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동방항공 이용후기(부제: 친절 끝판왕 도시 쿤밍)
중국동방항공 이용 후기는 가장 최근 여행인 이번 7월 여행이 아닌, 올해 2월의 여행 후기입니다.
저는 그때에 인천발 쿤밍을 경유해서 방콕 도착, 방콕에서 상하이를 경유하여 인천에 도착하는 항공편을 이용하였고
여러 가지 소문에도 불구하고 제가 동방항공을 이용했던 이유는 두 가지였습니다.
그 당시는 2월 중순의 여행 성수기인데도 정말 가격이 쌌다는 것,
(사드 배치 이후 한한령 때문에, 지금은 더 이상 이렇게 가격이 싸지 않아요)
그리고 작년에 가 보았을 때에 큰 인상을 받고 또 한 번 꼭 가 보고 싶었던 상하이를
경유 체류 덕분에 6일 무비자로 가 볼 수 있다는 것 때문이었어요.
이 여행에서는 무엇보다도 첫 번째 경유지인 쿤밍이라는 도시의 친절함에 정말로 크게 감탄했었어요.
결론만 말씀드리자면, 이때에 동방항공을 이용한 것은 전혀 나쁜 선택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돌아오던 시점은 한한령 발령 이후라서, 상하이에서는 좀 고생을 했음에도 불구하고요.
그 여행에서 가장 불확실성이 높아 가장 불안했던 시간이 바로 첫날의 쿤밍 경유 시간이었어요.
제가 과연 제 중국어로, 호텔의 셔틀 버스를 새벽 세 시 넘은 시각에 타고,
예약한 호텔에 도착해서 짐을 풀 수 있을까를 자신할 수가 없었어요.
예약한 호텔에 중국어로 [그 시각에 제발 꼭 꼭, 셔틀버스를 보내 주십시오]라고 사정하다시피 메일을 보내 놓았긴 했지만, 안심할 수가 없더라고요,
새벽에 쿤밍 공항에 도착해 보니, 역시 제가 그려 보았던 이상적인 상황처럼
입국장에 들어서자마자 셔틀버스 운전수가 대기하고 있고
저는 푯말을 보고 자연스럽게 그분을 따라가 버스에 올라타고
………이런 일은 전혀 벌어지지 않았어요.
오히려 중국 공항의 baggage claim은 그 어느 나라보다도 늦다는 것,
그리고 그렇게 도착한 제 짐은, 몇 년 동안 잘 써 오던 네임택이 어디론가 사라진 상태로 도착했다는 것, 그런 것들을 보면서 약간 더 마음이 가라앉았지요.
일단 저는 세관 검사를 통과해서 입국장을 나와, 택시 호객군들을 헤치며 공항을 정처없이 일단 한 번 걸으며 둘러봤어요.
제가 예약한 호텔의 셔틀버스 기사처럼 보이는 분은 안 계시더라고요.
그래서 이제는 두 번째 방법으로, 호텔에 전화를 걸어 보기로 했어요.
시내 통화는 무료였는데, 사실 어디에서부터 어디까지가 국가 코드고 어디가 지역 코드인지도 모르겠어서 전화하는 자체가 녹록치 않더라고요.
그래서 쿤밍 공항의 게이트 네 개 중 한 개를 지키고 있던 젊은 공안(중국의 경찰) 아가씨에게
이 번호로 전화를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물어 보았어요.
정말로, 저는 그냥 그 아가씨에게 [전화하는 방법]만을 물어 보았어요.
그런데 그 아가씨가 저 대신 자기 휴대전화를 이용해서 호텔에 전화를 해 주더니
자기 폰의 중국어-영어 번역기를 이용해서 이런 말을 해 주더라고요.
제가 알아보기 쉽도록, 다음과 같은 식으로 모든 말을 짧게 짧게 끊어서 했어요.
[제가 전화했어요]
[10분 정도 걸린대요]
[당신은 전화가 없으니까]
[내가 이 게이트를 닫고 당신과 함께 있어 줄게요]
그러더니 정말로 당장, 자기가 담당하고 있던 게이트를 바리케이드로 폐쇄시키는 것이었어요.
제 눈으로 보면서도 이 일을 믿을 수가 없었어요.
위에서 말씀드렸듯, 쿤밍 공항은 인천공항보다 좀 작아서, 게이트가 네 개밖에 없어요.
그런데 인천공항처럼 아래 위층으로 십 몇 개 정도 문이 있는 공항이라 하더라도, 그리고 아무리 경찰이라 하더라도
자기 마음대로 공항의 문 하나를 폐쇄시킬 수는 없는 일 아닌가요?
아무리 한밤중, 새벽이라고는 하지만요.
버스 기사가 금방 온다고는 했는데, 어느 쪽에서 올지는 모르니까 저하고 같이 다니면서 찾아보겠다는 생각이었던 것 같아요.
이건 정말 과분하고 황송한 일이었어요. 웬 폐인가 싶었고요.
그럴 필요 없다고도 물론 이야기했지만, 공안 아가씨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이 일 때문에 제가 지금까지 이 때의 후기를 쓸 수 없었다고 고백합니다.
한참 동방항공을 이용하시는 분들이 많을 때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가는
쿤밍 공항의 모든 공안들이 저의 경솔한 후기 때문에 시달리실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이때는 2월 중순이었고 지금은 한한령 발포 이후라서,
혹시 쿤밍에서 경유하시는 분들은, 중국 공안들이 지금은 이렇게 해 주지 않더라도 너무 실망 말아 주셔요!
얼마 후에 우리는 호텔에서 오신 기사 아저씨를 만났는데, 그 공안 아가씨는 일단 그분에게서 호텔 명함부터 달라고 재촉하더니
정말 그분이 그 호텔에서 오신 분인지 확인하더라고요.
그러더니 또 한 번 중-영 번역기를 이용해서 제게 이렇게 말해 주었어요.
[이 분이 맞고요]
[지금부터 10분 정도 걸린다고 하네요]
[이분을 따라가셔요]
[조심하셔요(Be careful)]
너무너무 감동해서, 제가 손으로 날개 모양을 만들면서 [티엔쉬(천사)]라고 했더니
그 말을 듣고 그 아가씨가 재미있다고 깔깔 웃더라고요.
호텔에서 파견나오신 기사 아저씨도 너무나 친절하셨어요.
새벽 4시이고, 승객이 저 혼자인데다가, 제 방의 카드키가 잘 안 되어서 로비에 세 번이나 내려갔다가 오셨는데도 그 동안 짜증 한 번 안 내시더라고요.
한편, 저는 호텔에 도착한 이후에 특히 제 중국어에 대해 정말 깊은 자괴감을 느꼈어요.
쿤밍 공항의 숙소 호객꾼들도 중국어로 떠들어대시긴 했지만
공항에서 나오면 모든 것이 일단 다 중국어로 이루어진다고 보셔야 해요.
예를 들어, 이 호텔 와이파이 번호를 물어보기 위해 프론트 데스크에 전화를 걸었는데
아까 저를 맞아주었던 친절하고 귀여운 리셉셔니스트 아가씨가 계속 [빠거려우]라고만 반복하더라고요.
제가 [빠거려우?]하면서 못 알아들으니까 [려우! 려우!] 라고만 하는 거여요.
(여기에서 벌써 알아채고 웃으시는 분들이 많으실 거여요)
빠는 8이고, 려우는 6이니까, [거]라는 숫자가 있는데 내가 못 알아듣는가 보다 하고
진짜 pin에 816부터 896까지 다 쳐 봤어요-_-;
이러다가 결국 포기하고, 목이 마르니까 로비에 가서 물이나 마시자 라는 생각으로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엘리베이터에 붙어 있는 와이파이 안내문을 보니까, 비밀번호는 6이 여덟 개더라고요-_-;
어쨌든 그 날 저녁, 와이파이에 잘 접속해서 일기도 잘 썼습니다.
세 시간 정도 푹 자고, 아침이 되었어요.
자고 일어나서도 지난 새벽에 어떻게 제가 이 호텔에 찾아왔는지, 그 행운을 진짜 감사하게 되더라고요.
알고 보니 쿤밍 공항 인근에 숙박 단지 비슷한 게 있는데, 제가 예약했던 호텔도 그 중 하나이고
거기에 모여 있는 호텔은 거의가 우리나라의 장급 정도의 느낌입니다.
하지만 깨끗이 관리되는 편이고 가구도 원래 좀 신경을 쓴 것 같아서, 하룻밤 자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어요.
대신에 호텔뿐 아니라 마을의 모든 안내문이 다 중국어뿐이고, 이 동네에 숙박하는 사람들도 다들 중국분들인 것 같았습니다.
아침에 그 동네를 구경해 보았는데, 주변에 호텔도 많고 음식점도 꽤 있었어요.
다만 도로에 흙먼지가 너무 많고, 심지어는 차와 함께 마차도 다니더군요.
모르긴 해도 운남성은 아직 꽤 시골에 속하는 지역인가 봐요.
(제가 묵었던 쿤밍 바이올리라이 져우디엔)
(어제의 공안 아가씨가 고마워서 찍어 본 공안 부스)
아침으로 어떤 식당에 들러서 마라우육면과 두유를 먹었는데, 맛이 아주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왜 모든 음식에 조금씩 다 탄 맛이 나는지 모르겠더라고요.
이건 제가 어떤 향채의 향을 탄 맛이라고 착각하는 게 아니라, 진짜 탄 맛이었습니다.
운남성 음식이 맛이 있다고 들어서 조금 기대했었는데, 그 기대를 충족시키지는 못했어요.
그러나 여기에서도 주인께서 국수를 뭘 고를 건지 직접 보여 주시기도 하고 진짜 친절하셔서, 꽤 많이 먹고 나왔습니다.
제가 만나 본 쿤밍 분들은 정말로 다 친절한 듯해요. 이 이후로도 그랬지만요.
공항이 친절하다면, 그 도시는 진짜로 친절한 것이니까요.
이제부터 쿤밍에서 방콕으로 출발한 이야기입니다.
제 기억으로는 비행기가 2시 경의 비행기였고, 여기가 공항에서 10분밖에 안 걸리는 곳이라서 셔틀버스로 12시에 출발하겠다고 했었는데
직원분은 계속 제가 11시에 떠날 것을 고집하셨고, 직접 제 방문을 두드리며 저를 재촉하시기까지 하더라고요.
어쩐지 그분 말씀을 따라야 할 것 같아서 빨리 준비한 게 정말 다행이었어요.
11시에 출발하지 않았더라면 아주 큰일날 뻔했거든요.
그 첫 번째 이유는 공항에 가는 셔틀버스 때문이었어요,
이 일대가 숙박 지역이라고 이미 말씀드렸지만, 공항에 가는 셔틀버스는 정말 큰 관광버스로서
제가 묵었던 호텔을 시작으로 그 지역 방방곡곡을 다 돌면서 그 큰 버스를 사람으로 가득 채워 공항으로 가는 것이었어요.
아침에 이 버스를 이용하고 보니, 굳이 새벽에 호텔에 전화를 하지 않았어도 이 셔틀을 이용해서 숙소로 가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중에 쿤밍 공항에 가는 분들은 한 번 이렇게 해 보셔요.
출국장을 나가셔서 맨 왼쪽으로 가시면 버스들이 몇 대 대기하고 있는데
그 중에는 차 문을 열어 놓고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 버스도 한 대 있거든요.
아무리 새벽 시간이라고 해도, 그 버스에 사람이 웬만큼 차면 버스가 사람들을 호텔 지역으로 데려다 줄 것 같은 생각이 드네요.
이 셔틀버스의 존재는 외국인에게 전혀 알려져 있지 않은지, 계속해서 중국인들만 타고 내리고 있더라고요.
그렇지야 않겠지만, 그들만 사용하는 비밀 코드라도 있나 하는 우스개 생각이 들 정도입니다.
쿤밍공항은 참 아름답고 현대적이어요.
2월인데도 햇볕이 하도 좋아서 건물 안이 좀 더운 편이었고
공항을 장식하고 있는 지붕이나 곳곳의 캘리그래피는 정말 아름답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아름다움에 도취되어서 그랬는지, 쿤밍공항에서 출국할 때에 저는 정말 중대한 바보짓 두 가지를 했어요.
그 첫 번째가, 많은 쪽의 인파를 따라서 국내선에 줄을 서는 뻘짓이었습니다.
그 길고 긴 줄을 그렇게 오래 기다려서 드디어 창구에 도달을 했는데, 제가 방콕에 간다고 했더니
그 말을 들은 젊은 남자 직원이 고개를 끄덕끄덕하더니 이렇게 말하더군요.
[그렇군요. 그러면 손님은 국제선 쪽으로 가셔야 하겠네요. 여기는 국내선 창구라서요]
그 태도가 너무 침착하고 친절해서, 제 바보짓에 화가 날 여유도 없었어요.
저도 따라서 [아, 그렇군요!]하고 아주 기분 좋게 국제선 쪽에 다시 줄을 서서 수속을 하고 입국심사장에 들어왔습니다.
하지만 그 바보짓이 아니었더라면, 저는 30분 이상을 낭비하지 않을 수 있었어요.
여기까지는 뭐 괜찮았죠?
저의 두 번째 실수는 출국신고서도 없이 출국심사장에 서 있었던 일입니다.
지금도 그때의 제게 [왜 그랬어?]라고 묻고 싶어지는 일이네요.
그런데 정작 그 바보짓을 한 저의 순서가 되자, 심사관이 아무 말 없이
새 용지에 제 사인만 받으시더니 출국신고서를 대신 다 적어 주시더라고요!
그 이전에 방콕의 심사장에서, 찍힌 사진을 제게 보여 주면서
[입국 심사 사진이 당신 마음에 들게 나왔어요?]고 물어 본 심사관이 한 분 계셨었는데,
저는 그분도 꽤 유쾌하고 친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이분은 정말 공항 친절 끝판왕이신 것 같았습니다.
중국분들이 질서를 잘 안 지키고 새치기를 많이 한다는 이야기를 저도 꽤 들어요.
직접 그런 것을 본 적도 있고, 쿤밍 공항에서도 그런 일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같은 중국분들이 막 소리지르면서 그분들을 규탄하고 경찰도 저지하고 있어서
그런 사람들이 자기 마음대로는 절대 하지 못하는 분위기였어요.
비행기에 올라탄 후에도 저는 계속해서 친절을 경험했어요.
방콕으로 향하는 비행기 안이 아마도 저 빼놓고는 모두 중국 사람이었는데
화장실에 다녀온 제가 자리를 못 찾고 잠시 헤매니까, 네 자리 여기라고 손짓하시는 옆자리 아주머니가 보이더라고요!
탑승 이후로 저하고 인사를 나누거나 하셔서 제 얼굴을 익히신 것도 아닌데요.
이거 정말 친절한 일 아닌가요?
어쩌면 중국분들의 기본 바탕은, 제가 작년에 상하이에서 보고 감동했던 것처럼 참 친절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쿤밍-방콕 간의 밀 박스인데요, 맛은 없지만 참 유용했어요.
나중에 이 유용함에 대한 이야기를 할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네요)
방콕 공항에 내린 후의 일입니다.
Baggage claim하는 곳에 가 보니, 태국 직원들이 열심히 캐로셀에서 짐을 내리시고 있더라고요.
제가 다가가니, 제가 가진 택하고 짐의 택을 맞추어 보고 그때서야 짐을 내어 주시던데요?
저는 그 때에 [아, 태국 공항의 시스템이 바뀌었나 보다]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이후로는 이런 시스템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으니 이것은 어쩌면 중국 국적기 특화 시스템인지도 모르겠어요.
한 가지 기억나는 일이 있네요.
짐을 내어 주면서 태국 직원분이 제게 중국어를 하시다가
제 여권을 보더니 한국인이었느냐고, 미안하다고 웃으시더라고요.
정말 쿤밍-방콕 간에는 이용하는 한국인 자체가 별로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공항직원분들이 다 손수 짐을 내리고 있었어요)
방콕에서 잘 있다가 상하이로 간 이야기를 하려니, 마음이 조금 어두워지네요.
쿤밍에서는 도착한 이후부터 비행기 안에서까지 친절, 친절, 따뜻함이었다면
상하이로 가는 길은 비행기 안에서부터 조금 이해 못할 일들이 있었거든요.
공항에서의 체류 비자 신청도 정말로 오래 걸려서, 생각보다 두 시간이나 늦게 숙소에 도착했고요.
이 공항에서의 기나긴 기다림 때문에, 막 욕설을 내뱉는 미국 여자를 보기도 했어요.
(심한 건 아니지만.......아무리 그래도 욕을 한 건 그분의 잘못!)
쿤밍이 순백의 도시라고 한다면, 그래도 상하이는 칠흑까진 아니고 연회색 도시 정도라고 할 수 있겠어요.
일단 상하이 안에 있는 동안에는 너무너무 즐겁고, 경험할 것도 많고, 맛있는 것도 많거든요.
정말 할 것이 많은 상하이이지만, 딱 다섯 가지를 추천한다면 다음을 추천하고 싶어요.
1. 미니소(예쁜 인형들도 많지만, 저는 말린 과일과 견과류 쇼핑을 추천해요)
2. 난징동루 일대와, 지하철역 옆의 벨라지오의 땅콩빙수(눈꽃빙수 스타일 말고)
3. 동방명주 일대(뭐 이건 당연하죠?)
4. 징안쓰 일대
5. 상하이 도서관과 교통대 일대
앞으로 중국동방항공이 다시 저렴해지는 일이 있다면
저는 얼마든지 또 이용할 생각이 있습니다.
저번에 한 번 경험해 봤으니까, 이제는 좀 더 똘똘하게 이 노선을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중국어를 좀 하시는 분들, 중국에 대해 열린 마음을 가지신 분들은 이 코스를 아주 즐겁게 이용하실 수 있을 것 같아서 소개드립니다.
하지만 중국어를 못 하시는 분들, 중국 혐오이신 분들은 이 코스는 웬만하면 피하시는 게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