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그 도시 이야기, 세번째
[그 도시에 도착하다, 11:30 A,M]
예전에 독일에 갔을 때에, 쾰른 역에 내리자마자 그 유명한 쾰른 대성당이 역 앞에 딱 서 있는 것을 보고
정말 편리한 관광이라며 좋아한 적이 있습니다.
이 도시는 그런 점에 있어서는 쾰른과 닮았고,
도시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제가 아직 가 본 적 없는 인도를 닮은 것 같았습니다.
도로는 협소한데, 사람이며 오토바이며 통행량은 정말 많고, 왁자지껄한 느낌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봐 왔던 태국의 여러 소도시들과는 좀 다른 분위기였습니다.
저는 일단 기차역에서 다음 날 돌아가는 기차표를 예매하기로 했습니다.
애초의 제 생각을 바꾸어 역을 하나 일찍 내린 것도,
이 역에서 내려서 예매를 해야 다음 날 열차편의 선택 여지가 더 많기 때문이었습니다.
저(태국어로): 내일 끄룽텝으로 가는 8시 40분 표, 하나 주셔요.
역무원('정말 당신은 그 표를 원하는 것이 확실한가?' 하시는 듯 나를 보더니 유창한 영어로 차근차근 설명을 시작하신다)
내일 아침 방콕으로 가는 기차는 다음과 같은 게 있어요.
6시 20분의 표는 17밧,
8시 40분의 표는 200밧(딱 떨어지는 200밧은 아니었지만 그분은 편의상 이렇게 설명하셨습니다).
9시 10분의 표는 300밧인데, (표를 손으로 가리키시면서)나라면 이 아침의 17밧 기차를 타겠는데요?
아, 그리고, 그 어떤 기차표이든, 오늘 살 필요는 없어요. 내일 아침에 와도 표는 있습니다.
저: (영어로) 그래요? 그럼 내일 올게요. 오늘 여기에 올 때 탔던 것보다 좀 더 좋은 기차를 타고 싶긴 한데.......
참, 저는 후알람퐁 역으로 가야 하는데, 이 기차들이 혹시 톤부리로 가는 것들은 아니겠지요?
(이 질문을 한 것은, 우연히 열차 옆면을 보니 제가 타고 온 열차가 톤부리에서 출발한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역무원(단호한 목소리로): 방콕행이라는 것은 바로 후알람퐁역을 의미하는 겁니다.
저는 안심하고, 그 북적거리는 역 앞의 거리로 나왔습니다.
역 바로 앞은 제가 갈 방향과 반대 방향인 일방통행로이길래, 길을 하나 건너서 반대 차선으로 와서
쨍쨍한 햇볕을 피하려고 세븐일레븐의 처마 밑에 일단 섰습니다.
정말, 지나다니는 오토바이들이 전부 소였다면 이곳은 인도의 한 도시라고 해도 좋을 만한 풍경을 갖고 있더군요.
오토바이와 사람은 정말 많았는데, 이상하게도 택시는 전혀 보이지를 않았습니다.
저는 제 바로 옆에서 오토바이에 걸터앉아 있는 운전수께 여쭤보았습니다.
저: 여긴 택시가 없나요?
운전수분(약간 농담조로): 정 택시를 타셔야 할 것 같으면, 제가 택시 많은 곳으로 모셔가 드립죠.
(이 때에는 저희가 태국어를 했는지 영어를 했는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데, 이런 대화를 했다는 것만 생생하게 머릿속에 남아 있습니다. 아마 태국어였을 겁니다)
그러더니 그 운전수께서는 자기 옆의 어떤 분과 이런 뉘앙스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시는 것이었습니다.
[큰일이야, 여기에서 택시를 잡겠다니! 한정없이 기다리게 생겼는데, 이 분!]
이건 분명히 제 듣기 실력을 넘어서는 태국어였을 텐데, 조금 전에 그분과 나누었던 대화와 마찬가지로
왜 그분이 말하는 뜻이 생생하게 느껴졌는지 또 모를 일입니다.
그 뜻이 제 머릿속에 인식이 되자, 머리 위에서 작열하는 태양이 더욱 뜨겁게 느껴졌고
마음 속에 조바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고 한 3분이나 지났을까요?
저도 놀라고, 그분도 놀랄 만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우리 앞의 모퉁이를 돌아서 택시 한 대가 오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엇, 택시다!]
저희는 놀라움에서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마구 손을 흔들어서 그 택시를 세웠고
저는 트렁크를 열어서, 제 수트케이스를 넣고 재빨리 택시에 올라탔습니다.
다행히도 택시 기사분께서는 제가 가야 할 거리가 어디에 있는지를 알고 계셨습니다.
이 정도 되면, 제 숙소 리셉셔니스트들이
[당신은 여기에 대체 어떻게 왔어요?]라는 질문에
[택시로요]
라고 대답했어야 할 것 같지요?
그런데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하지만 그 택시는 아마도 그날 그 도시에 다녔던 유일했던 택시가 아니었을까, 그걸 잡았던 당신은 정말 운이 좋았던 거다, 라는 말을 리셉셔니스트들로부터 듣기는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