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시위 소강 상태의 방콕 기행 제 2일--모르는 사이에 시위 영향권에 들다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2) 시위 소강 상태의 방콕 기행 제 2일--모르는 사이에 시위 영향권에 들다

Cal 12 2949
여행기를 올리는 동안에, 40대의 한국인에게는 전무했던 비극인 세월호 사건이 있었습니다.


(부디 후무하기도 간절히 바랍니다)


한 명이라도 생환하기를 바라며 계속 기도하고 있습니다.


한동안 죄송한 마음에 글을 못 쓰고 있었지만,

이 여행기는 일단 시작한 여행기이니 계속 써 보겠습니다.

어른들의 잘못으로 천국에 간 어린 영혼들에게 정말 미안합니다.


----------------------------------------------------------------------------------------------



이 날은 전날부터 잠을 잘 못 자서 그런지 꽤 잘 잔 것 같네요.. 

아침에는 이동하는 짐을 줄일 겸해서 전날 사온 망고를 먹어 보았는데,

깎을 때부터도 너무나 향기롭고 맛있어서 그 망고를 파신 분이 정말 고마웠습니다. 

다 먹고 난 다음에도 망고의 향기가 방에 남아 있을 정도였습니다. 




이 날은 아침식사를 한 후에 수영도 하였습니다. 

가장 좋았던 것은, 킥보드를 이용해서 물 위를 소금장이같이 유영하는 것이었습니다. 

온 몸에 힘을 쫙 빼고 그렇게 유영하니, 몸의 긴장이 풀려서 참 좋았습니다.

수영하는 동안에는 자꾸 제게 말을 거는 영국에서 온 꼬마 두 명,

그리고 서로 말을 나눈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사람인 부부 등등의 분들을 보았습니다. 

아침부터 햇볕이 강렬해서, 가뜩이나 칙칙해서 걱정인 피부가 더 칙칙해진 것 같습니다.

이 날 이후로, 생전 관심 없던 화이트닝 제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수영을 만족스럽게 하고, 거기에다가 자쿠지와 사우나까지 한 다음에

수영이 끝났으니 이제는 편히 오랫동안 한 자리에 앉아서 쉬고 싶은데

그럴 바에야 지금 버스를 타고 다음 숙소로 이동을 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렉서스 매장 앞에서 버스를 타고 구시가지 쪽에 있는 다음 숙소로 출발했습니다. 

511번은 제가 육교를 건너고 있는데 이미 지나가는 것이 보였고, 한참 기다리니 2번 버스가 와서 그것을 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구시가지에 갈 때에 버스를 이용하겠다고 생각했었던 결정이

그뿐 아니라 에어컨 버스가 아닌 구식 버스를 타겠다고 했던 결정이

아직 안 끝난 시위의 여파를 정통으로 얻어맞는 일이 될 줄은 이 때까지는 몰랐습니다. 


 

제가 버스를 타니, 버스 안의 태국인들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연 긴장을 하면서

저 외국인은 어디로 가는 걸까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민주기념탑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더니 기사분, 안내양 분, 승객들까지 다 안심을 하시길래

이 때만 해도 이 버스가 저를 복권 판매처 앞에 데려다 줄 거라는 것에 대한 추호의 염려나 의심도 없었습니다. 

보베 시장을 지날 때의 교통 체증은, 좀 이상한 일이기는 하지만 뭐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보베 시장을 지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생각지도 못했던 곳에서 버스가 좌회전을 하더니,

이제 금방 나와야 하는 타이항공 건물이 도통 나오지를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 때에 아차 하고 깨달은 것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행을 시작하기 며칠 전에 들었던

[이제 민주기념탑 앞 도로를 시민 여러분께 돌려 드리겠다]라는 시위대의 말이 정말이었다 할지라도,

태국 사람들의 특성상 비상 사태 해제를 그렇게 쉽게 할 것 같지는 않았다는 것이었습니다. 

더구나 그 때는 한낮, 드디어 일반 버스의 위력이 발휘되어

그늘진 쪽에 앉아 있는데도 땀이 뻘뻘 나고 있었습니다. 

정말 절정이렀던 것은, 버스가 생전 처음 와 보는 동네에서 서더니 저보고 내리라고 한 때였습니다. 

민주기념탑은 여기에서 조금 더 걸어 올라가면 있다면서요. 

뭐 방콕에 익숙지 않은 분들은 버스를 탈 리도 없겠지만,

이 동네를 잘 모르는 분이 이런 일을 당한다면 정말 황당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이 2번 버스의 좋은 점이 두 가지 있었습니다. 

하나는 무료였다는 것,

또 하나는 평소에 에어컨 버스를 타느라 보지 못했던 방콕 시내의 경치를

아주 속속들이 잘 보게 해 주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에어컨 버스는 검은색으로 스크린이 되어 있어서 경치를 잘 볼 수가 없습니다)



당황스러움을 이기고 정신을 차려 보니, 제 왼쪽으로 싸오칭차와 왓 수탓이 보였습니다. 

다행히도 여긴 제가 잘 아는 곳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한낮의 시청 앞 광장을, 짐을 든 채로 양산을 받치고 가로질러 갔습니다. 

나중에 생각해 보니 어떻게 그렇게 걸음을 빨리 걸었는지 제 자신을 믿을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이렇게 인내심을 최고로 발휘해서 찾아간 숙소의 문은 설상가상으로 잠겨 있었습니다. 

보안 문제로 그랬다고 하는데, 아무리 밖에서 문을 당겨도 문이 열리지 않아서

이 때에 저를 맞아 준 직원에게 제가 조금 짜증을 내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곧 저를 기억하는 직원이 나타나서 반갑게 인사를 주고받는 바람에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다 서로 반가워서 웃는 분위기가 되어 버렸습니다. 

(이럴 때마다 저는 제가 '착한 여행자'인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고 예상보다 오래 걸려서 온 숙소였지만,

벌써 2시가 넘어서 제가 좋아하는 몬놈솟도 연 시간이고 해서

제가 방콕에서 제일 좋아하는 지역 중 하나인 시청 부근으로 나들이를 나갈 수도 있어서 정말 보람찼습니다. 

이렇기에 제가 시위에도 불구하고 이 동네를 계속 포기하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날 이 동네에서 산 것은 무껍(40), 오리 내장(25), 땅콩(찐 것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볶은 것.  나쁘지 않았습니다.  10), 수박과 파인애플이었습니다. 

이것들은 다음 날 점심 때까지 먹었습니다. 


혹시 여러분은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음악을 듣고 감동해 본 적이 있나요?

이 날의 제가 그랬습니다.

아름다운 석양 한가운데에 있는데, 제 폰에서 영화 [국가대표] OST인 [버터플라이]가 나왔을 때의 감동은 굉장했습니다. 

그 방콕의 아름다운 석양을 이용해서, 늦은 오후에는 사진을 찍으면서 놀았습니다. 


.......여기까지는 정말로 평화로운,

시위의 영향을 정통으로 겪었다고는 하지만 아무리 길어도 고작해야 30분 정도의 교통체증 정도에 지나지 않는 경험만을 한 날이었습니다.


저녁 때에 저는 생각지도 못하던 아주 놀라운 광경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곳에 있다가 보니까 당연히 팁사마이에 가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제게 들었고

저녁 때이니까 거기에 가서 저녁식사를 하자고 길을 나섰던 것뿐이었는데

정말 저는 시위에 대해 무지했었나 보네요. 

제가 방콕에 오기 전에 아속 거리가 막히고, 시암이 봉쇄되고 했다는 일이 어떤 사태인지

이 때까지는 짐작도 못 했었던 것 같습니다. 

민주기념탑 앞에 바리케이드가 설치되어 있었던 것도, 평소보다 교통량이 좀 적어 보인다는 생각이 들어서 5시가 넘어서야 발견하게 된 저였습니다.



제가 숙소를 나와서 팁사마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한 것은 밤 9시 경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때에 저는 바리케이드의 대단한 규모와, 차들이 엎어져 있는 시위 현장을 보고 정말 놀랐습니다. 

관광객들 중 일부가 시위 현장을 지나왔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대체 왜 그렇게 위험한 곳을 가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모르는 사이에 제가 그렇게 하고 있었습니다. 

곳곳마다 군인들이 지키고 있었는데, 아무것도 모르고 한들한들 여행객 모드로 걷고 있는 저를 보고

그들은 주의를 주고 싶은 마음도 없어진 듯한 표정을 하고 있었습니다. 

 

민주기념탑 이전의 도로는 평소의 모습을 상상할 수 없이 한가했습니다. 

팁사마이에 갈 때마다 교통량이 너무 많아서 길을 건널 때에 정말 긴장을 많이 하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딴판이었습니다. 

때를 만난 듯한 아이들이 광속으로 자전거를 타고 떼지어 지나가고 있었습니다. 

가끔은 자전거를 탄 관광객 떼도 보였습니다. 

시청 앞도, 평소에는 에어로빅을 하는 시민들과 어울려 노는 청소년들로 늘 활기찬 곳이었는데,

이번에는 거의 군인들만 돌아다니고 있었습니다.



팁사마이 자체도,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휴업중이었습니다. 

너무나 조용하고 어두워서, 제가 혹시 집을 잘못 찾아왔나 했습니다. 

그 옆의 팟타이 집에서는 영업을 하고 있었고 사람들도 꽤 있었는데,

팁사마이에서 40밧 하는 팟타이를 80밧까지 올려 받는 실력 없는 집의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아서 그냥 돌아왔습니다. 

오는 길에는 몬놈솟에 들러서 식빵과 그린티 푸딩을 샀는데,

그 집 총각이 저를 알아보고 오늘 여기에 두 번째 오는 것이 아니냐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2006년부터 계속 여기에 왔었으며, 오늘은 두 번째가 맞긴 하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저는 몬놈솟의 밀크 푸딩이 방콕의 5대 음식 중 하나라고 늘 주장해 왔는데

이번에는 새로 나온 그린티 푸딩이 참 맛이 있었습니다. 

점심 때에 몬놈솟에서 산 차옌 한 컵과, 우유, 그린티 라떼는

다음 날까지 세븐일레븐에서 산 얼음을 이용해서 계속 먹었습니다.



, 이번 여행에서 새로 알게 된 것이 있습니다. 

조경규씨의 [오무라이스 잼잼]이라는 만화에서 말하기를,

맥도날드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그 나라에 특화된 메뉴를 한 가지는 만든다고 합니다. 

웹툰을 보고 궁금해져서 일부러 사진을 찍으러 맥도날드에 들어가서 확인해 본 결과

태국에서는 그것이 [맥카오]라는 메뉴였습니다.

우리나라는 그 특화 메뉴가 불고기 버거라고 들었습니다.


12 Comments
앙큼오시 2014.04.27 02:00  
맥도날드 특화메뉴는 맥카오....엿던가요;
콘파이인지 알고있었던 1인...ㅌㅌㅌ
어떤맛이려나 .....살포시 기대가...
현재는 저정도는 아니고 판파쪽에만 차단되어있습니다아..
Cal 2014.04.27 02:13  
아, 맞아요!  집중적인 특화메뉴뿐 아니라 파이나 디저트 종류도
나라마다 약간씩 다르긴 하다고 해요.
제 짐작으로, 맥카오는 닭튀김+바질+계란프라이 덮밥인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아직도 판파 쪽은 차단되어 있나요?  운하버스가 다니기는 하나요?
앙큼오시 2014.04.27 02:21  
네 다닙니다.대신 판파앞으로는 차가 막혀있어서 걸어가거나 브라운슈가쪽으로 우회해서 가야합니다.
Cal 2014.04.28 16:32  
그렇군요.  저도 그 때에 한 번 판파 쪽으로 더 진입해 볼 걸 그랬네요.
디아맨 2014.04.27 10:48  
오시님 콘파이 여행기에  딱 콘파이만 먹고온..1인추가요^^
Cal 2014.04.28 16:31  
그거, 맛있나 보네요!  저는 동남아 여행 때에는 다국적 프랜차이즈 기업에 웬만해서는 안 들르는데, 한 번 맛보고 싶어집니다.
디아맨 2014.04.28 18:38  
1번은 먹어볼만해요.. 바삭한 껍질에 따뜻하고 부드러운 콘크림..
근대 느끼해요 ^^;;
곰돌이 2014.05.02 19:28  
Cal  님의 여행기를 읽으면,

제가 여행하는 기분이 듭니다.

가시는 상황을 조근조근 실감나게 써 주셔서 ^^*
Cal 2014.05.04 21:06  
오, 그런가요?  감사합니다! 
누군가가 제 글이, 살은 먼저 먹어 버리고 뼈다귀만 늘어 놓는 글 같다고 하던데.......
유마인드 2014.05.15 16:15  
오늘 민주 기념탑 부근 노숙하더 시위대에 테러가 있어서 2명이 죽었던데.. 걱정이네여
8월달에 가려고 일정을 잡았는데.. 7월 선거 있다고 하니,, 또 시끄러워지는건 아닐런지
공심채 2014.06.08 14:18  
맥도날드 지역 특화 메뉴라고 해서 '버거 종류인가?'라고 생각했다가.. '카오'가 그 카오였군요.. ^^;
Cal 2014.06.11 12:40  
그러게요, 진짜 '카오'더군요.
포토 제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