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09년 7월의 에피소드(태국에서 만난 리버풀FC-2)

홈 > 여행기/사진 > 여행기
여행기

※첫번째※ 09년 7월의 에피소드(태국에서 만난 리버풀FC-2)

6공병 16 2134

몇편에 걸쳐쓰기가 힘들어서 에피소드별로 쓰려는데도 2편쓰기가 여의치 않네요.
이놈의 게으름병...
태국놀러갈 준비하는것만 신나서 할줄 알지...에고


------------------------------------------------------------------------------


태국인친구 졸래졸래 따라가다 보니 경기장이 크게~ 보인다.
저~~~ 멀리서.
사람들도 점점 많아지고.

구경하러 온 사람. 그냥 축제를 즐기러 온사람. 그리고 내가 찾는 암표사고파는 사람...
드디어 찾았다!
표한장 달랑달랑 들고서 뭐라뭐라 소리치고 있는 아자씨 하나.

'아저씨. 이거 얼마?
'1,500밧만 줘캅'
'왱??? 아~ 왜그래요. 좀 깎아줘. 원래 600밧짜리를...2배가 넘자네~'
'그럼 1,400밧 줘캅'
'인심 좀 후하게 쓰시라고~~'

1200밧 밑으로는 안된단다. 3등석중의 3등석을ㅠㅠ
대박경기라고 배짱장사 하시는구나.
걍 안사부렀다.
아직 초입인데 좀 더 안으로 들어가다 보면 누가 팔고 있겠지.



헙!
그.런.데.


이아저씨랑 거래파토난 다음에 주위를 둘러보니 같이 배를 타고 온 태국인친구가 사라져버렸다.
자기친구랑 여기서 만나기로 했다는데 전화통화하다가 이산가족 되버린거 같다.ㅠㅠ
끝나고 맥주도 한잔하고 친구하기로 했는데...전화번호도 못땄는데(남자를?) 걍 헤어져버렸다.

이제 철저히 혼자다.

암표도 사야하고 여기는 도통 어딘지도 모르고, 숙소에 돌아가는 방법은 택시밖에 없겠구나라는 생각뿐.


765580967_7880b784_P1040297.JPG(아수라장인 경기장 앞. 경기 시작 5분전인데도 이 모냥)
 
혼자서 열심히 암표파는 아저씨 찾고 있다.
주변엔 표를 구하려는 외국인들이 정말 많았고 현지인들은 미리미리 예매한 탓인지 그리 많아보이진 않는다.
난 혼자 표한장만을 구하는 터라 달랑 남은 표한장 파는 사람 찾는게 오히려 더 쉬웠나보다.
다시 만난 한 늙수구레한 아저씨.

'아저씨 표는 얼마에요?'
'3,000밧 줘캅'
'우에엑~~ 뭔 3천밧이나 해요? 그 돈이면 3일은 넘게 쓰겠구만'
'좀 깎아줘요. 좌석은 어디에요?'
'퍼플석이다 캅'

??? 퍼플석? 표를 받아서 보니 W석이다. 음...W석이면 1등석정도의 가치.
꽤 괜찮은 좌석이다.

'이거 원래 정가가 얼마임?'
'여기 써있다. 원래 1,600밧캅~'

역시 1등석이라 원래가격이 좀 더 비싸다. 그래도 환율계산하면 64,000원.ㅠㅠ

'진짜 좀 깎아줘요. 나 지갑에 달랑 2,000밧 있다구요. 경기끝나고 카오산까지 택시타구 가야돼. 택시비 빼고 1,800밧에 합시다.'

1,600밧짜리 표를 1,800밧에 암표로? ㅋㅋ 내가 생각해도 좀 심했다.
근데 뻥안치구 지갑에 1천밧짜리 1장하고 500밧,100밧짜리,20밧짜리 잔돈들 조금...
합쳐서 2천2백밧정도가 총재산.

아저씨도 까만얼굴에 흰자만 떼굴떼굴......표정이 '이 색히가 미쳤나'하는 표정ㅋ

그래도 됐다~ 하고 어디로 슝~ 가지는 않는다. 경기시작 3분전. 파는 사람이나 사는사람이나 급박한 시간.ㅋㅋ

아저씨 등 두들기고 내 지갑 거꾸로 팔랑팔랑 '나 돈 없어유~~~'
하면서 1,800밧 손에 억지로 쥐어드린다.
아저씨...결국 허허 웃으시더니 표를 주시면서 경기 잘 보라고.ㅎㅎ

드디어 티켓 GET!!!!!!!!!!!!!!!!!!!!!!!!!!!!!

1등석 표를 돈만원정도 더 엊어주고 샀으니 후회는 없다.ㅋ

부랴부랴 입구로 향한다.

765580967_e4a56bb1_P1040300.JPG
 < 들어가니 리버풀 선수들이 몸을 풀고 있다>

문제는 좌석.

우리나라의 국대경기는 3등석을 제외하고는 거의 지정좌석제다.
의례 그렇게 생각하고 들어왔건만....

여기는 1등석도 자유석!

근데 무슨표를 1.5배수는 뿌렸는지 발디딜틈 없다. 거기에 늦게 들어왔으니.

계단에 간신히 틈을 비집고  서있어야 했다.ㅠㅠ
전반 45분경기동안...

765580967_93ad7626_P1040324.JPG 
<경기장 자체가 6만명의 수용인원인데 꽉! 찼다. 내가 서있는곳은 좌석 다차고 서있을 자리도 좁다>


765580967_12de4bf6_P1040325.JPG
 < N석. 태국국대 서포터즈들은 노란~색 응원복. 밑에 올망졸망 모여있고 주변은 온통 빨간색의 리버풀팬. 좀...안습이다.>

사실 맨유가 왔을때 상암이 온통 맨유빠들로 가득차서 K리그팬으로서 좀 씁쓸했는데, 태국도 EPL의 영향이 큰 관계로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맨유방한경기와는 큰! 차이가 있었으니 태국국대와의 경기라 그런지 리버풀팬으로서 리버풀 레플리카를 입고 리버풀을 응원왔지만 태국팀의 선전과 공격시에도 엄청난 응원을 동시에 보내줬다.

맨유방한때는 서로 욕하고 난리도 아니었는데...우리나라는 좀 유별난 듯.

765580967_1a415018_P1040349.JPG
 < 전반전은 리버풀의 선제골로 0:1, 누가 넣었는지 기억안남.ㅋ>
하프타임때 사람들이 화장실도 가고 왔다갔다 한다.
덕분에 옴짝달싹 할 수 없었던 몸을 좀 움직이고 주위도 둘러본다.
어차피 자유석이면 하프타임을 이용해 자리를 좀 찾아보자는 생각.

결국 원래 보던곳에서 한 20칸정도 올라가니 비어있는 좌석이 눈에 띄어 옆사람에게 빈좌석인지 확인하고 털썩 앉아버렸다....아 힘들어.

말 그대로의 하프타임...

765580967_5a27fd38_P1040352.JPG
 <엥???? 하프타임 이벤트. 태국국대 에어로빅팀의 공연.ㅋㅋㅋㅋㅋ 웃겨죽는 줄. 보통 음악공연이나 축구공을 이용한 묘기등정도인데 에어로빅팀이 나올줄이야. 나름 신선했음.ㅋㅋ>
경기는 나름 재미있었고 나는 경기도 중요했고 태국에서 축구경기를 본다는 것 자체가 너무 즐거웠기 때문에 시간이 잘 간듯 하다. 후반에 태국국대가 한골 넣어 스코어는 1:1

다급해진 베니테즈가 토레스를 준비시킨다.

토레스가 몸을 풀자 태국인들의 엄청난 함성!!!

'또렛~또렛~또렛~또렛~또렛~또렛~또렛~또렛~또렛~또렛~'

페르난도 토레스의 태국식 발음인갑다.

그래서, 나도 요즘 밤에 EPL 볼때 토레스 보고 '또렛'이라 부른다는......

765580967_d3eb78df_P1040360.JPG
 <몸풀어주시는 토레스>
근디....이때부터 갑자기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한다.

생각지도 못한 비.

3등석인 N석과 S석의 사람들이 한꺼번에 우르르르르~ 윗쪽으로 이동한다. 금새 텅 비어버리는 좌석들. 다행히 내가 앉은 W석은 비가리개가 있어 비를 맞지는 않는다. 역시 1등석이 좋단 말이지.

걍 지나가는 스콜정도이거니 생각했는데....결국 이 녀석 발목을 단단히 잡고 안놔준다.

765580967_c422a676_P1040362.JPG
 <알론조. 가지말아요~  여름이적당시 레알마드리드로 이적한 키플레이어 사비 알론조에 대한 염원들. 알론조의 이적 이후 리버풀의 중원은 시망...ㅠㅠ>


765580967_28ad5e2d_P090722001.jpg
 <경기는 1:1로 마무리. 경기가 끝나자마자 시작된 관중난입.ㅋㅋㅋ 보기만 해도 재미있다. 사람들 잔디위로 뛰어댕기고 리버풀 깃발이나 스티커같은것도 막 강제로 떼어가고 난리났다>


765580967_1cfe1aba_P090722005.jpg
 <인증샷. 나 경기장 갔다 온 사람이야~ 경기 동영상을 마구 찍어대느라 디카 밧데리는 이때즈음 방전. 휴대폰카메라로 찍었다.>
경기가 끝나고 나오는데 비가 아직도 폭우 수준으로 내리고 있다.
사람들도 쉽사리 귀가하지 못하고 경기장 주변의 천막에서 모두들 어찌할 바를 모른다.

나도 한 30분동안을 비가 그치길 기다렸지만 거의 2시간 이상을 내리 퍼붓고 있다.

종이박스라도 구해서 뛰쳐나가볼까 했는데 그나마 눈에 띄지도 않고....

에라 모르겠다. 가방만 껴안고 걍 달린다.

어디로?????

몰러.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는데....걍 아까 들어왔던 길중 그나마 큰길쪽으로 뛴다.

무슨 육교가 있어서 일단 넘었는데 대충 사람들에게 물어서 씨암이나 카오산 가는쪽 버스가 어디냐고 물어본다.(티켓사고 남은 돈은 이제 400밧정도)

대충 방향은 가르쳐 주는데 노선도 모르고 방향도 다 태국어로 써있고...캐난감.

그나마 경기끝난 직후라 비에젖은 사람들이 콩나물시루처럼 부딪겨 가는데 도저히 버스타기가 또 난감.

결국 결정한것이 어디 가게에 들어가서 비맞아서 으슬으슬해진 몸도 좀 녹이고 시간 좀 때우다가 사람들 한산해지면 걍 택시를 타자는 생각.

그 비를 맞으면서 주변을 둘러보는데 국수집하나, bar 하나 안보이는 깡촌.ㅠㅠ

다행히 경기장 맞은편에서 오른쪽으로 주욱 가다보니 뭔 식당이 보인다.

대.박.

태사랑 게시판에서만 보던 무양까올리집이다.

고기도 좋아하고 해산물도 좋아하는 잡식성 6공병에겐 그리 찾고 찾았던 무양까올리집을 찾게 되다니......

없는 돈에 택시비로 200밧 쟁여놓고 나머지돈으로 딱 1인분이 맞춰지더라. 싱하까지 한병.감동.ㅠㅠ

이때 시간이 12시가 간당간당한 시간.

화로불에 몸도 녹이면서 배도 채우고 맥주도 한잔. 아....다사다난했던 하루.
765580967_0bbd8c5e_P090722008.jpg
12시가 넘어가니 문닫는다고 한다. 마침 다 먹고 일어나던 참이라 계산하고 나오니 진짜 주변은 한산해져 있다.

비는 아직도....주룩주룩.

1분정도를 비맞고 있으니 멀리서 택시한대가 온다.

이제부터...... 무슨 CF처럼 '기사아저씨. 200밧어치만 가주세요.' 하고 태국의 이름모를 다리 한가운데서 내려야 할지도 모르는 긴박한 상황.

미터기에 조낸 열심히 달리는 말그림에 내 심장도 열심히 지옥으로 달린다.
(사실 태국미터기에 말그림이 있는지는 기억도 안나지만.ㅋ)

천만다행.

카오산 버거킹에 도착하니.

딱 15밧 남더라.

쿨하게 아저씨 팁으로 다드리고...

난 정말 길거리 꼬치하나 사먹을 10밧도 없는 빈털털이로 게스트하우스로 향하며 이렇게 말한다.



"정말. 끝내주는 하루였어. 내일은 푹 잠이나 자자"


-------------------------------------------------------------------------------------

 몇일이 지나고일지 모르겠지만 다음 에피소드로 찾아뵐께요^^


765580967_5c31b832_P090723001.jpg 
<몸도 녹이면서 맥주한잔. 하루의 대미를 장식해준 이름모를 무양까올리집>

16 Comments
타완 2009.11.23 15:01  
이멋진 여행기에 1빠~~~~ 재밋게 잘봤습니다.... 태국에서 리버풀 경기라...
6공병 2009.11.23 15:02  
감사합니다. 번갯불에 콩볶아 먹은듯한 이벤트였죠. 저로서도...^^
piaggio 2009.11.23 15:02  
좋은 추억 ........ 담편도 빨리 좀....
6공병 2009.11.23 15:06  
감사합니다. 담편은 어떤 에피소드를 쓸까.....고민중이에요. 딱히 또 없는거 같기도 하고^^
아켐 2009.11.23 15:47  
여행은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 몹쓸 계획병땜에///ㅠ.ㅠ
어여 빨리 다음 에피 올려주세요^^
6공병 2009.11.24 16:51  
오랜만이시네요^^
저도....이제 계획은 뱅기하고 숙소만 잡아요. 뭐 어떻게든 되겠죠. 아님 푹~~~ 쉬면 되구요.
maui 2009.11.23 16:59  
아주 신선합니다.  아무도 상상하지 못했던 여행기의 표본이네요.
6공병 2009.11.24 16:54  
저도 맨날 계획대로 움직이는게 중요했는데....
이날 오후5시 이후의 기억들은 정말 앞으로도 잊혀지지 않을 것 같네요.
위험하지만 않다면 하고픈것에 뛰어들어보는 것도 여행중에 좋을 것 같아요.
한번 뛰어들어보세요ㅎㅎ
왕짱이 2009.11.23 17:08  
참으로 파란만장하게 ...그래도 무사히 관란하셨네요 ^^
마르코말리 2009.11.24 09:37  
보는내내 제 가슴이 다 조마조마 하네요~~ㅎㅎ
진짜 여행을 하셨어요~~멋지다~~
uranus 2009.11.25 06:47  
특별한 경험이셨네여.. 잼나셨겠다..
근데 빨간티는 왜 안챙겨 입으셨음.... ㅠㅡ 
리버풀 팬이시라면 노점표 백밧짜리 빨간티라도 입고 응원하셨으면..
저도 이때 방콕있었는데 직접은 못가고 길거리 빠에서 티비로 팔랑들이랑 침튀기며 응원을..;;
6공병 2009.11.25 11:24  
호오...노점표 100밧밖에 안하나요?
빠뚜남 시장에서 한벌 한벌 낼롬 살걸 그랬나...
하지만 그걸 샀다면 마지막 무양까올리는 못먹었겠죠? ㅎㅎ
아...표를 싼거 샀음 되나???^^
시골길 2009.11.25 08:07  
흐아..진정 다사다난한 하루구만요..
그런데 그 상황에서 표구입 흥정도 확실히 되시공..ㅎㅎ 더한 것은  엄한 곳에서 비도 오는데
고기드실 생각을..?? 참으로 발상이 범상치 않으십니데이..ㅋㅋ 깔깔...^^
6공병 2009.11.25 11:20  
자고로 사람많은 곳에 가지말라길래 비그치길 기다릴겸, 사람 빠질겸 고깃집에서 시간을 때웠죠.ㅋㅋ
사실 5시부터 경기끝나고 비그치길 기다리는 11시께까지 먹은게 생수한병과 멘토스 한줄밖에 없어서 엄청 배고팠어요.ㅎ
개똥이는 내꼬봉 2009.11.27 01:07  
아..정말 끝내주는 하루.. 그리고 후기 였어요..되게 궁금해 했는데..ㅎㅎㅎㅎ 다음 후기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을게요^^
블루파라다이스 2009.12.02 03:02  
비맞은뒤 먹는 무양까올리... 그리고 비아씽~

너무 맛있으셨을것 같네요~!!

간당간당한 택시비... 신경이 많이 쓰였겟어요..ㅎㅎ

잘 읽었습니다~
포토 제목