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시위 소강 상태의 방콕 기행--제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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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시위 소강 상태의 방콕 기행--제 1일

Cal 14 3427

올해 3월의 여행 당시에 썼었던 기행문인데, 올려봅니다. 

이 여행은 어느 날 갑자기, 비행기표 가격이 싸도 너무나 싸길래 다녀온 여행이었습니다.

(택스 포함 20만원대였다고 기억하고 있어요)

시위 소강 상태인 3월 초였는데, 여행 초반 때에는 시위의 영향을 전혀 못 느끼면서 잘 지내다가

뜻하지 않게 시위의 영향을 정통으로 겪은 날도 있었습니다.

우선 1일치만 올려보겠습니다(팁 위주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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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의 비행기는 오전 8시경에 출발하는 비행기였습니다.

이렇게 아침 일찍 출발하는 비행기를 타 본 적이 처음이고,

비행기 출발 3시간 전은 공항철도도 운행을 안 하는 시간이라서 그냥 집 앞에서 출발하는 공항버스를 타고자 했는데

공항버스 노선을 새벽부터 검색해도 계속 [운행 안 함]이라는 메시지가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확신이 가지 않았지만 그냥 운행하는 것으로 믿겠다고 생각하고 집을 나섰더니,

제가 버스정류장에 발을 디디고 나서 얼마 후에 버스가 도착하는 것이었습니다.

새벽 4시 45분, 공항버스 도착 3분 전에 제가 정류장에 도착한 것이었습니다. 

정말 타이밍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하여 공항에 무사히 도착했고, 아침부터 목이 말라서 물을 사려고 했는데,

1층의 편의점은 서울 시내의 편의점과 가격은 물론 세일하는 물품까지도 같더군요. 

나중에 보니 공항 3층의 농산물 코너에도 물을 팔긴 파는데 1층 편의점보다 50원 비쌌습니다.


이번에는 오랜만에 자동출입국 심사의 혜택을 톡톡히 보았습니다. 

아침에는 의외로 심사장을 일부만 열어 놓다 보니, 오랜만에 심사장에 길게 줄 서는 광경을 볼 수 있더군요. 



이번 진에어를 타면서 알게 된 것은

 40번 줄은 비상구 바로 앞이라 자리가 제껴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번호는 기억 안 나지만 비행기의 맨 뒷자리도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쾌적하고 기분 좋은 비행 끝에, 우리 비행기는 생각보다 좀 일찍 도착해서 11시 반에 방콕에 착륙하였습니다. 

이렇게 아침 시간에 방콕에 도착한 적이 없었는데, 오전에 온 승객들이 입국심사를 받는 줄은 정말 길었습니다.

저는 대부분이 러시아인인 한 떼의 승객들에 둘러싸여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이 때에 좀 별스러운 일 한 가지를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에 마침 on duty를 시작한 입국심사관이 있었는데, 갑자기 [당신부터 이리 오라]라고 줄 중간쯤 있는 저를 먼저 부르는 것이었습니다. 

이 분이 정말 재미있는 것이, 제 입국 사진을 찍은 것을 제게 보여 주면서 사진이 당신 마음에 들게 찍혔느냐고 묻더니,

혼자 여행을 왔으면 심심하지 않겠느냐고 물어 보시는 것이었습니다. 

흔히 말하는 [수작]같은 느낌은 들지 않는, 친절의 범위를 벗어나지는 않는 행동들이었지만

저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그런 입국심사관은 처음 봤습니다. 

당황했다기보다는, 그 분께서 제 시간을 많이 절약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사실은 귀국 때의 수완나품 공항에서도, 일의 성질은 다르지만 시간이 절약된 뜻하지 않은 사건이 있었습니다)


아침에 집 앞에서 공항버스를 타는 것도 유난히 시간을 잘 맞추어서 탔지만,

제가 ARL 플랫폼에 도착하니 12시 반에 출발하는 공항철도가 그 때에 막 들어오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정식 랜딩을 11 20분에 했던 것을 생각하면

정말 빨리 공항에서 나올 수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저는 예정했던 대로 순조롭게 파야타이 역에서 bts를 타고 예약했던 호텔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아속사거리의 호텔이었는데, 아속사거리가 평소와 하나도 다른 점이 없어서

몇 주 전만 해도 그 곳이 얼마나 시위 때문에 난리였는지 전혀 몰랐다는 것이 지금 생각해도 좀 우습습니다.


이번 여행에서 과일 쇼핑을 가장 성공적으로 할 수 있었던 곳은

짐 톰슨 앞의 방짝 시장이었다고 기억합니다.

방짝 시장에 들른 것도 오랜만이라서 정말 정겨운 느낌이 있었습니다. 

열심히 세수하는 고양이도 사랑스러웠고, 제가 지금 방콕에 있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한참 후의 이야기이지만 맨 마지막 날에 이 방짝 시장 덕을 톡톡히 보게 된 것도 정말 감사한 일이었습니다. 

이 날은 우선 맛있는 망고 1킬로를 50밧에 샀습니다.

마지막 날에도 이 아주머니께 들렀는데, 저를 기억하고 있다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이렇게 여기저기 구경을 하다가 목이 말라서 터미널 21 pier 21에 가서 라임 주스를 마셨는데,

가격도 그리 싸지 않으면서(25) 왜 그렇게 짜고 단지, 먹다가 신경질이 솟구쳐서 그만 버려 버렸습니다. 

방짝 시장에서 제가 매우 좋아하는 남 마나오 빤 아주머님은 여행 넷째 날에야 겨우 다시 찾았는데,

첫날 그 시장에 갔었던 때부터 찾을 수 있었더라면 더 싸고 맛있고 제가 좋아하는 라임 주스를 먹을 수 있었을 것이었습니다. 

이 맛없는 라임 주스 덕분에, 터미널 지하층에서 파는 병풀 주스를 오랜만에 사서 먹을 수 있었던 것은 좋았습니다(39). 


이번에 선택한 호텔은 저로서는 두 번째 묵게 되는 호텔이었는데

저번 방에서는 TV USB 리딩이 되었던 것 같거든요?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리 찾아봐도 그게 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에서 한 번 보았던 대로, 폰을 밑이 둥근 컵 안에다 넣고

그것을 다시 둥근 보울 안에 넣어서 소리를 증폭시켜 보았습니다. 

이것이 정말 효과가 있더군요! 

이곳에 묵는 동안, 더 특별한 음향 장비 없이 이것만으로도 훌륭한 음악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렇게 방 안에서 음악을 많이 듣다 보니,

정작 밖에 다닐 때에는 집중할 것들도 많고 해서 굳이 폰을 가지고 다니려고 하지 않았는데,

왜 제가 로밍도 안 된 폰이라도 늘 가지고 다녀야 한다고 준비물 리스트에 써 놓았는지 그 날 저녁에 다시 깨닫게 되는 일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중에 이야기하겠습니다.


여행 중의 노트: 시암 스퀘어 3번 쪽의 세븐일레븐은 음료수를 팔지 않습니다.  차옌 먹고 싶었는데, 그냥 물 먹었습니다.


이번에 보니 방콕 지상철에도 스크린이 설치되었는데, 아직 본격적인 운용은 안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만 광고판으로는 아주 잘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방콕의 지상철 광고는 체류 기간 동안, 거의 욀 때까지 여러 번 보게 됩니다. 

이번에 기억나는 것은 소시지를 서로 먹겠다고 싸우는 광고,

한 집안이 경품으로 멋진 자동차를 받는 광고,

마일로를 먹였더니 축구도 잘 하고 성품도 멋진 아이로 자란다는 광고,

무슨 흡혈귀들 나오는 광고(이건 이해를 못 했습니다),

어떤 예쁜 아가씨가 땀에서 번식하는 박테리아를 BE Nice로 박멸하는 광고 등등이었습니다.


2014년은 청마의 해인데, 시암 파라곤 정문에, 그리고 파라곤의 사방에는

왠지 빨간 말들의 무리가 히히힝거리고 있어서 매우 신기했습니다. 

파라곤에 갔었던 이유는 이곳에 생겼다는 나라야의 플랙샵을 보기 위해서인데,

좀 더 고가 라인임은 분명한 것 같지만 별로 관심은 안 생기더군요.

요즘 나라야는 데님 제품을 주로 밀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데님을 참 좋아하는데, 아직 한 제품도 안 사 봤습니다.


파라곤을 지나다니다가 아래에 올려놓은 사진들 중 하나인, 태국어로만 된 안내판을 보면서

이게 혹시 헤르만 헤세 동호회 광고인가 했는데,

잘 생각해 보니 이것은 일종의 국왕 서포터즈 같은 광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국왕과 헤르만 헤세의 실루엣이 비슷하다는 것은 처음 안 일입니다.


호텔로 완전히 귀가하기 전, 원데이 패스의 본전을 뽑기 위해 우돔숙 시장에 들러 보았습니다. 

10시가 넘은 시각이었는데, 벌써 완전히 파장 분위기였습니다. 

주인들이 떠난 빈 자리들을 고양이들이 쌍쌍이 지키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늦은 시간에도 장사를 하시는 분들이 있어서 옳다구나 하고 닭 내장을 먹으려고 했는데,

그 때에 번역기의 부재를 깨닫고 제가 폰을 늘 가지고 다녀야 하는 이유를 알았습니다. 

이 이후로는 한 번도 폰을 안 가지고 나가는 일이 없었고, 폰은 그 때마다 자신의 역할을 다했습니다.


그런데 이 날 밤의 마실에 톡톡히 소득이 있었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방콕에서 마셔 본 중 가장 맛있었던 남 마나오 빤을 만드시는 분을 다시 찾은 것이었습니다. 

이 분은 주로 타이 차 전문이라서 라임을 취급하시기는 하지만 그렇게 많이 취급하시지는 않는데,

일단 주문을 한 번 받으시면 라임을 짜는 것부터 시작서 정말 온갖 정성을 기울이십니다. 

라임도 다른 곳보다 훨씬 더 많이 넣으십니다. 

 다 만드시고는, 들고 갈 수 있도록 예쁜 비닐 손잡이도 달아 주십니다. 

이 분을 다시 찾게 되어서, 이번 체류 동안 자주 갔습니다. 


이 날 정말 고생한 것이 따로 있었습니다. 

바로 제 발입니다. 

나중에 말씀드릴 수 있을는지 모르겠지만, 저의 발은 이번 여행 때에 여러 가지로 고생을 정말 많이 했네요. 


오늘의 교훈: 아무리 편한 크록스도, 새로 샀을 때에는 역시 길을 들여야 한다.


14 Comments
jel753 2014.04.13 23:15  
휴대폰 음향 증폭 방법을 들어 본것 같은데 저렇게 하는거군요
기행기 재미있게 읽고 갑니다
다음편 기다릴께요
Cal 2014.04.27 01:51  
사실은 저도 지금까지 필요성을 못 느껴서 안 해 봤던 것인데
저것이 정말 효과가 있더라고요!
컵하고 보울이 다 있는 경우에는 저렇게 하시면 소리가 더 좋아집니다.
sarnia 2014.04.14 04:29  
수안나품에 제일 일찍 도착한 시간은 오후 한 시 정도..
아침 9 시 반에 출발하는 타이항공이었던것 같아요.
저는 한국도 그렇고 태국도 그렇고, 이 두 나라 입국심사관들하곤 무슨 말을 나눠 본 기억이 없어요.
싱가포르는 인사도 하고 사탕도 주던데요.
Cal 님이 호감이 가는 인상이어서 그랬는가봐요.
다음편 기다립니다..
Cal 2014.04.27 01:52  
Sarnia님께서 늘 그렇게 좋게 말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생각에는 온통 서양인 속의 동양인이라서
팔이 안으로 굽지 않았나 합니다.
필리핀 2014.04.14 07:28  
오우~ 세세한 필치의 여행기... 좋아요~ 좋아요~ ^^

근데 묵으셨던 호텔 이름이 무언가요???
Cal 2014.04.27 01:53  
그 인기많은 센터포인트 아속 at Terminal 21 입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다 빼고 줄거리만 남겼는데도 그렇게 말씀해 주셔서 안심이 되네요!
ㅇㄹㅇㄹ 2014.04.27 10:15  
저도 방콕 여행 준비중이라 재미있게 읽어봤네요!

시위 걱정안해도 되겠죠..??
Cal 2014.04.28 16:29  
제가 단언할 수는 없는 문제이긴 하지만, 무사히 다녀오시기를 기도합니다.
물고기날다 2014.04.27 18:11  
cal님 닉네임 보고 반가워 클릭했습니다.
저도 올해부터 자동출입국 신청해서 사용하고 있는데
정말 편한거 같아요. 스탬프...는 조금 아쉽지만요 ㅋㅋ
Cal 2014.04.28 16:30  
오, 그러시군요!  저도 똑똑한 제 친구 덕에 2006년부터 신청해서 써 왔는데, 정말 편하더라고요!
(제가 뭐라고 반가워해 주시다니, 감사합니다!)
곰돌이 2014.05.02 19:21  
오... Cal 님의  조근조근  여행기

다시 보게 되네요 ^^*

Cal  님께서 평소에 선행을 많이 하시니....  복을 받으시나 봅니다^^
Cal 2014.05.04 21:05  
그러면 [묻고 답하기] 게시판에서 늘 친절하게 댓글 달아 주시는 우리 곰돌이님께서는
태국에 도착하시자마자 런닝맨급 환영 인파가 맞아 드려야 마땅합니다.
공심채 2014.06.08 13:49  
한동안 여행후기 게시판을 안 들어오다보니 Cal님 글 올리신 것도 몰랐네요. 언제나처럼 좋은 글 감사합니다~
Cal 2014.06.11 12:30  
공심채님께야말로 감사합니다.  제 글이 뭐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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