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조된 삽질힐링여행 16 - 반딧불이냐 트리냐, 그것이 문제로다!
그렇게 시장구경 막바지에 또 먹을것을 잔뜩 사고 급하게 배타는 곳으로 갔는데
다행히 아직 배는 안온거 같다. 시간도 7시 20분
다리 밑 표 파는 곳 안쪽으로는 투어인원들이 배를 기다릴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10년도 더 전에 장까지 가자며 선전했던 유산균을 떠오르게 하는
"NEVER DIE"라는 글이 스프레이로 크게 적혀있다.
돌 테이블과 의자에 앉아서 식으면 맛 없어질 어쑤언을 먹으려고 펼쳤다.
동생이 10분 만에 먹을 수 있겠냐길래 (난 평소에 음식을 상당히 천천히 먹는 편이다) 자신있게 대답하고
또 다시 흡입 시작!
동생은 새우깡을, 나는 어쑤언을 그렇게 먹고났더니
시간이 남네? ㅎㅎㅎㅎ 5분만에 다 먹었다 ㅋㅋㅋㅋㅋㅋㅋ
30밧 짜리라서 양이 좀 적기도 했고~
자리를 정리하고 조금 더 기다리자 배 타라고 한다.
나무 널판지를 밟고 배에 탑승.
구명조끼도 입고 설레는 맘으로 출발~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 떠나는 6시 반 투어와 달리
완전히 해가 지고 하늘이 새까말때 출발하는 7시 반 투어는 상당히 기대가 된다.
2년 전 3월에는 반딧불이가 없어도 너무 없어서 가이드 아저씨와 배 운전하시는 분이 미안해 하시면서
어떻게라도 반딧불이를 찾아서 보여주려고 여기 있다, 저기 있다 하면서 막 알려주셨는데
그 때 반딧불이 3마리 봤다.
그래도 좋았다.
조용한 밤에 강을 따라 1시간 배를 타면서 강바람을 맞는 기분도 상쾌하고 좋았기 때문에.
도시에서 나고 자란 내가 한 번도 해보지 못한 종류의 사치였으니까.
슬슬 배가 속도를 내고, 점점 불빛이 없는 곳으로 간다.
강 주위에 리조트나 호텔이 드문드문 있었지만 그 사이사이로는 전혀 불이 없어서 꽤 많은 반딧불이를 보았다.
신기했던건, 반딧불이가 그 많은 나무 속에서도 특정 나무에만 많았다.
야자수에는 절대 붙어있지 않았고,
잎이 많고 가지가 강 위로 뻗어서 늘어져있는 나무에 많았는데,
걔들도 물을 먹어야 하니까 그렇게 물 근처에 있는게 아닐까 싶었다.
나무가 무섭도록 울창하게 많았는데, 높은 곳에는 거의 없었다.
우리 보트 아저씨는 센스가 어찌나 좋으신지
빨리 갈 곳은 속도내서 달려서 강바람 맞게 해주시고,
반딧불이 많은 곳은 배 시동 꺼서 엄청 천천히 가주시고 그래서 더 좋았다.
태사랑을 너무 열심히 읽고 간지라, 반딧불이가 아니라 트리 전구라는 소리도 봤었는데,
그걸 모르는 동생은 그저 감탄하면서 좋아했고,
의심하는 나에게 그냥 믿으라면서 의심을 몰아내길 강요했다.
나는 진짜 중립적이고 진지하게 관찰했는데, 불이 동시에 반짝거려도 전깃불은 아닌것 같았다.
얘들도 나름의 신호가 있어서 반짝이는것도 싱크로를 맞추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게중에는 날아가는 놈도 있고, 기어다니는 놈도 있었다.
역시, 하룻 밤 묵어가기로 하고 늦게 보길 잘한거 같다.
엄청 많이 봤다.
부탁 드리고 싶은게 하나 있다.
반딧불 투어를 할 때에는 카메라를 꺼내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예뻐서 사진으로 남기고 싶고, 집에 있는 가족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은 백 번 이해하지만,
불빛 하나도 없는 어둠속이라 카메라가 후래시를 터뜨려 버린다.
그럼 찍힐까?
ㄴㄴ 절대 안찍힌다.
후래시 불빛에 반딧불이 불빛이 묻혀서..
그러니 다른 사람도 감상하려고 탄 보트에서 갑자기 후래시 터뜨리지 마시고 그냥 눈으로.. 머리에 각인하시면 좋겠다.
나 혼자 탄 보트가 아니니까..
그렇게 금방 한 시간이 지나가고 배는 우리를 태웠던 곳으로 다시 와서 우리를 내려줬다.
이제 슬슬 호텔로 들어가기 위해 택시를 타야 하는데
8시 반이면 카오산에서의 기준으로는 너무 일찍 호텔로 들어가는거라, 시장을 조금 더 보기로 했다.
아까 새우깡을 샀던 골목 쪽으로 가서 크레페 같은걸 반 접어서 안에 크림 넣어서 파는 과자를 사며
택시는 어디서 탈 수 있는지 물었다.
(태사랑에서 암파와 지역 지도를 알아가긴 했는데, 롯뚜 내리는 곳도 다르고 여러가지로 지도를 이용하지 못했다. 사람도 너무 많고 어디가 어딘지 몰라서.. 라바차 리조트? 거기가 어딘지 못찾아서..ㅠㅠ 은행 앞인가에 롯뚜 터미널이 있고, 거기에 택시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근데 이 가게에 일하시는 분들은 영어를 잘 못하셨나 보다.
옆 가게에서 영어를 좀 할 줄 아는 젊은이를 불러와서 이야기 해보라고 시켰다.
(나는 보이쉬해 보이는 아가씨라고 생각했는데 동생이 총각이라고 해서 뭐가 진짠지 모르겠다. 남자라기엔 선이 곱고 뼈대가 가늘던데..)
이 분도 영어를 완전 잘하시는건 아닌데, 그래도 단어를 주고받으며 소통이 가능한 정도여서 무리는 없었다.
호텔에 가야 한다고, 이 근처 호텔에 예약을 해뒀다고 택시를 어디서 탈지 좀 가르쳐 달라고 했는데
이 시간에 택시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쩌지 ㅠㅠ
"툭은 있는데 괜찮냐고 물어본다.
툭툭의 악명을 익히 들은터라 겁부터 났다.
특히나 이런 시골, 인적드문 길이라면 무슨 일이 나도 아무도 모를거 같아서 더 불안했다.
하지만 별다른 방법이 없으니 나는 자신없는 목소리로 괜찮다고 대답했다.
그랬더니 한참을 다른 분들하고 이야기 하다가
호텔 어디냐고 물어보시길래 내가 이 호텔에 가야 한다고 호텔 바우쳐를 보여드리자,
거기 있는 전화번호로 전화를 걸어보신다.
음료수 파는 젊은이 옆에서 솜사탕을 파시는 아주머니가
동생꺼보다 훨훨씬 좋은 삼성 스마트폰을 자랑스럽게 꺼내시더니 전화를 걸어보신다.
전화를 안받는다고 한다.
젊은이도 걸어본다.
역시 안받는거 같다.
호텔이 얼마짜리냐고 물어보길래 1500밧이라고 대답했다.
몇 번을 시도 끝에 어렵사리 아주머니 전화가 연결이 되었는데
전화를 받은 쪽에서 여긴 호텔이 아니라고 했단다.
헐 ㅠㅠ
왼쪽에 파란 티 입으신 아주머니랑
중간에 부농모자 쓴 젊은이가 우리의 생명의 은인이다.
해는 지고 하늘은 깜깜하고, 영어는 안통하고, 택시는 없고..
진짜 방콕이 대도시가 맞구나 뼈저리게 느끼면서
주변에 지나가는 영어 할 수 있을 것만 같은 외국인에게 택시 어디서 타는지 아냐고 물었더니
자긴 여기 근처에서 자서 그런거 모른단다 ㅠㅠ
나도 근처에서 자고싶었는데 방이 없었다규 ㅠㅠ
전화번호가 다르다고 하니 아고다를 통한 예약 문제들이 떠올랐다.
뻔히 예약 다 했다는데 리셉션에서 방 배정 못받고 막.. 예약 안되어 있다 그러고 했다는 이야기들..
여긴 방콕도 아니라서 호텔이 많지도 않고
이 근처 호텔은 이미 다 꽉 찼을텐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난 이대로 엄마아빠를 영영 못보는건 아닐까? 막 별 생각이 다 든다.
근데 시간이 좀 더 지나고 이 두 분이 열심히 전화 연결을 시도하신 끝에 어떻게 연락이 닿았나보다.
젊은이가 나보고 20분 정도 기다릴 수 있냐고 묻는다.
일이 해결되면야 내가 한 시간도 기다릴 수 있지.
진심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랬더니 가게 안에 들어가서 기다리라고 의자를 내줬다.
근데 그 뒤로 자기 할 일을 하고 별 말이 없다.
뭐지? 개인적으로 아는 툭툭기사를 부른건가?
응? 뭐지? 어떻게 되어가는거지?
기다리면 어떻게 된다는거지??
조금 기다리다가 상황이 궁금해서 일하고 있는 젊은이 근처로 가서 불쌍하고 궁금한 표정을 지으며 서서 눈빛을 보내니
(차마 어떻게 되어 가냐고 물어볼 수가 없었다. 너무 미안해서)
아참! 하면서
젊은이가 설명을 해줬다.
호텔하고 전화 연결이 되었고, 거기서 지금 차를 보내겠다고 했으니 그 차가 도착할 때 까지 기다리면 된다는 것이다.
휴~
툭툭을 안타고도 안전하게 호텔로 갈 수 있다는 안도감과 함께
그 젊은이와 아주머니에게 얼마나 고마웠는지!
그렇게 안심하고 기다리고 있으니 젊은이가 우리를 불렀다.
따라가니 점잖은 아저씨가 쉐비 SUV를 몰고 오셔서 우리보고 타라고 상냥하게 이야기 해주셨다.
너무 고마운 분들!
헤어질 때 동생은 눈물의 포옹으로 감사를 표했다.
진짜 눈물이 날 뻔 했다.
차에 타니까 아저씨가 영어로 자기소개를 해주신다.
몇 년 전 대학에서 보내주어서 한국에 5일 정도 여행 온 적이 있다고 말이다.
재패니즈냐 묻더니 코리안이라고 대답하니까 해준 말이었다.
일본계 회사를 다니는지라 일본말은 조금 아는데
한국어는 잘 모른다고 미안해 하셨다.
괜찮아요, 나도 태국말 잘 몰라요.
그러면서 일본계 회사가 태국에 많지만 지금은 서서히 한국계 회사도 많이 들어오고 있다면서 한국 이야기를 해주셨다.
우리는 너무 고맙다고 거듭 이야기하고 그렇게 대화를 나누며 호텔로 갔다.
가는 길을 보니 툭툭을 타고 갔다간 큰일 날 그런 길이었다 ㅠㅠ
호텔에 도착해서는 우리 소식을 다들 들으셨는지 무사히 와서 다행이라는 표정과 눈빛으로 우리를 반겨주셨다.
사실 호텔이라기 보다는 좀 커다란 집을 호텔로 운영하고 있는 듯한 그런 분위기였다.
일하시는 분들도 전부 가족 같았다.
방이 1층에 2개, 2층에 2개가 있었는데 2층에는 우리밖에 손님이 없어서 다른 방이 하나가 비니
사용하고 싶으면 사용하라고까지 해주셨다.
헐.. 이런 호텔이 어디있어 ㅠㅠ
방에 들어가서 짐을 풀고 긴장도 좀 풀고 정신이 들자 동생이 그 분들 고맙다며 우리가 산 과일이라도 좀 가져다 주자고 한다.
짜식, 나보다 낫구나.
망고 제일 큰거랑 람부탄도 많이 넣어서 가져다 드리라고 했더니
돌아와서 동생이 하는 말이
젊고 고상해보이는 주인 할머니가 '아유, 뭘 이런걸 다~ 이렇게 안해도 되는데~'라는 느낌으로 부끄러워하면서 고맙게 받으셨다고 한다.
그 분들이야 늘 보시는거니까 색다를 것도 없는 그런 과일이겠지만 그래도 고마움을 표시하고 싶었다.
방 빌려주기로 했어도 그렇게 데리러 올 의무는 없는데 우리 안전을 위해서 데리러 오시고 얼마나 고마웠는지 모른다.
받는 분도 그 마음을 아셔서 그렇게 하셨을 거다.
그렇게 겨우 놀랜 가슴을 진정시키고 매일 저녁 호텔에 들어오면 해야 하는 생존신고를 했다.
엄마아빠에게 문자보내기.
물론 우리가 국제미아가 될 뻔 한 사연은 뺐다. 당장 돌아오라고 할까봐;
혹은 다시는 안보내 줄까봐.
그냥 호텔이 너무 예쁘고 좋고, 반딧불이 엄청 많이 봐서 좋았다고 좋은거만 적어서 보냈다.
태사랑에 하는 생존신고는 인터넷이 안되어서 못했다.
잠깐 무서웠지만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고 안전하게 호텔까지 와서
훈훈한 마음으로 편하게 잠들 수 있었다.
<오늘의 지출내역>
날짜 | 사용내역 | 사용금액 (THB) | 비고 |
08월 11일 | 택시비 (카오산ㅡ>전승기념탑) | 80 | |
타이커피 | 35 | ||
롯뚜 (방콕ㅡ>매끌렁) *2 | 140 | ||
두리안 | 60 | 매끌렁 시장 | |
람부탄 | 30 | ||
음료수 | 10 | ||
예쁜 모양 간식 | 3 | ||
타이 밀크티 *2 | 45 | 허니밀크, 하나 마시고 그 컵에 하나 더 사니 5밧 깎아줌 | |
썽태우 (매끌렁ㅡ>암파와) | 20 | ||
새우 | 130 | 암파와 (점심) | |
가리비 | 50 | ||
코코넛 주스 | 20 | ||
뮬 | 25 | 암파와 노점 | |
남딴쏫 | 20 | ||
망고 | 60 | ||
오렌지 슬러시 | 15 | ||
타이 밀크티 | 20 | 암파와 | |
코코넛 파이 | 35 | ||
차바반참 리조트 (저녁) 190 | |||
땡모빤 | 55 | 차바반참 리조트 식당 | |
돼지고기 덮밥 | 85 | ||
라임소다 주스 | 50 | ||
새우튀김 *2 | 40 | 암파와 노점 | |
숯불 돼지고기 | 40 | 암파와 노점 | |
밥 | 10 | ||
해물 어쑤언 | 30 | ||
반딧불 투어 *2 | 120 | 19:30 출발. 다리 밑 출발 | |
반달 과자 | 20 | ||
음료수 *2 | 40 | 생명의 은인 | |
계 | 128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