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가족의 어메이징 타일랜드(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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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현이 가족의 어메이징 타일랜드(5)

하로동선 15 1834

- 새해 아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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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일. 2011년의 새 아침이 밝았다. 가족들과 함께 상쾌한 람부뜨리로드를 걷는데, 길가에는 아직도 12월31일을 살고 있는 사람들이 여럿 보인다. 사원 뒷길을 따라 쭉 걸어가니 [홍익인간]도 나온다. 카오산로드 근처에 세워진 최초의 한국인 게스트하우스. 하지만 아직 이른 시간이라 문은 닫혀 있다.

 

아침식사는 [포 선스 빌리지] 1층에 있는 [차다카페]에서 했다. 여기도 노천에서 식사가 가능하고 태국음식은 물론 서양음식까지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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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번 여행에서 완전히 그 맛에 반해 버린 “카우팟 꿍”을 시켰다. 함께 나오는 “고추를 썰어 넣은 간장”을 뿌려서 간을 맞추면 매콤 짭짤한 맛이 정말 일품이다. 이런 이유로 이번 여행에서는 한국음식이 전혀 그립지 않았고, 여기서 살라고 하면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았다.

 

- 시내관광 -

 

이제 가족들은 투어가 지겨워진 모양이다. 그냥 방에서 쉬면서 이따가 카오산로드에 가서 쇼핑이나 할테니 투어는 나보고 혼자 나가라고 한다.

 

홀가분하게 혼자 카메라 들고 물병 챙겨서 길을 나섰다. 카오산로드를 따라 쭉 걸어나와서 버거킹 앞에서 우회전하니 곧바로 사거리가 나온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10월14일 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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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3년 10월 14일. 군부 독재에 맞서 거리로 나선 시민들은 민주기념탑 앞에 운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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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랏차담넌 끄랑]거리에서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고, 많은 시민들이 군부의 발포로 목숨을 잃었다. 기념관 앞의 마당에는 이 때 희생된 분들의 위패가 모셔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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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념관을 나와서 좀 더 걸어가니 멀리 [민주기념탑]이 보인다. 1932년 7월 24일. 절대 왕정에 대항하여 궐기하고 일어선 태국의 국민들은 마침내 승리를 거두고, 국가 권력의 기반을 “국왕”에게서 “국민”으로 이양해 온다.

이 권력승계에 서명한 사람은 당시의 국왕 라마7세. 장소는 이전에 소개한 [아난타 싸마콤 궁전]이다. 이제 권력을 잃고 상징적인 국가 수반으로 남은 국왕은 왕궁으로 돌아갔고, 그가 사용하던 궁전은 국회의사당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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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명을 기념하여 1939년에 세워진 이 탑의 중앙에는 당시에 희생된 사람들을 기리는 위령탑이 있으며, 주위에 세워진 높이 24미터의 탑은 7월 24일을 의미한다. 탑의 하단부에는 당시에 정부를 바꾸려는 인민당의 행위가 묘사되어 있다는데, 기념탑이 교차로의 가운데에 있고 주변에 횡단보도가 없어서 안으로 들어갈 수는 없다.

 

민주기념탑을 지나 랏차담넌 끄랑 거리를 계속 직진하니 [라마3세 공원]이 나온다. 아직 이른 시간임에도 햇볕은 쨍쨍. 공원을 둘러보는데 고즈넉하니 참으로 평화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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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원 한쪽에는 라마3세의 동상도 있고, 주변을 둘러보면 인공 언덕 [푸카오 텅], 중세 유럽풍의 신전 [로하 쁘라삿], 그 옛날 방콕의 북동쪽 경계를 담당하던 [마하깐 요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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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중 제일 먼저 눈길이 머문 곳은 마하깐 요새.

태국의 역사를 보면 현재의 국왕 라마9세(푸미폰 아둔야뎃)가 속한 “짜끄리 왕조”의 창시자 라마1세는 1782년에 짜오프라야 서쪽의 [톤부리]에서 강을 건너 이곳 [랏따나꼬씬] 지역으로 수도를 옮긴다. 이유는 미얀마(버마)의 공격으로부터 수도를 방어하는데 자연 지형인 짜오프라야 강을 이용하는게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

아무튼 이렇게 해서 오늘날의 도시 [방콕]이 탄생한 셈이다. 조선시대에 우리의 4대문 안이 좁았듯 초기의 방콕도 지금으로 치면 왕궁에서 라마3세공원까지로 매우 작았는데, 라마1세는 도시의 경계에 총 12개의 요새를 건설해서 도시 방어에 이용했다. 그 중 10개는 도시가 확장되면서 점차 사라지고 오늘날 남은 것은 단 2개. 그 중 하나가 저 마하깐 요새이다. (나머지 하나는 짜오프라야 강변 파아팃 선착장 근처의 파쑤멘 요새)

 

여기까지 보고 라마3세 공원 뒤편의 [왓 랏차낫다]로 들어갔다. 사원 자체야 지금까지 많이 봐서 지긋지긋한데, 그래도 여기를 생락할 수 없는 것은 앞에서도 잠깐 이야기한 철의 신전 [로하 쁘라삿]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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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탑은 모두 37개로 해탈에 이르는 37개의 선행을 의미한다. 가운데 있는 36미터의 철탑은 계단을 따라 끝까지 오를 수 있다. (올라가 보면 멀리까지 보인다. 껄껄.. 사진은 생략이다)

 

여기까지 보고 나니 [왓 쑤탓]을 가야겠는데, 열대의 태양은 작열하고 벌써부터 지친다. 그래서 뚝뚝 탑승. 돈은 달라는 대로 준다. 50밧. 돈 몇백원에 마음 상하는 것보다는 기분 좋게 여행다니는 것이 훨씬 더 큰 이익인 것 같아서이다.

입구에 이르자 인산인해이다. 사람들마다 모두 사원에 와서 기도하고 복을 바라니 미어질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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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원 입구의 [싸오칭차]는 예전에 그네타기 행사를 하던 곳이다. 여기에 밧줄을 매고 그네를 매단 다음, 남자 4명이 한 조가 되어 그네 옆 25미터 높이의 대나무 기둥에 매달아 놓은 금이 든 동전주머니를 잡는 힌두교식 놀이였다는데, 생각해보면 얼마나 위험했겠는가? 그래서 1930년대 이후 라마7세가 금지시켰다고 한다.

 

[왓 수탓]은 2단 기둥으로 된 [위한](본당)이 멋진 모습에 웅장하다. 그러나 그 보다 눈에 띄는 것은 복을 빌기 위해 찾아온 인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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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본당 바깥에서부터 난리통인데, 안에 들어오면 더 하다. 재미있는 것은 스님이 신도들 한명 한명을 위해 기도같은 것을 해주는 의식이다. 기도가 끝나면 스님이 나무줄기 같은 다발을 물이 부어진 큰 그릇에 담가 적신 다음 신도의 머리를 툭툭툭 세 번 때리시는 거다.

근데 이게 스님이 연세가 좀 지긋하고 물도 “성수”같은 걸로 한다면 좀 괜찮을텐데, 일단 스님이 너무 젊어서 위엄이 있어 뵈지 않은데다 젊은 스님한테 나이든 어른이 다소곳이 앉아 머리통 맞고 있는 것을 보면 왠지 웃음이 난다. 게다가 신도가 많아 물이 금방 떨어지는 모양인데, 그러면 더 젊은 스님이 물을 주전자에 담아 와서 물통에 붇는데, 부으면서 물을 질질 흘리기까지.. 껄껄껄... 영화를 보면 소림사에서는 저렇게 물을 부으면 노스님한테 얻어맞던데, 오늘은 노스님도 투입된 모양이다. 머리통 때리러... 대목이라.. 일손이 달려서...

 

왓 쑤탓에서 나와 [왓 랏차보핏]으로 갔다. 여기가 거리상으로는 얼마 안되는데, 내가 지리를 몰라서 한참 헤맸다. 게다가 유명하지도 않은 절이라 찾는데 고생도 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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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바와 같이 사원은 웅장하다. 그러나 이젠 지치고 식상해서 안에는 들어가보지도 않았다. 여기도 왓 쑤탓보다는 적었지만 사람들은 꽤 많았는데 그 중 눈에 띄는 태국인 가족.

처음에 내가 그들을 주시하게 된 것은 여자분이 여기 사람이랑 다르게 얼굴이 하얗고 예뻐서였다.

“여기도 저렇게 하얀 사람이 있나.. 우리나라에 와도 피부 좋다는 소릴 듣겠군”

초록색 티셔츠에 청바지를 입었는데 허리가 얼마나 잘록하고 날씬하던지.. 도대체 아이를 낳은 애엄마의 몸매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였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녀의 남편.

일단 키가 훤칠하고 안경을 썼는데(여기는 안경 쓴 사람이 많지 않음) 배도 홀쭉하고 날씬하다. 게다가 허리를 숙여 향을 집는데 보니 목에 두른 금목걸이가... 와... 어찌나 굵던지.. “저렇게 만들려면 금이 얼만큼 필요할까..”를 생각했다. 10돈으로 될까...

그 부부 사이에는 4-5살 먹었을 사내아이가 있었다. 그 꼬마는 오늘이 사원에 처음 오는 날인가보다. 애 아빠가 향 피우는 법을 조목조목 가르치는데 음성이 어찌나 낮고 조용한지.. 학교에서나 집에서나 걸핏하면 소리부터 지르는 나같이 천박한 인간하고는 차원이 달랐다. (여기 놀러와서도 어제 암파와 시장에서 작은 아이가 어묵꼬치 땅에 떨어뜨렸다고 소리질렀던 사람인데 뭐.. 에효...)

 

다음은 [왓 랏차쁘라딧]을 찾아갈 차례인데, 이건 어디 붙어있는지 이정표도 없는데다 이제 사원이라면 노 땡큐인 상황이라 그냥 정처없이 짜오프라야 강을 향해 걸었다. 저기 가서 어떻게 배나 좀 타고 톤부리 쪽으로 나가 봐야지..

그렇게 걷는데 뜻밖에 예쁜 공원이 눈앞에 나타났다. 야.. 여긴 계획에도 없던 곳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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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를 지키는 관리인으로 보이는 사람(제복을 입고 있는데 경찰인지 관리인인지 솔직히 헛갈림)에게 이곳의 이름을 물으니 [싸란룸 공원]이라고 한다.

공원으로 들어섰다. 푸른 숲이 가꾸어져 있고 한쪽에는 자그마한 호수도 있다. 한적한 가운데 나들이를 나온 몇몇이 보이고 걔중에는 서양사람들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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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예쁘고 아담한 조형물까지.. 정말 혼자만 보기에 아까운 풍경이다. 이곳저곳을 둘러보며 연신 셔터를 눌러대고, 그늘에 앉아서 차가운 물 한번 마셔주고 담배도 한 대 피워줬다. 참.. 좋구나...

 

공원에서 나와 조금 걸으니 왕궁의 담벼락이 나오고 이윽고 짜오프라야 강변이다. [티엔] 선착장인데 초입에는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고 강변에는 많은 시민들이 나와서 더위를 식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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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까지 오는데도 땀은 비오듯 흐른다. 게다가 오늘이 1월1일인지라 왕궁에서는 사람이 쏟아져 나온다. 와.. 여기도 대목이구나... 더위를 시킬 겸 음료는 찾는데 노점에 콜라장수가 보였다. 여기는 콜라를 그냥 주는 게 아니라 마개를 딴 다음 비닐봉지에 붓고 얼음을 한 주걱 퍼서 넣어주는데 그렇게 시원해 보일수가 없다.

그 모습에 내가 나도 모르게 “오케이!!”라고 외치니 가게 아저씨가 “너도 줘?”하는 얼굴로 쳐다본다. 껄껄.. 한 봉지를 한숨에 마셨다. (이것도 집사람 있었으면 먹기 힘들었을거다. 지저분하다고.. 에효...)

 

선착장에서 배를 타려고 줄을 섰는데, 가만히 서서 보니 이게 줄이 끝이 없었다. 표 파는데는 보이지도 않고 줄이 부근의 시장을 관통한 상황이다. 이 상황에서 역시 성질이 급한 것은 한국 사람들..

“오빠! 그냥 택시타고 가자”하더니 대 여섯명이 우르르 줄에서 벗어나 나가 버린다. 나도 가만 생각해보니 그게 똑똑한 판단인 것 같았다.

 

엉겹결에 줄에서는 나왔는데 그 날 택시를 잡는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내가 “톤부리 스테이션”이라고 하니 승차거부하는 택시가 줄을 잇는다. 이런... 택시를 잡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아까 그냥 그 줄에 있었으면 벌써 배를 타고 갔을 것 같다. 에효...

 

어렵게 택시를 잡아타고 갔는데, 어째 처음부터 이상한데로 간다 싶더니 날 데려다 준 곳은 [톤부리 역]이 아니라 [끄롱 톤부리]이다. 처음에는 기사 아저씨가 나한테 요금 뒤집어씌우려고 이러나 의심했는데, 아저씨는 연세도 있고 무엇보다 사람이 참 좋았다. 따라서 나한테 그런 장난을 하실 분은 절대 아니었다.

차라리 내가 처음부터 분명하게 [톤부리 레일웨이 스테이션]이라고 말했어야 했다. 하여간 그렇게 빙빙 돌아서 가는데, 아저씨는 내게 미안해하시고, 나야 뭐 그래봐야 얼마나 나오겠냐 하는 마음으로 덕분에 드라이브 잘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어렵사리 [톤부리역]에 도착했다. 요금은 120밧이 나왔다. 껄껄.. 내려서 주위를 둘러보니 세상에... 수도 방콕에 무슨 이런 시골역이 있나 싶을 만큼의 촌스러운 역사가 나를 맞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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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너 여기 왜 왔니?” 내가 나한테 묻고 싶었다. 하루에 기차라고는 [칸짜나부리]가는 거 몇 대뿐. 그래서 기차를 기다리는 사람도 없고, 그저 동네 사람들 몇 명이 나와 있는 역. 여기가 이러니 택시 기사가 내가 여기를 갈거라고 상상이나 했겠나 싶다.

 

5분 만에 역사구경을 마치고 [씨리랏 의학 박물관]을 가려고 했더니, 이런... 오늘이 공휴일이라 거기는 휴관이네? 거기 가서 샴쌍둥이를 비롯한 각종 진기한(이런 표현은 좀 아니지만..) 표본을 보려고 했는데... 절로 한숨이 쉬어지는 가운데 이젠 숙소로 돌아가서 쉬는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택시를 탔다.

 

“카우싼 롣”

기사가 미터를 꺾으며 한마디 던진다. “원 헌드레드 밧”

자.. 슬슬.. 열이 오른다. 공항에서 택시를 탄 이래 오늘까지 이런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태국도 옛날하고는 많이 달라졌구나” 생각했는데 아직도 이런 “진상”이 있었다.

기사 얼굴을 보니 새파랗게 젊은 친구다.

“Are you kidding me?"

내가 최대한 흥분을 가라앉히며 아까 [왓 랏차보핏]에서 본 젊은 아빠처럼 우아하게(?) 말했다.

“식스티 밧”

“빠이 미터 마이”

최후의 통첩처럼 한마디 던지고는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지긋이 앞만 바라보는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내가 생각하기에 기본적으로 중요한 사실은 “여기까지 와서 돈 몇푼에 마음 상하거나 현지인과 다투는 것은 바보같은 행동”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난감한 것은 지금의 문제는 “돈 몇푼”이 아니라 “자존심 싸움”이라는 거다. 핵심은 내가 지금 매우 불쾌하다는거다.

 

삔까오 다리를 건너 랏차담넌 끄랑 거리의 카오산로드 입구에서 녀석이 차를 세웠다. 미터 요금은 50바트 나왔다.

난 일부러 100바트를 건넸다.

“어떻게 하나 보자...”

만일 녀석이 거스름돈을 안주고 시비를 걸어오면 “그래 너 먹고 떨어져라” 생각하고 내리려고 했다.

그러나 녀석은 순순히 50밧 짜리 지폐로 거스름돈을 내어 준다.

여기 온 이후 처음으로 “컵쿤 캅”이란 인사 없이 내렸다. 카오산로드를 지나 숙소로 가는데 여전히 기분은 나쁘다...

 

- 바이욕 스카이 호텔 뷔페 -

 

숙소에 와보니 나도 점심을 굶었는데 다들 나랑 비슷한 상태였다.

“자.. 간만에 포식하면서 기분이나 전환하자!!”

원래 이렇게 우울할 때는 먹는게 제일이다.

 

[판파] 선착장까지 뚝뚝을 타고 내달리니 아이들은 너무 좋아한다. 내가 그럴 줄 알았다...

오늘은 방콕 도심을 가로지르는 운하버스를 타 보자.

수로의 폭이 좀 좁다는 거 말고는 앞서서 보아온 운하와 다를 바가 없다. 달리는 보트의 난간 위를 걸어다니며 요금을 받는 차장의 모습이 좀 위태로워 보였고, 동시에 그들의 고달픈 삶의 모습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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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뚜남] 선착장에서 내렸다. 밖으로 나와 길을 따라 걸으니 얼마 안가서 [바이욕스카이] 빌딩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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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3층 빌딩. 태국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다. 건물은 멀리서 보아도 멋진데 문제는 주변 환경.. 꼭 정비하기 전의 “청계천”같다. 이렇게 우중충한 환경에 저런 건물이 버티고 있으니 왠지 밸런스가 맞지 않는다.

 

공부한 대로 17층에 가니 티켓을 판다. 어른은 690밧. 아이는 345밧. 우리 작은 녀석은 무료다. 고속 엘리베이터를 타고 82층의 [크리스탈 그릴]에 오르니 분위기는 정말 우아하다.

창가 쪽으로 식탁이 예쁘게 놓여 있고, 음식은 가운데 기둥을 따라 배열되어 있다. 음식의 “맛”이야 뭐 여기보다 좋은 음식점도 많으니까 그저 그렇다고 해도 가족들에게는 “여기가 태국 최고의 음식점”이라고 뻥을 쳤고, 모두들 내 말을 믿는 눈치였다. 특히 여기 물정을 모르는 아내는 감격하기까지.. 껄껄...

 

한켠에는 피아노 반주와 함께 노래를 부르는 가수도 있고, 꼬마 손님들에게는 귀엽게 분장한 아가씨가 풍선으로 인형도 만들어 주는 등 세심하게 배려한 흔적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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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마치고 84층에 오르면 전망대가 있다. 방콕의 야경이 뭐 볼 게 있겠나 싶어도 막상 올라가 보면 그런대로 볼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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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90밧이면 우리 돈으로는 2만8천원이 채 안된다. 동네 뷔페나 다닐 돈으로 이런 호사를 누리며 새해 첫날의 밤은 저물고 있었다. 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크크...

 

사족

1) 혼자 돌아다니는 것도 좋고 다 좋았는데 근본적으로 “택일”을 잘못 했더군요. 이 날이 1월1일인지라 많은 기념관들이 문을 닫았습니다. 반면에 사원에만 가면 사람에 깔려죽을 지경이었고요. 에효..

2) 왓 랏차보핏에서 본 멋쟁이 부부는 사진으로 담지 못했습니다. 사람을 향해 셔터질을 한다는 것도 좀 그런데다 그 부부에게서는 감히 그럴 수 없는 어떤 포스까지 느껴졌거든요.

15 Comments
분당리 2011.01.13 23:47  
재미있는 설명과 일정등이 제가 옆에서 같이 다닌 느낌이 날 정도로 생생하네요..
잘 읽고 갑니다.
하로동선 2011.01.14 09:14  
감사합니다...
열혈쵸코 2011.01.14 00:10  
1월1일 첫날 낮에..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셨군요.. ^^
저도 함께 잘구경하고 갑니다.
하로동선 2011.01.14 09:15  
컵쿤 캅!! 혼자 다니니까 같이 다닐 때보다 2배이상 잘하면 3배도 다니겠더군요. 근데 좀 힘들어요..
필리핀 2011.01.14 06:14  
1월1일에 12월31일을 살고 있는 사람들... ㅋㅋㅋ

자상한 설명과 함께 하는 방콕 도보여행~ 좋습니다요~ ^^*

택시기사... 이해하셔요... 태국이잖아요... ^^;;;
하로동선 2011.01.14 09:16  
아침해가 뜬지 한참을 지났는데도 길바닥에 주저앉아 술을 마시는 사람들.. ㅋㅋ.. 그래도 양주를 마시더군요...
또갈거닌깐 2011.01.14 07:03  
역시 선생님이시네요^^*
자상한 설명^^*
하로동선 2011.01.14 09:17  
감사합니다...
제롬 2011.01.14 23:17  
정말 생생하게 쓰셨어요! 감사히 잘 보았습니다^^
하로동선 2011.01.17 22:22  
칭찬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의나처럼 2011.01.15 23:28  
대중교통이용하는게 좀 두렵긴 하겠지만 선생님 글을 읽으니 용기가 납니다.
사용하신 태국어도 써보려고 열심히 메모하고요..^^
하로동선 2011.01.17 22:24  
태국의 대중교통이 버스는 승객이나 안내양이 도와줘서 좋고, 택시도 요즘은 바가지 안 씌우고 대부분은 미터로 가더군요. 뚝뜩은 얼마냐고 물어보고 터무니 없지만 않으면 그냥 달라는대로 주면 됩니다. 어려운 거 업습니다.
†마녀† 2011.01.17 17:14  
가족 여행이라도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할꺼 같아요 ~~ ^^ 그나저나 이부분에서 빵 터졌습니다." 내가 혹시 천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크크..." ㅋㅋㅋㅋㅋ 웃겼어요 정말로~~
하로동선 2011.01.17 22:25  
하하.. 최소비용의 최대만족이죠. 바이욕 스카이가 그렇더군요.
경산 2012.06.04 18:48  
좋은자료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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