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이 가족의 어메이징 타일랜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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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기

서현이 가족의 어메이징 타일랜드(1)

하로동선 16 2660

- 여행을 시작하며 -

내게 있어서 [여행]이라는 단어만큼 나를 설레게 하는 말이 또 있을까? 나는 아침에 눈을 뜨고 밥을 먹고 직장생활을 하면서 그리고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면서도 마음 한편으로는 늘 여행을 생각한다.

지난 2000년 여름. 한밤중에 혼자서 발을 디딘 베트남 호치민의 탄손나트 공항에서 겪은 당황스러움이란... 입국장에 나섰을 때 일제히 나를 주시하던 낯선 눈빛들... 마중 나온 친구를 기다리던 불과 5분도 되지 않았을 시간 속에서 느꼈던 불안과 공포.. 돌이켜보면 별로 유쾌할 까닭도 없을 기억의 단편들이건만, 사실 그 순간 나는 [여행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도 처음에는 “밥은 굶어도 여행은 간다”는 생활신조로 살았던 신혼 시절에는 겨울방학이 되면(참고로 나는 고등학교 교사, 집사람은 유치원 교사이다) 돈이야 있건 없건 길을 떠날 수 있었는데, 어쨌거나 그건 8년 전의 이야기이고, 이후 임신-출산-육아에 치이다보니 [여행]은 마음속에만 있을 뿐 실행하기는 힘든 상황이 되어 버렸다. 그나마 간간히 있었던 국외연수들이 여행에 목말라하는 나의 갈증을 다소나마 해결해 주었을 뿐이다.

지난 2005년 11월에 둘째 아이를 낳으면서 담배를 끊고, 대신 그 돈을 저축하여 여행비로 쓰겠다는 나름 야무진 생각을 하게 된 것은 학교 휴게실에서 동료 선생님과 담배를 피우며 나눈 대화에서 비롯되었다. 당시의 나는 담배없이는 하루도 살지 못하는 애연가였는데, 어림잡아 계산해 봐도 담배로 소비되는 비용은 한 달에 10만원이니 1년이면 120만원은 족히 되었다.

´한 2년만 모으면 해외여행도 가겠구나...´

목표가 세워지니 실천은 쉬웠다. 그때부터 한 달에 10만원씩 모았고, 그래서 지난 2007년에 여행을 떠날 기회가 되었는데, 갑자기 목돈 쓸 일이 생겨서 무산되었고, 드디어 이번에 떠나게 된 것이다.

- 출발 -

2010년 12월28일. 아침부터 눈이 제법 내렸다. 여행가는 설렘으로 전날 밤에 자다깨다 했더니 컨디션이 말이 아니다. 오늘은 우리 학교가 겨울방학에 들어가는 날이다. 방학식 끝나고 다른 선생님들은 모두 회식하러 가시는데, 나만 혼자 빠져 나왔다. 길가에 쌓인 눈을 보며, ‘오늘 비행기가 제대로 뜰 수 있으려나’에 대해 생각했다.

집에 도착하니 여행을 위한 모든 준비는 마쳐져 있고, 우리 가족은 점심도 굶은 채 택시를 불러서 타고 [공항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큰 길가의 눈은 대부분 말끔히 치워져 있어서 조금 기다리니 버스는 예정대로 왔다. 24인승 리무진. 정확히 2시간을 달려 도착한 인천국제공항.

이번 여행을 준비하며 우리 부부는 시티은행에서 발행하는 [프리미어 마일 카드]를 만들었다. 이거 있으면 공항의 몇몇 음식점에서 1년에 3번씩 무료 식사가 가능하다고 하다. 마침 배도 많이 고프고, 같은 조건이라면 뷔페에 가서 배가 터지도록 먹는 것이 이득일 것 같아 [글로벌 차우]로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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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바와 같이 뷔페는 아주 깨끗한데 입장료가 18,700원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음식의 종류가 많지는 않다. 따라서 여기는 정말로 [식사]를 하는 곳이지 [포식]을 하는 곳이 아닌 것같다.

이번 여행에서 이용할 비행기는 제주항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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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잉사에서 판매하는 B737-800 기종으로 수용인원은 190명. 이전에 운항하던 B737-400 기종이 126석이었으니, 좌석이 50%이상 늘어난 셈이다. 양쪽에 3명씩 한줄이 6명인데 앞 좌석과의 공간은 옛날 시외버스 생각하면 될 것이다. 내가 키가 작고, 다리는 더욱 짧은데도 옴짝달싹하기가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항공사는 엄청난 매력을 가지고 있는데 이는 다름 아닌 [가격]이다. 12월28일 출발일 기준으로 TAX를 포함한 방콕 왕복 항공권의 가격은 584,200원. 같은 날 타이항공의 밤 시간대 직항편인 TG657의 가격은 TAX 포함 764,300원. 제주항공의 티켓이 타이항공의 76%정도인 셈인데, 우리는 4인이니까 금액에서 약 70만원가량이 절약되는 것이다. 뿌리치기 힘든 유혹이다.

그 대신 저렴함의 댓가는 몸으로 지불해야 한다. 가장 하이라이트는 [기내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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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희한해서 처음에는 이게 뭔가 했다. 크게 밥과 치즈케잌, 파스타로 구성되어 있는데, 방금 냉동실에서 꺼낸 듯 아주 차갑다. 맛은 더욱 놀라운데, 옆 사람들 말로는 “세상에 이렇게 맛없는 음식은 처음”이라고 한다. 내 생각에 이럴 양이면 먹을 사람만 따로 한 만원씩 걷던가 아니면 기내식을 없애고 비행기값을 단 돈 천원이라도 깎아주는게 좋겠다.

이외에도 이 비행기에는 TV, 오디오 등 어느 것 하나 되는 것이 없으며, 그 결과 어디를 지나고 있는지 또는 얼마나 남았는지 전혀 알 수가 없다. 물어보니 스튜어디스도 모른다. 아마 기장만이 아는 듯.. 어른들은 그나마 싸서 괜찮은데, 비행기를 처음 타는 우리 애들한테는 좀 미안했다. ‘정상’적인 비행기는 이렇지 않은데...

- 방콕 도착 -

비행 6시간 15분만에 도착한 방콕의 쑤완나품 국제공항. 지난 2006년 9월 28일에 개항한 이곳은 동남아시아의 관문이다. 푸미폰 아둔야뎃 국왕께서 직접 하사하신 이름 “쑤완나품”은 “황금의 땅”이란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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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푸르게 빛나는 공항 건물을 바라보니 감격에 겨워 눈물이 날 지경이다. 내가 그동안 얼마나 이곳에 오고 싶었는지 모른다. 마침내 공항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니 열대의 후끈한 열기와 뭐라 표현하기 힘든 특유의 냄새가 느껴진다.

예전의 돈무앙 공항 시절처럼 택시를 타려니 먼저 안내원이 종이쪽지에 행선지와 인원 수, 가방의 수 등을 확인하고 적어 준다. 마침내 택시 탑승. 그런데 아내와 애들을 뒤에 태우고 앞문을 여니 운전석이다.

“뭐야.. 여기는 승객이 직접 운전까지 해서 가야 되나?”

승객이 기사를 모시고 다닌다는 생각은 우스갯소리이고, 태국의 차량은 RHD(Right Hand Drive) 방식이다. 익히 알고 있는데도 습관이 되어있어서..

밤 12시가 넘은 시각이라 도로는 한산한데도 차는 고속도로로 올라간다. 준비해 간 멘트를 날려볼까?

“싸이 딘댕, 팔람까오 디꽈 나 캅”(딘댕, 팔람까오를 경유해 주세요)

하지만 하지 못했다. 말도 어려울뿐만 아니라 쑥스러워서... 그래봐야 통행료는 두 번 합쳐서 65밧인데.. 기사가 어련히 알아서 갈까..

밤 늦은 시각이라 그런지 택시는 정말 엄청난 속도로 달렸다. 한국 같았으면 천천히 가자고 했을텐데, 여기서는 그런 말도 못하고 그저 무서움에 덜덜... 게다가 평소에는 멀쩡하던 작은 녀석은 차 안에서 토하기까지. ‘이게 다 그 제주항공에서 준 기내식 때문이야. 어쩐지 많이 먹는다했지...’

이 상황에서도 아픈 아이를 걱정하기보다는 토사물을 바닥과 시트에 흘렸을 때 생길 택시기사와의 분쟁을 걱정하는 나. 나는 그런 나의 모습이 참 싫다.

다행히 눈치 빠른 아내가 슬기롭게 대처해서 차량 오염을 막았을 뿐만 아니라, 기사도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니었다. 오히려 토하는 아이를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고, 비닐봉지도 주고..

그렇게 차는 힘차게 달려 마침내 람부뜨리 로드에 도착. 아유타야 은행 환전소를 지나 세븐 일레븐 앞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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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2시에 가까운 시각이건만 거리에는 많은 여행자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택시에서 내려 땅을 딛고 서니 정말 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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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시간 손님을 맞는 람푸하우스에 들어서니 로비에는 환하게 불이 밝혀져 있다. 지난 10월에 미리 예약했던 방에 체크인을 하고 들어서니 아내는 좀 실망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사실은 나도 인터넷에서 보던거랑 달라서 좀 실망... 이 와중에도 신나는 것은 아이들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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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족

1) [프리미어 마일 카드]로 식사가 가능한 곳은 가야금, 하늘(이상 단품 요리), 에어카페, 카페뷰(이상 커피와 음료), 글로벌 차우(뷔페)입니다. 모두 4층 일반구역에 있습니다.

2) [프리오리티 패스 카드]가 있으면 인천공항 4층 면세구역의 [허브 라운지]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인터넷 카페에 음료와 스낵이 제공된다고 합니다. 카드 없으면 입장료는 35불이고, 어린이 요금은 15불이 따로 있습니다.

3) 제주항공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타이항공 등과 다른 곳에서 타고 내립니다. 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인천공항에 게이트가 100개가 넘으며, 그 중 100번대 게이트로 가려면 공항에서 트램을 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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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지하철역처럼 생긴 정류장이 있고, 여기서 기다리면 꼭 지하철처럼 생긴 트램이 옵니다. 인천공항에 이런 시설이 있는지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겁니다.

4) 제주항공이 다른 항공사와 같은 점 하나. 그것은 스튜어디스들의 미모입니다. 정말 예쁘더군요...

5) 태국의 도로에는 차량용 신호등에도 시간표시가 되더군요. 우리나라에는 보행자용에만 있는데... 그런 게 있으면 안전운전에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운전하면서 멀리 파란불을 보며 ‘저게 언제부터 켜진거지?’를 생각해 본 경험들이 있지 않습니까?

16 Comments
열혈쵸코 2011.01.10 23:33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저도 차량용 신호등에 시간표시가 되는게 신기했어요..
익숙하게 버스운전석 앞에서 문열어달라고 떼쓴(?) 적도 있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이 기대에 차 있네요.
역시 새로운 곳에 대한 적응은 아이들이 빠릅니다. ^^

앞으로의 이야기.. 기다리겠습니다. ^^
하로동선 2011.01.11 01:35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입으로는 태국을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은연중에 그들을 우리보다 못사는, 한 수 아래의 나라로만 생각했나 봅니다. 물론 전체적으로야 우리의 국력이 월등하겠죠. 하지만 그들로부터도 배울 점이 있더라구요. 친절한 사람들의 마음씨말고 시스템에서도요.
필리핀 2011.01.11 07:08  
오~ 가족여행... 좋으셨겠어요...
제주항공... 음료 서비스도 하는가요???
특히... 맥주??? ^^;;;
하로동선 2011.01.11 09:33  
음료는 물과 오렌지쥬스만 가능합니다. 맥주요?? 당연히 안됩니다. ㅋㅋ..
날자보더™ 2011.01.11 11:02  
꼼꼼하고 야무지게(?) 적어놓으신 여행기구나...했더니
선생님이셨군요.
저도 람푸하우스는 앞으로 안갈듯요. 괜히...저랑 기가 안맞는 곳 같더라구요.
2편도 기다립니다~
바닐라루시 2011.01.11 11:34  
무엇보다도 침대 위에 두 공주님들이 진짜로 예쁘시네요.
나중에 저도 결혼하고  가족들과 함께 하는 여행을 꿈꾸게 되네요.
대만에 들러가면서 기내식 총 3번 먹었음에도 우걱우걱 먹어댔던 저로서는 아쉬운 식사네요.
하로동선 2011.01.11 12:45  
아이구.. 저는 람푸하우스가 꼭 나쁘다는 뜻은 아니었는데.. 다만 처음에 좀 실망했다는 정도.. [날자보더] 님도 제 여행기를 계속 보시면 람푸하우스에 대한 생각이 달라지실지 모릅니다. [바닐라루시]님도 식성이 좋으신가 보네요. 그래도 제주항공 기내식에 도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겁니다. ㅋㅋ..
진이맘 2011.01.11 14:38  
저도 람푸하우스에 묵은적이 있었는데... 그땐 눅눅한 스폰지 침대가 불편해 다신 안오마 했는데 지금 생각하니 그 가격에 그정도면 꽤 좋았던 것 같아요. 단지 나이가 있어 꾀가 났던 거지요. 여튼 꼼꼼하고 세심한 후기 넘 좋아요. 앞으로도 쭉 열독할게요. ^^
하로동선 2011.01.11 16:47  
전 첫날 게스트하우스에서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그러면서 생각했죠. 내가 그동안 알게 모르게 참 편하고 좋은데서만 살아왔구나.. 사실 전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말이죠. 하지만 익숙해지니까 좋더군요.
보슬이... 2011.01.12 15:38  
여행기가 너무 재미있네요...  ^ ^
필리핀 2011.01.12 20:48  
람푸하우스...
한때는 꽤 괜찮은 겟하우스였지요...
인기가 하늘을 찔러서
예약하기가 너무너무 힘들던 곳이지요... ^^;;;
그런데 세월의 때가 덕지덕지 엉거붙으면서
예전의 그 영화는 퇴색해버렸지요... ㅠ.ㅠ
어서 빨리 새단장을 해야 할텐데...
그러나 쥔장과 스텝들의 마음씨...
그리고 도심 속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아직도 최고랍니다~ ^^*
하로동선 2011.01.13 22:42  
저는 다 좋은데 방이 좀.. 뭐랄까.. 좀 아늑했으면 어떨까 했습니다. 벽에 흰색 페인트를 칠해놔서 그랬나 모르겠네요. 대신 마당은 참 좋았습니다.
이뿐닭 2011.01.13 05:33  
님 댓글쭈욱 봤는데.. 중간중간 여자에 미모에대한 체크는 어김없이 해 놓더군여 =ㅅ=;;
하로동선 2011.01.13 22:35  
제가 님이 쓰신 이모티콘의 의미를 몰라서 그러는데요, 혹시 불쾌하셨다면 죄송합니다. 저도 안좋게 생각하시는 분이 계실 것도 같아서 뺄까하다가 그냥 넣은 거거든요. 제가 솔직히 그렇게 느꼈기 때문에...
지금의나처럼 2011.01.15 21:33  
선생님의 글은 또다른 매력이 있네요. 딸들도 예쁘고.. 제가 울 딸이랑 간다고 썼더니 쵸코님이 아이인줄 알았다가 대학생이라니까 어른이라고 하셨는데.. 저한테는 걍 아이입니다.^^
남들에겐 혼기를 앞둔 처자로 보이겠지만..ㅎ
하로동선 2011.01.16 09:52  
하하.. 그래도 대학생이면 [어른] 같습니다. 그래도 엄마 마음에는 늘상 아이처럼 느껴지겠지요. 좋은 여행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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