주머니는 친절하게 나를 먼저 태워주셨다.
 
 
태국의 버스에는 안내양이 있다.
뭐 버스마다 달라서, 안내양, 안내군, 안내남, 안내녀 등등등 다양하다.
나의 첫 버스의 경우는 안내남 이었는데, 인심좋게도 나를 공짜로 태워주셨다.
 
 
(어째서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고마워요!) (나중에 얼핏 듣기로는 무료버스였다는것 같기도 하다)
 
 
카오산에 도착하자 친절하게 이번에 내려야 한다고 알려주신 안내남님.
나의 일어섬과 동시에 버스의 급커브로
나는 나의 칠키로로 앉아있던 어떤 아저씨를 짓눌러버렸다.
아이고.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아주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다행히도 아저씨는 괜찮다고 해 주셨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음 여기는 어디지?
카오산로드는 아닌것 같았다.
 
 
후일에 되돌아보니 그곳은 민주기념탑으로 추정되었다.
 
 
일단 나는 사람들을 구경하면서 찬찬히 걷기 시작했다.
거리에는 현지인들뿐이었다.
노점상들은 거의 다 복권같은걸 파는 사람들 뿐이었다.
정말로 내가 걸었던 그 길에는 수십개의 노점상들이 똑같은품목(복권추정)만 취급했다.
 
 
횡단보도 근처에서 서성이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한국어 소리가 들렸다.
반가움에 달려갔다.
 
 
'저기요, 한국에서 오셨어요?'
'네.'
'카오산로드가 어디에요?'
 
 
그들의 머리는 레게형으로 땋아있었다.
이뻐보였다.
카오산에 들어가자마자 나도 레게머리 해야지 마음먹었다.
그리고 동시에, 나는 머리를 감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억났다.
밀짚모자 속에 숨겨진 나의 떡진머리를 잠시 잊고 있었다.
 
 
그들이 알려준 대로 따라가 보니 카오산이었다.
정말로 내 지도에 나온것과 똑같은 이름의 간판들이, 직선거리에 쭉 위치해 있었다.
다만 지도와 현실의 차이점은, 현실은 좀 더 복잡했다는 것이다.
지도에 표기되지 않은 간판들이 훨씬 더 많았고,
간판들은 굉장히 무질서하게 달려있었고,
엄청난 양의 전선들이 허공에서 이곳저곳으로 얼기설기 뻗어있어서 정신없게 만드는데 한몫 하였다.
 
 
나의 오늘 일정은
-타이나라 찾아가서 담넉싸두억수상시장 상품 예약
-KC게스트하우스 찾아가서 방 예약
-왕궁방문
-왕궁근처 사원들 방문
-위만멕궁 방문
-시간 남으면 동물원도 방문
 
 
하지만 나는 몇가지 사실을 간과했는데,
1. 나는 이곳에 초행길이다.
2. 나의 지도는 그다지 정확하지 않았다.
3. 나는 에너자이저가 아니다.
4. 나는 지난밤에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여 제정신이 아니다.
 
 
이렇게, 나의 방콕에서의 첫 일정이 시작되었다.
 
 
*쑤완나폼 공항 주의점*
-밤을 새우거나, 새벽에 도착할 경우, 담요가 필요합니다.
-사기꾼, 납치범, 마약상 등등등을 조심해야 합니다.
-한밤중이나 새벽의 공항에는 문을 연 상점이 그리 많지 않기때문에 별로 할 일이 없습니다.
 
 
*파야타이역에서 카오산 들어가기*
-버스를 타는 정확한 위치를 모른다면 그냥 택시를 타는것이 좋습니다.
-물론 일행이 없다면 버스가 더 안전할겁니다.
-시내 택시비용은 100밧 이내입니다. 이것을 기준으로 볼 때 카오산까지 100밧 이내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을겁니다.
 
 
*초보에게 유용할, 방콕에서 택시타기*
시내 모든 지역은 100밧 이내로 택시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시내란, 씨암, 쑤쿰윗,싸톤, 씰롬, 통로, 에까마이 까지를 일컫는다고 합니다.
시내의 개념에 카오산은 포함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
 
ex. 에까마이부터 씨암까지: 100밧 이내
     쑤쿰윗부터 통로까지: 100밧 이내
 
(택시 정보는 현지 교민분으로부터 들은 내용입니다!)
 
 
+위만멕궁은 결국 못 갔습니다.
+위만멕궁 옆에 있다는 동물원도 못 갔습니다. 너무너무너무 힘들었습니다.
6 Comments
웰리 2013.01.26 09:46  
재밌어요~ 초행이고 혼자라서 좀 힘드셨겠어요!!
갈근탕 2013.01.26 16:50  
저 곧 방콕가는데 이 글 많은 도움 될 것 같아요. 또한 저도 취준생이라....
대공감하며 읽고있습니다.^^
나마스테지 2013.02.03 16:02  
아이고. 여행기 안 온 지 오래인데 어느 분께서 재밌다고 읽어보라해서 왔더니..많네ㅠ! ㅋㅋ
베리베리짱 2013.02.04 12:29  
너무너무 재미있어요. 뒤늦게 읽기 시작했는데 푹 빠질것 같네요.^^
놀리 2013.02.04 23:28  
ㅋㅋㅋㅋ 글 정말 재밌게 쓰시네요. 앞으로도 기대됩니다.
seyi0823 2014.07.11 14:32  
글 참 잘쓰시네요 ㅋㅋ 훌훌 읽히는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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