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 2014년 7월 여행기--콘캔 그 네 번째 이야기(왓농웽, 븡캔나콘, 저녁 풍경)
아마도 왓농웽 지킴이인 듯한, 그 호리호리한 청년이
저더러 여기에서 [곧장 뒤돌아서 고향 앞으로 가!]라고 하면 그래야 하는 터,
약간 긴장하고 있는데 그 청년은 의외로 친절하게
[한국인이셔요? 저 2PM 아주 좋아하는데(저: 저도 아주 좋아해요)!
어서 구경하시고, 구경하는 동안 제가 여기에서 기다릴게요]
라고 영어로 말해 주는 것이었습니다.
정말 기뻤고 미안했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왓농웽의 꼭대기층을 돌아다니면서
사진도 찍고, 동영상도 찍고 하면서 이 짧은 시간을 마음껏 누렸습니다.
그 당시의 동영상에는 저의 기쁜 마음뿐 아니라, 이 당시의 전력질주 후 체력소모도 여실히 반영되어 있더군요.
혼자서 이걸 볼 때마다, 이 때의 추억에 웃습니다.
조금 후에 이 꼭대기층에 올라왔던 세 명의 일가족이 있었는데
지킴이 청년이 이 사람들은 입장을 거절하더군요.
저도 마침 웬만큼 구경을 끝낸 참이라, 꼭대기층에서 내려왔습니다.
그곳에서부터 1층에 내려올 때까지, 저는 다음 층을 한 바퀴 뺑 돌고
지킴이 청년은 그 층 문을 잠그고 하는 식으로, 우리는 왓 농웽을 천천히 내려왔습니다.
1층에서는 지키미 청년의 친구들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왜 평소보다 늦게 내려왔는지를 묻는 눈치였고, 청년은 그들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는 것 같았습니다.
설명을 듣고 나서, 그 중 한 사람이 제게 큰 소리로 [안녕하셔요!]라고 인사를 하길래
저도 [안녕하셔요!]라고 반갑게 인사를 받아 주었습니다.
그랬더니 곧장 자기 친구들에게
[내가 지금 한국말로 저 사람한테 인사했더니, 저 사람도 한국말로 인사했다! 들었지?]
라고 자랑을 하더군요.
너무 큰 소리로 말해서, 그 말, 제게도 들렸거든요!
한국말이 그렇게 당신을 기쁘게 하다니, 저도 기쁩니다.
오히려 늦게 도착한 관광객을 배려해 준 당신들에게, 제가 어떤 말로 감사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말입니다.
(해질녘의 왓농웽 풍경)
왓농웽에는 층마다 꽤 많은 창문이 있는데,
사원 지키미 청년들은 폐장 시간에는 이 창문들을 다 닫고 다녀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창문이 하나하나 닫힐 때마다, 사원에 들어오는 석양의 빛이 차츰 달라지는 것도 멋있었습니다.
사원이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꼭대기층에는 상대적으로 창문 갯수가 좀 적고, 1층에는 정~말로 많은 창문이 있습니다.
(아래에서 바라본 왓 농웽)
이제는 븡캔나콘 구경을 할 차례입니다.
이것이 븡캔나콘의 지도인데, 오른쪽에 있는 닭 그림이 있는 집은
매우 유명한 닭요릿집인가 봅니다.
븡캔나콘은 정말 멋진 곳인데, 딱 한 가지의 단점은
저렇게 큰 호수에 들어가는 문이 몇 개 없다는 것입니다.
호수를 쭉 따라가는데도 문이 너무 안 나타나서, 안에서 조깅하고 계시는 시민분께 여쭤봤을 정도였습니다.
어쨌든 해질녘의 븡캔나콘은 정말 멋있었습니다.
제가 콘캔 시민이었다면 이 근처에 살고 싶더군요.
콘캔은 공룡 화석 등등이 많이 발견된 곳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곳곳에 그 유산을 자랑스러워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아이들의 미끄럼틀이 기본적으로 다 공룡 모양을 하고 있었습니다.
콘캔이 어둑어둑해진 이후에는, 야시장 등 시내를 걸어서 구경하며 숙소로 돌아왔습니다.
체 게바라 그래피티인가요? 만약 그렇다면 시내의 다른 곳에서도 체 게바라의 상징을 본 적이 있습니다.
시내 피자헛 근처의 야시장입니다.
또다른 야시장으로, 루암찟 야시장이라는 곳입니다.
망고를 파시는 아주머니께서는, 제가 망고 1킬로에 얼마냐고 여쭈자
저렇게 망고 껍질 위에 [60]이라고 쓰셨습니다.
이렇게 기분좋게 구경을 하면서 천천히 걸어서 저는 숙소에 도착하였습니다.
이제는 천천히 짐 정리를 하고 방콕으로 돌아갈 때입니다.
그런데 혹시 기억하시나요?
제가 콘캔에 왔던 이유는, 앞으로 있을 정말로 어려운 수련회를 대비해서 미리 호연지기를 길러 보기 위함이었다는 것을요.
콘캔에 있었던 1박 2일 동안, 지금까지는 뭐 그렇게 어렵거나 호연지기가 함양될 일이 없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일이 있었다면 왓 농웽 폐장 직전에 뛰어올라갔다는 정도였을까요?
그것은 사실 어려웠다기보다는 운좋고 감사할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정말 다행스러웠던 점은,
저 자신은 여행 목적을 잠시 잊고 즐거움에 빠져 있었을지라도
콘캔은 제 여행 목적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콘캔은 [감히 벌써 나를 떠나려고 해?]라고 말하는 듯했지만, 어쨌든 저를 방콕으로 돌려보내 주었습니다.
콘캔에서의 1박 2일과 관련해서는 물론이고, 2주 동안의 이 당시의 태국 여행 전체에서도
이 이후부터 콘캔을 떠날 때까지의 30분 동안이 가장 인상적으로 기억되니 말입니다.
그 이야기는 좀 쉬었다가 나중에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