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 추석- 혼자 가는 코사무이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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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추석- 혼자 가는 코사무이 4

혜은이 8 2464
 

청승이다!

택시비 500밧 아껴서 구리치 리조트에서 마사지 받는데 보태려던 생각이었는데 비 때문에 아주 청승맞게 되었다

차웽을 벗어나면서 점점 빗줄기가 굵어지더니 프로그 레스토랑을 지나면서 억수처럼 퍼붓는다

다행히 내릴 즈음에는 비가 좀 약해지기는 했지만..

어제 라마이 다운타운에서 내린 사람은 20밧을 냈는데 나도 20밧을 내니까 50밧이란다

왜???

비가 와서 그냥 줬다


비를 맞으며 트렁크를 끌고 구리치 리조트로 가니 입구에 있던 경비원들이 놀라서 묻는다

“구리치에 오셨나요?

“네”

“정말 구리치에 오셨나요??”

그렇다..

비를 쫄딱 맞으며 트렁크를 끌고 있는 나의 행색은 구리치에 어울리지 않았다


구리치는 평화롭고 고요한 곳이었다

계단을 올라 건물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알츠에서 며칠동안 뽀족하게 곤두서있던 신경이 순식간에 무장해제가 되었다

이제야 비로소 휴가를 온 느낌이다

너무 좋다 ^^

역시 돈이 좋구나 히히..


웰컴 음료를 마시고, 방을 안내받았다
그사이에 비는 그쳤다

방에서 여기 저기 다니면서 친절하게 설명을 해준다

대충 짐을 정리하고, 늦은 점심을 먹었다

룸서비스를 시킬까 하다가.. 짐을 좀 줄일 목적으로 서울에서 가져간 컵라면을 해치웠다

비행기에서 챙겨온 김치랑 먹으니 진짜 꿀맛이다

웰컴 과일로 나온 바나나도 하나 먹고..

비를 맞았기 때문에 샤워를 했다

지붕 없는 샤워실에서 샤워를 하니 마치 자연에서 샤워하는 느낌..

묘하다 ㅋㅋ..


리조트 내의 유일한 식당인 CHA 레스토랑과 수영장 등을 둘러본 후 구리치 리조트의 명물인 데크를 구경했다

사진도 찍고..
바다를 보며 한동안 멍 때리기..

7:19분에 등 날리기 행사가 있다고 해서 리셉션이 있는 건물로 갔다

근데 오늘은 바람이 너무 불어서 등을 날릴 수가 없어서 랜턴으로 대신 한단다


리셉션 앞에 정사각형 연못 같은 것이 있는데 바닥에 조명을 설치해 놓았다

뉴에이지스러운 음악과 함께 ceremony가 진행되는데 무척 인상적이다.

투숙객들(나만 빼고 모두 서양 사람들)은 여기 저기에서 플래쉬 터트리며 사진을 찍고.. 난리가 났다

하지만 그 고요한 모습을 플래쉬 터트려가며 사진을 찍는 것은 정말 분위기 깨는 짓이다

나는 그냥.. 마음에 담았다..

하지만 똑딱이 카메라가 아니라 제대로 된 카메라가 있고, 삼발이와 릴리즈가 있다면 도전해보고 싶을만큼 아름다운 장면이었다


CHA 레스토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똠양꿍, 소고기야채볶음, 모히토를 시켰다 택스 포함 총 820밧

밥은 서비스로 제공되는데 그날 저녁 식사는 사무이에서 일주일동안 먹은 음식중 3번째로 맛있었다

국물이 맑은(코코넛밀크인가 그걸 안넣은듯) 똠양꿍도 좋았고, 소고기야채볶음이 아주 맛있었다

소스에 밥을 비벼서 깨끗하게 다 먹었다


저녁이 되니 방이 어두워서 책을 읽기가 곤란하다

작은 책상 위에 독서등이 있기는 한데 의자에 앉아서 읽어야 하기 때문에 패스..

리셉션에 가서 DVD를 빌려봤다

코코샤넬..


샤넬은 애연가였나 보다..

수시로 담배를 핀다

심지어 재단하는 동안에도 담배를 물고 있다 -.-;


초기에 남자한테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모습은 보기에 안좋았다

요즘 소위 말하는 “스폰”

샤넬이 성공할수 있었던 것은 물론 재능도 있었지만 좋은 후원자를 만났기 때문이라는게 좀 씁쓸했다

하긴.. 그런 일은 국가고시에 합격하면 어느 정도 미래가 보장되는 그런 종류가 아니니까.. 고아에, 돈도 없고, 빽도 없는 여자가 성공하려면 어쩔 수가 없나보다

어쨌든, 마지막 장면의 하얀 샤넬슈트와 긴 진주목걸이는 정말정말 탐났다

그렇게 입으려면 최소한 2천만원은 들겠지.. ㅋㅋ..


구리치의 침구는 아주 포근하고 아늑했다

고급 호텔에 별로 다녀보지는 못했지만 암튼 이제까지 내가 묵었던 숙소 중 최고였다

너무 행복하다 ^^



아침에.. 새소리에 잠에서 깼다

포근한 침구와 새소리..

아웅~~ 너무 좋다 ^^


하늘이 보이는 샤워실에서 자연(?)과 함께 샤워를 했다

좋아 좋아.. ㅎㅎ..


아침 먹으러 갔는데 어제 저녁을 먹었던 CHA 레스토랑이다

메뉴 자체는 그닥 인상적이지 않았지만 디스플레이를 예쁘게 해놓았다

예를 들어, 미리 만들어 놓은 샐러드가 3종류 있었는데 위스키잔에 앙증맞게 세팅해놓았다

자리에 앉으면 작은 컵에 수제 요구르트를 준다

딸기맛과 매운(?) 망고맛 중에 하나를 고를수 있다(물론 다른 곳의 조식 뷔페처럼 몇가지 요구르트와 무슬리가 따로 세팅되어 있다)

늘 마시는 아메리카노 말고 카푸치노를 주문해서 먹었다

에어컨은 없지만 사방이 뚫려 있어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바다를 보며 맛있게 먹었다

  

밥 먹고 데크를 산책했다

그 후에는 하루 종일 썬베드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구리치에서 읽은 책은 “제국의 황혼”이다


1909. 8 ~ 1910. 8까지 대한제국 최후의 1년 동안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일들..

정치적으로, 사회적으로, 문화적으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여러 명의 전문가둘이 자기 전공 분야에 대해 쓴 글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왕실의 귀족들과 고관들은 어떻게 하면 자기들의 안위를 유지할 수 있을지가 가장 큰 관심사였던 반면에, 지방의 뜻있는 선비나 양반들은 사재를 털어서 의병을 일으키고 교육에 힘썼다고 한다

정치가 시원찮으면 결국은 애꿎은 일반 백성들만 죽어 난다

이건 옛날이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

알츠에서는 마사지 받고 요가하러 다니느라 책 읽을 시간이 별로 없었는데 구리치에서는 달리 할 일이 없으니 두꺼운 책인데도 진도가 술술 나간다


점심 때가 됐는데 옷 갈아입고 리조트 밖으로 나가기가 귀찮아서 그냥 CHA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땡모반과 내가 좋아하는 얌운센을 시켰다

밥은 서비스로 준다

얌운센을 스파이시하게 해달랬는데 정말정말 매웠다

이제가지 먹어본 얌운센 중에 제일 매웠다

하도 매워하니까 직원이 와서 괜찮냐고 물어볼 정도로.. ㅋㅋ..

그래도 아주 깨끗하게, 남김없이 다 먹었다 (오징어랑 팍치는 빼고)

매워서 후식으로 망고밥을 먹었는데 양이 정말 새 눈물만큼이다 -.-;

아쉬워서 코코넛밀크를 더 달래서 듬뿍 뿌려서 먹었다

세금 포함 총 540밧인데 택시 타고 밖에 나가서 먹는 것과 비교해도 큰 차이가 없을 듯하다


오후에도 썬베드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읽었다

입이 심심해서 탑스에서 사온 매운맛 타로어포를 먹었는데 글쎄..

타로어포가 왜 태사랑 회원들의 인기품목인지 잘 모르겠다 -.-;;

나는 역시 미맹인가??


늦은 오후에는 라마이 비치를 따라 산책을 했다

남쪽으로 내려갔다가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서 바나나비치 리퍼블릭 리조트를 잠깐 구경했다

여기는 구리치보다 훨씬 연령대가 젊은 것 같다

풀사이드에서 들리는 음악도 쿵짝쿵짝~~ 아주 신난다 ^^

구리치는 음악도 조용하고 정적인 것만 틀어주고, 거의 커플 분위기이며, 가족도 드물다(2팀정도?

혼자 온 사람은 물론! 나밖에 없다 ㅋㅋ..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바나나비치 리퍼블릭에도 묵어보고 싶다


산책을 마치고 돌아오니 비가 한방울씩 떨어진다

직원들은 썬베드를 철수하는 분위기이다

아까비.. ㅠㅠ

방으로 올라가서 베란다에 있는, 큼직한 소파인지 데이 베드인지에서 뒹굴거리며 책을 계속 읽었다

웰컴 바나나 남은 것도 먹고..


7시가 넘었는데 오늘은 비 때문에 역시 등 날리기를 못한다고 했다

어제처럼 연못 바닥의 랜턴으로 대신했는데 아쉬웠다

등 날리기 행사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그거 보기 위해서라도 한번 더 가야할 듯..


8시에 타이 마사지를 예약해놔서 저녁을 후딱 먹었다

내가 사랑하는 쏨땀, 새우 타마린드 어쩌고 요리, 피나콜라다를 시켰다

밥은 역시 서비스로 나오고 총 840밧

쏨땀은 아무래도 서민 식당에서 먹어야 제 맛이 나는 것일까??

스파이시하게 해달랬는데 매운 맛도 부족하고 암튼 뭔가 부족했다

피쉬소스를 적게 넣었나??

치아교정 중이어서 딱딱한 것은 먹기 힘든데 땅콩이 너무 많았던 것도 괴로왔다

쏨땀은 거의 남겼고 새우요리랑 밥을 먹었다


구리치에는 CHA SPA가 있는데 저녁시간에는 30% 프로모션이라길래 타이마사지를 받았다

나는 매일매일 마사지를 받고 싶은 뇨자니까.. ^^

1.5시간에 2400밧인데 할인해서 1900밧 정도 나왔다

구리치에 올 때 썽태우 타고 청승떨면서 아낀 택시비를 마사지에 보탰다 ㅋㅋ.. 


로비층에서 한층을 내려가서 미로같은 곳을 지난다

뭔가 은밀하기도 하고.. 약간 무섭기도 하고..

발을 씻어주는 것부터 역시 다르기는 다르다

릴리와디에서는 건성으로 씻어주는데 여기는 발 씻는 것부터 돈 값을 하는 듯..

마사지를 받았는데 젊은 아가씨가 실력도 있고 열심히 한다

다 좋았는데..

내가 싫어하는 동작이 있어서 약간 감점! 

등을 꼬집는 것같은 동작이었는데 이제까지 타이마사지를 100번쯤(?) 받아봤지만 거기에서 처음 경험했다

내 등이 두꺼워서 그런지 몰라도 그 동작은 아프기만 하고 장난치는 것 같아서 싫었다 ㅠㅠ

타이마사지 받으면 대개 팁을 50밧 주는데 이런 데서는 너무 적은 듯하여 100밧을 주긴 했다

하긴.. 잔돈이 하나도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등을 자꾸 꼬집어서 50밧만 줄 생각이었는데 -.-;;


마사지를 받고 방으로 오니 10시가 넘었다

샤워하고 정리 좀 하니 거의 11시..

하루종일 한 일이라고는 책 읽고, 산책하고, 먹고, 마사지 받은 게 다인데 왜 이렇게 졸리는지..

리셉션에서 캐리비안의 해적 DVD를 빌려오긴 했는데 그냥 잤다

포근한 침대..

좋아 좋아.. ^^


아침에.. 

뭔가 사각거리는 소리에 잠을 깼다

베란다 문을 열었더니 부드러운 바람이 분다

나를 깨운 그 소리는 바람에 나뭇잎이 살랑대는 소리였다

바람에 하늘거리는 커튼을 카메라에 담으려고 여러 각도로 노력하였으나.. 포기..


씻고 아침을 먹었다

오늘은 카페라떼를 주문했다

카푸치노보다 이게 좀 더 나은 듯..

어제는 몰랐는데 에그 스테이션에서 오믈렛이나 계란 후라이 뿐만 아니라 볶음밥도 만들어 준다

금방 만든 볶음밥을 프릭키누(?) 피쉬소스를 뿌려서 맛있게 먹었다

볶음밥에 소스 뿌려먹는 것은 김우영님의 후기를 보고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시도한 것인데 그냥 먹는 것보다 훨~씬 더 맛있다

이제부터는 태국에서 볶음밥 먹을 때는 항상 프릭키누+피쉬소스와 함께.. ^^ 


체크아웃 할 때까지 오전 내내 썬베드에서 또 책을 읽었다

책이 굉장히 두껍기 때문에 짐을 줄이기 위해서 책을 다 읽고 구리치에 donation하려고 했는데 아직 덜 읽었다 -.-;

아마리에 간다니까 리조트 택시를 타고 가는게 어떠냐고 한다 500밧

속이 좀 쓰렸지만 구리치에 들어올 때와는 다르게 나갈 때는 우아하게 나갔다


<사진 설명>
1. 구리치 리조트의 웰컴 과일
2. 장난으로 찍어본 내 발 ㅋㅋ.. 사진 윗 부분에 데크가 살짝 보인다
3. 구리치의 CHA 스파. 발 씻어주는 세팅
4. 커튼의 움직임을 포착하여 살랑이는 바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려 했으나 실패 -.-; 
5. 구리치에서 읽었던 책

8 Comments
필리핀 2011.10.02 23:42  
타로어포... 솔직히 맛은 별로인데
태국을 상기시키는 거라서
인기가 있죠~ ^^*
혜은이 2011.10.04 00:05  
아.. 그렇군요 ^^
남들은 다 맛있다길래 내가 맛을 잘 못느끼나보다 생각했었어요 ㅋㅋ
구리오돈 2011.10.03 09:23  
커피도 안마시고,
책읽는 것 무지하게 싫어하고...
싼곳만 좋아하는 구리오돈과는...
완전 극과 극이라서 더 재미있네요.
혜은이 2011.10.04 00:07  
재미있게 읽으신다니 다행입니다 ^^
근데 저는 구리오돈님 후기가 더 재미있던데요 매번 새로운 내용이 나오잖아요 저로서는 상상도 못할..
남의 떡이 커보이는걸까요ㅋㅋ..
구리오돈 2011.10.04 11:47  
어제 난생처음...스타벅스커피를 마셔봤습니다.
스타벅스 매장에도 처음 들어가 본 것 같아요.
카라멜마끼야또를 먹었는데...그냥 요구르트 먹을 껄...후회했답니다.
역시...자기가 좋아하는 거 먹어야 되요.
혜은이 2011.10.04 15:49  
저도 스타벅스는 별로 안좋아합니다 제 입에는 좀 쓰더라고요..
하루라도 커피를 안마시면 머리에 쥐가 나는 사람이 아니라면 이제와서 일부러 맛들일 필요는 없을것 같습니다 커피보다는 몸에도 좋은 요구르트를.. ^^
positano 2011.10.04 09:35  
한국에선 라면을 싫어하는 편인데도 여행가서 호텔음식이 지겨울때 나가기 귀찮을때 한번정도는 편리한것 같아서 요즘엔 한두개씩 가지고 다녀요. 특히 여행 말미에 들어서면 더 귀찮아 지는 듯 ㅎㅎ 어포 매운맛은 저도 별로더라구요 ㅎㅎ
혜은이 2011.10.04 15:51  
네 저도 여행이나 출강갈때 두개정도 꼭 챙겨갑니다 ^^
근데 이번에 똠양꿍맛 컵라면을 먹어보니 가져가는걸 한개로 줄이던지 아니면 태국이라면 미리 챙길 필요없이 그냥 가서 현지조달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맛이 괜찮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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