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영감 카오산 갔던 이야기 4 (높은 사람 지나간다)
동대문에서 김치말이를 먹고 기운이 난 나는
어제 담벼락만 실컷 구경한 왕궁에 오늘은 가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그런데 어제 그 무시무시한 길을 또 건널 용기는 없으니 어딘가 좀 멀리 내려가보면 건너는곳이 있겠지
한번 찾아보자 하고 생각하면서 큰길쪽으로 걸어나갔는데...
그런데...
어째 분위기가 이상하다.
뭐야 싶어서 살펴보니 그 넓디넓은길을 왕복차선을 다 막아놓아 도로에 차 한대 없는데
경찰차들만 쫙 깔려 있었다.
나는 뭐 높은 사람 지나가나분데 그렇다고 왕복 차선을 다 막을건 뭐야 생각하며 인도로 나가는데
뭐야 인도에도 사람이 없는것이다!!!
이건 마치 SF영화에 주민들이 몽땅 증발해버린 도시의 한장면 같은
그런 상황이 시방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었다.
당황해서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길 한복판에 서있던 경찰관이 나를 가르키며 호각을 불면서 자꾸만 뭐라고 소리치는것이었다.
뭔말인지 알아들을수는 없지만 표정을 보아서는 <영감탱이 뒤질래?> 하는것 같아 잔뜩 쫄아 있는데
누군가가 내 팔을 잡더니 바로 옆에 있는 풍산금속 정문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이 회사는 정문에 Siam-Poong San Medals 어쩌고 써놔서 내가 그냥 풍산금속이라고 외워버리고 있는건데
실제로 무슨 공장인지 회사인지는 내가 알리없다. 어쩜 무슨 관공서인지도...
어쨋거나 정문안에 들어가니 시민들이 수십명이 모여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건데 태국은 <높은 사람>말고 <아주 아주 높은 사람>이 지나가면 인도에 있는 사람들도 골목길이나
아니면 가까운 건물안으로 들어가있어야 된다고 하는것 같았다.
한참 있으니 오토바이 부대가 지나가고 뒤이어 까만 차들이 몰려 오는데 열대정도가 시속 200키로
정도로 쏜살같이 지나갔다.
그런데 차가 지나가고도 금방 길에 못나오고 한참있다가 경찰들이 나오라해야 나갈수 있는것이었다.
그래서 마침내 천하의 궁금이 노인네는 참지 못하고 주위사람들에게 방금 누가 지나간거냐고
엉터리 영어를 줏어대며 물어보았지만
아...
태국사람들은 아무도 내 엉터리 영어를 알아듣지 못하고
겨우 알아들은 외국인들은 아무도 누가 지나간건지 모르는 것이었다.....
그때!!!!!!!!!
50살쯤 되어 보이는 태국인 한 사람이 자기가 나에게 말해주고 싶은데 뭔가 생각이 안나서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우물우물 하더니 마침내 말하였다.
"King Son"
<후기>
나는 왕궁이니 당연히 왕과 그 가족들께서 왕궁에 사실것이고
이 King son 인지 Prince인지 하는분도 왕궁 방향에서 차가 와서 지나갔으니 당연히 왕궁에서 차를타고 나왔겠지
생각했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태국 국왕님은 이곳 왕궁에 사시지않고
따라서 왕자님도 어딘가 다른곳에서 그냥 내앞으로 지나간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